삐…삐…삐…“……”측정기의 소리가 계속 귓가에서 울렸다.우는 소리도 들려왔다.하준이 힘겹게 눈을 떠보니 백지안이 눈물 범벅이 되어 울고 있었다.“준, 깼어났어?”백지안이 벌떡 일어났다.송영식과 이주혁이 후다닥 달려왔다.하준은 그들을 보다가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다. 무심코 입에서 이름이 튀어나왔다.“강여름은?”눈물 범벅이던 백지안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송영식이 화를 냈다.“그 이름이 입에서 나오냐? 지안이에게 접대한다고 거짓말하고 찾아간 게 그래 겨우 강여름이었어? 대체 뭘 하려고 했던 거야? 경찰에서 CCTV 분석해보더니 너희 둘이 싸우다가 화단을 지나서 벽을 들이 받았다던데. 네가 운전하는데 강여름이 핸들을 꺾어서 널 죽이려고 했대. 경찰에서 강여름을 조사할 거야. 깨어나면 재판 받겠지.”하준은 입을 꾹 다물었다.어쩐지 머릿속에서는 정신을 잃기 전의 장면이 계속해서 맴돌았다.여름의 그 시선이 하준의 뇌리에 깊이 박혀버렸다.“준.”백지안이 잠긴 목소리로 가볍게 하준을 불렀다.하준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지안아, 미안해….”“왜 나에게 거짓말했어?”백지안의 볼을 타고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준, 우리 십수 년을 함께 했잖아? 네 마음 속에서 강여름을 도저히 놓을 수 없다면 그냥… 강여름 곁으로 돌아가.”“왜 네가 그런 소리를 해?”송영식이 벌컥했다.“내가 봤을 때는 진짜 네가 너무 했다. 너 사고 나고 나서 지안이가 거의 기절할 뻔 한 건 아냐? 여기서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널 간호했어. 지안이가 그렇게 너만 바라보는데, 지안이의 마음을 져버리면 내가 가만히 안 있을 거야.”“하준아, 대체 강여름은 왜 찾아간 거야?”이주혁이 하준을 바라보았다.“그런 거 그만 물어. 하준이 좀 쉬게”백지안이 하준의 손을 잡고 마음이 아픈 듯 말했다.하준은 너무 죄책감이 느껴졌다.“미안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든 너랑 결혼할 거야. 올해 안에 꼭 식 올리자.”“그래. 기다릴게.”백지안은 눈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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