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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화

곧 검은 스포츠카가 다가왔다. 도재하가 창문을 내리더니 고개를 까딱해 보였다. 그러더니 여름을 태우고 경찰서를 빙 돌아 나갔다.

하준은 화가 나서 쫓아갈 뻔했다. 그러나 강여름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 문득 멈춰섰다.

‘당신… 마음속에 아직 내가 있는 거 아냐?’

여름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럴 리가 있나. 내 마음속에는 지안이 뿐이라고.’

밤 10시.

고요한 서재.

하준은 신분기 보고서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백지안이 야한 슬립백을 입고 뒤에서 슬몃 하준을 안았다.

“준, 약은 먹고 있어? 우리 한번 해볼까?”

하준의 몸이 확 굳어지더니 돌아봤다. 백지안의 간절한 시선을 보니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럴까?”

지난번에 강여름에게 그렇게 강렬하게 반응이 일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제는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백지안의 손길이 닿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강렬한 거부감이 불쑥 치솟았다.

“미안, 아직 안 되는 것 같아.”

하준이 난처한 듯 지안을 밀어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줘.”

“괘… 괜찮아. 내가 너무 서둘렀나 봐.”

백지안은 입술이 빨개지도록 깨물었다.

“요즘 내가 너무 불안해서 그냥 너랑 마지막 관문을 통과 해야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하준의 얼굴에 괴로운 표정이 떠올랐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평생….”

“아니야. 네가 평생 그렇더라도 난 너랑 함께 할 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니까. 다른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지안의 눈에 짜증이 스쳐지나갔다.

‘이래가지고는 안 되겠어. 하준이를 온전히 다 얻을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해.’

“정말 미안해.”

하준의 눈에 죄책감이 가득했다.

‘강여름에게는 분명 반응이 있었느데. 왜 지안이에게만 안 되는 거야? 다른 여자는 다 되는데 지안이만 안 되는 건가?’

다음날 출근길에 하준이 상혁에게 말했다.

“저녁에 호텔로 여자 애들 몇 명 불러.”

상혁은 다리가 떨려서 하마터면 브레이크를 밟을 뻔했다.

“회장님, 저기….”

“묻지마.”

하준이 단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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