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의 마음속에 백지안은 언제나 배려심 깊은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우는 백지안을 보고 있자니 하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백지안은 알아야 했다. 이것이 하준의 역린이라는 것을.그런데도 백지안은 그런 짓을 했다.그리고 자신이 백지안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것이 이 사태가 발생한 원인이었다.돌이켜 생각해 보니 여름이 돌아온 후로 확실히 백지안에 대한 관심이 줄기는 했다.그 동안 백지안은 자신의 곁을 지키면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남자로서 하준은 유감스럽기 그지 없었다.이제 백지안은 비굴하게 애걸하면서 하준이 거절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입을 다물고 있는 하준을 보고 백지안은 전과 달리 미친 듯 주동적으로 달려들었다.그런데 하준은 불타오르는 것 같은 몸을 하고도 백지안의 손이 닿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이 거부감이 들었다.결국 하준은 참지 못하고 백지안을 밀어버렸다.백지안은 처참하게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지안아, 정말 미안….”하준은 창백한 백지안의 얼굴을 보더니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젓더니 돌아서서 서재에서 뛰쳐나갔다.“준, 기다려!”백지안은 매무새가 흐트러진 채로 따라 나갔다. 그러나 결국 흙먼지를 일으키며 멀어져 가는 차를 보았을 뿐이었다.“아아악! 최하준! 이 쓸모 없는 놈아!”백지안은 미친 듯이 발을 굴렀다. 그렇게 견디기 힘들어 보이는 몸으로도 자신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왜?내가 그렇게 구역질 나?최면술 어디에 문제가 있었던 거지?어쨌거나 저 지경을 해가지고 다른 여자를 찾아가지는 않겠지?아니, 아니야. 아예 되질 않으니 다른 여자라고 해도 소용 없을 거야.’그러나 계속해서 한줄기 불안이 백지안을 엄습했다.특히 혹여 하준이 여름을 찾아갔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백지안은 얼른 송영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철철 울면서 전화한 이유를 밝혔다.송영식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럴 리가.
여름의 조롱에 하준은 부끄러운 나머지 화가 났다.“나라고 그러고 싶었는 줄 알아? 나도 당한 거라고.”“하!”여름은 코웃음쳤다.‘쓰레기의 최고 경기를 또 돌파하셨구먼.그러니까 무슨 뜻이야? ‘내가 널 안고 싶어서 안은 줄 알아? 내가 약에 당하지만 않았다면 너 같은 거 건드리지 않는다고, 그러니 너에게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을 거야. 날 원망하지마.’뭐 그런 뜻이야?“왜 웃어? 아주 의기양양했지?”하준은 어젯밤 다급한 나머지 너무나 여름을 원해서 자신의 체면은 완전히 손상된 기분이었다.“좋냐”여름은 어이가 없어하며 소매를 걷었다. 팔뚝에는 온 힘들 다해 막다가 생긴 온갖 시퍼런 멍이 보였다.“이거 봐봐. 내 몸이 온통 상처 투성이야. 어젯밤에 날 사람취급하지도 않았다고! 알아?!?!”하준은 그 상처를 보면서 복잡한 심경으로 입술을 핥았다. 미안함이 슬금슬금 올라왔다.“대체 왜 백지안에게 안 가고 여길 왔어?”여름은 혐오감을 꾹 눌렀다. 하준은 여름에게도 결벽증이 있는 것을 몰랐다.“……”하준은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마에 가볍게 흩어져 있는 검은 머리는 전혀 하준의 미모를 해치지 못했다. 오히려 입술과 어우러져 더욱 미모를 돋보이게 만들고 속눈썹을 더 길어 보이게 만들었다.“설마… 백지안에게 완전히 관심이 없는 거 아니야?”여름이 하준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더욱 커졌다. 밤을 보내고 나니 여름의 눈가는 더욱 매혹적으로 보였다.어젯밤 여름이 얼마나 예뻤는지, 어떤 향기가 났는지가 뇌리를 훅 스쳐 지나갔다. 아직까지도 도무지 잊을 수가 없었다.“내 말이 맞나 보네?”입을 꾹 다문 하준을 보고 여름의 미소가 더 깊어졌다.“쓸데없는 소리.”하준이 더없이 싸늘하게 뱉으며 여름을 차갑게 훑었다.“어제 완전히 이성이 날아가서 지안이를 다치게 할까 봐 두려웠어. 지안이는 보호하고 아껴줘야 한다고.”“그러면 나는?”한껏 웃음짓고 있던 여름의 입가가 굳어졌다.‘여전히 그 최하준이네. 아
하준은 여름의 뒷모습을 보는 심정이 복잡했다.‘지안이가 날 속인다고?’하준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분명 강여름의 교활한 음모였겠지.’어젯밤 땀을 많이 흘려서 하준은 찝찝했다. 그런데 사워를 하려고 들어가 보니 타월이 없는 게 아닌가? 가만 생각해 보니 아까 여름이 집어던진 수건이 기억났다.하준은 결벽증이 있어서 백지안이 한 번 닦은 수건도 절대 참지 못했다. 그러나 여름이 썼던 것은 조금도 반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수건에서 여름의 냄새가 나서 좋았다.샤워를 마치고 나와 보니 여름이 식탁에서 국수를 먹고 있었다. 위에는 계란도 올라가 있었다. 딱 보기에도 너무나 맛있어 보였다.밤일로 피곤해진 하준은 갑자기 배가 고팠다.“내 건?”하준은 그대로 의자를 당겨 옆에 앉았다. 마치 밥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았다.여름은 느른하게 하준을 한 번 쏘아보았다.“당신 건 당신 집에 있겠지.”“……”“여기서 아무리 기다려 봐야 식사 바치는 사람 없어.”기대에 차 있던 하준의 얼굴에 분노가 들어차는 것이 그냥 봐도 보였다.“강여름, 난 지금 여기 있잖아. 아, 몰라. 나 배고프다고. 빨리 국수 끓여 줘”“내가 왜 당신에게 국수를 끓여줘야 하는데? 내가 국수 끓여주면 감사한 마음이 들기는 하겠어? 어젯밤에 구해준 감사 인사도 난 아직 못 받았는데.”눌러왔던 화가 폭발해서 여름이 마구 쏴댔다.“허구한 날 남의 집에 와서 먹고 마시고 말이야. 내가 밥값도 안 바라. 그저 문제 거리나 들고 오지 마. 꺼져!”“지금 나더러 꺼지라고 한 거야?”하준의 몸에서 음험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아니면? 가란다고 갈 거야? 문제는 당신은 지금 갈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지.”“……”‘걸어나가지 않을 거면 꺼져라, 그런 말이야?’화가 나서 하준이 얼굴이 어두워졌다.‘왜 전에는 강여름이 이렇게 말을 매섭게 하는 사람인지 몰랐을까?’“죽고 싶어?”“왜? 보니까 사람 한 대 치겠네? 쳐 봐, 어쨌든 난 지금 온몸이 멍투성이라 아파 죽겠는데 두어 대 더 맞
하준은 여름을 쳐다봤다. 분명 졌는데도 어린애 같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렸다.침을 꿀꺽 삼켰다. 무의식적으로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여름의 입가에 붙어 있던 국수를 덥석 물었다.이때 하준의 입술이 여름의 입술에 부딪혔다. 순간적으로 여름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기다란 속눈썹이 빠르게 하준의 볼을 스쳤다. 맑은 여름의 눈에서는 별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그 순간 갑자기 하준의 머릿속에서 버티고 있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여름의 뒷목을 잡아당겨 다시 그 입술을 맛보고 싶었다.그러나 밖에서 벨소리가 다급하게 울려왔따.여름은 머뭇거리다가 하준을 와락 밀어냈다. 뽀얗던 볼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여름은 하준을 한번 노려보고는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이주혁의 훤칠한 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이주혁의 시선이 순시간에 여름의 입술로 향했다. 다들 유경험자다 보니 바로 눈치챘다. 두통이 몰려왔다.“당신 찾으러 왔네. 제발 둘 다 빨리 좀 가주라. 또 내가 당신을 유혹했다는 소리 따위 듣고 싶지 않으니까.”여름이 하준을 돌아보며 비웃더니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가버렸다.이주혁이 걸어 들어왔다. 하준이 그를 보더니 그 흠잡을 것 없는 얼굴을 확 구겼다.이주혁이 이렇게 눈에 거슬렸던 적이 없었다.‘방금 주혁이 자식이 방해만 하지 않았어도 지금쯤 여름에게….”그런 생각이 강렬하게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순가 두통이 일어나며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정자가 뇌로 들어갔나, 내가 대체 왜 이러지?’“보아 하니 내가 이미 한 발 늦었군.”이주혁이 살짝 인상을 썼다.“네가 여긴 웬 일이야?”하준은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설마 지안이가….”“걘 아직 몰라. 가자.”이주혁이 돌아서서 먼저 나갔다.하준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여름을 한 번 돌아보았다. 뭔가 한 마디 건네려다가 백지안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서 그대로 이주혁을 따라 나갔다.문이 닫혔다.여름은 수도를 잠궜다.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1층.하준은
하준은 입을 다물었다. 사실 정신이 들고 나서 그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러나 당시 하준의 머릿속에는 온통 강여름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 뿐 병원 같은 건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았다.“너… 아직 강여름에게 미련있는 거 아니냐?”이주혁의 말에 하준은 펄쩍 뛰었다.“말도 안 돼. 내 마음속에는 지안이 뿐이라고.”“사랑한다면서 지안이는 건드리지도 못하잖아.”이주혁이 이상하다는 듯 눈썹을 세웠다.“하준아, 넌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드냐? 지난번에 자동차 사고 때도 너 강여름이 도재하랑 있는 거 보고 너 질투 나서 입이 막 나오던데.”“내가 질투를 한다고?”하준은 펄쩍 뛰었따.“아니거든! 아직 법적인 와이프가 바람날까봐 그런 거라고.”“정말 마음속에 강여름이 없는 게 확실해? 그럼 어젯밤에 걔랑 같이 있으면서 누구 생각했는데?”이주혁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하준의 얇은 입술이 살짝 꿈틀했다.돌이켜 생각해보니 어젯밤은 모든 것이 하나하나 다 만족스러웠다. 백지안과 있을 때는 전혀 느낄 수 없던 감정이었다.심지어 방금 국수를 먹을 때는 별안간 키스를 할 마음까지 들지 않았던가!“정말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하준은 이 모순된 감정에 혼란스러웠다.감정의 문제에 있어서 하준은 내내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었다. 지안을 사랑하고 강여름은 증오했다.그러나 이제는 자기 스스로도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하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이주혁은 걱정스럽게 미간을 좁혔다.“잘 생각해. 내가 강여름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두 여자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잖아.”이주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송영식에게서 전화가 왔다.“주혁아, 하준이 찾았냐? 나 지금 막 동성에 착륙했다.”이주혁은 시계를 봤다. 이제 겨우 8시 반이었다.“야, 너 거기서 비행기로 7~8시간은 걸렸을 텐데 어제 전화 받고 그냥 바로 비행기 탄 거야?”“장난하냐? 어제 너는 전화도 안 받지. 나도 없으면 하준이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닐지 어떻게 알아?”“어
출군하려고 막 문을 열던 여름은 산발을 하고 미친 듯이 달려드는 백지안과 마주하게 되었다.“강여름! 이 뻔뻔한 년! 남의 남자를 뺏어가!”백지안은 욕을 하며 여름에게 마구 주먹을 날렸다.그러나 여름이 맞기는커녕 백지안이 넘어지면서 여름이 들고 있던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 부딪히며 오물만 뒤집어 쓰고 말았다.“가지고 싶으면 가져라.”여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남아있던 쓰레기를 마저 백지안에게 쏟았다. 갑자기 과일 껍질이며 계란껍질 등이 몽땅 백지안이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렸다.음식물 쓰레기의 악취에 백지안은 구역질이 올라왔다.백지안은 신경질적으로 머리에 있던 오물을 걷어 치우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바탕 토하고 말았다.“토하기는. 그거 다 최하준이 어제 내 집에서 이것저것 먹는 바람에 나온 쓰레기인 걸.”여름은 팔짱을 끼고 빙긋 웃으며 확실 사살했다.3년 전 백지안은 자기 손으로 강여름을 지옥 불구덩이로 밀어 넣었다.강여름의 친구, 가족이 모두 백지안의 손에 파괴되었다. 그런데도 백지안은 보란 듯 잘 살고 있었다.밤이고 낮이고 뉴스에 올라오는 백지안과 최하준의 모습을 보며서 여름은 너무나 백지안을 부셔놓고 싶었다.이제 그렇게 망가진 백지안을 보고 있자니 여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쾌함이 느껴졌다.그렇게 백지안이 분노에 날뛰며 실성한 모습을 보려고 어젯밤 억지로 참아낸 것이었다.그런 더러운 인간, 사실 보기만해도 토 나올 지경이었는데도….“아악! 이 나쁜 년! 죽여버리겠어!”백지안은 충격에 미친 듯 달려들었다.그러나 여름은 가볍게 옆으로 피하면서 백지안을 툭 쳤다. 그 바람에 백지안의 얼굴이 다시 바닥의 음식물 쓰레기에 처박혔다.그 모습을 보니 여름은 가슴이 뻥 뚫리는 것만 같았다.“넌 아직도 내가 3년 전의 강여름으로 보이니? 백지안, 3년 전 네게 당한 고통을 나는 뼈에 새겨두었어.”“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준이 사랑하는 건 나라고!”백지안이 힘겹게 일어났다. 이미 힘으로는 여름이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이제는
순간 백지안은 피를 뿜을 뻔했다. 속에서 올라오는 불길에 눈에 핏발까지 섰다.“이 뻔뻔한 게! 하준이는 내 거야!”백지안이 다시 여름의 얼굴에 상처를 내려고 손톱을 세우고 미친듯 달려들었다.여름은 가볍게 피하면서 코를 막았다.“어머, 미안. 최하준은 내 남편이거든. 그리고 나 건드리지 마라. 너 너무 냄새난다.”여름은 말을 마치더니 싫다는 표정을 하며 복도에서 비명을 질러대는 백지안을 두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그러나 백지안은 곧 정신을 차리고 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안아, 너 강여름을 찾아간 거야?”백지안은 멍하니 있다가 곧 정신을 차리더니 우는 척했다.“준, 미안해. 내가 강여름의 집을 찾아달라고 사람을 보냈었어. 오늘 와보니까 네가 이 단지에서 나오더라. 네가 날 속이다니 너무 마음이 아파서 미칠 것 같더라고.”백지안의 우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하준은 옆 이마가 벌떡벌떡했다.솔직히 막 여름이 보낸 녹음을 하준은 기함을 했다. 그 온화하고 배려심 깊은 백지안이 이렇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무서운 말을 쏟아 놓다니….하준은 전에 강여름과 백지안이 만났을 때도 백지안이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아침에 한 거짓말이 이미 백지안에게 들통났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었다.“왜 나한테 바로 말하지 않았어?”하준이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난… 널 잃을까 봐 두려워.백지안이 고통스럽게 말했다.“준, 나 지금 너무 냄새나고 더러워. 강여름이 나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쏟아 부었거든. 그러고 마구 발로 차면서 내게서 널 빼앗아 가겠대. 나 좀 데리러 와.”“그래, 내가 지금 바로 갈게.”하준은 벌떡 일어나 차를 몰고 성운빌로 달렸다.입구에 도착하자 백지안이 바로 울면서 하준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입고 있는 옷은 어제와 같았지만 몸에서 온갖 음식물 쓰레기 악취가 배어 나와 구역질이 났다.하준은 순간적으로 화가 올라왔다.‘강여름, 이건 너무 하잖아!’“얼
건너 편의 사람이 곧 웃었다.“아오, 드디어 곽철규 자식 꽁무니 안 따라다녀도 됩니까?”“하루 휴가라고 생각해.”오후 5시 여름이 책상을 정리하고 나가려는데 밖에서 소란스럽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쾅 하더니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최하준이 노기를 띠고 뛰어들었다.뒤로 경비 몇 명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데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괜찮아요. 나가 보세요.”여름이 손을 휘휘 저었다. 하준은 실력은 여름이 잘 알았다. 그 정도 실력을 갖춘 상대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사실 얼마 안 된다.여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준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여름의 옷깃을 잡았다. 여름은 종잇장처럼 끌려갔다. 하준의 목소리와 표정에는 온통 노기가 서려있었다.“강여름, 간이 부었군. 감히 지안이를 때려? 내 경고를 잊었나 보군. 왜 자꾸 지안이를 건드리면서 선을 넘는 거야?”여름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외로 꼬았다.“내가 녹음 파일 보내줬잖아. 먼저 찾아온 건 그쪽이거든.”“아무리 그래도 음식물 쓰레기를 사람한테 붓고 손찌검하는 건 아니지.”하준은 퉁퉁 부어 있던 백지안의 얼굴을 생각하니 자기 손으로 모두 강여름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여름에게 다가서서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어쩐 일인지 차마 손을 댈 수가 없었다.“내가 백지안 얼굴을 때렸다고?”여름은 곧 무슨 일인지 눈치 챘다.‘백지안 답군. 역시 전투력 만땅이야.’“모르는 척 하지 마. 당신 같이 더러운 인간에게 내 손 대기도 싫으니 스스로 있는 힘껏 따귀를 때리도록 해.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시킬 거야.”하준이 경고했다.여름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만히 내리 누르며 부인했다.“난 얼굴 때린 적 없어.”“당신이 때린 게 아니면 걔 얼굴이 왜 그 모양이 돼?”하준이 싸늘하게 물었다.“어젯밤 지내면서 당신에 대해서 좀 호감이 생기려고 했는데 이렇게 악독한 사람일 줄이야.”“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