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런 망할!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라고 말해줬으면 오죽 좋아.’새엄마가 될 생각에 고민했던 것을 생각하니 울고 싶었다.어쨌거나 고양이는 귀여웠다. 털도 반질반질하고 토실토실했다.다가가서 한 번 만져보려고 했더니 고양이는 홀랑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여름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그 안방.답답함에 한숨을 내쉬고는 집을 둘러보았다. 방이 세 개였다.안방, 작은방, 서재.북유럽풍에 인테리어는 대부분이 무채색이었다. 깔끔하니 보기는 좋은데 좀 썰렁했다.‘선우 오빠네 외삼촌이 이런 집에 산단 말이야?유망한 사업가라고 하지 않았던가?’번듯한 별장이 아닌 건 그렇다 치고 호화로운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게다가 서재에는 , , 같은 책뿐이었다.아무래도 이상했다.‘선우 오빠네 외삼촌이 아닌 거 아냐?아냐,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윤서가 어리바리하기는 해도 이런 큰일을 두고⋯.착, 각, 한, 건, 아, 니, 겠, 지!생각할수록 당황스러웠다. 여름은 결국 윤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남자가 선우 오빠네 외삼촌인 거 확실하지?”“뭐래, 우리 오빠가 직접 말해줬다니까. 같이 술도 먹고 밥도 먹었다던데.”여름이 가슴을 탁탁 쳤다.“결혼 잘못했을까 봐 그래.”“맙소사, 진짜로 신고했어?”윤서가 비명을 질렀다.“그 사람이 진짜로 왔디?”‘으응’하는 대답을 듣자 윤서는 울먹거렸다.“우리 서로 수호천사 해주기로 했잖아. 날 버리고 가면 난 어떡하라고.”여름은 속마음을 다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집들이는 한 번 할 거지?”“그게, 사실은 아직 나한테 다 넘어온 게 아니라서⋯.”여름은 결국 자초지종을 말했다.“네 연애 팔자는 어쩜 그렇게도 기구하냐.”윤서가 위로했다. “그래도, 괜찮아. 너라면 반드시 그 남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 거야.”“그래, 나도 날 믿어!”통화를 끝내고 여름은 근처의 마트에 갔다. 아무래도 집이 너무 썰렁해서 조치를 취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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