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51 - 챕터 60

1699 챕터

51화

이지훈이 따끈한 커피를 한 잔 들고 와 최하준과 구민상에게 건네며 달랬다.“여긴 무슨 일이야?”최하준이 무신경하게 말했다.“나 참, 나도 오늘 2호 법정에서 재판 있어. 나한테도 관심 좀 가져주지?”이지훈이 투덜댔다.“그런데 그 마스크는 뭐야? 감기 걸렸어?”“…….”“남한테 전염될까 봐? 그런 세심한 구석이 있었어? 동성 오더니 철 좀 드는구나”10분 후, 법정 심문이 막 시작되려 할 때 최하준은 마스크를 벗었다. 퍼런 멍자국을 보고 이지훈은 커피를 뿜을 뻔했다.“이게 뭐야….”“부딪혔어.”침울하게 한 마디 내뱉고 최하준은 법정으로 서둘러 들어갔다.이지훈은 우스워 죽을 지경이었다. 누굴 바보로 아나, 여자에게 꼬집힌 자국이 분명했다.‘저 재미없는 녀석이 이렇게 망가진 모습이라니, 이따가 몰래 찍어 단톡방에 올려야겠다,’……여름은 집에서 며칠 쉬었다. 얼굴에 멍자국이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일을 찾으러 나섰다.하지만 결과는 모두 좋지 않았다.“죄송합니다. 표절한 디자이너는 채용할 수 없습니다.”“강여름 씨, 이미 이쪽 바닥에 소문이 파다해요. 아무도 뽑지 않을 거예요.”“TH에서 업계에 쭉 통보했거든요. 그런데 누가 겁도 없이 강여름 씨를 뽑겠어요?”“…….”지원했던 회사를 나서며 강여름은 망연자실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분노가 치밀었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했는데 이제 일자리마저 찾을 수 없다니.‘이제 어떻게 한다? 업종을 바꿔야 하나?’“빵빵!”옆에서 차 한 대가 경적을 울리는데 여름이 반응이 없자 누군가 소리 질렀다.“여름! 오랜만이다.”여름은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 옆에 있던 고급 SUV에서 훈훈하게 생긴 얼굴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선배, 어떻게 여기 계세요?” 놀랍게도 유학 시절 선배 도재하였다. '재하 선배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우리 회사도 이 건물이야. 여기서 나오던데 무슨 일이야?”도재하는 차를 세운 뒤 타라고 손짓했다.여름은 차에 올라, 쑥스럽게 말했다.“입사 지원하러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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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뭐가 ‘또’야?’여름은 억울했다.‘내가 요즘 만날 집에서 밥만 했지 한 발자국도 안 나갔다고, 어?’“그냥 전에 같이 유학했던 선배랑 밥 한 끼 먹으려는 거예요.”최하준이 웃었다.“그러니까 이번엔 대학 동문이란 말이죠, 지난번엔 고등학교 동창들한테 당하더니.”“어쨌든, 그런 줄 아세요.”여름은 더 열 받고 싶지 않아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여름이 씩씩거리는 걸 보고 도재하는 궁금해졌다.“새 남친? 아니면 남편?”여름은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그럴 리가요, 제 룸메이트예요.”‘호적상으로 남편이긴 한데 그 사람은 절대 인정 안 하거든요. 유명무실이랄까.’도재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꼭 부부끼리 하는 대화 같아서.”“그, 그런가요?”여름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럴 리가, 최하준과는 늘 이런 식으로 대화했는데 같이 살다 보니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건가 싶었다.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할 얘기가 너무 많았다. 저녁을 9시까지 먹은 후 도재하는 컨피티움 입구까지 바래다줬다. “잊지 마, 내일 아침부터 출근이야. W팰리스 리모델링 건 오더 받은 게 있거든. 내일 가서 실측 좀 해줘.”“네!”여름은 손을 흔들다가 도재하가 탄 차가 떠나고 나서야 몸을 돌렸다.최하준이 계단 위에서 차갑게 쳐다보고 있었다. 품 안에는 졸린 눈의 지오가 늘어져 안겨 있었다.“선배라더니, 남자였습니까?” 최하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찌나 눈을 구겼는지 파리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오늘 자기 저녁 식사는 형편없었는데 여름이 남자랑 맛있는 거 먹으며 시시덕거렸을 걸 생각하니 왠지 모를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네, 학교 선배….”최하준이 말을 끊었다.“강여름 씨, 처음에 당신이 결혼하자고 한 겁니다. 경고하는데 아무리 계약 결혼이지만 행동 좀 주의해 주시죠. 와이프 바람 났단 소린 듣고 싶지 않습니다.”웃고 있던 여름의 얼굴이 굳어졌다.“뭘 그렇게 오버해요? 선배랑 밥 한 끼 먹은 거 가지고. 당신 눈에는 내가 그렇게 막돼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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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아직 꽁해 있던 여름은 거절했다.“죄송한데 난 지오 시터지, 당신 도우미는 아니죠.”‘당신’이란 두 글자에 무척 힘이 들어가 있었다. 최하준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나른하게 말했다.“강여름 씨가 말끝마다 말하던 사랑이란 게 이런 겁니까?”“…….”‘사랑은 개뿔. 난 외숙모란 자리를 사랑했던 거라고요, 아시겠어요?’여름은 툴툴거리며 냉장고를 열어 국수 재료를 꺼냈다.열린 미닫이문 틈으로 여름의 모습을 지켜보는 최하준의 마음은 복잡했다.이제 여름이 한 음식이 아니면 입맛이 돋지 않았다. 음식에 마약이라도 넣은 게 아닐까 싶었다.******다음 날 아침 식사 후.최하준은 소매 단추를 잠그며 외출 준비를 하다가 여름도 아이보리색 재킷으로 갈아입은 것을 보았다.안에는 진한 핑크색 셔츠에 아래는 체크무늬 롱스커트에 스타킹을 신었다. 심플하면서 세련된 룩에 볼륨 있는 몸매가 돋보였다.옅은 화장에 귀에 걸린 진주 귀걸이가 너무 아름답고 생기발랄해 보여 눈을 뗄 수가 없었다.그러나 곧, 자신은 나갈 것이란 데 생각이 미치자, 자신을 위해 꾸민 것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또 데이트 갑니까?”불쾌감을 꾹꾹 누른 목소리였다.“아뇨, 출근요. 어제 취직했어요. 퇴근한 다음에 밥할게요. 저녁에 지오 산책도 시키고.”최하준이 반박할 틈을 주지 않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여름이 하는 일은 탐탁지 않았다.“또 전단 돌리러 갑니까”“아니요. 이번엔 수석 디자이너예요”여름은 “흥” 하고는 핸드백을 집어 들고 먼저 집을 나섰다.최하준도 곧바로 나서 함께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거울에 비친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 같은 여름의 실루엣을 보며 물었다.“데려다 줄까요?”왠지 목이 다소 건조한 느낌이었다.“괜찮아요.”여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내가 운전해 가려구요. 가다가 만원 전철에서 눌리고 싶진 않거든요.”“…….”지하철역까지만 데려다 주는 게 싫다는 뜻인가?여자를 바래다 줘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최하준은 이쪽으로 눈치가 영 꽝이다.8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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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회사에서 나와 여름은 W 팰리스로 차를 운전했다.그곳은 동성에서 가장 고급 주택단지였다. 진짜 엄청난 부자가 아니고서는 살 수 없다.단지 입구에서 경비들이 차는 들어가지 못하게 했기에 걸어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서른이 좀 안 돼 보이는 남자가 수영장 가에 서 있었다. 키가 매우 크고 훤칠하고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검은 색 수트가 매우 품위 있어 보였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혹시나 하며 물어보았다.“양 대표님?”“그렇습니다. 도하에서 보낸 디자이너군요, 굉장히 젊으시네요?”양유진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눈앞에 있는 아가씨는 자신이 동성에서 본 여자 중 가장 예쁜 것 같았다. 모르는 상황이라면 도 대표가 자신에게 미인계라도 쓰려는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눈은 맑고 총총한 것이 정말 착실하게 일만 할 사람 같았다.“저는 도재하 대표 학교 후배입니다. 오늘 실측 후 디자인 보여드릴게요. 마음에 안 드시면 언제든 디자이너는 교체하셔도 상관없습니다.여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자신감 넘쳤다.“덧붙이자면 나이와 실력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양 대표님께서도 젊으신데요.”양유진이 웃었다.“하하, 이거 뭐, 반박할 수가 없게 만드네요.”여름이 명함을 건넸다.“강여름이라, 들어본 이름 같은데.”여름은 혹시나 자신에 대한 나쁜 소문을 들었을까 봐 가슴이 쿵쿵 뛰었다. “계절명이니까요. 괜찮으시면 대표님께서 함께 둘러보시면서 원하시는 바를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만.”잠시 후, 양유진은 여름을 데리고 저택을 한 바퀴 돌았다. 헬스장, 홈시어터룸, 농구장, 실내수영장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여름은 양유진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대강 파악하고 반 시간도 지나지 않아 멋진 초안을 내놓았다. 양유진의 입맛에 딱 맞는 흠잡을 데 없는 디자인이었다.“강여름 씨 내공이 제가 해외에서 만난 정상급 디자이너들 못지않은데요. 아주 좋습니다. 특히 이 실내수영장 디자인 무척 흥미롭군요.”“나중에 입체 이미지로 보시면 더 맘에 드실 거예요.“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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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툭하면 자신이 얻은 건 모두 스스로 노력한 결과라고 말해 온 여름이 아니던가. 이제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걸 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여름의 안색이 변하는 걸 보고 한선우는 속으로 통쾌했다.“왜? 후회돼? 네가 예전 같았으면 너한테도 정보를 줬을 텐데 말이지.”여름은 화가 나 토하고 싶을 정도였다.전에는 눈이 어떻게 됐길래 이런 자식을 지적이라고 생각했던 건지. 여름은 최하준을 떠올리고는 불편했던 것 뿐이었다.‘쭌이 정말 여기에 집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 사람 인테리어를 누가 하건 상관없지만 강여경이 맡게 되는 건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됐어. 외삼촌 댁 인테리어를 누구에게 맡기건 오빠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외숙모가 계신다면 외숙모 마음대로 할 수도 있는 거잖아? 오빠가 뭐라고, 흥”‘하하, 내가 집에 가서 네 계획 다 엎어버릴 거다!’ 한선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못 배운 사람처럼 이제 아무 말이나 막 뱉는구나? 우리 외삼촌은 결혼하신 적이 없는데 무슨 외숙모야. 나랑 제일 친해. 말만 하면 들어주실 거라고.”여름이 비웃었다.“그래? 그럼 가서 재산도 달라고 해보지 왜?”“너 제정신이냐?”화가 난 한선우의 얼굴이 벌게졌다.“이 모양이니 아버님 어머님이 널 못 나가게 했지. 다 네 잘못이야.”마지막 말이 여름의 마음속에 꾹꾹 눌러 놓았던 울분을 건드렸다. “한선우! 네가 인간이니? 그게 사람이 할 소리야?”“내가 틀린 말 했어? 언론에 너희 집에서 너를 감금하고 학대했다고 떠들고 다니던데, 내 보기엔 얼굴에 기름이 자르르한 게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네.너 같은 딸 둔 게 천추의 한이실 거다. 그런 식으로 입을 놀려서 너희 집 손해가 얼마나 막심한지 알아? 시총 수천억이 증발했다고!”“너 같은 인간을 좋아한 거야말로 내 천추의 한이야.”여름은 한선우의 뺨을 갈겨주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너무 분해 무슨 일이라도 낼까 봐 그냥 자리를 뜨려고 했다.“잠깐.”한선우가 잽싸게 여름의 팔을 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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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안 돼.”양유진은 손을 내저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난 살 집에 대해서만큼은 까다로운 편이라 대충 하고 싶지 않다. 강여경 씨는 만난 적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너무 아는 게 없어서 말이지. 최신 자재나 최첨단 가전제품 등에 너무 무지해. 내 집을 망치게 둘 순 없어.”자신의 약혼녀인데 그런 말을 들으니 좀 난처했다.“하지만 지난번 문화센터 디자인은 잘했잖아요….”“말은 똑바로 하자. 그 입찰 건은 내가 말 넣어줘서 성사된 거지.”그 일을 언급하자 양유진은 기분이 안 좋아졌다.“성 회장하고 너 그거 따냈다고 너무 신난 것 같은데 자중해줬으면 좋겠다. 혹여라도 너랑 나 연루된 거 알려지면 골치 아프니까.” 한선우는 풀이 죽었다.“알았어요, 싫으시면 할 수 없죠. 그런데 손에 그건 설계도예요? 어디에 디자인 맡겼어요? 그냥 궁금해서요.”“도하건축디자인. 전에 홍콩에서 알게 된 친구가 이번에 동성에 지사를 냈거든.”양유진은 도면을 건넸다.“그 회사 디자이너가 설계한 거다. 와서 30분도 안 돼서 천 평짜리 초안을 뚝딱 그려오더구나. 그 짧은 시간에 내가 원하는 걸 완벽히 파악했더라고. 무척 마음에 든다.”“강여름?”한선우는 우측 하단의 서명을 보고 놀라 얼어붙었다. 아까 입구에서 여름을 마주친 게 생각났다. ‘여기 디자인을 하러 온 거였군.’“그래, 맞아.”“걘 안 돼요. “복잡 미묘한 말투였다.“걔가 제가 지난 번 말씀드렸던 TH 딸이에요, 전에 제 여친이었던. 지금 걔 이상해졌어요. 다른 사람더러 자기 작품 표절했다고 우기더니 자기 부모님까지 모함하는 애예요.”양유진은 살짝 놀랐다. 어쩐지 많이 들어본 이름이더라니.방금 만났던 여인은 무척 대범하고 고고했다.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졌다.“그 사람이 누구 걸 표절하고 그럴 수준은 아니던데? 사업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기 때문에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한 편이다. 재능도 천부적이고 인성에도 전혀 문제없어 보였어. 오히려 네가 그 사람에게 편견이 있는 것 같구나.”“외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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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굳이 숨기는 거지? 내가 자기 재산을 탐내기라도 할까 봐? 아니면 강여경에게 디자인 맡기려고?전자의 경우는 차라리 괜찮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그것만은 참을 수 없었다.TH에서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강여경과 어떤 원한이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인데 말이다. “뭐, 있어도 상관없어요. 저더러 인테리어 디자인 맡기라고 강요하진 않을 거니까요.”여름은 반 농담조로 말했다.“내가 없다면 없는 겁니다.”최하준은 딱 잘라 대답했다.여름은 젓가락을 만지작거리다가 화제를 바꿨다.“그럼 혹시… 무슨 행사 갈 일 없어요? 동행할 파트너가 필요하다던지?”“없습니다.”동성의 수준 낮은 사람들과 굳이 어울릴 생각은 없었다.“뭐, 알았어요, 그런데, 나는 있거든요.”최하준은 젓가락을 놓고 인상을 쓰며 여름을 쳐다보았다.“대체 또 무슨 꿍꿍입니까?”“월말에 할머니 팔순 잔치가 있거든요. 그날 한선우랑 강여경 약혼식도 같이 한대요. 할머니께서 절 어릴 때부터 많이 아껴주셔서 안 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나랑 같이 안 갈래요?”여름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사뭇 간절한 얼굴로 최하준을 쳐다보았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최하준은 금세 여름의 집에서 그러는 속셈을 알아차렸다. “혼인신고 전에 분명 말했을 텐데요. 당신 식구들과는 만나지 않는다고.”“하지만 쭌도 어차피 참석해야 하잖아요.”무의식중에 말이 나와버렸다.“내가 왜 참석해야 합니까?”최하준은 정말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 사람들과는 일면식도 없는데 말이다.여름은 하마터면 “외삼촌이잖아요.”라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분명 자신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어… 그날 동성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은 다 올 거거든요. 그러니까 쭌도….”“미안하지만, 그런 동네 잔치엔 참석하지 않습니다.”“…….” 동네 잔치?‘수준이 낮아서 조카 약혼식에 참석을 안 한다고?’‘흥, 당신은 얼마나 하이레벨이시길래? 요즘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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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장

“뭐하러 말입니까?최하준의 못마땅한 시선이 느껴졌다.“술 마시러 갑니까, 아니면 또 집에 갑니까? 아, 선배랑 데이트하러 갑니까? 지오 산책시키는 건 잊지 않기 바랍니다.”“…….”여름은 뚜껑이 열리려 하고 있었지만 사실대로 말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윤서랑 쇼핑할 거예요. 요즘 추워졌는데 입을 옷이 없거든요. 옷 좀 보러 가려구요.”최하준은 여름을 쓰윽 훑어보더니 다시 저격했다. “사야겠군요. 좀 두꺼운 걸로 사십시오. 만날 내 앞에서 그렇게 시원하게 입고 다니지 말고.” “…….”‘아 진짜! 겨울이 다 됐는데 이런 얇은 옷을 왜 입고 있겠어? 관심 좀 가져라, 어? 얼마나 당신 안구에 축복이냐!’“마침 나도 옷이 부족하니 몇 벌 좀 사다 주십시오. 지난번 준 카드 쓰면 됩니다.”최하준이 만사 귀찮다는 듯 덧붙였다.'헉! 사실 나가서 윤서와 야식 사 먹을 생각이었는데....'결혼 후 외식을 별로 못 했는데 지금 마침 한창 꽃게가 살이 오를 때였다.“직접 사면 되잖아요. 내가 진짜 와이프도 아니고.”원망이 섞인 말투였다.최하준은 웃는 건지 마는 건지 미묘한 표정으로 미간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또 돌려까기 시전입니까?”“…….”여름이 또 완전히 졌다. 그저 순수하게 팩트를 얘기했을 뿐인데.“아, 알았어요, 사다 주면 될 거 아녜요? 사이즈 몇 입어요?”“내 사이즈도 모르면서 이런 자세로 어떻게 아내가 되겠다는 겁니까?”최하준은 불쾌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사람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 이런 건가?“잘못했어요, 제가 많이 부족하네요.”여름이 의기소침하게 말했다.“가격대는 어느 정도로요?”“좋을 대로”옷 가격에 대해 아는 바도 없었다. 늘 세계 정상급 디자이너들이 직접 맞춤 제작한 옷만 입었으니까.10분 후, 윤서가 1층에서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여름은 기운 없이 차에 올랐다.“쇼핑몰 가자. 최하준 씨가 옷 사다 달래.”“꽃게찜 먹으러 가기로 했잖아. 나 저녁밥도 안 먹었는데.”윤서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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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그 사람 아마 침대에서 날 발로 밀어낼걸.”“술 먹여. 꽐라됐을 때 그냥…. 임신이라도 하면 퍼펙트고. 그러면 더 힘 안 들이고도 여왕에 등극! 아 참, 배란기 계산해야겠네.”여름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직 연애도 성공 못 했는데 임신이라니.“하지만 그 사람 날 사랑하지도 않는데 이런 식의 가족은 아이한테…….”“혼인신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서 이런 마음의 준비도 안 했어?”윤서가 말을 가로막았다.“복수한다며? 하준 씨 부인이 돼서 그 인간들 바들바들 떨게 해주라고. 성공만 하면 얼마나 사이다냐? 걔들 네가 윗사람이 되면 욕도 못 하는 거야!”“하긴…. 그런데, 그건 그렇고 넌 뭘 또 그렇게 자세하게 아는 거야? 너 상원 오빠랑…….”“어딜, 어딜! 우린 그냥 뽀뽀에서 진도가 안 나가.”“부럽다.”‘나는 하준 씨랑 뽀뽀도 못 해봤는데, 인생 뭘까.’******30분 후, 두 사람은 동성에서 가장 큰 백화점을 거닐고 있었다.여름은 계속 투덜대는 중이었다.“여기 옷 너무 비싸. 왜 여기로 온 거야? 그 사람이 얼마나 짠돌인데. 차도 그냥 평범한 중형차 몰고 평상시 입는 옷도 품질은 좋지만 다 들어본 적 없는 브랜드더라구.”“사장님이 후줄근하게 입으면 되겠어? 봐봐, 저 집 옷 어때?”윤서는 여름을 떨쳐내고 옆에 있던 명품브랜드 샵으로 들어가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을 가리켰다.“예쁘긴 한데, 마네킹 핏이 하준 씨만 못하네.”“으이구 그래 네 남편 몸짱이다 이거지? 좋겠다.”몸짱?여름은 그 표현이 최하준에게 딱이라 생각했다. 최하준은 여름이 본 남자 중에 몸매가 제일 좋았다. 옷을 벗었을 때도…….“너 무슨 깜찍한 생각을 하길래 얼굴이 빨개져?”윤서가 놀렸다.“크흡, 됐고, 가자. 여긴 너무 비싸.”여름은 민망해하며 윤서를 끌고 나가려 했다.그때 매장 점원이 나와 웃으며 말했다.“올 시즌 신상이에요. 전국에 딱 두 벌 들어온 리미티드 에디션이랍니다.”“헐, 그런 거 보여줄 필요 없어. 저런 거 살 능력 없는 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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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장

진가은이 끌끌 혀를 차며 채시아에게 말했다.“너 쟤네랑 잘 끝낸 거야. 저런 진상을 친구라고 뒀어 봐. 언젠간 네 발목을 잡았지.”“그러게 말야. 살 능력도 안 되면서 친구 돈은 왜 빌리고 그럴까.”참을성 많은 여름도 이 둘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소리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누가 돈이 없대? 그까짓 리미티드 에디션.”여름은 최하준의 카드를 꺼내 점원에게 건넸다.“저 두 벌 리미티드 에디션이랬죠? 둘 다 살게요. 내 남자가 다른 사람이랑 똑같은 옷 입는 건 참을 수 없죠.”점원은 잠시 얼어붙었다가 황급히 대답했다.“아 네, 두 벌 6천만 원,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여름의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자신의 입을 마구 때려주고 싶었다. ‘아우 입방정! 으흑, 카드 한도가 그만큼 안 되면 어쩌지?’옆에서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지켜보는 진가은과 시아를 보며 여름은 기도했다. ‘돼라. 제발 결제돼라.’“아, 이건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환불이 안 되는데 괜찮으십니까?”점원이 말했다.여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안 그래도 조금 후에 와서 환불 할 생각이었다.채시아가 입을 가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혹시 다시 와서 환불하려던 거 아니지?”“그럴 리가!”여름은 웃기지도 않다는 듯 ‘흥!’하고는 덧붙였다.“그런 수준 낮은 짓 할 사람으로 보이니? 그리고 친한 척 내 이름 부르지 말아 줄래? 역겹거든.”그리고 점원을 재촉했다.“빨리 포장해 주시겠어요? 여기 너무 시끄럽네요.”“야!”채시아의 얼굴이 벌게졌다.진가은이 그런 채시아를 잡아당겼다.“관둬. 사라고 내버려 둬. 우린 옆에 명품 매장이나 구경 가자. 사실 여기 옷은 너무 저렴해서 우리 오빠는 싫어할 거야.”“하긴.”채시아는 눈치 빠르게 무슨 말인지 알아챘다. 잠시 뒤 여름이 카드에 돈이 없어 망신 당할 걸 생각하니 신이 났다.여름은 그들을 흘겨보고는 짐짓 태연한 척했다.결제가 끝나고 점원은 포장된 옷을 건넸다.“감사합니다. 영수증과 옷 포장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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