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또’야?’여름은 억울했다.‘내가 요즘 만날 집에서 밥만 했지 한 발자국도 안 나갔다고, 어?’“그냥 전에 같이 유학했던 선배랑 밥 한 끼 먹으려는 거예요.”최하준이 웃었다.“그러니까 이번엔 대학 동문이란 말이죠, 지난번엔 고등학교 동창들한테 당하더니.”“어쨌든, 그런 줄 아세요.”여름은 더 열 받고 싶지 않아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여름이 씩씩거리는 걸 보고 도재하는 궁금해졌다.“새 남친? 아니면 남편?”여름은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그럴 리가요, 제 룸메이트예요.”‘호적상으로 남편이긴 한데 그 사람은 절대 인정 안 하거든요. 유명무실이랄까.’도재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꼭 부부끼리 하는 대화 같아서.”“그, 그런가요?”여름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럴 리가, 최하준과는 늘 이런 식으로 대화했는데 같이 살다 보니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건가 싶었다.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할 얘기가 너무 많았다. 저녁을 9시까지 먹은 후 도재하는 컨피티움 입구까지 바래다줬다. “잊지 마, 내일 아침부터 출근이야. W팰리스 리모델링 건 오더 받은 게 있거든. 내일 가서 실측 좀 해줘.”“네!”여름은 손을 흔들다가 도재하가 탄 차가 떠나고 나서야 몸을 돌렸다.최하준이 계단 위에서 차갑게 쳐다보고 있었다. 품 안에는 졸린 눈의 지오가 늘어져 안겨 있었다.“선배라더니, 남자였습니까?” 최하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찌나 눈을 구겼는지 파리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오늘 자기 저녁 식사는 형편없었는데 여름이 남자랑 맛있는 거 먹으며 시시덕거렸을 걸 생각하니 왠지 모를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네, 학교 선배….”최하준이 말을 끊었다.“강여름 씨, 처음에 당신이 결혼하자고 한 겁니다. 경고하는데 아무리 계약 결혼이지만 행동 좀 주의해 주시죠. 와이프 바람 났단 소린 듣고 싶지 않습니다.”웃고 있던 여름의 얼굴이 굳어졌다.“뭘 그렇게 오버해요? 선배랑 밥 한 끼 먹은 거 가지고. 당신 눈에는 내가 그렇게 막돼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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