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1699 챕터

61화

윤서와 오랜만에 꽃게찜을 먹고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숨을 죽이고 눈치를 살피니 거실에 누군가 있었다. 여름은 차마 전등을 켜지 못했다.“참 일찍도 오십니다.” 침실 입구에 크고 다부진 몸매의 최하준이 불쑥 나타났다. 비꼬는 말투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여름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오늘 저지른 짓 때문에 제발 저리는 중이었다. ‘설마 육천만 원의 행방을 추궁하려고 지금까지 기다린 건 아니겠지?’ “쇼핑하다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최하준이 거실 전등을 켜고 여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손을 뻗었다. “뭐, 뭐 하는 거예요?” 여름 숨을 쉴 수도 꼼짝할 수도 없었다. 최하준의 그림자가 여름을 감싸니 숨도 쉴 수 없었다. 최하준의 뜨거운 검지 손가락이 입술에 닿자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이 사람… 설마 나한테?’ 최하준은 갑자기 놀리는 듯한 눈빛으로 검지를 다시 여름의 얼굴 앞으로 뻗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최하준의 손가락은 길고 섬세했다. 저 손가락이 나에게 닿으면…? 눈을 깜박이며 손가락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던 여름은 ‘이건가?’싶어 최하준의 손가락을 앙 깨물었다. 최하준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강렬하고 낯선 전류가 순식간에 온몸에 퍼지는 것 같았다. 최하준이 눈을 크게 뜨고 여름을 노려보았다. “뭐 하는 겁니까?”“깨물어 달라는 거 아니었어요?“여름이 입을 벌려 최하준의 손가락을 놓더니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아니 입술에 손끝을 대더니만 손가락을….”최하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 당최 여름의 뇌구조가 파악이 안 됐다.“강여름 씨, 대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여기 손끝에 기름 묻은 거 안 보입니까? 뭐 먹다 묻혀 놓고 제대로 닦지도 않고 말입니다.”여름은 귀까지 새빨개졌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당당하게 나가기로 했다. “남자 손가락이 뭐 그렇게 예쁘게 생겼어요? 눈 앞에 있으니 확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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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너무 비싼 걸 질러서 쭌이 당연히 화낼 줄 알았어요. 평소 입고 다니는 걸 보면 수수해 보여서요. 아하하, 오해하지 말아요. 나쁘다는 뜻은 아니니까. 튀지 않고 검소한 모습. 난 쭌의 이런 점이 특히 좋아요.”여름은 실수하지 않았나 조심스러워 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자존심을 건드린 건아닌지 걱정이 되었다.최하준은 어안이 벙벙했다. 여름은 최하준이 싸구려를 입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최하준은 잠시 혼란스러웠다.“명문가 출신인 줄 알았더니 아무것도 모르는군요?”‘뭐가 ‘테일러메이드 수제 양복’인지도 모르는 바보야, 난 원래 세상에 한 벌 뿐인 옷만 입는다고.’여름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됐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겠죠.”안됐다는 듯 여름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여름은 혼란스러웠다. ‘내 얼굴은 왜 꼬집고 머리는 또 왜 만지는 거야? 이런 건 애인한테나 하는 행동 아닌가?’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다음 날, 브라운색 싱글 수트를 입은 최하준을 보고 여름은 기절할 뻔했다. 그동안 최하준이 정장을 입은 모습은 많이 봐 왔지만, 자신이 직접 사다 준 옷을 입은 모습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더 친밀하고, 더 짜릿하고 더 황홀한 느낌이었다.지금 이 순간 만큼은 최하준이 진짜 남편처럼 느껴졌다.최하준이 힐끗 여름을 쳐다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여름의 얼굴 표정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기성복은 별로 내키지 않지만, 저렇게 좋아하니 가끔 입어줘야겠군.’현관문을 나서면서 갑자기 뭔가 생각 난 듯 최하준이 물었다.“어제 강여름 씨 옷은 안 샀습니까?”“안 샀어요. 사랑하는 남편 옷 사려고 나간 거라서.” 여름은 ‘사랑하는 남자의 옷을 직접 구매한 여자’의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야식 먹으러 나갔던 거 아닙니까?” 최하준이 피식 웃으며 뼈 때리는 말을 날렸다.“아잉~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오~”여름은 궁색함을 감추기 위해 잔뜩 애교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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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나만 취하고 쭌은 안 취하면?’혼란스러운 머리를 쥐 뜯고 있을 때 최하준에게서 전화가 왔다.“어딥니까?”“회사예요.”“주소 보내 봐요. 20분 후에 사무실 1층으로 데리러 갈게요. 생일 파티에 같이 가줘야겠습니다.”기회가 왔다.여름의 눈이 반짝였다. 다만 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우리 할머니 팔순 잔치에는 안 가겠다고 하면서 나는 왜 가야 하는데요?”“싫습니까? 그럼 됐습니다. 어디 다른 사람을….”최하준이 전화를 끊으려 하자 여름이 얼른 꼬리를 내렸다.“가요, 간다고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더니. 나 자기한테 완전히 졌어요!”말을 마치고 텀블러에 든 따뜻한 차 한 모금을 홀짝였다. 좀 직설적이긴 했지만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나 이런 거 너무 잘한단 말이야?’짧은 침묵 후 핸드폰 저쪽에서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최하준의 음성이 들렸다.“내 핸드폰 지금 차에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어서 다 들립니다. 옆에 이지훈 씨 앉아 있어요.”“풉!”당황한 나머지 입에 머금었던 차를 컴퓨터 모니터에 모두 뿜었다. 이어서 이지훈의 목소리가 들렸다.“제수씨, 쫌 하네요? 그렇게 안 봤는데 원래 이렇게 도발적이었구나. 어쩐지 우리 하준이가….”“바로 갑니다.”전화가 갑자기 뚝 끊겼다.여름은 창피해서 책상에 힘없이 엎어졌다. 비척비척 물건을 챙겨 계단을 내려오는데 이번엔 윤서의 전화다. “어떻게 됐어? 어젯밤에 남편하고 역사적인 밤을 만드셨나?”“아니. 오늘 저녁에 누구 생일 파티에 같이 가재. 오늘이 기회인 거 같은데 방법이 없네. 쭌은 저녁 약속이 있어도 한 번도 취한 걸 본 적이 없어.”여름이 한숨을 쉬었다. ‘인간이 너무 이성적이야.’“생일 파티?”윤서가 얼떨떨해서 되물었다.“지훈 씨 할아버지께서 팔순 잔치 가는 거 아냐? 나도 거기 가거든.”“쭌이 지훈 씨와 엄청 친한가 보네.”“차라리 잘 됐어. 오늘 밤에 하준 씨를 꽐라 만들자.”“…….”“꺄! 외숙모 프로젝트를 위해서 내가 오늘 기어코 그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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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여름의 생각이 점점 농후한 상상으로 확장되고 있을 때,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고개를 들다가 익숙한 사람의 실루엣에 놀라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만 하이힐을 신은 한쪽 발을 삐끗했다.여름이 휘청하는 순간, 최하준이 손을 뻗어 여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여름은 어느새 최하준의 품에 폭 안겨 있었다.평소 같았으면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 머릿속으로 최하준이 벗은 모습을 상상하던 찰나였다. 코끝이 최하준의 가슴에 닿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내가 그렇게 놀라게 했습니까?” 최하준이 눈썹을 치켜 뜨며 물었다.“아뇨. 정신줄을 잠시 놓고 있었나 봐요.”재빨리 품 안에서 벗어나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차에 타십시오.”최하준이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여름은 조수석에 누군가 앉아 있는 걸 보고 뒷좌석에 앉았다. 조금 전 연출했던 민망한 장면 때문에 누구인지 살펴보지도 못했다.“안녕?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요? 여러 번 빵빵거려도 못 들을 정도로?”이지훈이 웃는 얼굴로 여름을 살살 놀리고 있었다.“우리 하준이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니죠?”“맞아요. 이 사람 생각하고 있었어요.”‘어차피 다 들켜버린 거… 에라 모르겠다.’여름은 대충 얼버무리고 고개를 팍 숙여버렸다.앞자리에서 운전하던 최하준은 간질간질한 마음이 들어 눈을 들어 백미러로 여름을 보았다. 푹 숙인 머리카락 틈으로 보이는 빨개진 귀에 왠지 입이 말랐다.최하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이지훈이 “와우!”하고 탄성을 내지르며 가슴을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괜히 물어봐서 나만 상처받았네요. 그런데 하준이가 까칠하기가 이를 데 없고 성격은 또 얼마나 더럽게요. 대체 이 녀석 어디가 그렇게 좋습니까?”여름이 내심 박수를 쳤다. ‘지훈 씨 말이 백 번 맞아요.’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말했다.“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의 단점도 다 좋게 보인대요. 다정한 남자는 오히려 더 불안해서요. 저는 하준 씨 그런 점이 더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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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다른 남자의 벗은 몸을 본다고? 아, 열 받네. 도대체 창피한 것도 모르나?’최하준의 마음을 읽은 건지 이지훈이 반박했다.“너무 몰아붙이지 마. 제수씨가 다 널 위해 공부하는 걸 수도 있다고.”여름은 속으로 ‘그렇지, 그렇지’ 하며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필요해야 말이지. 써먹을 일이 없는데.”최하준이 냉랭하게 말하긴 했지만 내심 의기양양했다.‘그럴 일이 있으면 내가 다 알아서 할 건데, 굳이 자기가….’여름은 최하준의 속마음을 전혀 모고 있었다. 최하준이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생각에 급 실망하여 고개를 떨구었다.이지훈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여름을 돌아보았다. ‘남녀상열지사라고는 1도 모르는 녀석 같으니. ‘ 이지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30분쯤 달려 차가 멈췄다.여름이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렸다. ‘미라클VIP샵’여름도 들어는 봤다. 유명인들만이 드나든다는 동성시 최고의 스타일 샵이다. 최하준이 뒷좌석을 돌아보며 말했다.“일단 메이크업이랑 헤어 받아요. 나는 일을 좀 마무리하고 데리러 오겠습니다.”얼떨떨한 여름이 우물쭈물했다.“쭌, 동성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모르나 본데…, 여긴 최소한 한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하는 곳이에요.”“쭈~운?”이지훈이 박장대소했다. 최하준이 옆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어서 얼른 입을 꽉 다물었다. 이지훈이 얼른 말을 이었다.“우리가 있는데 무슨 예약이 필요해요? 올라가요. 내가 원장님께 얘기해 놨어요.”“와! 그렇군요.”여름이 감동한 눈빛으로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 씨가 재력가 집안인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확실히 ‘어나더레벨’이네.’2층으로 올라가자 원장이 직접 고객을 맞이했다. 직접 여름의 스타일링을 해준다고 했다.한 시간쯤 지나 최하준이 돌아왔다. 여름을 기다리며 잠시 소파에 앉아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VIP룸의 문이 열리고 여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이아몬드로 포인트를 준 아쿠아블루 롱드레스는 적당히 볼륨이 있는 여름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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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그래, 가능성이 있어.’생각을 바꾸니 더 이상 우울하지 않았다.화이트 색상 롱 드레스로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는데 뜻밖에 최하준이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쭌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 아니, 오늘 처음이었다.‘담배 피우는 모습도 멋지네. 잘생긴 남자는 뭘 해도 다 예뻐 보인다니까.”“쭌, 이 의상은 어때요?”여름이 최하준 곁으로 다가가서 살며시 소매를 잡아당겼다.아까보다 노출이 적어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청순한 요정 같은 모습이 오늘 밤 사람들 시선을 집중시킬 것이 뻔했다.최하준은 오늘 저녁 약속에 여름과 동행하고자 한 일을 후회했다.‘이 정도면 꽁꽁 숨겨둬야 할 판이로군.’“갑시다.”최하준이 담배를 끄고 앞장서서 걸어갔다.드레스가 길어서 들어 올리고 걷느라 여름의 걸음이 느렸다. 돌아보더니 최하준이 다가와 그대로 안아 올렸다. 여름은 저도 모르게 최하준의 목에 팔을 감았다. 날렵한 남자의 턱선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그 바람에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말이 그대로 튀어나왔다.“쭌, 처음 입었던 파란색 드레스 말이에요… 노출이 심해서 신경 쓰였어요?” 여름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갑자기 시간이 멈춘 듯 했다.최하준이 고개를 숙여 깊고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입에는 미소가 묻어 있었다.“혹시 낮술 했습니까? 아까부터 쭉 이상하네요.”여름이 자신의 혀를 깨물고 싶었다. ‘물어 본 내가 바보지.’최하준은 차 문을 열어 뒷좌석에 여름을 던져 넣으며 역시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답했다“명색이 내 와이프인데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웃음거리가 되고 싶진 않거든요.”여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내가 다시는 말 거나 봐라.’차는 이지훈의 집 정원으로 들어갔다. 오늘 밤 초대된 손님들이 무척 많았다. 고급 외제 차들이 즐비했다.TH그룹과 한주그룹 차는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아쉬움이 몰려왔다. ‘내가 외삼촌 팔짱을 끼고 있는 걸 보면 한선우가 아마 깜짝 놀라서 뒤집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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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지훈이 동생 이지솔 씨.”애교 섞인 목소리에 당황하여 최하준이 급히 소개했다.“누구신지? 누군데 오빠를 이렇게 친근하게 부르는 거죠?”이지솔이 언짢은 투로 말했다.“아, 안녕하세요. 저는 최하준 씨 여자 친구 강여름이라고 해요. 들어보셨을 거예요. 제가 이름이 좀 알려져서…..”최하준은 여름의 과감한 연기에 만족스러워서 입꼬리가 올라갔다.이지솔은 눈을 크게 떴다.‘뭐 이렇게 낯짝이 두꺼운 여자가 다 있어?’“하하, 그러시구나. 몰라봐서 미안해요. TH그룹의 바로 그 강여름 씨? 시골에서 올라 온 동생한테 상속권 싹 다 뺏기고 쫓겨난 그분? 우리 하준 오빠가 언제 이렇게 눈이 낮아졌는지 믿기지 않네요.”한꺼번에 여러 대 펀치를 맞은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솔리, 말조심해. 내 여자 친구야.”최하준이 낮지만 강한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이 여자는 오빠랑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이지솔이 하얗게 질려서 소리쳤다.“어디가 안 어울리죠? 딱 봐도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모르긴 몰라도 나중에 우리 애들도 아주 예쁠걸요.”여름이 지지 않고 응수했다.“흥, 머리도 유전이라던데.”이지솔이 입을 씰룩거리며 조롱했다.두 여자가 지지 않으려고 으르렁거리자 최하준은 골치가 아파졌다.“그만. 아직 할아버지께 인사도 못 드렸어. 너도 가봐야 하지 않아?”최하준은 이지솔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휙 몸을 돌려 여름을 데리고 연회장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걸어가는 내내 여름은 부루퉁한 얼굴이었다. 화가 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요즘 잘 먹고 잠도 잘 자더니 얼굴이 뽀얗게 살이 올랐군. 정말 사랑스러운걸.’최하준이 참지 못하고 여름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애가 어린 데다 응석받이로 자라서 그런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뭐야, 이지솔 편들어 주는 것처럼 들리는데?’“안심하세요. 당신의 '솔리'에 대해서 더는 신경 쓰지 않을 테니.”“이게 신경 쓰는 거 아니면 뭡니까?”최하준이 눈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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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좋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너! 하준 오빠한테서 당장 떨어져. 오빠는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이지솔이 도도한 태도로 공격했다.‘요것 봐라?’여름이 재미있다는 말투로 되물었다.“못 하겠다면? 우리 하준 씨는 너를 그쪽을 동생으로만 생각하던데?”“그런 거 상관없어. 하준 오빠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집안이 어느 정도 비슷해야 성사가 되지 이건 뭐 말이 안 되게 기울잖아. 뭐, 설사 네가 오빠 옆에 있다 해도. 잠깐 놀다 금방 싫증 낼걸? 오빠네 집에서 가만둘 거 같아? 너 같은 거 뼈도 못 추리고 쫓겨날 거다!”이지솔은 악담을 퍼붓고는 거들먹거리며 휙 가버렸다.기분이 상하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자신에게는 혼인증명서가 있지 않은가.연회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윤서와 만났다.“이게 바로 그거야. 내가 하준 씨 술 먹일 사람들을 좀 배치해 두긴 했는데, 만약 안 먹히면 이걸 써. 잊지 마. 두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나올 거야.”윤서가 여름의 손에 물건을 슬쩍 쥐여 주었다.아무리 생각해도 내키지 않았다.“혹시… 부작용이 생기는 건 아니지?”“안심해. 몸에 해로운 거 아니야. 절대로.”‘더 많이 더 오래 흥분하게 만들 뿐이지.’그러나 윤서는 뒷말을 속으로만 담아두고 입 밖에 내지 않았다.“나중에 알게 되면 화낼 텐데?”여름은 계속 꺼림칙했다. “화가 왜 나? 아침에 눈 떴는데 너처럼 예쁜 여자가 옆에 누워있으면 왜 화가 나겠어? 아마 더 좋아할걸? 최하준도 남자야!”윤서의 말에 마음이 동요했다.잠시 후, 최하준이 돌아왔다.그러나 연회장 입구에서 낯선 남자에게 붙잡혔다.“최하준 선생님이시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오래전부터 한번 뵙고 싶었어요. 제가 한 잔 드려도 될까요?”“많이 드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전부터 이런 사람들이 많아서 최대한 예의를 갖추면서 얼른 자리를 피했다. “제 손이 부끄럽네요. 딱 한 잔만 받아주세요.”“비키시죠!” 최하준이 참다 못해 뿌리치고 지나쳤다. 눈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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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망설이던 최하준이 고개를 숙이고 여름이 내민 음식을 받아먹었다.“아~아.”“…….”여름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손이 없나? 자꾸 나한테 먹여 달래?’하지만 찔리는 짓을 한 터라 한 접시를 착실하게 다 먹였다.배가 좀 찼는지 최하준이 몸을 일으켰다.“갑시다.”“지금 바로 가요?”‘저기요, 8시도 안 됐다고! 지금 이대로 가면 곧바로 날 의심할 텐데.’“네, 지금. 가기 싫으면 남아서 밤새고 노시던가.”어차피 할아버지께 여자친구를 보여주러 온 형식적인 자리이니 더 있을 필요가 없다. 더 있어 봤자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고집 부리는 것을 보고 여름은 할 수 없이 최하준을 따라 연회장을 나섰다.차에 탄 후 여름은 할아버지가 주셨던 돈 봉투를 건넸다.“넣어둬요.” 최하준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이렇게 많은 돈을… 제가 어떻게 받아요?”“그게 무슨 큰돈이라고….”최하준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저 미소, 내가 돈 없다고 조롱하는 거겠지?’여름은 고개를 떨궜다. 곧 있으면 몰아칠 사나운 비바람을 기다리며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컴피티움에 돌아오니 여름은 그제야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말없이 최하준의 상태를 살폈다. 불안했다.‘미안해요, 쭌. 앞으로 잘할게요. 오늘만 날 좀 봐줘요.’******최하준은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서재에서 화상회의를 시작했다.회의 중간에 갑자기 몸이 더워졌다. 자켓을 벗어도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변호사님, 괜찮습니까? 얼굴이 빨간데요….”회의에 참석한 직원이 최하준을 걱정해 주었다.“몸이 안 좋네요. 내일 다시 진행하시죠. 최영도 쪽은 바짝 주시해 주시고요.”컴퓨터를 껐다. 침실로 돌아와 차가운 물로 다시 샤워를 했지만 직감적으로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왜 이러지? 오늘 저녁에 내가 먹은 게 없는데?’잠깐, 아까 강여름이 준 음식을 먹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머리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이런.... 강여름이 감히?’‘탕!’하고 최하준이 욕실문을 걷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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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최하준의 얼굴이 잠시 악마처럼 보였다.‘이러지 말 걸!’“이런 더러운 짓을! 당신은 내 믿음을 짓밟았어!”가슴 안쪽에서 뜨거운 분노가 뿜어져 나왔다. 강여름이 왜 이런 짓을 했을까. 최하준이 가장 혐오하는 것이 다른 사람 술수에 놀아나는 것이었다.여름을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났지만, 막상 부드러운 피부에 손이 닿자 이성이 사라졌다. 최하준은 더 이상 억제할 수 없는 욕구에 여름을 침대 위로 던졌다.얇은 옷이 찢어져 버렸다. 최하준은 마지막 자제력을 짜내어 벌떡 일어났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샤워실로 뛰어들었다. 다시 샤워기를 틀었다.쏟아지는 물소리가 여름의 가슴을 힘껏 난도질했다.여름은 찢어진 옷을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멍한 눈빛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내가 싫어? 손도 대기 싫은 거야? 하긴, 원래 날 싫어했지.’잘못된 선택이었다.잘못되어도 너무 잘못되었다. ‘도대체 내가 뭐에 씌워서 그랬지?’******40분이 지났는데도 샤워실 물소리가 멈추지 않았다.혹시 사고가 나지 않았나 용기를 내어 샤워실 문을 두드렸다.“괜찮아요? 미안해요. 내가 좀 도와….”“입 다물어요. 죽어도 당신 같은 인간에게 닿고 싶지 않습니다.”욕실 문이 벌컥 열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젖은 최하준이 여름을 노려보았다. 욕망을 누르는 남자의 눈빛이 붉었다.여름은 경악하여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체 얼마나 먹인 겁니까!”극심한 분노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던 최하준이 여름을 샤워실 안으로 거칠게 끌고 들어갔다. 찬물을 세게 틀고 샤워기 아래에 여름을 집어 넣었다.차가운 물이 온몸에 쏟아지자 덜덜 떨렸다.숨이 막힐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그제서야 최하준이 여름을 놓아주었다. 최하준은 욕을 하며 문을 걷어찼다. 되는 대로 옷을 집어 걸치더니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여름은 허겁지겁 욕실을 빠져나가 쫓아갔지만 잡을 수 없었다.******밤 12시.이지훈은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 병원 침대에 누워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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