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남자의 벗은 몸을 본다고? 아, 열 받네. 도대체 창피한 것도 모르나?’최하준의 마음을 읽은 건지 이지훈이 반박했다.“너무 몰아붙이지 마. 제수씨가 다 널 위해 공부하는 걸 수도 있다고.”여름은 속으로 ‘그렇지, 그렇지’ 하며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필요해야 말이지. 써먹을 일이 없는데.”최하준이 냉랭하게 말하긴 했지만 내심 의기양양했다.‘그럴 일이 있으면 내가 다 알아서 할 건데, 굳이 자기가….’여름은 최하준의 속마음을 전혀 모고 있었다. 최하준이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생각에 급 실망하여 고개를 떨구었다.이지훈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여름을 돌아보았다. ‘남녀상열지사라고는 1도 모르는 녀석 같으니. ‘ 이지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30분쯤 달려 차가 멈췄다.여름이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렸다. ‘미라클VIP샵’여름도 들어는 봤다. 유명인들만이 드나든다는 동성시 최고의 스타일 샵이다. 최하준이 뒷좌석을 돌아보며 말했다.“일단 메이크업이랑 헤어 받아요. 나는 일을 좀 마무리하고 데리러 오겠습니다.”얼떨떨한 여름이 우물쭈물했다.“쭌, 동성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모르나 본데…, 여긴 최소한 한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하는 곳이에요.”“쭈~운?”이지훈이 박장대소했다. 최하준이 옆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어서 얼른 입을 꽉 다물었다. 이지훈이 얼른 말을 이었다.“우리가 있는데 무슨 예약이 필요해요? 올라가요. 내가 원장님께 얘기해 놨어요.”“와! 그렇군요.”여름이 감동한 눈빛으로 이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 씨가 재력가 집안인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확실히 ‘어나더레벨’이네.’2층으로 올라가자 원장이 직접 고객을 맞이했다. 직접 여름의 스타일링을 해준다고 했다.한 시간쯤 지나 최하준이 돌아왔다. 여름을 기다리며 잠시 소파에 앉아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VIP룸의 문이 열리고 여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이아몬드로 포인트를 준 아쿠아블루 롱드레스는 적당히 볼륨이 있는 여름의 몸
‘그래, 가능성이 있어.’생각을 바꾸니 더 이상 우울하지 않았다.화이트 색상 롱 드레스로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는데 뜻밖에 최하준이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쭌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 아니, 오늘 처음이었다.‘담배 피우는 모습도 멋지네. 잘생긴 남자는 뭘 해도 다 예뻐 보인다니까.”“쭌, 이 의상은 어때요?”여름이 최하준 곁으로 다가가서 살며시 소매를 잡아당겼다.아까보다 노출이 적어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청순한 요정 같은 모습이 오늘 밤 사람들 시선을 집중시킬 것이 뻔했다.최하준은 오늘 저녁 약속에 여름과 동행하고자 한 일을 후회했다.‘이 정도면 꽁꽁 숨겨둬야 할 판이로군.’“갑시다.”최하준이 담배를 끄고 앞장서서 걸어갔다.드레스가 길어서 들어 올리고 걷느라 여름의 걸음이 느렸다. 돌아보더니 최하준이 다가와 그대로 안아 올렸다. 여름은 저도 모르게 최하준의 목에 팔을 감았다. 날렵한 남자의 턱선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그 바람에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말이 그대로 튀어나왔다.“쭌, 처음 입었던 파란색 드레스 말이에요… 노출이 심해서 신경 쓰였어요?” 여름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갑자기 시간이 멈춘 듯 했다.최하준이 고개를 숙여 깊고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입에는 미소가 묻어 있었다.“혹시 낮술 했습니까? 아까부터 쭉 이상하네요.”여름이 자신의 혀를 깨물고 싶었다. ‘물어 본 내가 바보지.’최하준은 차 문을 열어 뒷좌석에 여름을 던져 넣으며 역시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답했다“명색이 내 와이프인데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웃음거리가 되고 싶진 않거든요.”여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내가 다시는 말 거나 봐라.’차는 이지훈의 집 정원으로 들어갔다. 오늘 밤 초대된 손님들이 무척 많았다. 고급 외제 차들이 즐비했다.TH그룹과 한주그룹 차는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아쉬움이 몰려왔다. ‘내가 외삼촌 팔짱을 끼고 있는 걸 보면 한선우가 아마 깜짝 놀라서 뒤집어질
“지훈이 동생 이지솔 씨.”애교 섞인 목소리에 당황하여 최하준이 급히 소개했다.“누구신지? 누군데 오빠를 이렇게 친근하게 부르는 거죠?”이지솔이 언짢은 투로 말했다.“아, 안녕하세요. 저는 최하준 씨 여자 친구 강여름이라고 해요. 들어보셨을 거예요. 제가 이름이 좀 알려져서…..”최하준은 여름의 과감한 연기에 만족스러워서 입꼬리가 올라갔다.이지솔은 눈을 크게 떴다.‘뭐 이렇게 낯짝이 두꺼운 여자가 다 있어?’“하하, 그러시구나. 몰라봐서 미안해요. TH그룹의 바로 그 강여름 씨? 시골에서 올라 온 동생한테 상속권 싹 다 뺏기고 쫓겨난 그분? 우리 하준 오빠가 언제 이렇게 눈이 낮아졌는지 믿기지 않네요.”한꺼번에 여러 대 펀치를 맞은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솔리, 말조심해. 내 여자 친구야.”최하준이 낮지만 강한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이 여자는 오빠랑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이지솔이 하얗게 질려서 소리쳤다.“어디가 안 어울리죠? 딱 봐도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모르긴 몰라도 나중에 우리 애들도 아주 예쁠걸요.”여름이 지지 않고 응수했다.“흥, 머리도 유전이라던데.”이지솔이 입을 씰룩거리며 조롱했다.두 여자가 지지 않으려고 으르렁거리자 최하준은 골치가 아파졌다.“그만. 아직 할아버지께 인사도 못 드렸어. 너도 가봐야 하지 않아?”최하준은 이지솔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휙 몸을 돌려 여름을 데리고 연회장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걸어가는 내내 여름은 부루퉁한 얼굴이었다. 화가 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요즘 잘 먹고 잠도 잘 자더니 얼굴이 뽀얗게 살이 올랐군. 정말 사랑스러운걸.’최하준이 참지 못하고 여름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애가 어린 데다 응석받이로 자라서 그런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뭐야, 이지솔 편들어 주는 것처럼 들리는데?’“안심하세요. 당신의 '솔리'에 대해서 더는 신경 쓰지 않을 테니.”“이게 신경 쓰는 거 아니면 뭡니까?”최하준이 눈썹을
“좋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너! 하준 오빠한테서 당장 떨어져. 오빠는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이지솔이 도도한 태도로 공격했다.‘요것 봐라?’여름이 재미있다는 말투로 되물었다.“못 하겠다면? 우리 하준 씨는 너를 그쪽을 동생으로만 생각하던데?”“그런 거 상관없어. 하준 오빠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집안이 어느 정도 비슷해야 성사가 되지 이건 뭐 말이 안 되게 기울잖아. 뭐, 설사 네가 오빠 옆에 있다 해도. 잠깐 놀다 금방 싫증 낼걸? 오빠네 집에서 가만둘 거 같아? 너 같은 거 뼈도 못 추리고 쫓겨날 거다!”이지솔은 악담을 퍼붓고는 거들먹거리며 휙 가버렸다.기분이 상하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자신에게는 혼인증명서가 있지 않은가.연회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윤서와 만났다.“이게 바로 그거야. 내가 하준 씨 술 먹일 사람들을 좀 배치해 두긴 했는데, 만약 안 먹히면 이걸 써. 잊지 마. 두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나올 거야.”윤서가 여름의 손에 물건을 슬쩍 쥐여 주었다.아무리 생각해도 내키지 않았다.“혹시… 부작용이 생기는 건 아니지?”“안심해. 몸에 해로운 거 아니야. 절대로.”‘더 많이 더 오래 흥분하게 만들 뿐이지.’그러나 윤서는 뒷말을 속으로만 담아두고 입 밖에 내지 않았다.“나중에 알게 되면 화낼 텐데?”여름은 계속 꺼림칙했다. “화가 왜 나? 아침에 눈 떴는데 너처럼 예쁜 여자가 옆에 누워있으면 왜 화가 나겠어? 아마 더 좋아할걸? 최하준도 남자야!”윤서의 말에 마음이 동요했다.잠시 후, 최하준이 돌아왔다.그러나 연회장 입구에서 낯선 남자에게 붙잡혔다.“최하준 선생님이시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오래전부터 한번 뵙고 싶었어요. 제가 한 잔 드려도 될까요?”“많이 드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전부터 이런 사람들이 많아서 최대한 예의를 갖추면서 얼른 자리를 피했다. “제 손이 부끄럽네요. 딱 한 잔만 받아주세요.”“비키시죠!” 최하준이 참다 못해 뿌리치고 지나쳤다. 눈빛은
망설이던 최하준이 고개를 숙이고 여름이 내민 음식을 받아먹었다.“아~아.”“…….”여름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손이 없나? 자꾸 나한테 먹여 달래?’하지만 찔리는 짓을 한 터라 한 접시를 착실하게 다 먹였다.배가 좀 찼는지 최하준이 몸을 일으켰다.“갑시다.”“지금 바로 가요?”‘저기요, 8시도 안 됐다고! 지금 이대로 가면 곧바로 날 의심할 텐데.’“네, 지금. 가기 싫으면 남아서 밤새고 노시던가.”어차피 할아버지께 여자친구를 보여주러 온 형식적인 자리이니 더 있을 필요가 없다. 더 있어 봤자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고집 부리는 것을 보고 여름은 할 수 없이 최하준을 따라 연회장을 나섰다.차에 탄 후 여름은 할아버지가 주셨던 돈 봉투를 건넸다.“넣어둬요.” 최하준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이렇게 많은 돈을… 제가 어떻게 받아요?”“그게 무슨 큰돈이라고….”최하준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저 미소, 내가 돈 없다고 조롱하는 거겠지?’여름은 고개를 떨궜다. 곧 있으면 몰아칠 사나운 비바람을 기다리며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컴피티움에 돌아오니 여름은 그제야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말없이 최하준의 상태를 살폈다. 불안했다.‘미안해요, 쭌. 앞으로 잘할게요. 오늘만 날 좀 봐줘요.’******최하준은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서재에서 화상회의를 시작했다.회의 중간에 갑자기 몸이 더워졌다. 자켓을 벗어도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변호사님, 괜찮습니까? 얼굴이 빨간데요….”회의에 참석한 직원이 최하준을 걱정해 주었다.“몸이 안 좋네요. 내일 다시 진행하시죠. 최영도 쪽은 바짝 주시해 주시고요.”컴퓨터를 껐다. 침실로 돌아와 차가운 물로 다시 샤워를 했지만 직감적으로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왜 이러지? 오늘 저녁에 내가 먹은 게 없는데?’잠깐, 아까 강여름이 준 음식을 먹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머리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이런.... 강여름이 감히?’‘탕!’하고 최하준이 욕실문을 걷어차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최하준의 얼굴이 잠시 악마처럼 보였다.‘이러지 말 걸!’“이런 더러운 짓을! 당신은 내 믿음을 짓밟았어!”가슴 안쪽에서 뜨거운 분노가 뿜어져 나왔다. 강여름이 왜 이런 짓을 했을까. 최하준이 가장 혐오하는 것이 다른 사람 술수에 놀아나는 것이었다.여름을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났지만, 막상 부드러운 피부에 손이 닿자 이성이 사라졌다. 최하준은 더 이상 억제할 수 없는 욕구에 여름을 침대 위로 던졌다.얇은 옷이 찢어져 버렸다. 최하준은 마지막 자제력을 짜내어 벌떡 일어났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샤워실로 뛰어들었다. 다시 샤워기를 틀었다.쏟아지는 물소리가 여름의 가슴을 힘껏 난도질했다.여름은 찢어진 옷을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멍한 눈빛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내가 싫어? 손도 대기 싫은 거야? 하긴, 원래 날 싫어했지.’잘못된 선택이었다.잘못되어도 너무 잘못되었다. ‘도대체 내가 뭐에 씌워서 그랬지?’******40분이 지났는데도 샤워실 물소리가 멈추지 않았다.혹시 사고가 나지 않았나 용기를 내어 샤워실 문을 두드렸다.“괜찮아요? 미안해요. 내가 좀 도와….”“입 다물어요. 죽어도 당신 같은 인간에게 닿고 싶지 않습니다.”욕실 문이 벌컥 열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젖은 최하준이 여름을 노려보았다. 욕망을 누르는 남자의 눈빛이 붉었다.여름은 경악하여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체 얼마나 먹인 겁니까!”극심한 분노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던 최하준이 여름을 샤워실 안으로 거칠게 끌고 들어갔다. 찬물을 세게 틀고 샤워기 아래에 여름을 집어 넣었다.차가운 물이 온몸에 쏟아지자 덜덜 떨렸다.숨이 막힐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그제서야 최하준이 여름을 놓아주었다. 최하준은 욕을 하며 문을 걷어찼다. 되는 대로 옷을 집어 걸치더니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여름은 허겁지겁 욕실을 빠져나가 쫓아갔지만 잡을 수 없었다.******밤 12시.이지훈은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 병원 침대에 누워서 수
이지훈이 눈썹을 올리며 은근하게 물었다.“그렇게 오래 같이 살았는데 진짜 감정이 하나도 안 생겼다고?“감정?”최하준이 비웃었다.“너는 주방에 일해 주시는 분하고도 감정이 생기더냐? 예전 같으면 참아줄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이대로 못 참아.”이지훈이 에라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아니면, 뭔가 방법을 강구해 보든지. 밖을 못나오게 한다거나.”최하준은 입가가 굳어지면서 과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안 그래도 호시탐탐 날 덮칠 기회만 노리는데 그랬다가는 아주 미쳐버릴걸. 문이란 문은 다 부숴버릴지도 모르지.”“…….”이지훈은 그 장면을 잠시 상상하더니 부르르 몸을 떨었다.“나 좀 가만 내버려 두라고. 물이나 좀 줘.”최하준은 다시 입이 마르는 것 같았다.******새벽 4시, 수액을 다 맞고 나자 겨우 열이 내려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집에 들어서자 여름이 소파에서 자는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푹 잠이 들어 있었다.‘혼자서 자면 무서워서 악몽을 꾸느니 어쩌니 하더니 혼자서 잘만 자네.전부 거짓말이었던 거야.‘나는 오밤중에 병원에 가게 만들고 저는 집에서 편히 잤단 말이지.’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소파로 다가갔다.“좀 일어나 보시죠.”여름이 흠칫 놀라며 일어나 앉았다. 최하준이 사신 같은 목소리로 맞은편 소파에서 말하는 모습을 보았다.여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언제 왔어요? 이, 이제 좀 괜찮아요?”“덕분에 밤새 병원에서 치료 받고 왔습니다.”어젯밤 상황이 다시 떠오르니 더욱 모욕적으로 느껴졌다.“내 평생 당신하고 혼인신고 한 게 가장 후회스럽습니다. 그 집에 갇혀있을 때도 구하러 가는 게 아니었다 싶군요.”여름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화가 날 만했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앞으로는 주의할게요.”“앞으로?”최하준이 여름의 어깨를 움켜쥐었다.“우리 사이에 ‘앞으로’가 있을 것 같습니까? 보기만 해도 역겹습니다. 더러워요!”최하준의 말에 독기가 서려 있었다. 여름의 눈시울이
“오버 하지 마.”여름은 쓴웃음을 지으며 윤서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윤서가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미안해.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었나 봐.”“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었어. 게다가 난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잖아. 결혼해서 선우 오빠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닐까?”여름은 이제 막막해졌다.윤서가 한숨을 쉬었다.“기왕 이렇게 된 거, 어쩌겠어? 이제 와서 다 때려치우고 이혼이라도 하게?”여름은 아무 말이 없었다.‘그래, 이혼해야 하는 거 아닐까?’전화를 끊고 침대에서 기어 나왔다. 최하준은 나가고 안방 문이 열려있었다.여름은 한숨을 쉬었다. 그 일이 벌어지고 나서부터 최하준은 완전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여름을 답답하게 했다.대충 라면을 먹고 났는데 도재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양 대표네 별장 투시도 나왔니?”“다 됐어요.”“그렇구나. 그러면 네가 도면이랑 투시도 가지고 진영그룹으로 한 번 방문해 줄래? 양 대표가 쪼더라고.”“그럴게요.”서둘러야 한다. 급히 옷을 입으면서 네비에 진영그룹을 검색했다.******진영그룹 사무실은 동성 그린생태지구에 있었다. 주변에는 높은 건물들이 즐비했다.프런트로 가서 방문 이유를 설명하자 곧장 올라가라는 안내를 받았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옆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 내렸다. 뒷모습을 보니 한선우의 어머니 양수영이였다.양수영은 여름을 보지 못한 채 백을 들고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이때 ‘띵’하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여름은 정신을 차리고 엘리베이터로 걸어 들어갔다. 이상했다.지난번에는 W팰리스에서 한선우를 만났는데 이번에는 양수영을 만나다니 너무 공교로웠다.‘잠깐, 여기 대표도 양 씨인데 혹시 오빠네 어머님과 친척 아닌가?’전에 대단한 친척이 있다고 한선우가 자랑한 적도 있었다.머리에 찌르는 듯한 두통이 왔다. 갑자기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여름은 회장실로 들어갔다.양유진이 손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