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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651 - Chapter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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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화

하준은 여름을 쳐다봤다. 분명 졌는데도 어린애 같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렸다.침을 꿀꺽 삼켰다. 무의식적으로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여름의 입가에 붙어 있던 국수를 덥석 물었다.이때 하준의 입술이 여름의 입술에 부딪혔다. 순간적으로 여름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기다란 속눈썹이 빠르게 하준의 볼을 스쳤다. 맑은 여름의 눈에서는 별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그 순간 갑자기 하준의 머릿속에서 버티고 있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여름의 뒷목을 잡아당겨 다시 그 입술을 맛보고 싶었다.그러나 밖에서 벨소리가 다급하게 울려왔따.여름은 머뭇거리다가 하준을 와락 밀어냈다. 뽀얗던 볼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여름은 하준을 한번 노려보고는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이주혁의 훤칠한 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이주혁의 시선이 순시간에 여름의 입술로 향했다. 다들 유경험자다 보니 바로 눈치챘다. 두통이 몰려왔다.“당신 찾으러 왔네. 제발 둘 다 빨리 좀 가주라. 또 내가 당신을 유혹했다는 소리 따위 듣고 싶지 않으니까.”여름이 하준을 돌아보며 비웃더니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가버렸다.이주혁이 걸어 들어왔다. 하준이 그를 보더니 그 흠잡을 것 없는 얼굴을 확 구겼다.이주혁이 이렇게 눈에 거슬렸던 적이 없었다.‘방금 주혁이 자식이 방해만 하지 않았어도 지금쯤 여름에게….”그런 생각이 강렬하게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순가 두통이 일어나며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정자가 뇌로 들어갔나, 내가 대체 왜 이러지?’“보아 하니 내가 이미 한 발 늦었군.”이주혁이 살짝 인상을 썼다.“네가 여긴 웬 일이야?”하준은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설마 지안이가….”“걘 아직 몰라. 가자.”이주혁이 돌아서서 먼저 나갔다.하준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여름을 한 번 돌아보았다. 뭔가 한 마디 건네려다가 백지안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서 그대로 이주혁을 따라 나갔다.문이 닫혔다.여름은 수도를 잠궜다.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1층.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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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화

하준은 입을 다물었다. 사실 정신이 들고 나서 그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러나 당시 하준의 머릿속에는 온통 강여름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 뿐 병원 같은 건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았다.“너… 아직 강여름에게 미련있는 거 아니냐?”이주혁의 말에 하준은 펄쩍 뛰었다.“말도 안 돼. 내 마음속에는 지안이 뿐이라고.”“사랑한다면서 지안이는 건드리지도 못하잖아.”이주혁이 이상하다는 듯 눈썹을 세웠다.“하준아, 넌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드냐? 지난번에 자동차 사고 때도 너 강여름이 도재하랑 있는 거 보고 너 질투 나서 입이 막 나오던데.”“내가 질투를 한다고?”하준은 펄쩍 뛰었따.“아니거든! 아직 법적인 와이프가 바람날까봐 그런 거라고.”“정말 마음속에 강여름이 없는 게 확실해? 그럼 어젯밤에 걔랑 같이 있으면서 누구 생각했는데?”이주혁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하준의 얇은 입술이 살짝 꿈틀했다.돌이켜 생각해보니 어젯밤은 모든 것이 하나하나 다 만족스러웠다. 백지안과 있을 때는 전혀 느낄 수 없던 감정이었다.심지어 방금 국수를 먹을 때는 별안간 키스를 할 마음까지 들지 않았던가!“정말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하준은 이 모순된 감정에 혼란스러웠다.감정의 문제에 있어서 하준은 내내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었다. 지안을 사랑하고 강여름은 증오했다.그러나 이제는 자기 스스로도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하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이주혁은 걱정스럽게 미간을 좁혔다.“잘 생각해. 내가 강여름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두 여자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잖아.”이주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송영식에게서 전화가 왔다.“주혁아, 하준이 찾았냐? 나 지금 막 동성에 착륙했다.”이주혁은 시계를 봤다. 이제 겨우 8시 반이었다.“야, 너 거기서 비행기로 7~8시간은 걸렸을 텐데 어제 전화 받고 그냥 바로 비행기 탄 거야?”“장난하냐? 어제 너는 전화도 안 받지. 나도 없으면 하준이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닐지 어떻게 알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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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화

출군하려고 막 문을 열던 여름은 산발을 하고 미친 듯이 달려드는 백지안과 마주하게 되었다.“강여름! 이 뻔뻔한 년! 남의 남자를 뺏어가!”백지안은 욕을 하며 여름에게 마구 주먹을 날렸다.그러나 여름이 맞기는커녕 백지안이 넘어지면서 여름이 들고 있던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 부딪히며 오물만 뒤집어 쓰고 말았다.“가지고 싶으면 가져라.”여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남아있던 쓰레기를 마저 백지안에게 쏟았다. 갑자기 과일 껍질이며 계란껍질 등이 몽땅 백지안이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렸다.음식물 쓰레기의 악취에 백지안은 구역질이 올라왔다.백지안은 신경질적으로 머리에 있던 오물을 걷어 치우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바탕 토하고 말았다.“토하기는. 그거 다 최하준이 어제 내 집에서 이것저것 먹는 바람에 나온 쓰레기인 걸.”여름은 팔짱을 끼고 빙긋 웃으며 확실 사살했다.3년 전 백지안은 자기 손으로 강여름을 지옥 불구덩이로 밀어 넣었다.강여름의 친구, 가족이 모두 백지안의 손에 파괴되었다. 그런데도 백지안은 보란 듯 잘 살고 있었다.밤이고 낮이고 뉴스에 올라오는 백지안과 최하준의 모습을 보며서 여름은 너무나 백지안을 부셔놓고 싶었다.이제 그렇게 망가진 백지안을 보고 있자니 여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쾌함이 느껴졌다.그렇게 백지안이 분노에 날뛰며 실성한 모습을 보려고 어젯밤 억지로 참아낸 것이었다.그런 더러운 인간, 사실 보기만해도 토 나올 지경이었는데도….“아악! 이 나쁜 년! 죽여버리겠어!”백지안은 충격에 미친 듯 달려들었다.그러나 여름은 가볍게 옆으로 피하면서 백지안을 툭 쳤다. 그 바람에 백지안의 얼굴이 다시 바닥의 음식물 쓰레기에 처박혔다.그 모습을 보니 여름은 가슴이 뻥 뚫리는 것만 같았다.“넌 아직도 내가 3년 전의 강여름으로 보이니? 백지안, 3년 전 네게 당한 고통을 나는 뼈에 새겨두었어.”“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준이 사랑하는 건 나라고!”백지안이 힘겹게 일어났다. 이미 힘으로는 여름이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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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4화

순간 백지안은 피를 뿜을 뻔했다. 속에서 올라오는 불길에 눈에 핏발까지 섰다.“이 뻔뻔한 게! 하준이는 내 거야!”백지안이 다시 여름의 얼굴에 상처를 내려고 손톱을 세우고 미친듯 달려들었다.여름은 가볍게 피하면서 코를 막았다.“어머, 미안. 최하준은 내 남편이거든. 그리고 나 건드리지 마라. 너 너무 냄새난다.”여름은 말을 마치더니 싫다는 표정을 하며 복도에서 비명을 질러대는 백지안을 두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그러나 백지안은 곧 정신을 차리고 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안아, 너 강여름을 찾아간 거야?”백지안은 멍하니 있다가 곧 정신을 차리더니 우는 척했다.“준, 미안해. 내가 강여름의 집을 찾아달라고 사람을 보냈었어. 오늘 와보니까 네가 이 단지에서 나오더라. 네가 날 속이다니 너무 마음이 아파서 미칠 것 같더라고.”백지안의 우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하준은 옆 이마가 벌떡벌떡했다.솔직히 막 여름이 보낸 녹음을 하준은 기함을 했다. 그 온화하고 배려심 깊은 백지안이 이렇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무서운 말을 쏟아 놓다니….하준은 전에 강여름과 백지안이 만났을 때도 백지안이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아침에 한 거짓말이 이미 백지안에게 들통났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었다.“왜 나한테 바로 말하지 않았어?”하준이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난… 널 잃을까 봐 두려워.백지안이 고통스럽게 말했다.“준, 나 지금 너무 냄새나고 더러워. 강여름이 나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쏟아 부었거든. 그러고 마구 발로 차면서 내게서 널 빼앗아 가겠대. 나 좀 데리러 와.”“그래, 내가 지금 바로 갈게.”하준은 벌떡 일어나 차를 몰고 성운빌로 달렸다.입구에 도착하자 백지안이 바로 울면서 하준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입고 있는 옷은 어제와 같았지만 몸에서 온갖 음식물 쓰레기 악취가 배어 나와 구역질이 났다.하준은 순간적으로 화가 올라왔다.‘강여름, 이건 너무 하잖아!’“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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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화

건너 편의 사람이 곧 웃었다.“아오, 드디어 곽철규 자식 꽁무니 안 따라다녀도 됩니까?”“하루 휴가라고 생각해.”오후 5시 여름이 책상을 정리하고 나가려는데 밖에서 소란스럽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쾅 하더니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최하준이 노기를 띠고 뛰어들었다.뒤로 경비 몇 명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데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괜찮아요. 나가 보세요.”여름이 손을 휘휘 저었다. 하준은 실력은 여름이 잘 알았다. 그 정도 실력을 갖춘 상대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사실 얼마 안 된다.여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준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여름의 옷깃을 잡았다. 여름은 종잇장처럼 끌려갔다. 하준의 목소리와 표정에는 온통 노기가 서려있었다.“강여름, 간이 부었군. 감히 지안이를 때려? 내 경고를 잊었나 보군. 왜 자꾸 지안이를 건드리면서 선을 넘는 거야?”여름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외로 꼬았다.“내가 녹음 파일 보내줬잖아. 먼저 찾아온 건 그쪽이거든.”“아무리 그래도 음식물 쓰레기를 사람한테 붓고 손찌검하는 건 아니지.”하준은 퉁퉁 부어 있던 백지안의 얼굴을 생각하니 자기 손으로 모두 강여름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여름에게 다가서서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어쩐 일인지 차마 손을 댈 수가 없었다.“내가 백지안 얼굴을 때렸다고?”여름은 곧 무슨 일인지 눈치 챘다.‘백지안 답군. 역시 전투력 만땅이야.’“모르는 척 하지 마. 당신 같이 더러운 인간에게 내 손 대기도 싫으니 스스로 있는 힘껏 따귀를 때리도록 해.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시킬 거야.”하준이 경고했다.여름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만히 내리 누르며 부인했다.“난 얼굴 때린 적 없어.”“당신이 때린 게 아니면 걔 얼굴이 왜 그 모양이 돼?”하준이 싸늘하게 물었다.“어젯밤 지내면서 당신에 대해서 좀 호감이 생기려고 했는데 이렇게 악독한 사람일 줄이야.”“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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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화

“내가 백지안을 다치게 했다는데, 애초에 당신이 당신 몸 컨트롤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잖아? 내가 전에는 어쩌다가 이런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사사건건 남 핑계나 대고, 부끄럽지도 않아?”하준은 화가 나서 터질 지경이었다.자신을 이렇게 모욕한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자신이 여름을 손봐주겠다고 와서는 결과적으로는 여름에게 중요 부위를 잡히면서 하준은 시작부터 되레 고통만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앞으로 몸뚱이 간수 잘 해! 당신 여자랑! 툭하면 나 찾아오지 말고. 그러면 세상 평화롭고 얼마나 좋아.”여름은 하준을 와락 밀치더니 핸드백을 들고 나가 버렸다.“거기 서, 강여름!”문이 확 열렸다. 입구에는 경비, 비서, 사원들이 서 있었다. 사무실에서는 고통에 찬 하준의 비명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다들 빵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다들 강여름의 카리스마에 완전히 반하고 말았다.강여름이 돌아도 보지 않고 나가 버리자 다들 그 모습에 감탄해 마지 않았다.----10분 뒤, 하준이 비틀거리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기다리던 상혁이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회장님, 대체….”“빨리 차나 가져 와. 병원 가야겠어. 비뇨기과….”하준이 이를 악 물고 간신히 말했다.‘만약에 불구가 됐으면 내가….강여름에게 물어내라고 해야지.’상혁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강여름 씨를 손 봐주러 간다고 하지 않으셨던가? 어쩌다가 자기가 당하고 나오신 거야?’----5시 반.여름이 몰고 온 스포츠카가 어느 큰 건물 앞에 멈췄다.5분도 안 되서 검은 외투를 입은 건장한 남자가 다가왔다.스물 남짓한 젊은이로 깔끔하게 다듬은 머리에 귀에는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딱 봐도 나쁜 남자 스타일이었다.“누님, 오늘은 제가 뭔 나쁜 짓을 해드리면 되겠습니까?”육민관이 사악하게 씩 웃었다.“사람 좀 때리자.”그렇게 말하면서 여름은 무릎을 문질렀다.“무릎은 왜 그러세요?”여름이 육민관의 두 다리 사이를 흘끗 보고는 눈썹을 치켜 세웠다.“더러운 걸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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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화

육민관이 한탄했다.“누님, 백지안이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만나고 다녔는데.. 제가 남자라면 그런 여자 못 참습니다. 최하준은 그런데도 백지안을 받아주다니 정말 비위 하나는 존경합니다. 어쨌거나 백지안도 참 대단하긴 하죠. 우하준 좌철규라니….”“됐어. 그만 떠들어라.”여름이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괴로워하지 마십쇼. 쓰레기 같은 놈 아닙니까?”여름이 괴로워 하는 줄 알고 육민관이 한 마디했다.“뭐래? 듣자니 토 나와서 그런다. 어제 그 쓰레기 같은 놈이랑 뽀뽀를 했다니까. 넌 가서 사후 피임약이나 좀 구해 와라.”여름이 현금을 내밀었다.육민관은 눈을 끔뻑이더니 슬금슬금 옆으로 자리를 피했다.“뭐야?”여름이 물었다.“아니, 누님. 곽철규 사생활 문란한 거 아시잖아요. 병이 있을 수도 있는데 백지안이랑 곽철규, 최하준이랑 백지안, 누님과 최하준….”육민관이 복잡한 얼굴이 됐다.“조심하시라고요.”“……”여름은 욕지기가 올라왔다. 서경주가 기다리고 있지만 않았다면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 검사를 하고 싶었다.“일 끝나면 바로 병원으로 가자. 검사해 봐야겠다.”----40분 뒤.차는 벨레스 별장에 도착했다.여름이 들어갔을 때 비서 감유한이 서경주에게 회사 사정을 보고하고 있었다.“최근 저희 회사 브랜드 평판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신 쪽에서는 벨레스와 여러 가지 협력 프로젝트를 종료했고요. 이사들이 걱정하면서 서경주와 서유인이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서경주가 비웃었다.서유인 부녀가 벨레스로 돌아올 면목이 있나? 사람들 웃음거리만 될 뿐이야.”“이사진은 해외 파트를 서유인 부녀에게 떼어주고 배후 책임자로 두면 마음이 편하겠다는 겁니다. 벨레스도 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갈 수 있고요."“자네 생각은 어떤데?”서경주가 감유한을 보고 물었다.감유한이 난처한 듯 웃었다.“왜 저에게 물어보십니까? 저는 일개 비서일 뿐인 걸요.”“그런가요? 아무리 봐도 그냥 단순한 비서 같진 않은데….”여름이 다가왔다.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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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화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감유한은 침착한 척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제가 회장님을 수행한지 십 년이 넘도록 언제나 충성을 다했는데요.”“그러네요, 10년이군요”여름이 끄덕였다.“그 10년 동안 비서 월급이 350만원에 연말이면 아버지께서 보너스로 2천 만원씩은 따로 챙겨 주셨죠. 거기에 집과 차까지 제공해 주시고. 애들 둘은 최고의 학부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시고. 그랬는데 그걸 이렇게 갚으시는군요. 부인하고 싶으면 하세요. 하지만 감유한 씨가 독을 넣는 장면은 집안 곳곳에 숨겨뒀던 CCTV에 선명하게 다 잡혔거든요. 모르셨나 본데 온데 감유한 씨 모르게 CCTV를 설치해 놨었어요.”그렇게 말하면서 여름이 거실 장식장에서 소형 카메라를 하나 꺼냈다.감유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다시 기회를 드리죠. 누가 시켰습니까?”여름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아… 아무도 시킨 사람 없습니다. 제가 한 짓입니다.”감유한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아무래도 보수가 적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장님께 원한을 품었습니다.”“내가 월급이며 보너스에 이것저것 그렇게 챙겨줬는데 그게 적다니.”서경주는 가슴을 부여잡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아버지,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원래 말 타면 마구 잡히고 싶다고, 사람 마음이 다 그런 거 잖아요.”여름이 육민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데려가, 알아서 처리해.”“뭐, 뭘 하시려는 겁니까?”팔을 잡은 육민관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감유한은 사색이 되었다.육민관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어느 침실로 끌고 들어갔다.곧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듣기만 해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비명소리에 서경주가 놀라서 물었다.“얘, 저게….”“어떤 사람은 아무리 잘 해줘도 소용 없어요. 따끔하게 교훈을 주지 않으면 안 돼요.”여름이 웃으며 서경주를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아니, 나중에 경찰서에 데려가야 하지 않니? 나중에 혹시….”“걱정하지 마세요. 들킬 일 없어요.”여름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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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화

감유한은 확 쭈굴해졌다.“위자영이 당신의 공금횡령 증거를 잡고 있다지만 감유한 씨는 벨레스의 공금을 횡령했죠. 만약 벨레스에서 그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면 그 증거는 무효예요.”여름은 허리를 숙여 쪼그리고 앉아 말을 건넸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카리스마 있는 말투에 두려움이 일었다.“그렇지만 우리에게 협력하지 않겠다면 당신을 바로 경찰서로 보내서 당시 공금횡령 사건 및 차명 계좌도 털어볼 수도 있겠죠. 살인 미수에 공금횡령까지 더해지면 평생 감옥에서 썩게 되는 거예요. 하지만 누군가의 교사로 독을 넣었고, 아직 사망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끽 해야 몇 년 살면 나오겠죠. 아이들과 부인을 생각하셔야지.”감유한의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여름은 위협에 박차를 가했다.“잘 들어보세요. 아내 분 이제 서른 초반인데 당신이 너무 오래 감옥에서 썩게 된다면 당신 돈 싹 들고 새로 결혼하지 않겠어요? 이후에 애들도 못 보게 될 텐데, 그간 했던 일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 버리는 거 아닌가요?”“좋습니다. 제가 증거를 잡아 보겠습니다.”감유한이 이 사이로 말을 뱉었다.“좋아요. 일주일 시간을 드리죠. 혹여나 배신하게 되면 난 어떻게든 알아낼 방법이 있고, 그때는 지금처럼 부드럽게 대해드리지는 않을 거예요. 아시겠죠?”감유한이 여름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 작고 예쁜 얼굴이 지금은 완전히 서늘하고 무시무시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절대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일주일이면 반드시 증거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감유한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따. 일이 끝나자 여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경주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여름아, 그런 방법은 어디서 배워 온 거니?”서경주가 복잡한 얼굴을 하고 물었다.“그 동안 대체 외국에서 뭘 하고 지냈길래….”“그냥 이런저런 친구들을 좀 많이 만났어요. 그리고 이것저것 여러 가지 기술을 좀 배웠죠.”여름은 가볍게 말했다.딸이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아 하자 서경주도 더는 묻지 않았다.“여름아, 화신 그룹 일은 아주 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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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화

“닥쳐.”하준은 그간 꽤 품위있는 이미지를 지키고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마구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여름이 돌아오고 나서부터는 매일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러다가 마흔을 못 채우고 열 받아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아까 당신이 날 이 지경으로 만들었잖아!”“그랬구나.”여름은 의미 심장하게 특정 부위를 쳐다보던 ‘참 쓸모 없는 인간 같으니…’ 시선으로 하준을 쳐다보았다.“산만한 덩치를 해가지고 살짝 부딪히기만 했는데 그렇게 약하다니….”하준은 울컥했다.“그게 어딜 봐서 살짝 부딪힌 거야. 하마터면 우리 집에 대가 끊길 뻔했다고!”여름의 가지런한 눈썹이 가운데로 몰렸다.“걱정하지 마. 대가 끊기면 내가 당신을 잘 책임져 줄게.”하준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내가 언제 당신한테 날 책임져 달라고 했나? 당신 같은 악녀는 같이 있기도 싫다고.”여름은 눈을 깜짝이며 순진한 얼굴을 했다.“뭔가 착각하신 것 같은데, 책임지겠다는 건 평생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말이 아닌데. 내 말은… 백지안에게 돈 많고 잘 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를 찾아줘서 남은 반 평생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말이지. 당신이 애를 못 낳게 되면 백지안이 제일 걱정될 거 아냐?”“……”하준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더니 하얗게 질려버렸다.곁에 있던 상혁은 그 말을 듣고는 여름 앞에 완전히 여름 앞에 무릎을 꿇을 뻔했다.‘와, 죽인다. 내가 회장님을 이렇게 오래 모셨지만 회장님이 이렇게까지 화 내시는 건 처음 본다.’“왜? 내 말이 틀렸나?”하준의 표정을 보고 여름은 겁을 먹은 듯 뒤로 몇 걸음 주춤주춤 물러섰다.“아, 맞다. 내가 그걸 깜빡 했네. 백지안은 당신을 엄청나게 사랑하니까 거길 못쓰게 되었어도 별로 개의치 않겠구나.”“입 닥치지 못 해!”하준은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많은 사람이 오가던 병원 로비에서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을 향했다.“따라와!”하준은 무거운 계단 문을 밀어 여름을 끌고 갔다.“뭐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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