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재벌 사위면 될까?: Chapter 2761 - Chapter 2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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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1장

도요타 엘파의 전동문이 서서히 열리자 하구천은 검은 우산을 펼치고 빗속을 걸어갔다.그리고 나서 그는 페라리의 창문을 두드리며 하백진에게 창문을 열어달라고 손짓했다.잠시 멍한 얼굴로 넋을 잃은 표정을 하고 있던 하백진은 얼른 정신을 가다듬었다.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하구천을 보고 하백진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잠시 뒤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빗속에 서 있는 남자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구천아, 실패했어.”“설득하지도 없애지도 못하고 모두 실패했어.”“지금까지 난 남들한테 줄곧 쓰레기들이라고 비아냥거렸는데.”“하현 그놈을 만나 보니 나도 다른 사람들이랑 다르지 않았어.”하백진의 얼굴에 자조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구천은 오른손을 들어 하백진의 등을 가볍게 토닥거렸다.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들은 바로는 그놈이 오매 도관 뒷산 금지구역에 들어가 사비선과도 만났다던데, 맞아?”“텐푸 쥬시로는 오매 도관의 손을 빌려 그놈을 죽이려 한 것 같은데 이제 보니 그 계획은 실패한 것 같군.”“어리석은 섬나라 놈 같으니라구!”하구천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이었다.“하현을 죽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비선과 하현이 정식으로 얼굴을 대면하게 만들었어!”“천하에 도움이 안 되는 놈이야!”텐푸 쥬시로에 대한 원망을 내뱉은 뒤 하구천은 침착한 얼굴로 돌아왔다.하백진이든 사송란이든, 허민설을 비롯한 여인들은 그냥 그의 주변에 있는 여인들일 뿐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인은 아니었다.이렇게 큰 항성과 도성에서 하구천이 정말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좋아하는 여인은 사비선 뿐이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비선과 하구천의 사이는 왠지 멀어질 듯하다.여인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하구천도 사비선의 마음을 완전히 얻지는 못했다.게다가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하현 그 망나니 같은 놈은 오매 도관의 노천 온천에 떨어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사비선과 맞닥뜨렸다고 한다.이런 생각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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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2장

”만약 그렇다면 나 하백진이 사람을 잘못 고른 거야!”“그동안 널 잘못 본 거라구!”하백진은 고개를 들고 하구천을 똑바로 쳐다보았다.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가 될 사람이 여자 때문에 이렇게 충동적일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고모, 이건 충동적인 것이 아니야. 오매 도관이 내 편에 서 있다는 건 항성과 도성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하구천이 또박또박 설명했다.“사비선이 하현과 우연히 만났다고 해도 사비선의 신분이나 지위를 거론하며 누군가가 이를 이용해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면 우리와 오매 도관 사이의 약한 동맹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문제야!”“더군다나 남자로서 이런 모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사비선이 그 남자와 엮이는 꼴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아.”하백진은 손을 내밀어 하구천의 잘생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죽는다고 해도?”“구천아, 높은 자리에 올라갈 사람이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지금은 너에게 아주 중요한 시기야. 말과 행동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해. 이런 사소한 일들이 너의 앞길에 방해가 되어서는 절대 안 돼.”“널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내가 오늘 직접 나섰겠니?!”“아무리 봐도 이번엔 우리가 좀 충동적이었던 것 같아.”“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옳은 일은 잠시 숨을 죽이고 참는 거야.”“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을 때 우리는 벼락같은 기세로 하현 그놈의 목을 잘라 버리면 돼!”하백진은 하현이 너무도 미웠다.하지만 지금은 냉정하게 뒷일을 도모해야 한다.감히 그녀에게 뺨을 때리다니!하현에 대한 원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의 실력과 기백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구천이 후계자 자리에 오르기도 전에 이런 자와 계속 힘겨루기를 해 봤자 힘만 빠지지 도움되는 일이 뭐가 있으랴!따라서 지금 해야 할 일은 차분히 머리를 식히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하현의 뺨 몇 대가 하백진을 공포와 분노의 수렁으로 빠뜨렸지만 오만한 그녀를 현명하게 만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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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3장

하구천은 흠칫 놀라는 눈빛을 띠고는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하백진에게 말했다.“껍데기뿐인 당난영이지만 손을 쓰려면 좀 더 신중해야 할 것 같아.”“요 몇 년 동안 그녀는 의심이 많아지고 예민해지긴 했지만 넷째 숙부는 여전히 그녀를 매우 아끼고 있어.”“심지어 그녀 곁에는 항상 최고 병왕이 함께 하고 있다구.”“그녀를 죽이려면 한 방에 끝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만 더 궁지로 몰릴 거야.”“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야.”하백진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의 번호를 보여주며 말했다.“대하 제일의 킬러 조직, 행화루.”“마침 나한테 신세를 진 게 좀 있거든.”...이튿날 아침.삼계호텔 스위트룸에서 깨어난 하현은 핸드폰에 메시지가 몇 개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하나는 양유훤이 텐푸 쥬시로에 대해 보고한 것이었다.사악한 텐푸 쥬시로를 제외하고 다른 섬나라 사람들은 모두 남양파의 손에 들어갔으니 그들의 결말이 별로 좋지 않게 끝났다는 내용이었다.다른 하나는 그 절세의 총잡이에 대한 정보였다.최영하는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도련님, 하구봉을 의심하고 있다.들은 바에 의하면 이 도련님은 항도 하 씨 가문의 직계로 몇 년 동안 중동 전장에 출몰하며 항성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최근에 돌아온 모양이었다.마지막 메시지는 공해원이 보내온 것이었다.하현이 요청한 오매 도관의 성녀 사비선의 내력에 관한 자료를 보내왔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원하는 자료는 무엇이든 뚝딱 대령하던 공해원조차도 이번에는 꽤나 곤혹을 치른 모양이었다.사비선이 오매 도관 앞에 버려진 것을 오매 도관에서 입양했다는 자료 외에는 그 어떤 정보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그녀의 과거는 그야말로 백지 상태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그 공백마저도 점점 더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하현은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지시를 내린 후에야 일어나 씻기 시작했다.그가 씻고 아침식사를 하러 나가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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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4장

외부 사람들 눈에는 비록 당난영이 최근 몇 년 동안 정신이 흐리멍덩하고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옆에서 본 그녀는 여전히 젊은 시절의 냉철함과 단호함을 잃지 않았고 십 년 전 일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누구보다 신속하고 과감하게 분석할 줄 아는 여자였다.당난영은 하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자신의 말을 듣고 난 하현의 반응이 몹시 궁금하다는 듯한 눈빛이었다.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부인. 설마 수집하신 자료들, 아무런 백업이 없다고는 말씀하시지 않겠죠?”“물론 있지.”당난영은 단둘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복제가 절대 허용되지 않는 기밀문서들을 다 포함해서 측근들에게 자료를 모두 스캔해 놓으라고 지시했어.”숨겨둔 비밀을 털어놓은 당난영은 그제야 양미간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말했다.“그래서 지금 일이 더 난처해졌어.”“이 자료들에 의존해 계속 조사는 할 수 있어. 하지만 모든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아무런 증거를 제시할 수가 없어.”“스캔한 서류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이야.”하현은 웃으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부인, 나뭇잎이 눈을 가리고 있으니 하늘이 보이지 않을 수밖에요!”“증거가 사라진 거 맞아요. 확실히 사라져 버렸어요.”“하지만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증거가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항도 하 씨 가문 문주를 예로 들어 보죠.”“그동안 친아들이 어린 나이에 죽게 된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으셨나요?”“항도 하 씨 노부인은 어떠신가요?”“노부인 입장에서 증거가 중요할까요?”“아마 노부인은 진실을 알고 있을 거예요. 만약 노부인이 살인범을 지키려고 한다면 부인이 아무리 확실한 증거를 들이밀어도 아무 소용없을 겁니다.”당난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잠시 후 뭔가 깨달은 듯 얼굴빛이 변했다.자신은 지금까지 증거라는 틀에 집착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대부분의 경우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증거란 것은 있든 없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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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5장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번 일이 잘 지나가면 부인께도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그렇지만 당신은 각별히 조심해야 해!”당난영은 침착하게 말했다.“한 번 실패를 맛볼 때마다 그만큼 지혜로워는 것 같더군.”“십 년 전 일을 다시 조사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내가 죽기를 바랐다는 걸 알게 되었어.”하현은 이 말을 듣고 씁쓸한 눈빛을 보였다.십 년 전 그 일에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얘기였다.항성과 도성 전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두컴컴하게 내려앉은 하늘을 보았다.곧 비바람이 들이닥칠 듯 잔뜩 찌푸린 하늘이었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곱상한 얼굴에 호리호리한 옷차림의 하인이 들어왔다.그녀는 당난영을 향해 깍듯이 인사한 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부인, 아침 차가 준비되었습니다.”“그래, 올려놔.”당난영이 손짓을 하자 곧 아스파라거스 죽, 호두 만두, 새우 만두, 가벼운 국수 등이 식탁에 가득 차려졌다.이 외에도 테이블에는 인삼차 한 잔과 보이차 한 잔이 놓였다.보이차는 항성식 아침 차의 상징이어서 특별히 하현을 위해 준비했다.항상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 당난영에게 인삼차는 친숙한 아침 차였다.하인이 아침 상을 차려놓자 당난영은 손을 흔들며 나가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그런 다음 당난영은 인삼차를 들고 천천히 입김을 불며 말했다.“하현, 당신이 아침을 즐겨 먹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이건 내 작은 성의로 알아줬으면 좋겠어.”“먹고 싶은 게 있으면 따로 말해도 돼. 내가 셰프한테 준비하라고 할 테니까.”당난영이 말을 마치며 인삼차를 입에 가져갔다.하지만 하현은 숨을 살짝 들이미시더니 이내 안색이 돌변했다.“부인, 잠깐만요.”하현은 예의도 차리지 않고 당난영이 들고 있던 찻잔을 낚아채 몇 번 킁킁거린 후 떠나려는 하인에게 시선을 돌렸다.“인삼은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고려인삼이든 서양인삼이든 기를 보양하고 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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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6장

”촤랑!”하현이 들고 있던 찻잔이 그의 손을 빠져나가는 순간 하인은 본능적으로 한쪽으로 몸을 피했다.본능적으로 나온 행동에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곱상한 그녀의 얼굴이 사악하게 일그러졌다.하인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순간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하현을 향해 은침을 날렸다.하현은 매서운 얼굴로 손에 든 냅킨을 들어 올리며 은침을 붙잡았다.이 틈을 타 키가 작은 하인은 어느새 칼을 하나 집어 들었다.하인은 몸을 굴려 당난영의 앞에 이르렀고 머뭇거림 없이 몸을 일으켜 당난영의 목구멍에 칼을 들이대었다.“탕탕탕!”하인의 손에 있던 칼은 허공을 향해 있었고 닭 잡을 힘조차도 없어 보이던 당난영의 손에는 어느새 총이 한 자루 들려 있었다.그녀는 덤덤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겼고 총에 들어 있던 여섯 발의 총알을 모두 하인의 몸에 꽂았다.하인은 이리저리 몸부림치다가 흉악한 얼굴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닭 잡을 힘도 없어 보이던 당난영이 언제 어디서 총을 꺼냈는지 하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이 하인의 식솔들을 모두 다 잡아와서 그 죄를 물어야겠어!”항도 하 씨 가문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그녀의 곁으로 몰려들었다.당난영은 냅킨으로 손가락을 닦으며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아울러 오늘 이 여자와 접촉한 사람뿐만 아니라 개미 한 마리라도 샅샅이 밝혀내!”“이 여자가 어떤 사람과 접촉했고 누구에게 명령을 받았는지 알아야 해.”“우리 항도 하 씨 가문 가든 별장에 반년 동안 숨어 있었으니 반년 전부터 누군가 나를 죽이려고 마음을 먹었던 거야.”당난영의 명령이 떨어지자 경호원 무리는 명령에 답하듯 우렁찬 목소리로 답했다.곧 항성과 도성에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 분명했다.시신은 이내 어디론가 끌려나갔고 다이닝은 깨끗하게 정리되었으며 공기 중에는 은은한 향기가 감돌았다.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방금 이곳에서 암살 사건이 일어났다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하현은 당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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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7장

”하구천.”당난영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내뱉었다.“항도 하 씨 가문 중 나를 건드릴 기회와 능력이 있는 사람,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물밑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하구천뿐이야.”“다만 그가 이렇게 서둘러 날 죽이려고 할 줄은 몰랐어.”“난 조만간 그의 양엄마가 될 텐데 말이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진작에 말씀드렸던 겁니다. 하구천은 그런 자리에 앉을 위인이 못 된다고요.”당난영은 덤덤하게 말했다.“꼭 그렇다고 말할 순 없어.”“십 년 전 사건의 수사를 재개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많든 적든 귀찮아질 수밖에 없게 되었지.”“하구천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날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거야.”“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은 감히 날 죽이지 못해. 이래 봬도 그들이 죽이기엔 내가 너무 두려운 상대거든.”“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난 현재 항도 하 씨 가문 문주 부인이기 때문이지.”“항도 하 씨 가문 서열 2위.”“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 날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야.”“하구천은 가문 안에서도 단연 담력이 큰 사람이야.”하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럼 이 일로 미루어 십 년 전 그 일도 하구천이 주도한 걸까요?”당난영은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침묵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하구천은 그때 겨우 열서너 살이었어. 어떻게 그 정도 나이의 아이가 그런 끔찍한 생각을 할 수 있겠어?”“그 일은 그와 연관은 있겠지만 분명 그 뒤에서 부채질한 사람이 있을 거야. 확실해.”“예를 들자면 항도 하 씨 가문 큰아들 하문성이라든가.”“항도 하 씨 가문의 딸 하백진이라든가.”“심지어 지금의 문주를 제외한 네 명의 자식들이 다 함께 연합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아.”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고민스러운 듯 양미간을 비벼댔다.“그 문제라면 내 입장에서는 별 큰일이 아닙니다.”“하지만 부인 입장에서 볼 때는 항도 하 씨 가문의 매우 가까운 사람들을 상대로 싸움을 하고 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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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8장

빅토리아 항.하구천이 사무실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그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전화를 받는 순간 그의 안색이 갑자기 일그러져 흉측하게 변했다.“왜 그래? 설마 당난영한테 손을 쓴 일이 실패한 거야?”한쪽에 서 있던 하백진의 눈썹이 말할 수 없이 찡그려졌다.하구천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행화루의 저격수가 당난영의 사람에게 생포되었대요.”“하지만 저격수는 현재 혼수상태로 아직 아무것도 발설하지 않았다는군요.”“그렇지만 당난영은 이미 문주에게 전화를 걸어 심문에 능한 사람을 보내달라고 한 상태라고 하네요.”“이변이 없는 한 그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면 반드시 우리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증거는 없지만 귀찮게 된 거죠.”“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내가 후계자 자리에 앉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구요.”하구천은 화를 참지 못하고 양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일이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다.하현을 죽이는 것도 실패했고 당난영을 죽이는 것도 실패했다.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의 실력과 역량에 의심마저 들었다.하구천의 말을 듣고 하백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구천아, 어쨌든 그 저격수는 죽어야 해.”“죽지 않더라도 우리 손에는 들어와야 해.”“그렇지 않으면 큰 골칫거리가 될 거야!”“알겠어요.”하구천은 심호흡을 하고 일어나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사무실 안을 서성거렸다.그러다 그는 금고를 열고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또 다른 핸드폰을 꺼내들었다.하구천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지문과 동공으로 인증을 하고 나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야?”하구천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행화루의 저격수가 항도 하 씨 문주 부인을 암살하려다 실패했어요!”“행화루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봐야 하니까 그 저격수를 당장 나한테 데려왔으면 좋겠어요!”“이 일이 나한테 어떤 오점도 어떤 빌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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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9장

호위대가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과 비슷했고 처리 방식에 있어서는 어떤 기관보다 폭력적이었다.그들은 항도 하 씨 가문의 중요한 인물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내부 안전을 조사하고 내부의 숨겨진 위험을 제거하는 책임이 있는 곳이었다.말하자면 불확실하고 의심스러운 모든 일은 호위대에서 청산하는 것이다.지저분하고 복잡한 일도 호위대가 처리한다.오랜 세월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호위대 요원들은 매년 반 년 동안 해외의 위험 지역을 돌아다니며 특훈을 한다.그러니 호위대의 칼끝은 항상 피 냄새를 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각각의 실력도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항도 하 씨 가문의 일반 경호원들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실력이다.흰 양복을 입고 올백머리를 한 남자의 안내로 오십 명에 육박하는 호위대 요원들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일사불란하게 가든 별장 건물 입구까지 걸어갔다.당난영과 함께 있던 하현은 대문 앞의 광경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기다리고 있던 하구천은 오지 않고 항도 하 씨 가문 절대 사수인 하구봉이 올 줄은 몰랐다.양제명과의 통화에서 그가 하구봉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는 걸 떠올린 하현은 시선을 떨구어 그의 손을 쳐다보았다.희고 깨끗한 손에 훈장처럼 알알이 박힌 굳은살을 보면서 하현은 절세의 총잡이 하구봉에 맞서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했다.당난영의 경호병 하운빈이 대문 앞으로 다가와 싸늘한 눈빛으로 하구봉을 노려보았다.“하구봉?”“이 시간에 가든 별장에 오다니, 간이 부었군!”하구봉은 손에 있던 검은 우산을 펼쳐들고 비아냥거리듯 하운빈을 힐끔 바라본 뒤 담담하게 말했다.“집안이 어찌 되어 가고 있길래 감히 하인과 경호원이 내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이미 날 알아보니 나에 대해서도 잘 알 거야. 난 호위대 책임자이고 항도 하 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어.”“방금 우리한테 제보가 들어왔어. 행화루 저격수가 항도 하 씨 가문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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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0장

문 앞에는 하현만이 서서 하구봉의 길을 막고 있었다.한껏 눈살을 찌푸린 하구봉의 차가운 시선이 하현에게 떨어졌다.“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어!”“당신이 어떤 행동을 보이든 상관없다구!”“착한 개는 길을 막지 않아!”“어서 썩 꺼져!”하구봉의 오만방자한 말에도 하현은 화를 꾹 참고 느물거리며 하구봉을 힐끔 쳐다본 후 웃으며 말했다.“당신 나 몰라요?”“태평산 뒤쪽 금지구역에서 당신의 그 잘난 섬나라 주인 텐푸 쥬시로를 위해 몰래 양제명을 향해 총을 날린 사람이 당신이잖습니까?”“섬나라의 개였기 때문에 텐푸 쥬시로를 죽이려고 하는 날 방해했잖아요.”“왜 모른 척하는 거죠?”“재미있습니까?”비아냥거리는 듯한 하현의 말투에 하구봉은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했다.“닥쳐!”지난번의 일도 하구천을 위해 나선 것이고 이번에도 그는 하구촌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하지만 하구봉이 그렇게 힘들게 숨겨 왔던 자신의 신분을 하현이 들추어내자 적잖이 놀란 것이다.비록 하구봉은 하현을 처음으로 얼굴을 대면한 것이지만 보는 순간 하구봉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하현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기 시작했다.하현은 역시 하구천과 하백진을 골치 아프게 하는 인물다웠다.“당연히 당신을 알고말고! 여자들 치마폭에 싸여 잘난 용문 집법당 당주가 된 하현이잖아!”“하지만 내가 한 가지 말해 줄게, 잘 들어.”“당신이 용문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당신한테 아무 짓도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마.”“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여기는 항성과 도성이야.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곳.”“당신이 용문 집법당 당주로서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디 우리 항도 하 씨 구역에서 힘을 과시해 봐!”“그렇지만 잘 들어, 하 씨. 당신은 완전히 착각하는 거야!”“여기는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말하는 것이 곧 법인 곳이야!”“당신의 집법당 당주 신분,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야! 눈 하나 깜짝 안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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