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번 일이 잘 지나가면 부인께도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그렇지만 당신은 각별히 조심해야 해!”당난영은 침착하게 말했다.“한 번 실패를 맛볼 때마다 그만큼 지혜로워는 것 같더군.”“십 년 전 일을 다시 조사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내가 죽기를 바랐다는 걸 알게 되었어.”하현은 이 말을 듣고 씁쓸한 눈빛을 보였다.십 년 전 그 일에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얘기였다.항성과 도성 전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두컴컴하게 내려앉은 하늘을 보았다.곧 비바람이 들이닥칠 듯 잔뜩 찌푸린 하늘이었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곱상한 얼굴에 호리호리한 옷차림의 하인이 들어왔다.그녀는 당난영을 향해 깍듯이 인사한 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부인, 아침 차가 준비되었습니다.”“그래, 올려놔.”당난영이 손짓을 하자 곧 아스파라거스 죽, 호두 만두, 새우 만두, 가벼운 국수 등이 식탁에 가득 차려졌다.이 외에도 테이블에는 인삼차 한 잔과 보이차 한 잔이 놓였다.보이차는 항성식 아침 차의 상징이어서 특별히 하현을 위해 준비했다.항상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 당난영에게 인삼차는 친숙한 아침 차였다.하인이 아침 상을 차려놓자 당난영은 손을 흔들며 나가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그런 다음 당난영은 인삼차를 들고 천천히 입김을 불며 말했다.“하현, 당신이 아침을 즐겨 먹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이건 내 작은 성의로 알아줬으면 좋겠어.”“먹고 싶은 게 있으면 따로 말해도 돼. 내가 셰프한테 준비하라고 할 테니까.”당난영이 말을 마치며 인삼차를 입에 가져갔다.하지만 하현은 숨을 살짝 들이미시더니 이내 안색이 돌변했다.“부인, 잠깐만요.”하현은 예의도 차리지 않고 당난영이 들고 있던 찻잔을 낚아채 몇 번 킁킁거린 후 떠나려는 하인에게 시선을 돌렸다.“인삼은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고려인삼이든 서양인삼이든 기를 보양하고 피를
”촤랑!”하현이 들고 있던 찻잔이 그의 손을 빠져나가는 순간 하인은 본능적으로 한쪽으로 몸을 피했다.본능적으로 나온 행동에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곱상한 그녀의 얼굴이 사악하게 일그러졌다.하인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순간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하현을 향해 은침을 날렸다.하현은 매서운 얼굴로 손에 든 냅킨을 들어 올리며 은침을 붙잡았다.이 틈을 타 키가 작은 하인은 어느새 칼을 하나 집어 들었다.하인은 몸을 굴려 당난영의 앞에 이르렀고 머뭇거림 없이 몸을 일으켜 당난영의 목구멍에 칼을 들이대었다.“탕탕탕!”하인의 손에 있던 칼은 허공을 향해 있었고 닭 잡을 힘조차도 없어 보이던 당난영의 손에는 어느새 총이 한 자루 들려 있었다.그녀는 덤덤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겼고 총에 들어 있던 여섯 발의 총알을 모두 하인의 몸에 꽂았다.하인은 이리저리 몸부림치다가 흉악한 얼굴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닭 잡을 힘도 없어 보이던 당난영이 언제 어디서 총을 꺼냈는지 하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이 하인의 식솔들을 모두 다 잡아와서 그 죄를 물어야겠어!”항도 하 씨 가문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그녀의 곁으로 몰려들었다.당난영은 냅킨으로 손가락을 닦으며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아울러 오늘 이 여자와 접촉한 사람뿐만 아니라 개미 한 마리라도 샅샅이 밝혀내!”“이 여자가 어떤 사람과 접촉했고 누구에게 명령을 받았는지 알아야 해.”“우리 항도 하 씨 가문 가든 별장에 반년 동안 숨어 있었으니 반년 전부터 누군가 나를 죽이려고 마음을 먹었던 거야.”당난영의 명령이 떨어지자 경호원 무리는 명령에 답하듯 우렁찬 목소리로 답했다.곧 항성과 도성에 피바람이 몰아칠 것이 분명했다.시신은 이내 어디론가 끌려나갔고 다이닝은 깨끗하게 정리되었으며 공기 중에는 은은한 향기가 감돌았다.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방금 이곳에서 암살 사건이 일어났다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하현은 당난
”하구천.”당난영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내뱉었다.“항도 하 씨 가문 중 나를 건드릴 기회와 능력이 있는 사람,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물밑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하구천뿐이야.”“다만 그가 이렇게 서둘러 날 죽이려고 할 줄은 몰랐어.”“난 조만간 그의 양엄마가 될 텐데 말이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진작에 말씀드렸던 겁니다. 하구천은 그런 자리에 앉을 위인이 못 된다고요.”당난영은 덤덤하게 말했다.“꼭 그렇다고 말할 순 없어.”“십 년 전 사건의 수사를 재개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많든 적든 귀찮아질 수밖에 없게 되었지.”“하구천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날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거야.”“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은 감히 날 죽이지 못해. 이래 봬도 그들이 죽이기엔 내가 너무 두려운 상대거든.”“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난 현재 항도 하 씨 가문 문주 부인이기 때문이지.”“항도 하 씨 가문 서열 2위.”“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 날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야.”“하구천은 가문 안에서도 단연 담력이 큰 사람이야.”하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럼 이 일로 미루어 십 년 전 그 일도 하구천이 주도한 걸까요?”당난영은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침묵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하구천은 그때 겨우 열서너 살이었어. 어떻게 그 정도 나이의 아이가 그런 끔찍한 생각을 할 수 있겠어?”“그 일은 그와 연관은 있겠지만 분명 그 뒤에서 부채질한 사람이 있을 거야. 확실해.”“예를 들자면 항도 하 씨 가문 큰아들 하문성이라든가.”“항도 하 씨 가문의 딸 하백진이라든가.”“심지어 지금의 문주를 제외한 네 명의 자식들이 다 함께 연합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아.”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고민스러운 듯 양미간을 비벼댔다.“그 문제라면 내 입장에서는 별 큰일이 아닙니다.”“하지만 부인 입장에서 볼 때는 항도 하 씨 가문의 매우 가까운 사람들을 상대로 싸움을 하고 있단
빅토리아 항.하구천이 사무실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그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전화를 받는 순간 그의 안색이 갑자기 일그러져 흉측하게 변했다.“왜 그래? 설마 당난영한테 손을 쓴 일이 실패한 거야?”한쪽에 서 있던 하백진의 눈썹이 말할 수 없이 찡그려졌다.하구천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행화루의 저격수가 당난영의 사람에게 생포되었대요.”“하지만 저격수는 현재 혼수상태로 아직 아무것도 발설하지 않았다는군요.”“그렇지만 당난영은 이미 문주에게 전화를 걸어 심문에 능한 사람을 보내달라고 한 상태라고 하네요.”“이변이 없는 한 그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면 반드시 우리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증거는 없지만 귀찮게 된 거죠.”“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내가 후계자 자리에 앉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구요.”하구천은 화를 참지 못하고 양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일이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다.하현을 죽이는 것도 실패했고 당난영을 죽이는 것도 실패했다.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의 실력과 역량에 의심마저 들었다.하구천의 말을 듣고 하백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구천아, 어쨌든 그 저격수는 죽어야 해.”“죽지 않더라도 우리 손에는 들어와야 해.”“그렇지 않으면 큰 골칫거리가 될 거야!”“알겠어요.”하구천은 심호흡을 하고 일어나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사무실 안을 서성거렸다.그러다 그는 금고를 열고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또 다른 핸드폰을 꺼내들었다.하구천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지문과 동공으로 인증을 하고 나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야?”하구천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행화루의 저격수가 항도 하 씨 문주 부인을 암살하려다 실패했어요!”“행화루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봐야 하니까 그 저격수를 당장 나한테 데려왔으면 좋겠어요!”“이 일이 나한테 어떤 오점도 어떤 빌미도
호위대가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과 비슷했고 처리 방식에 있어서는 어떤 기관보다 폭력적이었다.그들은 항도 하 씨 가문의 중요한 인물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내부 안전을 조사하고 내부의 숨겨진 위험을 제거하는 책임이 있는 곳이었다.말하자면 불확실하고 의심스러운 모든 일은 호위대에서 청산하는 것이다.지저분하고 복잡한 일도 호위대가 처리한다.오랜 세월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호위대 요원들은 매년 반 년 동안 해외의 위험 지역을 돌아다니며 특훈을 한다.그러니 호위대의 칼끝은 항상 피 냄새를 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각각의 실력도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항도 하 씨 가문의 일반 경호원들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실력이다.흰 양복을 입고 올백머리를 한 남자의 안내로 오십 명에 육박하는 호위대 요원들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일사불란하게 가든 별장 건물 입구까지 걸어갔다.당난영과 함께 있던 하현은 대문 앞의 광경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기다리고 있던 하구천은 오지 않고 항도 하 씨 가문 절대 사수인 하구봉이 올 줄은 몰랐다.양제명과의 통화에서 그가 하구봉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는 걸 떠올린 하현은 시선을 떨구어 그의 손을 쳐다보았다.희고 깨끗한 손에 훈장처럼 알알이 박힌 굳은살을 보면서 하현은 절세의 총잡이 하구봉에 맞서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했다.당난영의 경호병 하운빈이 대문 앞으로 다가와 싸늘한 눈빛으로 하구봉을 노려보았다.“하구봉?”“이 시간에 가든 별장에 오다니, 간이 부었군!”하구봉은 손에 있던 검은 우산을 펼쳐들고 비아냥거리듯 하운빈을 힐끔 바라본 뒤 담담하게 말했다.“집안이 어찌 되어 가고 있길래 감히 하인과 경호원이 내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이미 날 알아보니 나에 대해서도 잘 알 거야. 난 호위대 책임자이고 항도 하 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어.”“방금 우리한테 제보가 들어왔어. 행화루 저격수가 항도 하 씨 가문 문주
문 앞에는 하현만이 서서 하구봉의 길을 막고 있었다.한껏 눈살을 찌푸린 하구봉의 차가운 시선이 하현에게 떨어졌다.“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어!”“당신이 어떤 행동을 보이든 상관없다구!”“착한 개는 길을 막지 않아!”“어서 썩 꺼져!”하구봉의 오만방자한 말에도 하현은 화를 꾹 참고 느물거리며 하구봉을 힐끔 쳐다본 후 웃으며 말했다.“당신 나 몰라요?”“태평산 뒤쪽 금지구역에서 당신의 그 잘난 섬나라 주인 텐푸 쥬시로를 위해 몰래 양제명을 향해 총을 날린 사람이 당신이잖습니까?”“섬나라의 개였기 때문에 텐푸 쥬시로를 죽이려고 하는 날 방해했잖아요.”“왜 모른 척하는 거죠?”“재미있습니까?”비아냥거리는 듯한 하현의 말투에 하구봉은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했다.“닥쳐!”지난번의 일도 하구천을 위해 나선 것이고 이번에도 그는 하구촌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하지만 하구봉이 그렇게 힘들게 숨겨 왔던 자신의 신분을 하현이 들추어내자 적잖이 놀란 것이다.비록 하구봉은 하현을 처음으로 얼굴을 대면한 것이지만 보는 순간 하구봉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하현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기 시작했다.하현은 역시 하구천과 하백진을 골치 아프게 하는 인물다웠다.“당연히 당신을 알고말고! 여자들 치마폭에 싸여 잘난 용문 집법당 당주가 된 하현이잖아!”“하지만 내가 한 가지 말해 줄게, 잘 들어.”“당신이 용문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당신한테 아무 짓도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마.”“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여기는 항성과 도성이야.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곳.”“당신이 용문 집법당 당주로서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디 우리 항도 하 씨 구역에서 힘을 과시해 봐!”“그렇지만 잘 들어, 하 씨. 당신은 완전히 착각하는 거야!”“여기는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말하는 것이 곧 법인 곳이야!”“당신의 집법당 당주 신분,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야! 눈 하나 깜짝 안 한다고!”
”왜 불복하려고요?”하현은 앞으로 나서서 손을 내밀어 하구봉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불복하고 날 죽이기라도 하려고요?”“감히 날?”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하는 하현을 보고 있자니 하구봉의 눈에는 분노의 경련이 일렁거렸다.순간 그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바로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하현의 이마에 갖다 대었다.“하 씨, 그 입 닥쳐!”“잘 들어!”“여기는 항도 하 씨 가문이 지배하는 곳이야!”“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날아다니는 용도 감히 함부로 행동하지 못해, 호랑이 같은 맹수라도 엎드려 있어야 한다구!”“우리 항도 하 씨 가문 영역에서 감히 당신 따위가 날뛰고 있을 차례가 아니야!”“똑똑히 새겨들어. 저격수가 당신을 다치게 했든 안 했든, 당신네 용문이 날 심문하든 안 하든 난 눈도 깜짝하지 않을 거야!”“난 딱 한 가지만 알면 돼! 사람을 넘겨줄 거야? 말 거야?”“사람을 넘겨주지 않겠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난 당신네 용문의 체면 따위 절대 봐주지 않을 거니까! 나중에 원망이나 하지 마!”“당신이 버틸 수도 있을 거라는 거 알아. 하지만 버틴다면 총 앞에서도 굳건하게 버틸 자신이 있어야 할 거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십 명에 가까운 호위대 요원들이 동시에 총구를 꺼내어 하현을 향해 일제히 겨누었다.하구봉의 한 마디면 호위대 요원들은 당장에라도 하현의 온몸을 벌집 쑤시듯 총알을 박아 넣을 것 같았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을 지을 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빙긋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내 손에 있는 사람을 데려가고 싶거든 당신의 진짜 실력을 좀 보여줘야 할 겁니다.”“하구봉 당신의 실력과 총알 수십 발만 믿고 그런 말을 한다면 큰 코 다칠 거라구요!”“뭐?”하구봉은 냉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내 말 잘 들어. 우리 항도 하 씨 가문 앞에서는 용전도, 용옥도, 용위도 아무 소용없어. 당신을 포함한 용문도 마찬가지야!”“4대 초석,
호위대가 겁을 먹고 꼼짝도 못 하며 기가 눌린 듯이 서 있자 하구봉은 분노에 휩싸였다.그는 손을 번쩍 흔들며 냉소적으로 말했다.“이놈이 사람을 내놓지 않겠다니 어서 이놈을 잡아!”“내 말을 거역하는 자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하구봉의 명령을 듣고 호위대 요원들은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절대적인 명령 앞에서는 두려움도 뭣도 버리고 오로지 돌진해야만 했다.섬뜩하게 입을 벌리고 있는 총구가 하현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다.호위대가 한 발 한 발 천천히 다가왔다.마치 하현이 갑작스럽게 반격해 올까 봐 겁을 먹은 듯 조심스러워 보였다.하현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날 감당할 수 있겠냐고 내가 말했었지?”말 한마디 동작 하나하나에 위엄이 가득 서려 있었다.만고의 푸른 하늘을 짓누르는 듯한 기운이 퍼져와 호위대 요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마치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 총기를 겨누는 것은 일종의 신성 모독이자 무례한 짓을 범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호위대 요원들의 소극적인 자세에 하구봉의 얼굴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그는 눈을 흘기며 하현을 노려보았다.“하 씨, 당신도 실력이 출중하다는 거 알아.”“당신이 직접 미야타 신노스케를 죽인 것도 잘 알고 있고.”“신당류의 풍뢰팔자도 단숨에 제압했다더군.”“텐푸 쥬시로는 감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지도 못했고 말이야!”“정말 대단하고 강해! 하지만 당신 이거 생각해 본 적 있어?”“당신이 말하는 그 실력이라는 게 총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당신 혼자서 우리 호위대의 총 오십 자루를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당신이 우리 호위대를 어찌저찌 물리쳤다고 해도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에는 삼천 명의 호위무사가 있어!”“정 안 되면 항성과 도성에 흩어져 있는 각 세력들을 모두 동원할 수도 있어. 아마 십만까지는 아니더라도 족히 팔만은 넘을 거야!”“혼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겠어?”“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