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항.하구천이 사무실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그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전화를 받는 순간 그의 안색이 갑자기 일그러져 흉측하게 변했다.“왜 그래? 설마 당난영한테 손을 쓴 일이 실패한 거야?”한쪽에 서 있던 하백진의 눈썹이 말할 수 없이 찡그려졌다.하구천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행화루의 저격수가 당난영의 사람에게 생포되었대요.”“하지만 저격수는 현재 혼수상태로 아직 아무것도 발설하지 않았다는군요.”“그렇지만 당난영은 이미 문주에게 전화를 걸어 심문에 능한 사람을 보내달라고 한 상태라고 하네요.”“이변이 없는 한 그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면 반드시 우리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증거는 없지만 귀찮게 된 거죠.”“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내가 후계자 자리에 앉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구요.”하구천은 화를 참지 못하고 양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일이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다.하현을 죽이는 것도 실패했고 당난영을 죽이는 것도 실패했다.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의 실력과 역량에 의심마저 들었다.하구천의 말을 듣고 하백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구천아, 어쨌든 그 저격수는 죽어야 해.”“죽지 않더라도 우리 손에는 들어와야 해.”“그렇지 않으면 큰 골칫거리가 될 거야!”“알겠어요.”하구천은 심호흡을 하고 일어나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사무실 안을 서성거렸다.그러다 그는 금고를 열고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또 다른 핸드폰을 꺼내들었다.하구천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지문과 동공으로 인증을 하고 나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야?”하구천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행화루의 저격수가 항도 하 씨 문주 부인을 암살하려다 실패했어요!”“행화루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봐야 하니까 그 저격수를 당장 나한테 데려왔으면 좋겠어요!”“이 일이 나한테 어떤 오점도 어떤 빌미도
호위대가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과 비슷했고 처리 방식에 있어서는 어떤 기관보다 폭력적이었다.그들은 항도 하 씨 가문의 중요한 인물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내부 안전을 조사하고 내부의 숨겨진 위험을 제거하는 책임이 있는 곳이었다.말하자면 불확실하고 의심스러운 모든 일은 호위대에서 청산하는 것이다.지저분하고 복잡한 일도 호위대가 처리한다.오랜 세월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호위대 요원들은 매년 반 년 동안 해외의 위험 지역을 돌아다니며 특훈을 한다.그러니 호위대의 칼끝은 항상 피 냄새를 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각각의 실력도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항도 하 씨 가문의 일반 경호원들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실력이다.흰 양복을 입고 올백머리를 한 남자의 안내로 오십 명에 육박하는 호위대 요원들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일사불란하게 가든 별장 건물 입구까지 걸어갔다.당난영과 함께 있던 하현은 대문 앞의 광경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기다리고 있던 하구천은 오지 않고 항도 하 씨 가문 절대 사수인 하구봉이 올 줄은 몰랐다.양제명과의 통화에서 그가 하구봉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는 걸 떠올린 하현은 시선을 떨구어 그의 손을 쳐다보았다.희고 깨끗한 손에 훈장처럼 알알이 박힌 굳은살을 보면서 하현은 절세의 총잡이 하구봉에 맞서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했다.당난영의 경호병 하운빈이 대문 앞으로 다가와 싸늘한 눈빛으로 하구봉을 노려보았다.“하구봉?”“이 시간에 가든 별장에 오다니, 간이 부었군!”하구봉은 손에 있던 검은 우산을 펼쳐들고 비아냥거리듯 하운빈을 힐끔 바라본 뒤 담담하게 말했다.“집안이 어찌 되어 가고 있길래 감히 하인과 경호원이 내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이미 날 알아보니 나에 대해서도 잘 알 거야. 난 호위대 책임자이고 항도 하 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어.”“방금 우리한테 제보가 들어왔어. 행화루 저격수가 항도 하 씨 가문 문주
문 앞에는 하현만이 서서 하구봉의 길을 막고 있었다.한껏 눈살을 찌푸린 하구봉의 차가운 시선이 하현에게 떨어졌다.“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어!”“당신이 어떤 행동을 보이든 상관없다구!”“착한 개는 길을 막지 않아!”“어서 썩 꺼져!”하구봉의 오만방자한 말에도 하현은 화를 꾹 참고 느물거리며 하구봉을 힐끔 쳐다본 후 웃으며 말했다.“당신 나 몰라요?”“태평산 뒤쪽 금지구역에서 당신의 그 잘난 섬나라 주인 텐푸 쥬시로를 위해 몰래 양제명을 향해 총을 날린 사람이 당신이잖습니까?”“섬나라의 개였기 때문에 텐푸 쥬시로를 죽이려고 하는 날 방해했잖아요.”“왜 모른 척하는 거죠?”“재미있습니까?”비아냥거리는 듯한 하현의 말투에 하구봉은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했다.“닥쳐!”지난번의 일도 하구천을 위해 나선 것이고 이번에도 그는 하구촌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하지만 하구봉이 그렇게 힘들게 숨겨 왔던 자신의 신분을 하현이 들추어내자 적잖이 놀란 것이다.비록 하구봉은 하현을 처음으로 얼굴을 대면한 것이지만 보는 순간 하구봉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하현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기 시작했다.하현은 역시 하구천과 하백진을 골치 아프게 하는 인물다웠다.“당연히 당신을 알고말고! 여자들 치마폭에 싸여 잘난 용문 집법당 당주가 된 하현이잖아!”“하지만 내가 한 가지 말해 줄게, 잘 들어.”“당신이 용문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당신한테 아무 짓도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마.”“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여기는 항성과 도성이야.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곳.”“당신이 용문 집법당 당주로서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디 우리 항도 하 씨 구역에서 힘을 과시해 봐!”“그렇지만 잘 들어, 하 씨. 당신은 완전히 착각하는 거야!”“여기는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말하는 것이 곧 법인 곳이야!”“당신의 집법당 당주 신분,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야! 눈 하나 깜짝 안 한다고!”
”왜 불복하려고요?”하현은 앞으로 나서서 손을 내밀어 하구봉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불복하고 날 죽이기라도 하려고요?”“감히 날?”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하는 하현을 보고 있자니 하구봉의 눈에는 분노의 경련이 일렁거렸다.순간 그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바로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하현의 이마에 갖다 대었다.“하 씨, 그 입 닥쳐!”“잘 들어!”“여기는 항도 하 씨 가문이 지배하는 곳이야!”“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날아다니는 용도 감히 함부로 행동하지 못해, 호랑이 같은 맹수라도 엎드려 있어야 한다구!”“우리 항도 하 씨 가문 영역에서 감히 당신 따위가 날뛰고 있을 차례가 아니야!”“똑똑히 새겨들어. 저격수가 당신을 다치게 했든 안 했든, 당신네 용문이 날 심문하든 안 하든 난 눈도 깜짝하지 않을 거야!”“난 딱 한 가지만 알면 돼! 사람을 넘겨줄 거야? 말 거야?”“사람을 넘겨주지 않겠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난 당신네 용문의 체면 따위 절대 봐주지 않을 거니까! 나중에 원망이나 하지 마!”“당신이 버틸 수도 있을 거라는 거 알아. 하지만 버틴다면 총 앞에서도 굳건하게 버틸 자신이 있어야 할 거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십 명에 가까운 호위대 요원들이 동시에 총구를 꺼내어 하현을 향해 일제히 겨누었다.하구봉의 한 마디면 호위대 요원들은 당장에라도 하현의 온몸을 벌집 쑤시듯 총알을 박아 넣을 것 같았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을 지을 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빙긋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내 손에 있는 사람을 데려가고 싶거든 당신의 진짜 실력을 좀 보여줘야 할 겁니다.”“하구봉 당신의 실력과 총알 수십 발만 믿고 그런 말을 한다면 큰 코 다칠 거라구요!”“뭐?”하구봉은 냉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내 말 잘 들어. 우리 항도 하 씨 가문 앞에서는 용전도, 용옥도, 용위도 아무 소용없어. 당신을 포함한 용문도 마찬가지야!”“4대 초석,
호위대가 겁을 먹고 꼼짝도 못 하며 기가 눌린 듯이 서 있자 하구봉은 분노에 휩싸였다.그는 손을 번쩍 흔들며 냉소적으로 말했다.“이놈이 사람을 내놓지 않겠다니 어서 이놈을 잡아!”“내 말을 거역하는 자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하구봉의 명령을 듣고 호위대 요원들은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절대적인 명령 앞에서는 두려움도 뭣도 버리고 오로지 돌진해야만 했다.섬뜩하게 입을 벌리고 있는 총구가 하현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다.호위대가 한 발 한 발 천천히 다가왔다.마치 하현이 갑작스럽게 반격해 올까 봐 겁을 먹은 듯 조심스러워 보였다.하현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날 감당할 수 있겠냐고 내가 말했었지?”말 한마디 동작 하나하나에 위엄이 가득 서려 있었다.만고의 푸른 하늘을 짓누르는 듯한 기운이 퍼져와 호위대 요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마치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 총기를 겨누는 것은 일종의 신성 모독이자 무례한 짓을 범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호위대 요원들의 소극적인 자세에 하구봉의 얼굴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그는 눈을 흘기며 하현을 노려보았다.“하 씨, 당신도 실력이 출중하다는 거 알아.”“당신이 직접 미야타 신노스케를 죽인 것도 잘 알고 있고.”“신당류의 풍뢰팔자도 단숨에 제압했다더군.”“텐푸 쥬시로는 감히 당신과 정면으로 맞서지도 못했고 말이야!”“정말 대단하고 강해! 하지만 당신 이거 생각해 본 적 있어?”“당신이 말하는 그 실력이라는 게 총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당신 혼자서 우리 호위대의 총 오십 자루를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당신이 우리 호위대를 어찌저찌 물리쳤다고 해도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에는 삼천 명의 호위무사가 있어!”“정 안 되면 항성과 도성에 흩어져 있는 각 세력들을 모두 동원할 수도 있어. 아마 십만까지는 아니더라도 족히 팔만은 넘을 거야!”“혼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겠어?”“용문
하구봉의 얼굴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그는 애써 화를 가라앉힌 후 냉정을 되찾아 입을 열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당난영 부인은 분명 문주 부인이지만 십 년 전부터 아들을 잃은 아픔 때문에 항도 하 씨 가문의 지위와 권세를 포기한 걸로 아는데.”“우리가 가문 법규를 어겼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우선 당난영이 문주 부인으로서 병든 환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할 거야.”“당신이 관 뚜껑을 보기 전까지는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아요.”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한 뒤 하운빈에게 손을 내밀었다.하운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품에서 금빛 영패를 꺼내 하현의 손에 조심스럽게 놓았다.하현은 ‘퍽'하고 금빛 영패를 하구봉의 얼굴에 내리치며 차갑게 말했다.“눈 똑바로 뜨고 똑똑히 보세요!”“항도 하 씨 가문 문주령. 당신들의 문주는 문주 부인을 보호할 영패를 보내셨죠!”“문주를 아뢰듯 이 영패를 보아야 할 겁니다!”“죄를 지었으니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제 집 물건 가져가듯이 편안하게 사람을 데려가겠다고요? 가든 별장을 풍비박산 내겠다고요?”“내 말 똑똑히 들어요. 하구봉 당신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신 뒤에 있는 하구천이 여기에 온다고 해도 감히 함부로 할 수 없을 거예요!”“그래?”하구봉의 얼굴이 일순 얼어붙으며 하현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그는 손에 든 총을 돌려 금빛 영패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펑'하는 소리와 함께 영패는 순식간에 박살이 나 버렸고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하구봉은 냉랭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문주령이 어디 있어? 난 못 봤는데!”“문주령이 없으면 이 땅에선 우리 호위대가 제일 힘이 세!”말을 마치며 하구봉은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반항하는 자는 즉각 사살해도 좋다!”“다 부숴버려!”호위대 요원들이 움직이려던 찰나였다.하현은 얼른 한 걸음 먼저 앞서 손바닥을 휘갈겼다.“퍽!”하구봉은 피할
냉담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였지만 하현이 풍기는 기세는 호위대 요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호위대 요원들은 이를 보고 감히 앞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지금 이 순간 하현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는 미야타 신노스케도 한 발로 밟아 죽인 인물이었다.창술만 수련하고 무학을 수련하지 않은 하구봉은 일찌감치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결국 하구봉은 하현의 발길질에 저절로 무릎을 꿇은 꼴이 되었다.하구봉의 눈가는 계속 경련을 일으키며 더욱더 볼썽사나운 얼굴이 되어 갔다.그는 하현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분명히 하현은 열세였다.그런데 감히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때리다니!게다가 한 발로 그를 땅바닥에 주저앉히다니!하구봉은 처음으로 하현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어쩐지 하구천 같은 인물이 하현을 맞서는데 주저하더라니!하구천이 예전만 못한 것이 아니라 하현의 실력이 너무나 강하고 위협적이었기 때문이었다.적어도 지금까지 하구봉의 기억 속에 내륙에서 온 내로라할 강자 중에 이렇게 함부로 손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개자식! 어서 하구봉 대장님을 놓아줘!”“당장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죽여 버릴 거야!”“개자식아! 여기가 누구 땅인지 알기나 해?!”호위대 요원들은 마침내 정신을 차린 듯 하나같이 총구를 들고 하현을 향해 겨누며 욕을 퍼부었다.하운빈도 짐짓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조용히 말했다.“하현,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하구봉을 죽이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어.”“어쨌든 그는 항도 하 씨 가문 셋째 아들이니까.”하구봉은 분노가 가득 담긴 눈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하 씨, 당신 나 잘못 건드린 거야.”하현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항성과 도성에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적지 않았지.”“곽영준, 진태유, 무카이 나오토...”“너무 많아. 너무 많아서 도대체 몇 명인지도 모르겠어.”“그런데 내게
살기는 광기로 번졌다.모두가 살기 어린 광기를 띤 채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하구봉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고 이제는 비명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그의 입가에선 사악한 웃음기만이 감돌았다.“하 세자, 집법당 당주, 배짱 한번 좋으시군!”“감히 내 손을 밟아 부러뜨려?!”“그렇지만 잘 들어.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당신 손목을 부러뜨릴 수밖에!”“당신은 감히 날 밟아 죽일 수 없어!”“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결국 당신은 겁을 먹었단 얘기야!”“당신은 날 이길 수 없는 운명이라고!”“배짱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날 죽여 보시든가!”“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죽여 버릴 테니까!”“지금이라도 어서 내가 원하는 사람을 내놓지 그래?”“다른 선택이 없을 텐데. 있다면 어디 한번 해 보셔!”말을 마친 하구봉은 신경질적인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분명 왼손이 망가진 상태였지만 마치 흥분제라도 먹은 사람처럼 포악하고 흉측한 얼굴이 되었다.매섭게 눈을 뜨고 자신을 노려보는 하구봉을 보면서 하현은 이 사람이 진정으로 기개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미쳐 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예전에 항성 S4 중 한 명인 맹인호도 그런 기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하구봉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졌다.항성과 도성에서 오랜 세월 동안 항도 하 씨 가문이 우뚝 설 수 있었던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듯했다.이렇게 기개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하현은 이번에는 왼발을 들어 하구봉의 오른손을 밟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밤 내가 여기 있는 한 당신은 아무도 데려갈 수 없어.”“당신 하나 죽이는 것에는 난 관심 없어.”“하지만 당신 오른손도 가만히 내버려둘 순 없어. 오른손도 왼손처럼 만들어 놔야지!”“당신은 절세의 총잡이였잖아? 백발백중 아니었어?”“두 손이 다 망가진 후에 절세의 총잡이께서 어떻게 소란을 피우실지 내가 똑똑히 두고 볼게.”“내 두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