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재벌 사위면 될까?: Chapter 2781 - Chapter 2790

3665 Chapters

2781장

”넌 호위대를 이끌고 가든 별장을 포위하고 문주령을 부쉈어. 제멋대로 날뛰며 행동했지.”“만약 네가 절차를 밟았다면 나한테 전화를 했겠지. 이것이 규칙을 준수하는 거니까.”“그랬다면 너의 행동을 이해해 줄 수도 있었을 거야.”“심지어 평화롭게 말로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였어. 이렇게 망신을 당하는 일까지는 없었을 거라고.”“여러 말하지 않겠어.”“내가 오랫동안 호위대를 아끼고 중요시했다는 걸 이용해 넌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로 남용했어.”“넌 내가 호위대를 위해 오랫동안 해 온 모든 가치를 유린했어!”“하구봉, 정말 실망이야.”말을 마친 하문준은 한숨 섞인 눈으로 하구봉을 바라보았다.머뭇거리는 듯한 하구봉의 눈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때 호위대 요원들이 하나둘 서로의 눈을 마주 보다가 갑자기 무릎을 털썩 꿇었다.“잘못했습니다, 문주님.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무릎을 꿇은 사람들을 보고 하구봉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는 이 남자 앞에서 무릎을 꿇으면 평생 일어설 생각을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하구봉은 갑자기 웃으며 입을 열었다.“숙부님, 제가 숙부님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여기 온 것은 행화루의 저격수를 잡기 위해서였습니다.”“혹시라도 다른 저격수들이 항성에 잠복해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고위층들을 노릴까 봐 염려되었기 때문이죠.”“누가 다칠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겁니다!”“제가 잘못했다고 하시면 사과드리겠습니다.”“문주 부인께도 사과드리겠습니다!”“부인께서 불편하셨다면 제 뺨을 후려갈기셔도 좋습니다. 절대로 피하지 않겠습니다.”하구봉은 자신이 얼마나 억울한지 보여주려는 듯 부러진 왼손과 손바닥 자국이 나 있는 얼굴을 일부러 드러내 보였다.두 발 전진을 위한 한 발 후퇴였다.하구봉은 이런 이치를 아주 능숙하게 써먹었다.하문준이 조금만 아량을 베풀어 가볍게 풀어줄 의향이 있다면 그 기회를 틈타 하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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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2장

”네가 이런 놀이를 좋아한다니 나도 같이 놀아 줘야지.”“내가 빼낸 총알 다섯 개는 항도 하 씨 가문의 다섯 집을 대표하는 거야. 그나마 너의 체면을 세워 준 거라고.”“마지막 총알은 한 남자가 남편으로서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면 돼.”“그다음은 모든 것이 너의 운에 달렸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문준은 직접 리볼버 권총을 들고 하구봉의 오른쪽 어깨에 들이댔다.그리고 덤덤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겼다.“탕!”굉음과 함께 하구봉의 온몸이 움찔거리더니 거대한 힘에 이끌려 그대로 날아갔다.땅바닥에 널브러지는 순간 하구봉은 온몸을 미친 듯이 떨며 비명을 지르려는 본능을 부여잡고 이를 악물었다.총알 하나가 회전탄창에 들어 있는 총이었는데 그것이 적중해 버리다니 하구봉이란 놈은 운이 정말 나빴다.하현은 하문준을 유심히 쳐다보았다.항도 하 씨 가문의 문주는 역시 달랐다.능력도 있고 기백도 출중했다.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만약 이 정도 능력도 없었다면 그가 어떻게 항도 하 씨 가문을 호령할 수 있겠는가?하구봉은 끊임없이 몸을 꿈틀거리며 움직여 보려고 애썼지만 두 손이 모두 망가져 죽어 가는 개처럼 땅바닥을 헤매고 있었다.호위대 요원들은 모두 무릎을 꿇은 채 아무도 감히 그를 부축하려 들지 않았다.순간 하구봉의 눈 깊숙이 원망의 빛이 가득 차올랐다.과거에는 그가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몇 마디 훈계로 끝났었다.후사가 없던 하문준은 항상 조카들을 소중하게 여겼다.정말 화가 나더라도 기껏해야 뺨을 몇 대 때리고 발길질을 한 것이 다였다.항도 하 씨 가문 자제들에겐 훈육의 일환으로서 여겨졌다.그러나 하문준이 직접 총을 들고 하구봉을 쏘아 오른팔을 망가뜨려 놓다니!하구봉으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은 하구봉에게 있어서 삶의 큰 수치일 뿐만 아니라 그의 미래도 끝났음을 의미했다.게다가 자신은 가문의 셋째 아들 자제였다.자신의 아버지는 항도 하 씨 가문 셋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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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3장

”첫째, 오늘부터 호위대는 주인이 바뀌어 하운빈이 책임지고 원래 책임자였던 하구봉은 가문의 집법당으로 보내 심문하기로 한다.”“둘째, 항도 하 씨 가문 가든 별장은 금지 구역으로 지정한다. 앞으로 내 명령이 없으면 누구도 이곳에서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셋째, 하현은 용문 집법당 당주로서 존귀한 신분이다. 지금부터는 내 귀빈이며 항성과 도성에서는 나의 신분과 동등하다.”“하현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자는 나 하문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자로 여길 것이다.”“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말을 마친 하문준의 시선이 하현에게로 향했고 희미한 감사의 빛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하현은 하문준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문주께서 이리 호의를 베풀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하현은 자신이 그동안 항성과 도성에서 한 일을 하문준이 분명 알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모든 것을 알고도 하현을 귀빈으로 대한다는 것에서 하문준은 자신의 의사을 확실히 표한 것이었다.우산을 받쳐주던 사여빈은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몇 번 쳐다보았다.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평범해 보이지만 범상치 않은 눈빛을 띤 이 남자를 문주가 왜 이렇게 귀하게 대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군말 없이 문주의 명령을 받들며 고개를 숙였다.“예, 알겠습니다!”바닥에 쓰러져 있던 하구봉은 ‘가문 집법당'이라는 말을 듣고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얼굴에 핏기를 잃어갔다.“숙부님, 전 숙부님의 조카입니다!”“지금까지 항상 숙부님께 충성을 다해 왔는데 절 이렇게 대하시면 안 됩니다!”“숙부님!”하문준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가든 별장 깊은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마치 그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반면 사여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고 문주 친위대들이 하구봉을 붙잡고 헬기로 들여보냈다.거센 폭풍이 몰아친 밤이었다.하구봉은 실각하고 하운빈이 호위대 수장에 오른 것은 앞으로 항도 하 씨 가문에 몰아칠 거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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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4장

”괜찮아요.”당난영이 돌아보며 환한 미소로 하문준에게 화답했다.그녀의 눈빛에는 미안함이 가득 고여 있었다.“지난 십 년 동안 내가 당신을 너무 외롭게 했어요.”“아이를 잃은 슬픔 때문에 마음이 텅 비어 버렸죠. 그래서 당신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했어요.”“나의 이런 모습이 당신한테도 많은 영향을 미쳤고 당신 마음속에 늘 걱정거리를 안겨주었어요.”“게다가 아이를 잃은 후에는 다시 또 아이를 낳을 엄두도 내지 못했고 어머님은 당신에게 하구천을 양아들로 들이라고 계속 강요하셨죠.”“그런 이유로 하구천은 가문에서 적지 않은 권세를 갖게 되었고 결국 그것이 당신을 위기로 몰았어요.”“다 나 때문이에요. 나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거라구요.”당난영의 말에 하문준은 정신이 멍해졌다.줄곧 우울한 채 죽은 사람처럼 지내던 아내가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헤아려 줄줄은 몰랐다.전에 하인에게 전해 듣기로 하현이 아내의 마음의 병을 고쳤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이었단 말인가?당난영의 마음속 병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인맥을 동원하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모른다.하지만 단 한 번도 효과가 없었다.그런데 하현은 당난영의 뺨을 몇 대 때린 것으로 그녀를 정상으로 돌려놓은 것이다.하문준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눈앞에서 당난영을 확인하기 전까지 그는 도저히 믿을 수도 없어서 하현을 만나면 제대로 혼을 내줘야겠다고 나름 벼르고 있었다.그런데 정상으로 돌아온 당난영의 모습을 보니 그는 하현을 원망하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하문준은 당난영의 손을 잡고 속삭이듯 말했다.“난 당신을 탓한 적이 없어.”“아이를 잃은 슬픔이 얼마나 아픈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야.”“하지만 이제 다 지나간 일이니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어.”당난영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하게 굳어졌다.“아뇨,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하문준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당난영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난 이미 내가 가진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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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5장

당난영이 하문준에게 가문의 후계자를 바꾸자고 은근히 암시하던 그때.항성 중심부에 있는 은밀한 별장 안에서 잠을 자던 하백진은 요란한 벨소리에 잠을 깼다.잠결에 전화를 받은 하백진은 순간 안색이 돌변했다.벌떡 일어난 그녀는 방을 나와 하구천의 방문을 두드렸다.뭔가 불안이 감도는 얼굴이었다.“큰일 났어.”“하구봉도 잡혔대.”“행화루 저격수를 잡으러 갔다가 가든 별장 쪽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났대!”“망할 놈의 하현도 그 자리에 있었다니! 그놈이 하구봉의 뺨을 때리고 온갖 체면을 짓밟아 버렸대!”“이 중요한 순간에 하문준이 돌아오다니!”“그가 직접 나서서 하구봉의 오른손을 망가뜨렸다지 뭐야!”“더 기가 막힌 일은 하구봉을 호위대 책임자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가문 집법당이 그를 심문하도록 명령했다는 거야!”“당난영의 심복이 하구봉 대신 그 자리에 올랐어.”“하현 그놈은 하문준의 귀빈이 되어 그와 동등한 신분을 얻었어. 누구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하게 한 거지!”“구천아, 우리가 이렇게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야!”“이러다가는 네 주변에 사람이 점점 더 줄어들 거라구!”여러 가지 일을 준비하느라 마음이 많이 초췌해서 잠을 설친 하구천은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그는 진동으로 설정해둔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수많은 메시지를 보내왔다.그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후 천천히 물 한 잔을 마셨다.“구천아, 너 도대체 지금 뭐 하는 거야?!”“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렇게 한가롭게 앉아 있는 거야?!”“지금 큰일 났다는 거 몰라?”하백진은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했다.“빨리 가문 집법당 사람들에게 하구봉을 풀어주고 하운빈을 그 자리에 앉지 못하게 해! 그렇지 않으면 호위대는 당난영의 손에 떨어진다고! 그러면 우린 손발이 잘린 꼴이 되는 거야!”“아니야. 이건 하문준이 내린 명령이었으니 네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게 아니야!”“가자, 우리 노부인을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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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6장

”내가 하구봉에게 명령을 내린 거예요.”“하지만 그것은 항도 하 씨 가문의 안위가 걱정되어서 행화루의 저격수를 심문하려고 한 거죠.”“행화루의 저격수가 당난영을 암살하려 한 것도 확실하니까요!”“난 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로 내정된 소주로서 중요한 순간에 권력을 휘두른 거예요. 나의 잘못을 묻는다면 윗선에 물어보지 않고 자행했다는 거 하나뿐이에요. 그 외에 내가 또 무슨 잘못을 했나요?”“내가 하구봉에게 당난영을 치라고 명령한 것도 아니고 호위대 사람들을 함부로 행동하게 한 것도 아니잖아요.”하구천은 물을 마시며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게다가 방금 들은 바에 의하면 행화루의 저격수는 그 자리에서 이미 죽었다더군요!”“아까는 그런 말이 없었죠. 행화루 저격수가 잡혔다 정도의 소문만 돌았죠. 이는 당난영과 하현이 짜고 일부러 날 함정에 빠뜨리려고 수작을 부린 거라고요.”“다만 그들도 내가 아니라 하구봉이 함정에 빠질 줄은 몰랐겠죠...”“행화루의 저격수가 죽었대?!”하백진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녀가 제일 걱정하는 것이 살아있는 저격수의 입이었다.하지만 저격수가 죽은 이 마당에 증인이 없어졌는데 그녀가 뭘 더 두려워하겠는가?하구천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방금 부하들이 보낸 동영상을 보여주었다.행화루 저격수가 구덩이에 묻히는 장면이었다.하백진은 이 광경을 보고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당난영 그 천한 여자가 하현이랑 붙어먹은 거 아니야?!”“오죽하면 둘이 손잡고 우릴 함정에 빠뜨리겠어?”“빌어먹을!”“그놈들 때문에 우리는 강력한 아군을 잃었어!”하구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새옹지마가 될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내가 하구봉에게 움직이라고 명령했을 때 사실 그의 실패를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하현이 반격할 줄은 예상했지만 문주가 마침 그때 돌아올 줄은 전혀 몰랐을 뿐이에요!”“그래도 상관없어요. 어쨌든 이번 일로 셋째 숙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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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7장

당당한 하구천의 말에 하백진의 얼굴에는 마침내 미소가 번졌다.그녀는 기지개를 켜며 빙긋이 웃었다.“그럼 이제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누워서 셋째 오빠와 넷째 오빠가 죽기 살기로 싸우는 걸 보기만 하면 되는 거야?”하구천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 게 없는 건 아니에요.”“어쨌든 하구봉은 저격수를 잡아오라는 나의 명령을 듣고 간 거예요.”“지금 그가 이 지경이 된 데는 내 책임도 다소 있어요.”“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셋째 숙부와 하구봉은 분명 불만이 생길 거예요.”“그러면 내가 구해야 할까요?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봐요.”“적절하게 때를 봐서 구하는 시늉을 하고 생색을 내면 되죠.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고 하구봉이 느끼게끔만 하면 되니까요.”“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그저 시늉만 하는 일이죠.”“해외에 오래 있었던 문주가 내부적으로 갈라진 항도 하 씨 가문을 도대체 어떻게 강하게 뭉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군요!”“우리가 사정한다고 하구봉을 놓아준다면 문주의 권위가 제대로 서겠어요?”“반대로 문주가 우리의 체면도 세워 주지 않고 하구봉을 처벌하려 한다면 셋째 숙부님의 체면은 또 어떻게 되겠어요?”“정말 기대가 되네요. 우리 하 씨 가문 문주께서 어떻게 처리하실지...”요 며칠 동안 하현한테서 연달아 처참히 당한 것이 하구천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었다.그의 목적은 간단했다.항도 하 씨 가문 문주로서 하문준의 위신을 손상시켜 자신의 지위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하구천의 치밀한 계획에 하백진은 감탄해 마지않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구천아, 네가 이렇게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놓으니 난 정말 마음이 놓여.”“이제 항도 하 씨 가문은 네 손에 달렸어. 틀림없어!”“앞으로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네 손에 있다면 반드시 더욱더 빛날 거야. 5대 문벌의 우두머리였던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거라구!”하백진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하구천은 옅은 미소를 지을 뿐 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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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8장

항도 하 씨 가문 가든 별장.어젯밤 일련의 일 때문에 당난영은 하현의 안전이 걱정되어 그를 억지로 별장에 머물게 했다.게다가 그가 항성과 도성에 있는 동안은 반드시 가든 별장에 머물라는 말도 더했다.하현은 줄곧 거절했지만 결국 그녀의 호의를 저버릴 수가 없어 승낙했다.아무래도 가든 별장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감도는 곳이어서 냉랭한 삼계호텔보다 훨씬 나은 거처이긴 했다.거기다 어젯밤 일이 전초전에 불과하다고 예감한 하현은 더더욱 가든 별장을 떠날 수가 없었다.그도 그들을 맞서기 위해 이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잠에서 깬 하현은 핸드폰을 열어 이메일을 확인했다.공해원이 보낸 대구의 최신 소식이 와 있었다.그의 말에 따르면 설은아는 대구에서 이미 공식적으로 상석에 올랐지만 그녀의 위신은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했다.그녀의 집에는 그녀의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줄곧 그녀의 지위와 출생을 의심하고 있는 형국이었다.설은아는 내부의 안정과 집안 내부 고위층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한다.하현은 설은아의 성장에 감탄해하며 한편으로는 그녀의 고군분투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그는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볼까 생각했으나 잠시 고민 끝에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냉철하고 매서운 눈빛을 유지할 수 있었다.그러나 유독 명목상의 아내를 대할 때만은 무덤덤하고 냉철하게 대할 수 없었다.공해원이 이메일에서 의도치 않게 설은아와 최희정에 관한 소식을 언급했기 때문이었다.최희정은 아직도 여전히 탐욕이 그득했다.몸도 많이 회복된 최희정은 대하의 상류층 도련님들과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어떻게든 설은아와 연을 맺어 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천박한 장모의 눈에 하현은 설은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대였을 것이다.천일그룹의 모든 자산을 그녀의 경연진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것은 이미 최희정의 역린을 건드린 꼴이었다.공해원에게 계속 그 일을 지켜보라고 답신한 뒤 하현은 한숨을 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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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9장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한 무리의 사람들이 또 달려 나왔다.이 사람들은 항도 하 씨 가문 사람들이 아니었다.그러나 항성과 도성에서 내로라하는 젊은 세대였다.곽영준, 허지강, 진홍두 등이 모두 모습을 드러내었다.이 사람들은 항성과 도성을 이끄는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었다.결코 얕잡아볼 상대들이 아니었다.하현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이 장면을 주시했다.그는 하구천의 사람들을 적잖이 죽였고 중립적인 위치에 있던 많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그런데 하구천이 뜻밖에도 이런 영향력을 행사할 줄은 몰랐다.항도 하 씨 가문 유력한 휴계자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게다가 하현이 유심히 보니 항도 하 씨 가문 다섯 아들 중 후사가 없는 넷째 아들 쪽을 제외한 모든 집에서 사람이 왔다.이들의 소란스러운 외침에 가든 별장의 발코니에 하나둘 구경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비쳤다.사여빈, 하운빈 등도 발코니에서 이 광경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항도 하 씨 가문 문주 하문준과 당난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하현은 무릎을 꿇은 하구천의 모습을 보고 그를 달리 평가하게 되었다.하구천의 이런 행동은 온전히 사죄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그러나 문주 부부를 압박하고 인심을 사는 데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게다가 그는 하문준을 딜레마에 빠뜨렸다.이 사람들과 강하게 맞서면 그들의 체면을 세워 주지 않는 꼴이 되는 것이고 이대로 물러서면 하문준은 앞에서 완전히 체면을 구기는 꼴이 되는 것이다.천군만마를 데리고 돌아와 아내를 구했는데 다음날 아랫사람에게 뺨을 맞았으니 가문의 문주로서 하문준이 꼬리를 내리지 않고 배기겠는가?간단히 말하자면 하구천의 이런 수법은 하문준의 손발을 꽁꽁 묶어 버린 셈이다.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하구천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이 장면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하현은 이미 하구천이 완벽한 파국을 원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자 하현은 얼른 최영하에게 전화를 걸어놓고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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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0장

사여빈이 이 점을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하문준이 이 일에 나서면 절대 해결될 수 없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는 그녀였다.그러자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하구천, 지금 문주를 압박하는 거야?”하구천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사여빈, 아니야. 오해야!”“내가 어찌 문주를 압박할 수 있겠어?”“난 문주를 존경하고 흠모할 뿐 다른 감정은 없어!”“다만 난 문주님의 큰 기대를 받을 자격이 없어. 동생들을 잘 교육시키지도 못했어.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해!”“모든 것은 다 내가 잘못한 거니까 다른 사람을 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하구봉 사건은 이미 가문 집법당으로 이관되어 처리 중이야. 집법당 쪽에서 공평하고 공정하게 처리한 후 공개적으로 결과를 전달해 줄 거야.”사여빈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이 유죄인지 아닌지, 당신들이 연루되어 처벌을 받게 될지 어떨지는 내 소관도 아니고 문주님 소관도 아니야. 오직 집법당이 결정할 일이야!”“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당신들은 이곳에서 문주를 압박하고 석고대죄하고 있어!”“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뭘 하려는 거냐고?”사여빈도 바보가 아니다.그녀의 눈동자는 매섭게 하구천의 얼굴을 향했다.그의 마음을 이미 간파한 것이다.“당신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이런 연극을 하는 거야?”“내가 이렇게 나서야만 했어?”“하구천,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돌아가.”하구천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사여빈, 다 내 잘못이라니까! 벌은 내가 받아야 해!”“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나라고! 문주께서 날 벌하지 않으시면 노부인을 찾아가 벌을 내리라고 할 거야!”“노부인은 분명 우리에게 벌을 내리실 거야!”“하구천, 지금 당신 해 보자는 거야? 노부인을 이용해 우릴 협박하는 거냐고!?”사여빈은 불같이 화를 내며 얼굴을 붉혔다.멀리서 기자들이 슬금슬금 접근하는 모습이 사여빈의 시야에 들어왔다.기자들도 슬슬 흥분하기 시작하는 듯했다.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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