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재벌 사위면 될까?: Chapter 2791 - Chapter 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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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1장

하구천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현이 자신에게 어떤 큰 선물을 줄 수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하구천이 하현에게 물어보려던 순간 하현은 손가락을 탁 튕겼다.그 모습을 본 용문 자제들이 종이 상자를 안고 나왔다.“이것은 우리 하구천과 약혼녀의 약혼사진이야!”“하구천, 아직 당신 약혼녀가 누구인지 제대로 밝힌 적 없지?”“모두들 관심 없으신가?”용문 자제들은 기자들에게 손에 든 사진을 하나씩 나눠주었다.기자들은 원래 하구천과 하문준 간의 실랑이를 보려고 왔었다.그러나 사진을 본 기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굳어졌다.사진 속의 한 쌍을 본 기자들의 눈에서는 빛이 폭발했다.사진 속 배경은 항성 빅토리아 항이었고 남자는 잘생기고 말끔한 하구천이었다.그러나 여자는 아무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여자의 얼굴에 피어난 환한 미소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듯했다.하구천과 이런 다정한 사진을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설명해 주었다.도대체 이 여자가 누구인지 모두가 궁금해하던 그때, 하현은 용문 자제에게 다가와 손짓을 했다.사진 뭉치를 받아든 하현은 매서운 눈빛으로 하구천의 일행에게 사진을 뿌렸다.하얀 눈송이처럼 하늘을 날아오른 사진들이 후두둑 하구천 일행들 눈앞에 떨어졌다.그제야 사진을 똑똑히 보게 된 사람들은 얼굴빛이 확 변했다.그들은 모두 사진 속 여주인공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구천은 창백해진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마, 말도 안 돼! 이미 필름과 파일을 폐기했는데 어떻게 이 사진이 남아 있을 수가 있어?!”“말도 안 돼!”하현은 하구천 앞에 서서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하구천, 지금은 디지털 시대야. 인터넷으로 못하는 게 없는 시대라고. 사진 원판은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고 USB에도 저장할 수 있다는 거 몰라?”“컴퓨터 고수들은 널렸어. 그냥 가서 삭제한 사진 복구하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아.”“다만 당신도 참 독한 사람이야. 이 여자의 목숨까지 이용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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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2장

”개자식!”하구천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하현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그의 행동은 문주를 압박하고 있던 하구천의 작전을 마구 흔들어 놓은 셈이었다.하구천은 갑자기 하현에게 달려들어 그가 가지고 있는 사진을 빼앗으려고 했다.“퍽!”하현은 손바닥 한 방으로 하구천을 때려눕혔다.그런 다음 하현은 아주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구천, 미안해. 내가 뺨을 때리는 데 워낙 익숙해서 그만 손이 먼저 나가 버렸어. 실수였어. 미안.”하현의 말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하구천의 뺨을 때린 게 실수라고?저렇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말을 하다니!하구천을 바보로 아는 것인가?하구천은 몸부림치며 일어섰고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그는 앞으로 달려가 마구 소리를 질렀다.“저놈을 죽여! 죽여 버리라고!”순간 하구천의 머릿속에 치밀하게 세워져 있던 계획은 마구 헝클어졌다.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애써 전략적으로 몸을 굽혀 왔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그의 뺨엔 벌건 손바닥 자국이 떠올라 그의 얼굴을 더욱 흉악스럽게 만들었다.오늘 하현을 결단 내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끝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하구천의 뇌리를 스쳤다.하현은 매우 당황하여 쩔쩔매는 듯한 시늉을 하며 물러섰다.“하구천, 정말 실수였어. 정말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야.”“내가 방금 이렇게, 이렇게 때린 건...”“퍽!”하현은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들어 하구천의 얼굴을 쳤다.화를 참지 못하고 성질을 부리던 하구천이 다시 날뛰었고 힘 조절에 실패한 하현이 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사람을 죽일 듯이 달려들던 하구천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더니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에고, 내가 또 실수를 해 버렸네.”“하구천이 나한테 맞아서 기절을 해 버렸어.”“얼른 구급차 불러!”“병원비는 내가 다 내고 위자료도 지불할 테니까!”“어서 빨리!”기자들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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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3장

문주를 압박하던 하구천의 연극은 여기서 막을 내렸다.이 일은 갑자기 일어난 해프닝으로 넘기며 하문준은 더 이상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하구천도 떠났으니 이 일은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될 것으로 보였다.그리고 사여빈 측에서는 대규모의 친위대를 각 방면에 보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단단히 지시했다.하현은 어깨를 으쓱한 뒤 여유로운 모습으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눈앞에 펼쳐지는 바다와 푸른 하늘의 조우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하현은 아까 하인이 가져다 놓은 아침을 먹으며 오전 내내 방 안에 앉아 있었다.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하현은 12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보고 일어섰다.방문이 열리자 언제 한복으로 갈아입었는지 말끔한 모습의 사여빈이 눈앞에 서 있었다.“하현, 문주께서 식사나 간단히 하자고 부르시는데 시간이 괜찮으실까요?”눈앞의 미녀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조각처럼 깎아 놓은 얼굴에는 옥처럼 매끈한 빛깔이 반짝거렸다.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강인하고 다부진 인상이었다.하현은 당난영의 대범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아름답고 고운, 게다가 강인하고 다부진 인상의 여자를 하문준 곁에 비서로 두다니!당난영은 문주 부인의 위치가 불안하지도 않은 것일까?하현이 넋을 잃은 듯 빤히 쳐다보자 사여빈은 당황한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그런 시선을 모르지 않았다.잠시 말없이 서 있던 그녀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하현, 시간이 괜찮으십니까?”“문주께서 답을 기다리고 계십니다.”분명 그녀는 하현의 경력을 훤히 알고 있을 것이다.그가 용문 집법당 당주이든 하 세자든 사여빈 같은 위치의 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지난밤과 오늘 아침 일을 겪은 후 사여빈은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콧대 높은 사여빈이 이렇게 공손히 그를 대하며 문주와의 식사 자리에 그를 초대하겠는가?하현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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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4장

세상의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본 하현 같은 사람도 지금 이 순간에는 칭찬의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정말 맛있습니다.”물을 마시던 하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손수 만든 가정식 반찬일 뿐인데 입맛에 맞는다니 다행이야.”하문준의 말을 듣고 하현은 고심하듯 눈을 약간 움츠린 후 눈앞에 있는 볶은 무에 시선을 던졌다.한 조각 한 조각 무의 크기가 균일했고 대충 세팅한 것 같지만 모든 재료들이 알맞게 배합이 되어 맛을 보기도 전에 눈이 즐거웠다.맛은 말할 것도 없었다.정말 솜씨가 좋았다!하문준이 총을 쓰지 않고 칼과 화살 등을 사용하던 때에 아마도 수십 년 동안이나 칼질을 수련했을 것이다.비록 그가 칼잡이 실력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하현은 하문준이 요리한 것을 보고 적어도 그가 전쟁의 신임을 알 수 있었다.하구천처럼 약을 먹고 순간적인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전신이 아닌 진정한 전신임에 틀림없었다.하현이 하문준의 실력을 상상하고 있을 때 하문준은 하현을 살며시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하현, 자네는 강남 하 세자이자 용문 집법당 당주야.”“젊은 나이에 이런 신분이라면 상당히 높은 자리에 앉은 셈이지.”하현은 하문준이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의아했지만 옅은 미소로 화답했다.“아닙니다. 그리 대단한 것이 못 됩니다.”“사람이 너무 겸손하군.”하문준이 사람 좋은 얼굴로 껄껄 웃었다.“사실 어젯밤에서야 자네의 이력을 봤어.”“맨손으로 몇천억 그룹을 만들고 하 씨 가문에 배신당했지만 삼 년 만에 정상을 되찾아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았다지.”“이일해, 하민석도 한가락 하는 인물들인데 자네 발길질에 차여 항성으로 쫓겨왔다더군.”“이일해는 지금도 자네 이름만 들으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라고 들었어.”“누굴 만나든 기세 좋게 제압하더니 결국 용문 집법당 당주 자리까지 올랐고 말이야.”“미야타 신노스케를 죽이고 텐푸 쥬시로를 물리쳤어.”“어떤 상대가 와도 눈부신 실력으로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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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5장

하현은 잠시 침묵을 삼킨 뒤에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사실 전 줄곧 한 가지 의문이 있었습니다. 문주께서는 아직 한창 나이시고 적어도 수십 년은 항도 하 씨 가문을 장악하실 수 있습니다.”“그런데 왜 가문 내부에선 문주님을 끌어내리지 못해서 안달인 건가요?”하문준의 눈동자에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다.“하현, 역사서 자주 읽나?”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자주 봅니다.”“구리를 거울로 삼으면 의관이 단정한지 알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나라의 흥망을 알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그 사람의 흥망을 알 수 있죠.”“젊은 사람 중엔 역사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즘 젊은이들은 돈 버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어. 우리 세대와는 달라.”하문준은 잠시 사색에 빠진 듯 잠자코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역사서를 자주 읽는다니 자네는 왕조의 최고 시절의 세 황제에 대해서도 잘 알겠구만, 그렇지?”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왕조를 개국하신 분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고.”“나머지 두 분에 대해 말해 보자고.”“옹황제는 그 시대에 참 현명한 군주였어. 그러나 건황제의 어리석음이 왕조의 마지막 기운을 다 소진해 버렸지.”“하지만 옹황제는 재위한 지 겨우 13년 밖에 되지 않았어.”“건황제는 60년이나 재위했지.”“왜 그런지 아는가?”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물이 맑으면 물고기가 없고 사람이 맑으면 그를 따르는 제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법치가 철저한 군주는 자신의 눈에 들어간 모래를 빼낼 수가 없는 것이죠.”“밑에 있는 사람이 그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게 당연합니다.”“어리석은 군주는 나라를 다스리는 능력이 보통이지만 아랫사람은 물을 흐리고 물고기를 잡아서 끊임없이 이익을 챙길 수가 있으니까요.”“그래서 아랫사람들은 어리석은 군주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어 주기를 바랍니다.”“안타깝게도 아랫사람들은 현명한 군주만이 나라를 부강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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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6장

”저 말씀이십니까?”하문준의 말을 들은 하현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가 이내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문주께서는 정말로 가르침을 얻고 싶어서 그러시는 거예요? 아니면 절 시험하시는 거예요?”하문준은 흥미로워하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정말로 가르침을 얻고 싶어서 그러는 거면 어떻고 또 시험하는 거면 어떤가?”하현은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정말로 가르침을 얻고 싶어서라면 조심스럽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상황을 사지로 몰아넣어야만 비로소 원하는 걸 손에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다만 이 길을 선택할 시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끝이 좋지 않을 거예요.”“물론 문주께서는 도량도 넓으시고 역량도 출중하시니 가문 전체를 제압해 나가신다면 무엇을 하시든 잘 될 겁니다.”“꼭 사지로 몰아넣어야만 하겠는가?”“그렇지 않으면 바로 세울 수 없단 말인가?”“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지내느니 뼈아픈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단숨에 곪은 곳을 도려내는 것이 낫겠는가?”하문준은 혼잣말을 하듯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하문준에게 있어 하구천과 그를 따르는 일행들은 가문에 있어서 곪을 대로 곪은 암적 존재였다.이들을 없애려고 한다면 아마 항도 하 씨 가문 자체가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고 가문이 멸문할지도 모를 일이었다.하지만 곪은 부분을 도려내지 않으면 항도 하 씨 가문은 지리멸렬하게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다가 결국 처참한 몰골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하문준도 시대의 걸출한 인물이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질질 끌고 온 일이었다.오늘 하현이 두말 않고 단호히 이런 말을 한 것은 아마도 결심을 내리지 못한 하문준을 깨우치려고 한 것일 테다.곪은 상처를 안고 연명하기보단 죽도록 아픈 고통이 따르더라도 단번에 결단을 내는 것이 낫다.모든 것을 뒤집어 놓을 각오로 몰아붙여야 새로 일어서는 것이다.“그럼 만약 내가 그럴 각오가 되어 있다면 자네는 날 도와주시겠는가?”하문준의 예리한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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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7장

가든 별장을 떠나는 하현의 얼굴이 냉담하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는 자신이 한 말이 하문준을 적잖은 충격에 빠뜨렸을 거라는 걸 잘 안다.아마 하문준은 하수진을 자신의 자리에 앉힐지에 대한 고민조차 한 적이 없을 것이다.이제 하현이 하수진을 거론했으니 하문준이 마음만 먹는다면 노부인의 생신날 큰일을 벌일 수도 있다.항도 하 씨 가문 노부인의 생신날에 전혀 관심이 없던 하현은 당난영을 찾아가 초대장이라도 받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어찌 되었건 그런 큰 사건은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하현이 이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차 번호가 없는 도요타 엘파 한 대가 그의 곁에 멈춰 섰다.뒤이어 뒷문이 열리며 제복을 입은 단발머리 여자가 싸늘한 표정으로 내렸다.그녀의 손에는 여러 각도에서 찍은 하현의 사진이 담긴 태블릿 PC가 들려 있었다.그녀는 사진을 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하현을 바라보며 확인한 후에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맞죠?”“항도 하 씨 가문 셋째 어르신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어서 차에 올라타시죠.”“셋째 어르신?”하현은 의아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았다.옷자락에 꾸깃꾸깃한 주름이 져 있는 걸 보니 이미 여기서 오래 기다린 듯했다.줄곧 하현이 나타나기를 기다린 것이다.“셋째 어르신이 누구죠?”냉담한 표정의 여자는 천천히 하현에게 다가와 말했다.“당연히 항도 하 씨 가문 하문천 어르신이죠!”“하문천? 항도 하 씨 가문 셋째 아들?”“하구봉의 아버지?”하현은 매우 의아해하며 말을 이었다.“그가 설마 날 죽이려는 건 아닐 테고 도대체 왜 날 보자는 겁니까?”“아니지, 설마 날 죽이려고 기회를 보고 있는 겁니까?”제복을 입은 여자는 침착하고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저 당신에게 조용히 차를 한 잔 대접하고 싶을 뿐이라고 전하셨습니다.”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잔치에는 즐거운 잔치가 없고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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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8장

항도 하 씨 가문 셋째 아들, 하문천.하문천은 응접실로 들어오자마자 하현에게 눈길을 돌리며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맞지? 아주 요즘 대단하던 걸.”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런 망설임 없이 손에 있던 시가에 불을 붙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어르신, 농담도 잘 하십니다.”“나 같은 인물이 감히 어르신 앞에서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러십니까?”“과분한 평가십니다.”하문천의 눈매가 살짝 들썩이는 걸 보니 아마도 그는 하현이 이렇게 당당하게 되받아칠 줄은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그러자 하문천은 안색을 가다듬은 뒤 하현의 맞은편에 앉아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젊은 나이에 강남 하 세자가 될 만하군.”“용문 내부에서도 아주 쉽게 높은 자리에 올랐다지?”“난 적어도 당신 나이에 그렇게 높은 자리엔 못 올라갔어.”“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아주 독보적이야.”“심지어 내 불효자보다도 당신이 한 수 위였으니까!”불효자라는 세 글자에 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당신에 관해선 아주 많은 소문을 들었어.”하문천은 차가운 얼굴의 여자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말을 이었다.“당신이 그날 미야타 신노스케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은 남양의 전신 양제명이 당신의 뒤를 받쳐주었기 때문이었지. 그 기세로 미야타 검객을 제압한 것이고.”“텐푸 쥬시로도 당신 앞에서 기도 못 펴고 물러났어. 알고 보니 양제명도 그 자리에 있었다더군.”“그래서 난 궁금했지. 양제명이 뒤를 받치고 있어서 그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당신이 대담하게 행동했기 때문인지 알고 싶었어.”‘대담하게'라는 말을 내뱉을 때 하문준의 눈빛이 예리하게 하현을 쏘아보았다.그는 마치 하현의 모든 마음과 비책을 꿰뚫어 보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어르신은 고위층에 계신 분이고 가지지 못할 것도, 하지 못할 것이 없는 분이시니 한번 맞춰 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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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9장

”왜 그렇습니까? 아, 오늘 어르신이 특별히 가르침을 주시려고 날 부른 겁니까?”“그리고 날더러 가만히 쭈그리고 있으라고 하려고요?”하현의 가시 돋친 말에 하문천은 소파에 허리를 깊숙이 묻은 채 눈을 가늘게 떴다.내륙에서 온 병왕이 남양인을 등에 업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뛴다!하문천은 재빨리 하현을 파악했고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누군가를 향해 손짓했다.곧바로 응접실 문이 열리고 검은 옷을 입은 세 명의 경호원들이 각자 나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하문천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오늘 내가 오라고 한 것은 당신을 가르치기 위해서도 아니고 복수를 위해서도 아니야.”“난 서로 윈윈하기를 바라. 모두들 자기 이익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서로 만족하는 결과를 얻기만 하면 돼.”말을 하는 도중 하문천은 손가락을 딱 튕겼다.경호원 중 한 명이 앞에 놓인 나무 쟁반의 붉은 천을 들추었다.그 위에는 많이 부식된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무학 성지에서 내려오는 수련집이야. 비록 반 권뿐이지만 당신이 돌파구를 마련하여 전신의 경지에 오르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될 거야.”“이 물건은 우리가 만난 기념으로 내 선의를 대변해 당신에게 주는 것이니 부디 사양하지 말고 받아.”하문천이 말을 마치자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이 싸늘한 표정으로 나무 쟁반을 하현 앞에 놓았다.하현은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앞에 놓은 물건을 바라보았다.하문천의 큰 구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부자는 망해도 삼 년은 간다더니!항도 하 씨 가문이 5대 문벌 중 최하위라고 해도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는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이런 귀한 물건을 보게 되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하현이 웃으며 감탄했다.그러자 하문천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말하지 않았나? 우리 모두 윈윈하는 일이라고.”그가 다시 손을 흔들자 다른 경호원이 두 번째 나무 쟁반을 가져와 붉은 천을 들추었다.이번에는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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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장

요약하자면 하문천은 당난영 사건으로 인해 하구봉이 항도 하 씨 가문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꼴을 절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하구천이 문주를 압박하는 데 실패하자 하문천은 칼을 쓸 준비를 했다.“하현, 나도 알아. 이렇게 하면 당신이 당난영 앞에서 난감한 처지가 된다는 걸.”“하지만 당신의 눈앞에 전쟁의 신이 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어. 그리고 당신은 나 하문천과 끈끈한 우정을 나눈 사이가 되는 거야.”“당신이 딱 한마디만 해 주면 돼. 그것뿐이야!”“기회는 놓치면 다시 오지 않아!”하현은 하문천의 제안에는 답하지 않고 웃으며 마지막 나무 쟁반을 바라보았다.“그럼 저 마지막 쟁반에는 또 뭐가 있는 겁니까?”“뭐가 들어 있는 거죠?”가장 중요한 물건과 비장의 카드는 항상 마지막을 장식한다.그래서 하현은 하문천이 마지막으로 무엇을 내놓을 수 있는지 또 자신에게는 무엇을 요구할지 궁금했다.“지분 양도 계약서. 10건이야.”하문천은 마지막 쟁반을 하현 앞에 놓았다.“이 지분은 항성에서 가장 큰 10개 상장회사에서 나온 거야. 이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당신은 곧바로 항성에서 최고로 영향력 있는 인물의 반열에 오르는 거야.”“항성 S5가 되는 거지!”하현은 박수를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큰손은 다르시군요!”“이 주식을 모두 합치면 수천억은 족히 될 것 같은데요.”“그런데 이렇게 많은 걸 받으면 또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정말 가늠도 안 되는군요.”“간단해.”하문천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내 수중에는 십 년 전 그 일에 대한 증거가 있어.”“그 증거로 나 하문천의 집을 제외한 나머지 항도 하 씨 가문 모두가 십 년 전 그 일에 개입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지!”“그러나 그 증거는 절대 내 손에서 흘러나가선 안 돼.”“난 그 증거가 당신 손을 통해 흘러나가서 합당한 방법으로 하문준과 당난영의 눈앞에 드러나기를 바라네!”“이 일이 성사되기만 한다면 당신은 명실상부 항성 S5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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