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재벌 사위면 될까?: Chapter 2801 - Chapter 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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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1장

”아 참, 당신이 양제명의 손녀와 사이가 좋다는 말도 들었어.”“당신의 현재 신분으로는 남양 전신의 손녀와 어울리기엔 좀 부족하지.”“하지만 당신이 일단 항성 S5가 되면 신분에선 더 이상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어지지.”“이 세상에 어떤 여자가 스스로 우뚝 선 항성 S5를 거부할 수 있겠어?”하문천은 마치 윤기나는 잘생긴 말을 보듯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항성과 도성 전체에서 자신만이 하현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다는 듯 의기양양하기까지 했다.하문천의 말을 듣고도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하문천이 제시한 조건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문천을 바라보며 웃었다.“어르신, 모두가 성인입니다. 세 살짜리 아이라면 그 말에 속겠지요.”“하지만 나를 속이긴 아마 어려울 겁니다.”“난 이런 음모나 속임수를 쓰는 것을 줄곧 싫어했거니와 항성 S5네 뭐네,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네 어쩌네 하는 건 모두 당신이 날 속이기 위한 구실이라는 걸 이미 간파해 버렸어요.”“일단 내가 정말로 당난영에게 소식을 전한다면 성공적으로 항도 하 씨 가문은 내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고 그 틈에 하구봉은 상석을 차지하겠지요.”“그렇다면 그가 집권한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뭘까요? 항성 S5인가 뭔가를 키워서 힘을 실어 줄까요? 아니요, 절대 아닐 겁니다.”“나를 죽이려 하겠지요.”“어떻게 그런 비밀을 남의 손에 가만히 놔두겠어요?”“당신들은 절대 나 같은 외부인을 믿지 않을 겁니다. 설령 내가 이 비밀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하더라도 당신들은 날 죽여야 안심할 거예요. 산 사람의 입은 절대 믿지 못할 테니까요, 안 그렇습니까?”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거침없이 말한 뒤 강경한 얼굴로 하문천을 바라보았다.하현의 말에 너무 놀란 하문천은 잠시 넋을 잃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젊은 나이에 이렇게 깊고 멀리 볼 수 있는 눈과 머리를 가졌다니!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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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2장

하현은 탁자에서 핸드폰을 집어 들어 슬쩍 눈길을 준 후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르신은 이익을 위해서 딸까지 팔 수 있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저더러 사위가 되라구요?”“내가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아마 내가 어르신의 사위가 된다면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결국 두 손 두 발이 다 묶인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파멸하고 말 거예요.”“친족의 관계라는 점을 앞세워 내 입을 틀어막는 게 고작 생각해 낸 미봉책이십니까?”“따님은 또 어떻구요? 모르는 사이 팔려가 버렸군요, 네?”“부잣집에는 정이 없다는 말, 예전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똑똑히 알 것 같아요.”하현은 ‘탁'하고 핸드폰을 탁자 위에 내려놓은 후 단호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안타깝게도 전 비열한 소인배와는 협력할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거절하겠습니다.”“퍽!”하문천은 얼굴 가득 노기 어린 표정으로 갑자기 탁자를 내리쳤다.“하현, 정말 날 이렇게 실망시킬 셈인가?”“이런 기회라도 붙잡으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용을 쓰는지 알아?”“난 당신에게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줬어. 사위까지 삼으려고 했다고. 그런데 당신은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제도 모르고 뻥 차버리는 것도 모자라 날 함부로 모욕해?”“당신 스스로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하문천이 말을 하는 동안 그 단발머리의 차가운 여자와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몇 명이 매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그들은 세상 물정 모르는 한심한 사람을 보듯 하현을 쏘아보았다.다른 사람들은 평생 구하려고 해도 구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복덩이를 눈앞에 두었는데도 뻥 차버리다니!죽는 게 뭔지 모르는 애송이가 틀림없다.“선을 넘었다고요?”하현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사실 난 더 심한 짓도 할 수 있어요.”“이를테면 당난영 부인에게 가서 모든 것을 일러바칠 수도 있죠.”“옳고 그름은 당난영 부인과 문주께서 잘 판가름해 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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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3장

하문천은 가늘고 긴 시가를 한 모금 깊게 빨아당기고는 분통을 뿜어내듯 연기를 내뱉었다.“당신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군, 허!”“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뛴단 말이야?”“젊음이 그렇게도 기세등등한 것인가?”“하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오늘 난 당신에게 본보기를 보여주어야겠어.”“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똑똑히 알게 해 주지!”하문천은 더 이상 사람 좋은 장사꾼 행세는 집어치우고 탐욕스러운 귀족의 얼굴을 보여주기로 한 모양이었다.한 발도 물러섬이 없는 탐욕스러운 인간 그 자체였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 여기 있는 저 사람들만으로 날 건드려 보겠다는 겁니까?”“너무 부족하지 않을까요?”“충분해. 그들은 이미 당신 실력을 잘 알고 있어.”하문천은 옆에 서 있는 여자를 돌아보며 말했다.“하설아, 진짜 병왕의 실력이 어떤 것인지 이놈에게 보여줘!”“진정한 병왕 앞에서 그깟 재주는 아무것도 아니란 걸 보여주라고!”“참, 손발을 부러뜨려도 상관없어. 하지만 죽이진 마. 어쨌든 그가 내 요구에 응하기만 한다면 항성 S5가 될 몸이니까.”“내 요구에 응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보내도 좋아.”“알겠어?”“네!”하설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하현의 길을 막았다.하문천은 모든 게 다 결정 난 듯 태연스럽게 시가를 손에 쥐고 덤덤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하현이 일어서자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세 명도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숨겨져 있던 총을 꺼내 보이며 차가운 표정으로 안전장치를 풀었다.“하현, 당신은 절대 여기서 못 나갈 거야.”하설은 눈을 흘기며 하현을 바라보았다.거만하고 도도한 모습이었다.“떠나고 싶으면 어르신에게 약속해. 그러고 항성 S5가 되는 거야!”“어서 어르신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야. 알아들었어?”하현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하설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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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4장

”탕!”총알이 날아다니며 포탄 냄새를 살벌하게 풍겼다.조금도 주저하거나 여지를 남겨 두지 않은 단호한 한 방이었다.지금 하설이 해야 할 일은 하현의 목숨을 붙여 놓는 것이었다.그녀의 손놀림은 빨랐다.하지만 안타깝게도 하현의 손놀림은 더 빨랐다.하설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거의 동시에 하현은 몸을 날려 그녀의 몸을 밀쳤다.“펑!총알이 오발되어 천장을 향했다.그러자 하설의 몸은 날아올라 책장에 그대로 부딪혀 눈코입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갈비뼈가 부러졌다.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총도 날아올라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허공을 맴돌았다.“절정의 병왕이라고? 이게?”하현은 짐짓 실망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하현의 말에 하설은 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러나 하현은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총재실을 떠났다.그리고 유유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건물 입구에 도착했다.“누구야?!”“뭐 하는 놈이야?!”한 무리의 경호원들이 인기척을 듣고 그를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하현은 경호원들 사이를 빠져나가 얼른 마이바흐 뒤로 몸을 숨긴 뒤 방아쇠를 당겼다.닫혀 있어야 할 차 문이 열리며 하문천의 얼굴이 드러났다.차체에 방탄 기능이 없었더라면 아마 하문천은 지금쯤 피범벅이 되어 쓰러졌을 것이다.하문천을 죽이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서 하현은 어깨를 으쓱했다.하현은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향해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겨 그들을 쓰러뜨렸다.그리고 나서 그는 눈을 흘기며 하문천을 바라보았다.“어르신, 운이 참 좋으시군요. 방금 그 한 발이 당신을 피해가다니!”“하지만 다음번엔 이렇게 운이 좋지만은 않을 겁니다.”하문천은 안색이 확 굳어졌다.하현의 실력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하문천은 하현이 감히 자신을 향해 주저하지 않고 총을 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또 한편으로는 최고 병왕인 하설이 하현을 처리하지 못한 것에 뒷목이 서늘해졌다.이 두 가지 일은 모두 그의 예상을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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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5장

”뭐라고?”“넷째 오빠 집을 떠난 뒤 하현이 셋째 오빠네로 끌려갔다고?”“셋째 오빠네 하설이 하현한테 완전히 당했다고?”“그리고 뭐? 하현 그놈이 셋째 오빠 뺨을 때려?”항성 병원 귀빈 병동에서 하구천에게 사과를 깎아주던 하백진은 전화를 받으며 괴성을 질렀다.전화를 끊은 후 그녀의 얼굴은 말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그녀는 사과 접시를 들고 하구천의 침상 앞으로 가서 깎은 사과에 빼곡히 이쑤시개를 꽂았다.하구천은 태블릿 PC를 내려놓으며 조심스럽게 시선을 하백진에게 돌렸다.“무슨 일이에요?”하백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셋째 오빠가 뭐에 미쳤는지 글쎄 하현을 끌고 갔대.”“그리고 결국 하현한테 완전히 당했대.”“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어.”하백진은 하문천 쪽에서 일어난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하구천은 사과 한 조각을 집어 들어 베어 물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하구봉이 집법당에 끌려갔고 그 바람에 많은 걸 잃었어요. 그렇다면 셋째 숙부한테 하현은 철천지원수여야 하는 거잖아요?”“그런데 하현을 데려고 와서 협상을 하자고 했다구요?”“정말 하현과 협상을 하고 싶어서였을까요?”“그런데 일이 이렇게 된 걸 보면 협상은 결렬되었단 얘긴가요?”하구천은 이 일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하문천 같은 사람은 장사꾼으로서 닳고 닳은 여우였다.어떻게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개입하려 했겠는가?자기 아들의 일에 대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인물이었다.뒤에 작전을 다 짜두고 덤비는 것이 하문천의 행동 스타일이었다.이렇게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선 것은 이미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하현이라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가 갈리는 하구천이었다.다만 병원에 입원한 후로 하현과 있었던 지난날을 곰곰이 복기해 본 결과 결국 그는 하현이 보통 인물이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아직도 그를 내륙에서 온 잠룡 취급했다가는 아마 또 큰코다칠 것이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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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6장

”태상왕?!”하구천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정신을 가다듬은 후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셋째 숙부가 하구봉을 내 자리에 앉히고 싶은가 보군요.”“그런데 문제는 증거가 있냐는 거예요.”“증거가 없으면 셋째 숙부는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하백진은 핸드폰에서 사진 한 장을 하구천에게 보여주었다.“셋째 오빠는 십 년 전 그 일을 증명할 증거를 손에 쥐고 있다고 했대. 셋째 오빠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그 일이 연루되었다는 증거도 가지고 있고.”사진에는 하문천과 하현이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하구천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하지만 십 년 전 그 일은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어요.”“십 년 전 그 일을 들추어낸다면 우리뿐만 아니라 분명 셋째 숙부도 함정에 빠지게 된다고요. 그게 두렵지 않은가 보죠?”“셋째 오빠는 늙은 여우야. 성격상 아마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가 모두 준비되어 있을 거야.”“게다가 그는 하현을 통해 그 증거를 당난영 쪽에 보내려고 했대.”“하현에 대한 당난영의 믿음이 크니까 하현이 보낸 것이라면 당난영도 믿을 것이라고 예상한 거지!”“일단 하현이 정말로 셋째 오빠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우리와 넷째 오빠는 피를 토하며 싸워야 할 운명이 될 거야.”“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하백진은 감탄해 마지않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다행히 하현이 받아들이지 않았어.”“그놈이 비록 오만방자하긴 했지만 이런 오만방자함은 맘에 드는군.”하구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셋째 숙부가 하현에게 어떤 조건을 내걸었죠?”“하구봉의 사건을 뒤집어엎어서 그의 죄를 면하게 해 달라고 했대. 그럼 자료를 당난영에게 주겠다고.”“또한 그 대가로 하현을 항성 S5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대.”말을 하는 동안 하백진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개자식!”“셋째 오빠는 정말 자신이 태상왕이 되고 하현을 항성 S5로 만들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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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7장

황혼에 물들어가고 있는 빅토리아 항의 하늘, 눈을 가장 즐겁게 하는 경치 중의 하나이다.하현은 요트 위에 앉아 새로 들여온 수십 부의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었다.그러나 몇 페이지를 넘기지도 못하고 하현은 아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기자들은 여전히 권력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자신이 이미 그들에게 그렇게 많은 자료를 넘어주었건만 이렇게밖에 써 내지 못한다니 정말 한심스러웠다.하구천이든 하문천이든 기자들을 아주 잘 구워삶은 것 같았다.“역시 돈과 권력은 대단하군.”“언론의 입까지 통제하다니, 참.”하현은 시대를 한탄하면서 무심코 고개를 들어 올렸다.그러자 누군가 그의 옆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깨달았다.항도 하 씨 가문 문주, 하문준.그는 오늘 하와이안 스타일의 꽃무늬 셔츠를 입고 큰 선글라스에 수행원도 없이 나타났다.하현이 그의 얼굴을 알지 못했다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중년 남자로 알았을 것이다.하문준이 앉아 있는 것을 본 하현은 커피 한 잔을 따라 그에게 건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문주께서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이곳은 최영하가 특별히 하현을 위해 마련해 준 공간이었다.하현이 삼계호텔에 머무는 것을 지겨워한다는 걸 눈치챈 최영하의 배려였다.항도 하 씨 가문 가든 별장도 아무 일 없이 머물기엔 어색했고 괜스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원치 않았기 때문에 하현은 환경을 바꾸고 싶었던 터였다.하현이 건네준 커피를 건네받은 하문준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실은 난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네.”“커피가 머리를 맑게 하고 정신을 환기시켜주긴 하지만 가끔은 생각을 더 흐르멍텅하게 만들 때가 있어.”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보아하니 문주께 무슨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제가 어떻게 도와드려야 좋을까요?”하문준은 잠시 침묵을 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무겁게 입을 열었다.“방금 둘째 형한테서 전화가 왔어.”하현이 눈을 살짝 치켜뜨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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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8장

트렌치코트를 입은 하문천은 최고 가문의 기품을 자아내며 하현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그의 얼굴에 하현이 찍어준 손바닥 도장은 의사의 처리를 마쳤는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다만 하현의 예리한 시선에는 아직도 옅은 자국이 남아 지난 일을 잊지 않고 알려주었다.하문준은 이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하문천이 도대체 어떤 행동을 보일지 무척 궁금해졌다.“문주 아닌가? 문주께서 어떻게 여길 다?”“어? 하현 아닌가? 자넨 또 여기 어쩐 일이야?”하문천은 청하지도 않았는데 하현의 요트 갑판으로 올라와 친한 척하며 하현에게 말을 걸었다.마치 오늘 아침 하문천이 하현에게 칼부림을 하려다 되레 하현에게 얼굴을 얻어맞은 일이 거짓말처럼 여겨질 정도로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문천을 바라보았다.역시나 저 자리에 오를 만큼 속을 알 수 없는 늙은 여우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때린 자신의 손바닥은 아직도 얼얼한데 맞은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벌써 깡그리 잊은 모양새였다.능구렁이 같은 양반 같으니라고.하지만 하현은 하문천을 그냥 모른 척하지 않았다.“어르신, 여기서 또 보는군요.”“아침에 만났었는데 여기서 또 만날 줄은 정말 몰랐는데 말이죠.”“아침에 저한테 맞은 뺨은 괜찮으신지 모르겠습니다.”“진료받으시느라 치료비가 꽤나 들었겠죠?”“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젊은 혈기를 그만 주체하지 못하고 충동적이었네요.”“이렇게 하죠. 병원비, 제가 드리겠습니다.”“금액을 말씀해 주시면 수표를 끊어 드리죠.”하문천은 하현에게 화도 내지 않으며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하현, 뭐 그런 사소한 일 가지고 신경 쓰고 그래. 신경 쓸 거 없어.”“예전에 넷째가 상위에 오르기 전에는 모두 함께 총을 메고 전장을 누볐던 사이야.”“전쟁터에서 우리는 숱하게 상대한테 두들겨 맞았지.”“항성에 돌아왔을 때 권세가들은 그런 우릴 마구 비난하고 욕을 했지!”“그 순간 우리는 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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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9장

찻잔을 든 하문천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손에 든 찻잔을 도저히 하문준에게 내밀 수가 없었다.그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하문준을 쳐다본 후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넷째야. 네가 문주가 된 지 오래라서 이제 형제애가 많이 없어진 것 같구나.”“부잣집 사람들은 정이 없다는 말 난 안 믿었는데 이제 믿을 수밖에 없겠군.”하문준은 냉랭하게 말했다.“형님, 할 말이 있거든 바로 말씀하세요. 시간 낭비하지 마시구요.”하문천은 하문준이 이렇게 자신을 괄시할 줄 몰랐다.그러나 하문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둘째 형님이 전화했을 거야.”“내 아들을 풀어줘.”하문준은 차갑게 물었다.“왜요?”“구봉이는 내 아들이야. 비록 잘못은 했지만 죽을 만큼 큰 죄는 아니잖아.”“집법당이 모든 것을 관리한다고 하지만 집법당이 감히 우리 눈치를 안 볼 수 있겠어?”“우리 가문에는 남자도 많지 않아. 구봉이는 그중 최고라고 할 만한 자식이야.”“그리고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를 네 양아들로 입적할 수도 있고.”“어쨌든 네 조카잖아. 모두 한 가족인데 이렇게 내버려둘 순 없잖겠어?”“가장 중요한 것은 구봉이의 평안이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거야.”“젊은 세대 중에 구봉이만이 하구천을 대적할 만해.”“구봉이가 없으면 노부인은 모든 기대를 하구천한테만 쏟을 거라고.”“그렇게 된다면 넷째 네가 물러날 날도 머지않게 되는 거야.”하문천은 이렇게 하면 하문준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그런 얘기하지 마세요!”하문준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사람을 풀어주라면 풀어줄 수 있어요. 둘째 형의 체면도 세워 줄 수 있구요!”“하지만 한 가지만 묻죠. 형님은 뭘 내놓을 건가요?”하문천은 어안이 벙벙했다.하문준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이건 하문준의 성격과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하지만 하문천도 이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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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0장

하문천이 떠난 후 하현은 일어서서 서류철을 몇 번 들춰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문주님, 무슨 생각이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이것들이 하문천의 손에 있었다는 걸 알았으니 당장에 빼앗아 그의 아들을 벌할 수도 있었습니다.”“이렇게 굳이 나서서 하구봉을 풀어주지 않아도 되구요. 게다가 복직이라니요?”“득보다 실이 더 많지 않습니까?”하문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것들을 내가 찾은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나에게 준 것인지는 천지 차이야.”“적어도 노부인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얘기지.”“하구봉을 풀어준 건 어쩔 수 없었어.”“그를 풀어주지 않으면 내가 무슨 핑계로 내 수양딸 하수진을 풀어줄 수 있겠는가?”하현의 눈동자가 약간 움츠러들었다.보아하니 하문준은 이미 많은 포석을 두고 일을 꾀하고 있는 듯했다.이렇게 되고 보니 정말 이번 노부인의 생신날은 대단한 잔치가 열릴 모양이다.하현은 눈빛을 반짝이며 하문준의 초대에 사양하지 않고 응답했다.“문주님, 노부인의 생신 잔치에 제 자리도 부탁드리겠습니다.”“그런 멋진 날 제가 빠지면 섭섭할 것 같아서요.”하문준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오지 않더라도 이미 자네 자리는 비워둘 참이었어!”“항도 하 씨 가문 노부인의 생신날 가문의 차기 주인이 결정되는 거야!”“이보다 더 큰일이 있을 수 없지!”“그런 날 자네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정말 섭섭한 일이지 않겠나?”“꼭 참석하겠습니다.”하현도 사양하지 않고 확답했다.하문준이 하수진을 빼내려고 하는 걸 보니 필시 하현이 제안한 것을 고려한 것이 분명했다.하현은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결국 차기 문주 자리가 하수진에게 떨어진다면 하구천과 그의 일행들은 얼마나 분통해하는 얼굴을 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서 조바심이 생길 지경이었다.“아, 그렇지 이미 용옥 측과는 연락을 취해 두었으니 곧 그들이 내 수양딸을 데려올 거야.”“이치대로라면 아버지인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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