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넷째 오빠 집을 떠난 뒤 하현이 셋째 오빠네로 끌려갔다고?”“셋째 오빠네 하설이 하현한테 완전히 당했다고?”“그리고 뭐? 하현 그놈이 셋째 오빠 뺨을 때려?”항성 병원 귀빈 병동에서 하구천에게 사과를 깎아주던 하백진은 전화를 받으며 괴성을 질렀다.전화를 끊은 후 그녀의 얼굴은 말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그녀는 사과 접시를 들고 하구천의 침상 앞으로 가서 깎은 사과에 빼곡히 이쑤시개를 꽂았다.하구천은 태블릿 PC를 내려놓으며 조심스럽게 시선을 하백진에게 돌렸다.“무슨 일이에요?”하백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셋째 오빠가 뭐에 미쳤는지 글쎄 하현을 끌고 갔대.”“그리고 결국 하현한테 완전히 당했대.”“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어.”하백진은 하문천 쪽에서 일어난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하구천은 사과 한 조각을 집어 들어 베어 물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하구봉이 집법당에 끌려갔고 그 바람에 많은 걸 잃었어요. 그렇다면 셋째 숙부한테 하현은 철천지원수여야 하는 거잖아요?”“그런데 하현을 데려고 와서 협상을 하자고 했다구요?”“정말 하현과 협상을 하고 싶어서였을까요?”“그런데 일이 이렇게 된 걸 보면 협상은 결렬되었단 얘긴가요?”하구천은 이 일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하문천 같은 사람은 장사꾼으로서 닳고 닳은 여우였다.어떻게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개입하려 했겠는가?자기 아들의 일에 대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인물이었다.뒤에 작전을 다 짜두고 덤비는 것이 하문천의 행동 스타일이었다.이렇게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선 것은 이미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하현이라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가 갈리는 하구천이었다.다만 병원에 입원한 후로 하현과 있었던 지난날을 곰곰이 복기해 본 결과 결국 그는 하현이 보통 인물이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아직도 그를 내륙에서 온 잠룡 취급했다가는 아마 또 큰코다칠 것이다.하
”태상왕?!”하구천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정신을 가다듬은 후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셋째 숙부가 하구봉을 내 자리에 앉히고 싶은가 보군요.”“그런데 문제는 증거가 있냐는 거예요.”“증거가 없으면 셋째 숙부는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하백진은 핸드폰에서 사진 한 장을 하구천에게 보여주었다.“셋째 오빠는 십 년 전 그 일을 증명할 증거를 손에 쥐고 있다고 했대. 셋째 오빠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그 일이 연루되었다는 증거도 가지고 있고.”사진에는 하문천과 하현이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하구천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하지만 십 년 전 그 일은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어요.”“십 년 전 그 일을 들추어낸다면 우리뿐만 아니라 분명 셋째 숙부도 함정에 빠지게 된다고요. 그게 두렵지 않은가 보죠?”“셋째 오빠는 늙은 여우야. 성격상 아마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가 모두 준비되어 있을 거야.”“게다가 그는 하현을 통해 그 증거를 당난영 쪽에 보내려고 했대.”“하현에 대한 당난영의 믿음이 크니까 하현이 보낸 것이라면 당난영도 믿을 것이라고 예상한 거지!”“일단 하현이 정말로 셋째 오빠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우리와 넷째 오빠는 피를 토하며 싸워야 할 운명이 될 거야.”“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하백진은 감탄해 마지않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다행히 하현이 받아들이지 않았어.”“그놈이 비록 오만방자하긴 했지만 이런 오만방자함은 맘에 드는군.”하구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셋째 숙부가 하현에게 어떤 조건을 내걸었죠?”“하구봉의 사건을 뒤집어엎어서 그의 죄를 면하게 해 달라고 했대. 그럼 자료를 당난영에게 주겠다고.”“또한 그 대가로 하현을 항성 S5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대.”말을 하는 동안 하백진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개자식!”“셋째 오빠는 정말 자신이 태상왕이 되고 하현을 항성 S5로 만들어 줄
황혼에 물들어가고 있는 빅토리아 항의 하늘, 눈을 가장 즐겁게 하는 경치 중의 하나이다.하현은 요트 위에 앉아 새로 들여온 수십 부의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었다.그러나 몇 페이지를 넘기지도 못하고 하현은 아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기자들은 여전히 권력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자신이 이미 그들에게 그렇게 많은 자료를 넘어주었건만 이렇게밖에 써 내지 못한다니 정말 한심스러웠다.하구천이든 하문천이든 기자들을 아주 잘 구워삶은 것 같았다.“역시 돈과 권력은 대단하군.”“언론의 입까지 통제하다니, 참.”하현은 시대를 한탄하면서 무심코 고개를 들어 올렸다.그러자 누군가 그의 옆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깨달았다.항도 하 씨 가문 문주, 하문준.그는 오늘 하와이안 스타일의 꽃무늬 셔츠를 입고 큰 선글라스에 수행원도 없이 나타났다.하현이 그의 얼굴을 알지 못했다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중년 남자로 알았을 것이다.하문준이 앉아 있는 것을 본 하현은 커피 한 잔을 따라 그에게 건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문주께서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이곳은 최영하가 특별히 하현을 위해 마련해 준 공간이었다.하현이 삼계호텔에 머무는 것을 지겨워한다는 걸 눈치챈 최영하의 배려였다.항도 하 씨 가문 가든 별장도 아무 일 없이 머물기엔 어색했고 괜스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원치 않았기 때문에 하현은 환경을 바꾸고 싶었던 터였다.하현이 건네준 커피를 건네받은 하문준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실은 난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네.”“커피가 머리를 맑게 하고 정신을 환기시켜주긴 하지만 가끔은 생각을 더 흐르멍텅하게 만들 때가 있어.”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보아하니 문주께 무슨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제가 어떻게 도와드려야 좋을까요?”하문준은 잠시 침묵을 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무겁게 입을 열었다.“방금 둘째 형한테서 전화가 왔어.”하현이 눈을 살짝 치켜뜨며 말했
트렌치코트를 입은 하문천은 최고 가문의 기품을 자아내며 하현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그의 얼굴에 하현이 찍어준 손바닥 도장은 의사의 처리를 마쳤는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다만 하현의 예리한 시선에는 아직도 옅은 자국이 남아 지난 일을 잊지 않고 알려주었다.하문준은 이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하문천이 도대체 어떤 행동을 보일지 무척 궁금해졌다.“문주 아닌가? 문주께서 어떻게 여길 다?”“어? 하현 아닌가? 자넨 또 여기 어쩐 일이야?”하문천은 청하지도 않았는데 하현의 요트 갑판으로 올라와 친한 척하며 하현에게 말을 걸었다.마치 오늘 아침 하문천이 하현에게 칼부림을 하려다 되레 하현에게 얼굴을 얻어맞은 일이 거짓말처럼 여겨질 정도로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문천을 바라보았다.역시나 저 자리에 오를 만큼 속을 알 수 없는 늙은 여우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때린 자신의 손바닥은 아직도 얼얼한데 맞은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벌써 깡그리 잊은 모양새였다.능구렁이 같은 양반 같으니라고.하지만 하현은 하문천을 그냥 모른 척하지 않았다.“어르신, 여기서 또 보는군요.”“아침에 만났었는데 여기서 또 만날 줄은 정말 몰랐는데 말이죠.”“아침에 저한테 맞은 뺨은 괜찮으신지 모르겠습니다.”“진료받으시느라 치료비가 꽤나 들었겠죠?”“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젊은 혈기를 그만 주체하지 못하고 충동적이었네요.”“이렇게 하죠. 병원비, 제가 드리겠습니다.”“금액을 말씀해 주시면 수표를 끊어 드리죠.”하문천은 하현에게 화도 내지 않으며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하현, 뭐 그런 사소한 일 가지고 신경 쓰고 그래. 신경 쓸 거 없어.”“예전에 넷째가 상위에 오르기 전에는 모두 함께 총을 메고 전장을 누볐던 사이야.”“전쟁터에서 우리는 숱하게 상대한테 두들겨 맞았지.”“항성에 돌아왔을 때 권세가들은 그런 우릴 마구 비난하고 욕을 했지!”“그 순간 우리는 맹
찻잔을 든 하문천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손에 든 찻잔을 도저히 하문준에게 내밀 수가 없었다.그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하문준을 쳐다본 후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넷째야. 네가 문주가 된 지 오래라서 이제 형제애가 많이 없어진 것 같구나.”“부잣집 사람들은 정이 없다는 말 난 안 믿었는데 이제 믿을 수밖에 없겠군.”하문준은 냉랭하게 말했다.“형님, 할 말이 있거든 바로 말씀하세요. 시간 낭비하지 마시구요.”하문천은 하문준이 이렇게 자신을 괄시할 줄 몰랐다.그러나 하문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둘째 형님이 전화했을 거야.”“내 아들을 풀어줘.”하문준은 차갑게 물었다.“왜요?”“구봉이는 내 아들이야. 비록 잘못은 했지만 죽을 만큼 큰 죄는 아니잖아.”“집법당이 모든 것을 관리한다고 하지만 집법당이 감히 우리 눈치를 안 볼 수 있겠어?”“우리 가문에는 남자도 많지 않아. 구봉이는 그중 최고라고 할 만한 자식이야.”“그리고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를 네 양아들로 입적할 수도 있고.”“어쨌든 네 조카잖아. 모두 한 가족인데 이렇게 내버려둘 순 없잖겠어?”“가장 중요한 것은 구봉이의 평안이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거야.”“젊은 세대 중에 구봉이만이 하구천을 대적할 만해.”“구봉이가 없으면 노부인은 모든 기대를 하구천한테만 쏟을 거라고.”“그렇게 된다면 넷째 네가 물러날 날도 머지않게 되는 거야.”하문천은 이렇게 하면 하문준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그런 얘기하지 마세요!”하문준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사람을 풀어주라면 풀어줄 수 있어요. 둘째 형의 체면도 세워 줄 수 있구요!”“하지만 한 가지만 묻죠. 형님은 뭘 내놓을 건가요?”하문천은 어안이 벙벙했다.하문준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이건 하문준의 성격과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하지만 하문천도 이것이
하문천이 떠난 후 하현은 일어서서 서류철을 몇 번 들춰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문주님, 무슨 생각이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이것들이 하문천의 손에 있었다는 걸 알았으니 당장에 빼앗아 그의 아들을 벌할 수도 있었습니다.”“이렇게 굳이 나서서 하구봉을 풀어주지 않아도 되구요. 게다가 복직이라니요?”“득보다 실이 더 많지 않습니까?”하문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것들을 내가 찾은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나에게 준 것인지는 천지 차이야.”“적어도 노부인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얘기지.”“하구봉을 풀어준 건 어쩔 수 없었어.”“그를 풀어주지 않으면 내가 무슨 핑계로 내 수양딸 하수진을 풀어줄 수 있겠는가?”하현의 눈동자가 약간 움츠러들었다.보아하니 하문준은 이미 많은 포석을 두고 일을 꾀하고 있는 듯했다.이렇게 되고 보니 정말 이번 노부인의 생신날은 대단한 잔치가 열릴 모양이다.하현은 눈빛을 반짝이며 하문준의 초대에 사양하지 않고 응답했다.“문주님, 노부인의 생신 잔치에 제 자리도 부탁드리겠습니다.”“그런 멋진 날 제가 빠지면 섭섭할 것 같아서요.”하문준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오지 않더라도 이미 자네 자리는 비워둘 참이었어!”“항도 하 씨 가문 노부인의 생신날 가문의 차기 주인이 결정되는 거야!”“이보다 더 큰일이 있을 수 없지!”“그런 날 자네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정말 섭섭한 일이지 않겠나?”“꼭 참석하겠습니다.”하현도 사양하지 않고 확답했다.하문준이 하수진을 빼내려고 하는 걸 보니 필시 하현이 제안한 것을 고려한 것이 분명했다.하현은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결국 차기 문주 자리가 하수진에게 떨어진다면 하구천과 그의 일행들은 얼마나 분통해하는 얼굴을 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서 조바심이 생길 지경이었다.“아, 그렇지 이미 용옥 측과는 연락을 취해 두었으니 곧 그들이 내 수양딸을 데려올 거야.”“이치대로라면 아버지인 내가
항성 빅토리아항의 크루즈 터미널.적막이 밤바다를 가득 매운 이곳에 요트 한 척이 천천히 정박을 준비하고 있었다.해안가에는 벤츠 몇 대가 일자로 늘어섰고 화려한 옷차림으로 무장한 남녀 십여 명이 차 안에서 내려 정박하는 요트를 향해 걸어 나왔다.그동안 어떤 표정을 지었건 간에 그들은 지금 한껏 미소를 짓고 있었다.하구천은 입가에 미소를 드리우며 어디 있는지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용옥의 감옥에서 빠져나오는 한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옷차림은 특별할 게 없었지만 양손에 붕대와 깁스를 한 것이 눈에 띄었다.하구봉이었다.하구봉이 이렇게 되기를 은근히 바랐던 하구천이었지만 용옥에서 나오게 된 하구봉을 보니 하구천은 감회가 새로웠다.그는 하민석, 곽영준 등과 함께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할 수 없는 감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하구봉을 맞았다.“하구봉, 이번에 네가 이렇게 나올 수 있게 된 건 많은 형제들이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빈 덕분이야.”“앞으로 좋은 것도 많이 사 주고 잘 보답해 줘.”“작은 문주.”하구봉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공손히 하구천에게 인사했다.하구봉은 그동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단지 자신이 풀려난 것을 보니 자신의 운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복직하고 호위대를 장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여전히 자신이 항도 하 씨 가문에서 가장 핵심적인 존재임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하구천과 인사를 나눈 후 하구봉은 담담한 표정으로 하민석과 곽영준 일행과 눈인사를 했다.어쨌든 하구봉도 항도 하 씨 가문 직계였으므로 하구천을 대면할 때를 제외하고 그 외 사람들에겐 여전히 위엄 있는 태도를 보였다.“돌아왔으니 됐어. 내가 손을 좀 써 달라고 한 것 때문에 네가 옥고를 치르게 된 거 정말 미안해. 내 잘못이야.”하구천은 호방하게 하구봉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그렇지만 걱정하지 마. 네가 고생한 거 내가 다 갚아줄 테니까.”“이번엔 체면을
하수진을 바라보는 하구천의 표정이 복잡해졌다.상대방이 그들의 뜻에 동참할지 어떨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흩어진 후에야 천천히 걸어갔다.하구천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수진을 정면으로 바라본 후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하수진, 돌아온 걸 환영해.”“우리가 마침 구봉이의 환영회를 하려던 참인데 너도 같이 갈래?”하수진은 하구천을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다가 하구봉과 자신이 왜 이렇게 풀려나게 되었는지 알아차렸다.자신이 나온 것은 링에 올라 하구천과 싸우라는 의미였다.하구천도 분명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하구천이 깍듯한 자세로 자신을 맞이하다니 하수진은 조금 의아했다.“하구천, 이런 중요한 시기에 내가 돌아온 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 거야.”“환영회에 같이 가자고? 진심이야?”하수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백하게 말했다.하구천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하수진이 이 중요한 시기에 나타났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그가 모를 리 없었다.그가 이미 소식을 들은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설령 소식을 듣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전개였다.하문준 슬하에는 아들이 없었다.결국 하문준이 하구천을 대항해 내밀 수 있는 카드는 수양딸 하수진밖에 없다.하지만 수양딸은 수양딸일 뿐이다.어떻게 항도 하 씨 가문 직계인 자신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기껏해야 링 위의 스파링 파트너 정도밖에 되지 않겠는가?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하구천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 가득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하수진, 네가 풀려난 이유를 너도 알고 있고 나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넌 절대로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 없을 거야.”“그렇다면 차라리 우리 둘이 손을 잡는 건 어때? 그러면 나중에 항도 하 씨 가문은 결국 너와 나의 손에 넘어올 테니까 말이야.”“원한다면 문주 부인 자리까지도 약속할 수 있어.”“문주 부인?”하수진은 손에 들고 있던 신문지를 공중에 던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