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을 든 하문천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손에 든 찻잔을 도저히 하문준에게 내밀 수가 없었다.그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하문준을 쳐다본 후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넷째야. 네가 문주가 된 지 오래라서 이제 형제애가 많이 없어진 것 같구나.”“부잣집 사람들은 정이 없다는 말 난 안 믿었는데 이제 믿을 수밖에 없겠군.”하문준은 냉랭하게 말했다.“형님, 할 말이 있거든 바로 말씀하세요. 시간 낭비하지 마시구요.”하문천은 하문준이 이렇게 자신을 괄시할 줄 몰랐다.그러나 하문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둘째 형님이 전화했을 거야.”“내 아들을 풀어줘.”하문준은 차갑게 물었다.“왜요?”“구봉이는 내 아들이야. 비록 잘못은 했지만 죽을 만큼 큰 죄는 아니잖아.”“집법당이 모든 것을 관리한다고 하지만 집법당이 감히 우리 눈치를 안 볼 수 있겠어?”“우리 가문에는 남자도 많지 않아. 구봉이는 그중 최고라고 할 만한 자식이야.”“그리고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를 네 양아들로 입적할 수도 있고.”“어쨌든 네 조카잖아. 모두 한 가족인데 이렇게 내버려둘 순 없잖겠어?”“가장 중요한 것은 구봉이의 평안이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거야.”“젊은 세대 중에 구봉이만이 하구천을 대적할 만해.”“구봉이가 없으면 노부인은 모든 기대를 하구천한테만 쏟을 거라고.”“그렇게 된다면 넷째 네가 물러날 날도 머지않게 되는 거야.”하문천은 이렇게 하면 하문준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그런 얘기하지 마세요!”하문준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사람을 풀어주라면 풀어줄 수 있어요. 둘째 형의 체면도 세워 줄 수 있구요!”“하지만 한 가지만 묻죠. 형님은 뭘 내놓을 건가요?”하문천은 어안이 벙벙했다.하문준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이건 하문준의 성격과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하지만 하문천도 이것이
하문천이 떠난 후 하현은 일어서서 서류철을 몇 번 들춰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문주님, 무슨 생각이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이것들이 하문천의 손에 있었다는 걸 알았으니 당장에 빼앗아 그의 아들을 벌할 수도 있었습니다.”“이렇게 굳이 나서서 하구봉을 풀어주지 않아도 되구요. 게다가 복직이라니요?”“득보다 실이 더 많지 않습니까?”하문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것들을 내가 찾은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나에게 준 것인지는 천지 차이야.”“적어도 노부인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얘기지.”“하구봉을 풀어준 건 어쩔 수 없었어.”“그를 풀어주지 않으면 내가 무슨 핑계로 내 수양딸 하수진을 풀어줄 수 있겠는가?”하현의 눈동자가 약간 움츠러들었다.보아하니 하문준은 이미 많은 포석을 두고 일을 꾀하고 있는 듯했다.이렇게 되고 보니 정말 이번 노부인의 생신날은 대단한 잔치가 열릴 모양이다.하현은 눈빛을 반짝이며 하문준의 초대에 사양하지 않고 응답했다.“문주님, 노부인의 생신 잔치에 제 자리도 부탁드리겠습니다.”“그런 멋진 날 제가 빠지면 섭섭할 것 같아서요.”하문준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오지 않더라도 이미 자네 자리는 비워둘 참이었어!”“항도 하 씨 가문 노부인의 생신날 가문의 차기 주인이 결정되는 거야!”“이보다 더 큰일이 있을 수 없지!”“그런 날 자네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정말 섭섭한 일이지 않겠나?”“꼭 참석하겠습니다.”하현도 사양하지 않고 확답했다.하문준이 하수진을 빼내려고 하는 걸 보니 필시 하현이 제안한 것을 고려한 것이 분명했다.하현은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결국 차기 문주 자리가 하수진에게 떨어진다면 하구천과 그의 일행들은 얼마나 분통해하는 얼굴을 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서 조바심이 생길 지경이었다.“아, 그렇지 이미 용옥 측과는 연락을 취해 두었으니 곧 그들이 내 수양딸을 데려올 거야.”“이치대로라면 아버지인 내가
항성 빅토리아항의 크루즈 터미널.적막이 밤바다를 가득 매운 이곳에 요트 한 척이 천천히 정박을 준비하고 있었다.해안가에는 벤츠 몇 대가 일자로 늘어섰고 화려한 옷차림으로 무장한 남녀 십여 명이 차 안에서 내려 정박하는 요트를 향해 걸어 나왔다.그동안 어떤 표정을 지었건 간에 그들은 지금 한껏 미소를 짓고 있었다.하구천은 입가에 미소를 드리우며 어디 있는지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용옥의 감옥에서 빠져나오는 한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옷차림은 특별할 게 없었지만 양손에 붕대와 깁스를 한 것이 눈에 띄었다.하구봉이었다.하구봉이 이렇게 되기를 은근히 바랐던 하구천이었지만 용옥에서 나오게 된 하구봉을 보니 하구천은 감회가 새로웠다.그는 하민석, 곽영준 등과 함께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할 수 없는 감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하구봉을 맞았다.“하구봉, 이번에 네가 이렇게 나올 수 있게 된 건 많은 형제들이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빈 덕분이야.”“앞으로 좋은 것도 많이 사 주고 잘 보답해 줘.”“작은 문주.”하구봉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공손히 하구천에게 인사했다.하구봉은 그동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단지 자신이 풀려난 것을 보니 자신의 운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복직하고 호위대를 장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여전히 자신이 항도 하 씨 가문에서 가장 핵심적인 존재임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하구천과 인사를 나눈 후 하구봉은 담담한 표정으로 하민석과 곽영준 일행과 눈인사를 했다.어쨌든 하구봉도 항도 하 씨 가문 직계였으므로 하구천을 대면할 때를 제외하고 그 외 사람들에겐 여전히 위엄 있는 태도를 보였다.“돌아왔으니 됐어. 내가 손을 좀 써 달라고 한 것 때문에 네가 옥고를 치르게 된 거 정말 미안해. 내 잘못이야.”하구천은 호방하게 하구봉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그렇지만 걱정하지 마. 네가 고생한 거 내가 다 갚아줄 테니까.”“이번엔 체면을
하수진을 바라보는 하구천의 표정이 복잡해졌다.상대방이 그들의 뜻에 동참할지 어떨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흩어진 후에야 천천히 걸어갔다.하구천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수진을 정면으로 바라본 후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하수진, 돌아온 걸 환영해.”“우리가 마침 구봉이의 환영회를 하려던 참인데 너도 같이 갈래?”하수진은 하구천을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다가 하구봉과 자신이 왜 이렇게 풀려나게 되었는지 알아차렸다.자신이 나온 것은 링에 올라 하구천과 싸우라는 의미였다.하구천도 분명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하구천이 깍듯한 자세로 자신을 맞이하다니 하수진은 조금 의아했다.“하구천, 이런 중요한 시기에 내가 돌아온 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 거야.”“환영회에 같이 가자고? 진심이야?”하수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백하게 말했다.하구천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하수진이 이 중요한 시기에 나타났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그가 모를 리 없었다.그가 이미 소식을 들은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설령 소식을 듣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전개였다.하문준 슬하에는 아들이 없었다.결국 하문준이 하구천을 대항해 내밀 수 있는 카드는 수양딸 하수진밖에 없다.하지만 수양딸은 수양딸일 뿐이다.어떻게 항도 하 씨 가문 직계인 자신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기껏해야 링 위의 스파링 파트너 정도밖에 되지 않겠는가?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하구천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 가득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하수진, 네가 풀려난 이유를 너도 알고 있고 나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넌 절대로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 없을 거야.”“그렇다면 차라리 우리 둘이 손을 잡는 건 어때? 그러면 나중에 항도 하 씨 가문은 결국 너와 나의 손에 넘어올 테니까 말이야.”“원한다면 문주 부인 자리까지도 약속할 수 있어.”“문주 부인?”하수진은 손에 들고 있던 신문지를 공중에 던졌
”맞아, 예전에는 내가 딸인 걸 줄곧 후회했어.”“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하수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때?”“사내대장부는 포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하지만 어떤 이들은 또 이렇게 말해.”“여자지만 남자에게 뒤지지 않겠다고!”“난 오랫동안 기다려 왔어!”“십 년을 넘게 기다려 왔다고!”“오직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던 거야!”“조금도 물러서지 않을 거야.”“내가 대단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게 아니야.”“여자여도 할 수 있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하현은 감탄해 마지않으며 박수를 쳤다.“대단해. 역시 하 씨 가문 문주의 수양딸다워!”“어쩐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하구천이 당신과 손을 잡으려고 하더라니.”“심지어 문주 부인의 자리를 내놓고 당신을 회유하려 들었어.”“그는 당신처럼 태어난 여자는 돈과 물욕에는 넘어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당신이 원하는 것은 오직 권세욕뿐이라고 생각한 거지.”“항도 하 씨 가문에선 오직 문주와 문주 부인만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야.”“만약 그가 당신을 그의 사람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그의 원대한 꿈에 당신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거야.”하수진이 담담하게 말했다.“예전의 나였다면 걸림돌로 작용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달라.”하현은 옅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이런 일로 하수진과 쓸데없는 언쟁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문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하수진은 분명 과거의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하현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문주께서 오늘 여기에 날 보낸 것은 당신을 잘 대접하길 원하셨기 때문이야.”“그런데 우리 사이가 좀 그렇지?”“밥은 안 먹어도 될 것 같고, 그럼 어디로 갈 거야? 가는 데까지 내가 데려다줄게.”하현은 빨리 이 일에서 손을 떼고 싶었다.하구천에게 그녀를 보낸 다음 둘이 죽기 살기로 싸
하수진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바라보았다.자신을 받아줄 마음이 정말 조금도 없는 것 같았다.하수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하라고.”“내가 나왔을 때 아버지는 이미 나한테 분부를 내리셨어.”“아버지가 나한테 내리신 임무는 노부인 생신 전에 항도 하 씨 가문 산하의 항도 재단을 완전히 손에 넣는 거야.”“항도 재단의 모든 권한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하구천과 싸워 볼 만해.”“이렇게 열심히 나서서 하면 내가 뒤에서 열심히 깃발을 흔들며 당신을 응원할게!”하현이 미소를 지으며 항도 재단 사무실이 있는 곳을 검색해 최문성에게 얼른 사람을 보내라고 전했다.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만 수행하고 얼른 빠질 생각이었던 것이다.하수진은 좌석에 놓여 있던 태블릿 PC를 들어 메일을 확인하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오늘 아침 아버지가 항도 재단 주식을 모두 내 명의로 양도하셨어.”“이제 딱 30프로야.”“하지만 계약서에 서명할 때 내가 한 가지 건의했어.”“내가 받은 주식 절반의 지분을 하 세자에게 넘기자고 말이야.”“간단히 말해서, 이제 항도 재단을 잘 조정해 나가는 일에 당신 하 세자도 힘써야 한다는 얘기야.”“그리고 한 가지 더.”“항도 재단의 회장은 하문성으로 한다는 것.”“하구천의 친아버지이자 내 큰아버지.”“항성과 도성에서 당신을 가장 죽이고 싶어 하는 인물 중의 한 사람이지.”하현은 원래 완강히 거절할 생각이었다.그러나 하문성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는 바로 승낙했다.어찌 되었건 하수진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경험이 미숙한 젊은이일 뿐이다.그들이 마주할 사람은 하문성이었다.항도 하 씨 가문에서 지금의 문주 자리에 오를 뻔했던 사람.항성과 도성 두 도시의 혼란을 빨리 잠재우고 싶었던 하현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링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하현과 하수진이 항도 재단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뒤쪽에는
”퍽!”하구천은 신경질적으로 태블릿 PC를 던졌다.“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항도 재단을 손에 넣어서 내 기반을 무너뜨리려 한다고?”하구천의 얼굴에 살벌하고 음흉한 기운이 끓어올랐다.“수년간 항도 재단은 항도 하 씨 가문 큰아들인 우리 집안 손에 있었어.”“그깟 외부인들이 뭔데 우리 집안의 물건에 손을 대?”“우리 집안을 뭘로 보고 그딴 짓을 하겠다는 거냐구?”...하구봉과 간단히 식사를 하고 그를 데려다준 후 하구천은 한시가 급한 사람처럼 바로 빅토리아항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로 돌아갔다.그가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들왔을 때 하백진은 언제 전통 의상으로 갈아입었는지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그녀가 연주한 것은 한밤의 야상곡으로 끝없는 쓸쓸함과 깊은 한기가 서린 곡이었다.다만 지금 이 순간 하구천에겐 세계의 명곡을 가져와 본들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는 앞으로 나가 ‘봥'하고 아무렇게나 건반을 눌러버렸다.“고모,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한가롭게 피아노나 치고 앉아 있어요?”“전에 하구봉은 못 나올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그런데 오늘 하구봉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난 마중까지 나갔다고요!”“셋째 숙부 마음대로 된 거 아닌가요?”하백진은 눈썹을 약간 찡그리며 조곤조곤 말했다.“셋째 오빠가 하구봉을 빼내기 위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렀을 거야. 만약 내 예상이 맞다면 십 년 전 비밀에 대한 자료는 지금 넷째 오빠 하문준에게 가 있을 거야.”“그렇지만...”하백진은 희미한 미소를 띠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십 년 전 그 일은 하문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어.”“진실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그 마지막 가림막을 들추지는 못할 거야.”“이렇게 된 이상 십 년 전 일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게 되었어.”“적어도 이 일로 셋째 오빠는 계속 분탕질할 카드를 잃었고 하구봉도 반은 폐인이 된 상태이니 당분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기회를 봐서
도요타 프라도는 방향을 틀어 항도 재단 본사 건물 앞에 멈춰 섰다.오는 길에 하수진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고 오래지 않아 그녀의 옷가지와 화장품을 실은 업무용 차가 도착했다.업무용 차에 들어간 지 삼십 분도 되지 않아 그녀는 세련된 도시 미인으로 거듭났다.어찌 되었든 하수진은 일단 정해지면 신속하게 움직이는 스타일이었다.그녀가 원하는 자리로 올라가려면 지금 1분 1초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오늘 길에 몇 통의 전화 통화를 한 후 하수진도 집행총재라는 직함이 낮은 자리가 아님을 실감했다.그녀는 항도 재단에서 확실한 2인자가 된 것이다.하지만 인사와 재정 권한은 여전히 하문성의 손안에 있었다.하수진이 맡은 집행총재는 마케팅을 장악하는 자리였다.항도 재단에서는 하문성이 정한 계획에 대해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어쨌든 그는 항도 재단의 진정한 지배자이자 회장 겸 총재였기 때문이다.하문준의 전화 한 통에 집행총재 자리를 마련해 주었으니 하문성으로서도 하문준의 체면을 봐 준 것이었다.하수진은 서두르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문주의 수양딸이지만 항도 재단은 오랫동안 하문성의 손아귀에 있었고 그것을 통제할 만한 힘이 그녀에게는 없었다.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수중에 있는 권한을 이용하여 가능한 한 빨리 항도 재단의 상황을 파악한 다음 어떻게 목표에 접근할 것인가를 궁리하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하수진은 차 안에서 직접 집행총재의 위엄을 보여주었다.그녀가 첫 번째로 한 일은 항도 재단의 모든 고위층을 소집하여 미팅을 여는 것이었다.하문성은 하수진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지만 마침 일이 있어서 미팅에는 참석할 수 없다고 전했다.미팅에 관한 모든 것은 하수진에게 일임했다.간단히 말해 하수진은 항도 재단의 고위층 수십 명을 홀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었다.하현은 그녀 혼자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하수진은 투지가 넘쳤다.하수진이 기세 좋게 도요타 문을 박차고 내리자 하현은 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