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진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바라보았다.자신을 받아줄 마음이 정말 조금도 없는 것 같았다.하수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하라고.”“내가 나왔을 때 아버지는 이미 나한테 분부를 내리셨어.”“아버지가 나한테 내리신 임무는 노부인 생신 전에 항도 하 씨 가문 산하의 항도 재단을 완전히 손에 넣는 거야.”“항도 재단의 모든 권한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하구천과 싸워 볼 만해.”“이렇게 열심히 나서서 하면 내가 뒤에서 열심히 깃발을 흔들며 당신을 응원할게!”하현이 미소를 지으며 항도 재단 사무실이 있는 곳을 검색해 최문성에게 얼른 사람을 보내라고 전했다.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만 수행하고 얼른 빠질 생각이었던 것이다.하수진은 좌석에 놓여 있던 태블릿 PC를 들어 메일을 확인하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오늘 아침 아버지가 항도 재단 주식을 모두 내 명의로 양도하셨어.”“이제 딱 30프로야.”“하지만 계약서에 서명할 때 내가 한 가지 건의했어.”“내가 받은 주식 절반의 지분을 하 세자에게 넘기자고 말이야.”“간단히 말해서, 이제 항도 재단을 잘 조정해 나가는 일에 당신 하 세자도 힘써야 한다는 얘기야.”“그리고 한 가지 더.”“항도 재단의 회장은 하문성으로 한다는 것.”“하구천의 친아버지이자 내 큰아버지.”“항성과 도성에서 당신을 가장 죽이고 싶어 하는 인물 중의 한 사람이지.”하현은 원래 완강히 거절할 생각이었다.그러나 하문성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는 바로 승낙했다.어찌 되었건 하수진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경험이 미숙한 젊은이일 뿐이다.그들이 마주할 사람은 하문성이었다.항도 하 씨 가문에서 지금의 문주 자리에 오를 뻔했던 사람.항성과 도성 두 도시의 혼란을 빨리 잠재우고 싶었던 하현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링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하현과 하수진이 항도 재단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뒤쪽에는
”퍽!”하구천은 신경질적으로 태블릿 PC를 던졌다.“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항도 재단을 손에 넣어서 내 기반을 무너뜨리려 한다고?”하구천의 얼굴에 살벌하고 음흉한 기운이 끓어올랐다.“수년간 항도 재단은 항도 하 씨 가문 큰아들인 우리 집안 손에 있었어.”“그깟 외부인들이 뭔데 우리 집안의 물건에 손을 대?”“우리 집안을 뭘로 보고 그딴 짓을 하겠다는 거냐구?”...하구봉과 간단히 식사를 하고 그를 데려다준 후 하구천은 한시가 급한 사람처럼 바로 빅토리아항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로 돌아갔다.그가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들왔을 때 하백진은 언제 전통 의상으로 갈아입었는지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그녀가 연주한 것은 한밤의 야상곡으로 끝없는 쓸쓸함과 깊은 한기가 서린 곡이었다.다만 지금 이 순간 하구천에겐 세계의 명곡을 가져와 본들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는 앞으로 나가 ‘봥'하고 아무렇게나 건반을 눌러버렸다.“고모,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한가롭게 피아노나 치고 앉아 있어요?”“전에 하구봉은 못 나올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그런데 오늘 하구봉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난 마중까지 나갔다고요!”“셋째 숙부 마음대로 된 거 아닌가요?”하백진은 눈썹을 약간 찡그리며 조곤조곤 말했다.“셋째 오빠가 하구봉을 빼내기 위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렀을 거야. 만약 내 예상이 맞다면 십 년 전 비밀에 대한 자료는 지금 넷째 오빠 하문준에게 가 있을 거야.”“그렇지만...”하백진은 희미한 미소를 띠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십 년 전 그 일은 하문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어.”“진실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그 마지막 가림막을 들추지는 못할 거야.”“이렇게 된 이상 십 년 전 일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게 되었어.”“적어도 이 일로 셋째 오빠는 계속 분탕질할 카드를 잃었고 하구봉도 반은 폐인이 된 상태이니 당분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기회를 봐서
도요타 프라도는 방향을 틀어 항도 재단 본사 건물 앞에 멈춰 섰다.오는 길에 하수진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고 오래지 않아 그녀의 옷가지와 화장품을 실은 업무용 차가 도착했다.업무용 차에 들어간 지 삼십 분도 되지 않아 그녀는 세련된 도시 미인으로 거듭났다.어찌 되었든 하수진은 일단 정해지면 신속하게 움직이는 스타일이었다.그녀가 원하는 자리로 올라가려면 지금 1분 1초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오늘 길에 몇 통의 전화 통화를 한 후 하수진도 집행총재라는 직함이 낮은 자리가 아님을 실감했다.그녀는 항도 재단에서 확실한 2인자가 된 것이다.하지만 인사와 재정 권한은 여전히 하문성의 손안에 있었다.하수진이 맡은 집행총재는 마케팅을 장악하는 자리였다.항도 재단에서는 하문성이 정한 계획에 대해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어쨌든 그는 항도 재단의 진정한 지배자이자 회장 겸 총재였기 때문이다.하문준의 전화 한 통에 집행총재 자리를 마련해 주었으니 하문성으로서도 하문준의 체면을 봐 준 것이었다.하수진은 서두르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문주의 수양딸이지만 항도 재단은 오랫동안 하문성의 손아귀에 있었고 그것을 통제할 만한 힘이 그녀에게는 없었다.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수중에 있는 권한을 이용하여 가능한 한 빨리 항도 재단의 상황을 파악한 다음 어떻게 목표에 접근할 것인가를 궁리하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하수진은 차 안에서 직접 집행총재의 위엄을 보여주었다.그녀가 첫 번째로 한 일은 항도 재단의 모든 고위층을 소집하여 미팅을 여는 것이었다.하문성은 하수진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지만 마침 일이 있어서 미팅에는 참석할 수 없다고 전했다.미팅에 관한 모든 것은 하수진에게 일임했다.간단히 말해 하수진은 항도 재단의 고위층 수십 명을 홀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었다.하현은 그녀 혼자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하수진은 투지가 넘쳤다.하수진이 기세 좋게 도요타 문을 박차고 내리자 하현은 깊
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마치 하수진의 경호원처럼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그는 자신만만해하던 하수진이 과연 어떤 방법으로 눈앞의 사람들을 굴복시킬지 궁금했다.하수진은 매섭게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회장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제 이름은 하수진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절 알고 있다고 보고 제 소개는 더 하지 않겠습니다.”“오늘 이렇게 미팅을 소집한 이유는 이 집행총재 자리는 문주께서 직접 지정한 자리임을 분명히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여기 계신 여러분은 모두 우리 항도 하 씨 가문과 관계가 있는 분들입니다.”“서로 도와주며 함께 어려움을 헤치고 행복을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이 하수진, 절대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그리고 제가 소개할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분, 하현입니다.”“그는 우리 항도 재단 내에 따로 직위가 없는 고문 역할을 할 것입니다.”“하지만 그가 하는 말은 곧 나의 말을 대변하는 것입니다.”“그가 내리는 지시가 곧 제가 내리는 지시입니다!”“그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저에게 미움을 사는 것과도 같습니다.”“여러분, 아시겠습니까?”하수진은 다부진 얼굴로 단호한 의지를 여실 없이 보여주었다.자신의 배후에 가장 든든한 후원자를 직접 드러내어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하현의 명성에 맞는 신분까지 씌웠다.이 짧은 순간에 그냥 보통의 여자가 생각해낼 수 있는 수완이 아니었다.장내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쥐 죽은 듯 고요했고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하현에게 쏠렸다.항도 재단 사람들은 평소 항도 하 씨 가문과의 관계가 그리 친하지만은 않았다.비록 모두 한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서로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는 팽팽한 관계였던 것이다.그래서 하현이라는 두 글자를 들었을 때 항도 재단 고위층들은 그저 귀에 익은 이름이었을 뿐 도대체 이 하현이라는 작자가 어디서 굴러먹다 온 사람인지 생각나지 않았다.그들이 보기엔 그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
고급 맞춤양복을 입은 남자는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 일을 해결하지도 못하고 책임지지도 못한다면 아마 당신의 그 총재직도 불안해질 거예요!”“당신이 데려온 저 허여멀건한 남자의 지위는 말할 것도 없구요!”하현은 불을 뿜듯 도발하는 남자의 얼굴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남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 오만불손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하수진이 총재에 취임하자마자 처음 소집한 회의인데 이렇게 하수진의 체면을 구겨 버리다니!항도 하 씨 가문 사람들이 무섭지도 않은 것인가?어쨌든 하수진의 신분은 어디 가지 않는다.누가 무시하려 해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신분과 지위를 가진 여자였다.손에 든 자료를 몇 번 훑어보던 하현은 이내 이 남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맹효남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항도 재단의 마케팅 부서 매니저였다.동시에 그는 꽤 흥미로운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그는 하문성 집안의 집사 아들이었다.하문성 집안의 은덕으로 자랐다고 할 수 있다.고로 그는 하문성의 심복이라고도 볼 수 있다.하구천도 그를 만나면 예의 바르게 효남 형님, 효남 형님하며 불렀다.이런 신분 때문에 그는 항도 하 씨 가문 사람들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았다.맹효남의 머리가 어떻게 되어서 하문준을 발로 차지 않는 이상 항도 재단 전체에서 감히 누가 그를 넘어설 수 있겠는가?그의 이런 이력으로 볼 때 앞으로 서너 달 후면 자연스럽게 항도 재단 집행총재가 될 수 있었다.생각지도 못한 하수진의 등장에 불을 뿜듯 불만을 표출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했다.“맹 매니저님, 말씀을 똑바로 하셔야죠!”하수진도 당연히 맹효남이란 사람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입을 열었다.“방금 이 자리에 올랐는데 어떻게 항도 재단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겁니까?”“뭐요? 당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몰라요? 당신이 집행총재 자리에 앉을 능력이 된다고 생각합니까?”맹효남은 사나운 얼굴로 하수진을 공격했다.“얼마 전
맹효남의 말을 듣고 항도 재단 임원들 모두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맹효남이 이 기회를 빌려 하수진을 몰아붙이려는 의도를 그들이 알아차린 것이다.어쨌거나 이시카와 그룹의 가전제품은 사용하기 쉽고 성능이 좋아서 잘 팔린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값싸고 성능 좋은 덕분에 이시카와 그룹의 가전제품은 유럽과 미국 등에서 시장을 휩쓸고 있었다.이시카와 그룹은 그 기세를 몰아 대하에 진출할 의향을 가지고 누구와 판매 계약을 맺을지 물색 중이었던 것이다.항도 재단은 5대 문벌 중 하나인 항도 하 씨 가문 산하의 그룹이어서 대리점 계약을 따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래서 전에 하문성의 비서까지 나선 일이 있었지만 결국 잘되지 않았다.그런데 어떻게 맹효남이 이시카와 그룹을 설득할 수가 있었을까?게다가 설령 이사카와 그룹을 설득했다고 해도 어떻게 이런 핑계를 대고 계약 건을 취소할 수 있겠는가?맹효남은 마침 집행총재 자리에 앉게 된 하수진이 아주 눈엣가시 같았을 것이다.이시카와 그룹의 대리점 계약을 따내지 못한 잘못을 이참에 하수진에게 뒤집어씌우려는 맹효남의 속셈이 아닐 수 없었다.어찌 되었든 집행총재는 막중한 권한을 가진 자리였으니 이런 잘못을 그녀가 뒤집어쓰지 않으면 누가 뒤집어쓴단 말인가?항도 재단의 임원들과 맹효남은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었다.누가 나서서 시시비비를 따지려고 감히 나서겠는가?다들 시치미를 뚝 떼며 하수진을 쳐다보면서 맹효남이 뒤집어 놓은 이 판을 그녀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만약 이마저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하수진은 집행총재가 될 자격이 없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하수진은 곁눈으로 맹효남을 흘겨보면서 핸드폰을 꺼내 자료를 확인하려고 했다.그녀는 맹효남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맹효남은 하수진이 편하게 자료를 뒤적일 시간을 주지 않았다.그는 태연스럽게 자신의 다리를 두드리며 시가를 피워
”퍽!”하수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하현이 갑자기 재떨이를 집어 들고 테이블 위에 세게 내리쳤다.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회의실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방금까지 큰소리로 떠들어대던 임원들은 하나같이 멍한 눈빛으로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어쨌든 여기는 임원들 미팅 장소였다.다들 입을 놀리고 있었을 뿐 누구 하나 그들 앞에 재떨이를 내리칠 줄은 몰랐던 것이다.임원들이 반응을 하건 말건 하현은 곧바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쓰레기들!”“항도 재단 임원들이라면서 그깟 섬나라 작은 그룹과의 대리점 계약 하나 성사시키지 못하는 겁니까?”“이럴 때 힘을 발휘하기 위해 그 오랜 세월 동안 준비해 온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항도 재단이 이렇게 오랫동안 당신들의 역량을 키워줬는데 당신들은 뭘 한 거냐구요?”“당신들은 전혀 쓸모없어요!”“당신들은 하나같이 명품시계다 명품 차다 그런 것들을 가지고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렸죠.”“그래야 밖에서 체면이 선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당신들의 사회적 체면을 키워준 회사에게 당신들은 도대체 뭘 했어요? 조금의 애정은커녕 일이 생기자 모두 발뺌하기 바쁘고 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모습만 보이잖아요!”“항도 재단이 당신들한테 돈을 갖다주면 뭘 합니까?”“일개 섬나라 그룹과의 계약도 하나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감히 하 총재에게 책임을 물어요? 그게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합니까?”“당신들은 매일 뭐 했습니까? 밥벌이 제대로 한 겁니까?”하현이 몰아치자 항도 재단의 임원들이 당황하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하수진마저 정신이 얼얼할 지경이었다.그제야 하수진은 하현이 왜 하구천을 연거푸 제압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반면 아직도 항도 재단 임원들은 정신이 멍한지 아무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감히 임원들 앞에서 직접 반론을 제기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고 그들을 향해 강한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맹효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개자식! 나한테 쓰레기라고 한 것도 모자라 감히 우리 임원들한테 쓰레기라고?!”“아주 우리한테 미움을 사고 싶어서 안달인 모양이지?”“항도 재단을 한번 뒤엎어 버리고 싶은 거야 뭐야?”“총재도 이렇게까지 우릴 건드리지 못하는데 네까짓 놈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앞에서 이렇게 날뛰는 거야?”“잘 들어. 하 총재 때문에 이시카와 그룹과의 계약이 틀어졌어! 이건 그냥 넘길 수가 없는 문제야!”“똑똑히 들으라구!”“퍽! 퍽!”하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양손을 들어 맹효남의 뺨을 때렸다.“그냥 넘길 수가 없다고요?”“당신들한테 미움을 산다고요?”“날뛰어?”“왜? 내 말에 불복하는 겁니까? 아니면 하 총재의 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겁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서류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탁 펼쳐 보였다.“마케팅 부서의 가장 기본적인 직책은 다른 회사랑 합작하고 일감을 끌어오는 겁니다!”“항도 재단같이 규모가 큰 회사에서 총재가 해야 할 일은 전반적인 상황을 통제하는 거죠.”“일개 섬나라 작은 회사와 대리점 계약하는 것에도 총재가 나서야 한다면 도대체 마케팅 부서에서는 뭘 하는 거예요?”“차라리 물러나는 게 더 낫지 않아요?”“이런 대리점 계약 건에 당신이 사인을 할 권한이 있다는 건 그만큼의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얘기죠!”“인센티브 받는 만큼 열심히 했어야죠!”“당신이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한 건 당신이 무능하기 때문입니다!”“아니, 오늘 마케팅 부서에서 계약을 따내지 못한 걸 가지고 총재를 찾아온다면 그럼 내일 재무 부서에서 돈이 없으면 또 총재를 찾아오겠네요?”“한마디로 말해서 이 일을 당신네 마케팅 부서에서 할 수 있으면 하는 거고 할 수 없으면 깨끗이 물러나는 겁니다!”“맹효남 당신이 그렇게 잘났고 배짱이 두둑하면 지금 당장 나가도 좋아요. 내가 책임지겠습니다. 3개월치 월급을 위약금으로 드리죠.”“꺼지세요! 어서 꺼지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