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하구천의 말에 하백진의 얼굴에는 마침내 미소가 번졌다.그녀는 기지개를 켜며 빙긋이 웃었다.“그럼 이제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누워서 셋째 오빠와 넷째 오빠가 죽기 살기로 싸우는 걸 보기만 하면 되는 거야?”하구천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 게 없는 건 아니에요.”“어쨌든 하구봉은 저격수를 잡아오라는 나의 명령을 듣고 간 거예요.”“지금 그가 이 지경이 된 데는 내 책임도 다소 있어요.”“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셋째 숙부와 하구봉은 분명 불만이 생길 거예요.”“그러면 내가 구해야 할까요?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봐요.”“적절하게 때를 봐서 구하는 시늉을 하고 생색을 내면 되죠.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고 하구봉이 느끼게끔만 하면 되니까요.”“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그저 시늉만 하는 일이죠.”“해외에 오래 있었던 문주가 내부적으로 갈라진 항도 하 씨 가문을 도대체 어떻게 강하게 뭉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군요!”“우리가 사정한다고 하구봉을 놓아준다면 문주의 권위가 제대로 서겠어요?”“반대로 문주가 우리의 체면도 세워 주지 않고 하구봉을 처벌하려 한다면 셋째 숙부님의 체면은 또 어떻게 되겠어요?”“정말 기대가 되네요. 우리 하 씨 가문 문주께서 어떻게 처리하실지...”요 며칠 동안 하현한테서 연달아 처참히 당한 것이 하구천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었다.그의 목적은 간단했다.항도 하 씨 가문 문주로서 하문준의 위신을 손상시켜 자신의 지위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하구천의 치밀한 계획에 하백진은 감탄해 마지않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구천아, 네가 이렇게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놓으니 난 정말 마음이 놓여.”“이제 항도 하 씨 가문은 네 손에 달렸어. 틀림없어!”“앞으로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네 손에 있다면 반드시 더욱더 빛날 거야. 5대 문벌의 우두머리였던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거라구!”하백진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하구천은 옅은 미소를 지을 뿐 이에
항도 하 씨 가문 가든 별장.어젯밤 일련의 일 때문에 당난영은 하현의 안전이 걱정되어 그를 억지로 별장에 머물게 했다.게다가 그가 항성과 도성에 있는 동안은 반드시 가든 별장에 머물라는 말도 더했다.하현은 줄곧 거절했지만 결국 그녀의 호의를 저버릴 수가 없어 승낙했다.아무래도 가든 별장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감도는 곳이어서 냉랭한 삼계호텔보다 훨씬 나은 거처이긴 했다.거기다 어젯밤 일이 전초전에 불과하다고 예감한 하현은 더더욱 가든 별장을 떠날 수가 없었다.그도 그들을 맞서기 위해 이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잠에서 깬 하현은 핸드폰을 열어 이메일을 확인했다.공해원이 보낸 대구의 최신 소식이 와 있었다.그의 말에 따르면 설은아는 대구에서 이미 공식적으로 상석에 올랐지만 그녀의 위신은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했다.그녀의 집에는 그녀의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줄곧 그녀의 지위와 출생을 의심하고 있는 형국이었다.설은아는 내부의 안정과 집안 내부 고위층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한다.하현은 설은아의 성장에 감탄해하며 한편으로는 그녀의 고군분투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그는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볼까 생각했으나 잠시 고민 끝에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냉철하고 매서운 눈빛을 유지할 수 있었다.그러나 유독 명목상의 아내를 대할 때만은 무덤덤하고 냉철하게 대할 수 없었다.공해원이 이메일에서 의도치 않게 설은아와 최희정에 관한 소식을 언급했기 때문이었다.최희정은 아직도 여전히 탐욕이 그득했다.몸도 많이 회복된 최희정은 대하의 상류층 도련님들과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어떻게든 설은아와 연을 맺어 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천박한 장모의 눈에 하현은 설은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대였을 것이다.천일그룹의 모든 자산을 그녀의 경연진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것은 이미 최희정의 역린을 건드린 꼴이었다.공해원에게 계속 그 일을 지켜보라고 답신한 뒤 하현은 한숨을 내쉬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한 무리의 사람들이 또 달려 나왔다.이 사람들은 항도 하 씨 가문 사람들이 아니었다.그러나 항성과 도성에서 내로라하는 젊은 세대였다.곽영준, 허지강, 진홍두 등이 모두 모습을 드러내었다.이 사람들은 항성과 도성을 이끄는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었다.결코 얕잡아볼 상대들이 아니었다.하현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이 장면을 주시했다.그는 하구천의 사람들을 적잖이 죽였고 중립적인 위치에 있던 많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그런데 하구천이 뜻밖에도 이런 영향력을 행사할 줄은 몰랐다.항도 하 씨 가문 유력한 휴계자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게다가 하현이 유심히 보니 항도 하 씨 가문 다섯 아들 중 후사가 없는 넷째 아들 쪽을 제외한 모든 집에서 사람이 왔다.이들의 소란스러운 외침에 가든 별장의 발코니에 하나둘 구경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비쳤다.사여빈, 하운빈 등도 발코니에서 이 광경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항도 하 씨 가문 문주 하문준과 당난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하현은 무릎을 꿇은 하구천의 모습을 보고 그를 달리 평가하게 되었다.하구천의 이런 행동은 온전히 사죄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그러나 문주 부부를 압박하고 인심을 사는 데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게다가 그는 하문준을 딜레마에 빠뜨렸다.이 사람들과 강하게 맞서면 그들의 체면을 세워 주지 않는 꼴이 되는 것이고 이대로 물러서면 하문준은 앞에서 완전히 체면을 구기는 꼴이 되는 것이다.천군만마를 데리고 돌아와 아내를 구했는데 다음날 아랫사람에게 뺨을 맞았으니 가문의 문주로서 하문준이 꼬리를 내리지 않고 배기겠는가?간단히 말하자면 하구천의 이런 수법은 하문준의 손발을 꽁꽁 묶어 버린 셈이다.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하구천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이 장면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하현은 이미 하구천이 완벽한 파국을 원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자 하현은 얼른 최영하에게 전화를 걸어놓고 조용히
사여빈이 이 점을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하문준이 이 일에 나서면 절대 해결될 수 없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는 그녀였다.그러자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하구천, 지금 문주를 압박하는 거야?”하구천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사여빈, 아니야. 오해야!”“내가 어찌 문주를 압박할 수 있겠어?”“난 문주를 존경하고 흠모할 뿐 다른 감정은 없어!”“다만 난 문주님의 큰 기대를 받을 자격이 없어. 동생들을 잘 교육시키지도 못했어.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해!”“모든 것은 다 내가 잘못한 거니까 다른 사람을 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하구봉 사건은 이미 가문 집법당으로 이관되어 처리 중이야. 집법당 쪽에서 공평하고 공정하게 처리한 후 공개적으로 결과를 전달해 줄 거야.”사여빈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이 유죄인지 아닌지, 당신들이 연루되어 처벌을 받게 될지 어떨지는 내 소관도 아니고 문주님 소관도 아니야. 오직 집법당이 결정할 일이야!”“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당신들은 이곳에서 문주를 압박하고 석고대죄하고 있어!”“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뭘 하려는 거냐고?”사여빈도 바보가 아니다.그녀의 눈동자는 매섭게 하구천의 얼굴을 향했다.그의 마음을 이미 간파한 것이다.“당신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이런 연극을 하는 거야?”“내가 이렇게 나서야만 했어?”“하구천,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돌아가.”하구천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사여빈, 다 내 잘못이라니까! 벌은 내가 받아야 해!”“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나라고! 문주께서 날 벌하지 않으시면 노부인을 찾아가 벌을 내리라고 할 거야!”“노부인은 분명 우리에게 벌을 내리실 거야!”“하구천, 지금 당신 해 보자는 거야? 노부인을 이용해 우릴 협박하는 거냐고!?”사여빈은 불같이 화를 내며 얼굴을 붉혔다.멀리서 기자들이 슬금슬금 접근하는 모습이 사여빈의 시야에 들어왔다.기자들도 슬슬 흥분하기 시작하는 듯했다.어쨌든
하구천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하현이 자신에게 어떤 큰 선물을 줄 수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하구천이 하현에게 물어보려던 순간 하현은 손가락을 탁 튕겼다.그 모습을 본 용문 자제들이 종이 상자를 안고 나왔다.“이것은 우리 하구천과 약혼녀의 약혼사진이야!”“하구천, 아직 당신 약혼녀가 누구인지 제대로 밝힌 적 없지?”“모두들 관심 없으신가?”용문 자제들은 기자들에게 손에 든 사진을 하나씩 나눠주었다.기자들은 원래 하구천과 하문준 간의 실랑이를 보려고 왔었다.그러나 사진을 본 기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굳어졌다.사진 속의 한 쌍을 본 기자들의 눈에서는 빛이 폭발했다.사진 속 배경은 항성 빅토리아 항이었고 남자는 잘생기고 말끔한 하구천이었다.그러나 여자는 아무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여자의 얼굴에 피어난 환한 미소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듯했다.하구천과 이런 다정한 사진을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설명해 주었다.도대체 이 여자가 누구인지 모두가 궁금해하던 그때, 하현은 용문 자제에게 다가와 손짓을 했다.사진 뭉치를 받아든 하현은 매서운 눈빛으로 하구천의 일행에게 사진을 뿌렸다.하얀 눈송이처럼 하늘을 날아오른 사진들이 후두둑 하구천 일행들 눈앞에 떨어졌다.그제야 사진을 똑똑히 보게 된 사람들은 얼굴빛이 확 변했다.그들은 모두 사진 속 여주인공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구천은 창백해진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마, 말도 안 돼! 이미 필름과 파일을 폐기했는데 어떻게 이 사진이 남아 있을 수가 있어?!”“말도 안 돼!”하현은 하구천 앞에 서서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하구천, 지금은 디지털 시대야. 인터넷으로 못하는 게 없는 시대라고. 사진 원판은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고 USB에도 저장할 수 있다는 거 몰라?”“컴퓨터 고수들은 널렸어. 그냥 가서 삭제한 사진 복구하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아.”“다만 당신도 참 독한 사람이야. 이 여자의 목숨까지 이용하려
”개자식!”하구천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하현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그의 행동은 문주를 압박하고 있던 하구천의 작전을 마구 흔들어 놓은 셈이었다.하구천은 갑자기 하현에게 달려들어 그가 가지고 있는 사진을 빼앗으려고 했다.“퍽!”하현은 손바닥 한 방으로 하구천을 때려눕혔다.그런 다음 하현은 아주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구천, 미안해. 내가 뺨을 때리는 데 워낙 익숙해서 그만 손이 먼저 나가 버렸어. 실수였어. 미안.”하현의 말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하구천의 뺨을 때린 게 실수라고?저렇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말을 하다니!하구천을 바보로 아는 것인가?하구천은 몸부림치며 일어섰고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그는 앞으로 달려가 마구 소리를 질렀다.“저놈을 죽여! 죽여 버리라고!”순간 하구천의 머릿속에 치밀하게 세워져 있던 계획은 마구 헝클어졌다.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애써 전략적으로 몸을 굽혀 왔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그의 뺨엔 벌건 손바닥 자국이 떠올라 그의 얼굴을 더욱 흉악스럽게 만들었다.오늘 하현을 결단 내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끝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하구천의 뇌리를 스쳤다.하현은 매우 당황하여 쩔쩔매는 듯한 시늉을 하며 물러섰다.“하구천, 정말 실수였어. 정말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야.”“내가 방금 이렇게, 이렇게 때린 건...”“퍽!”하현은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들어 하구천의 얼굴을 쳤다.화를 참지 못하고 성질을 부리던 하구천이 다시 날뛰었고 힘 조절에 실패한 하현이 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사람을 죽일 듯이 달려들던 하구천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더니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에고, 내가 또 실수를 해 버렸네.”“하구천이 나한테 맞아서 기절을 해 버렸어.”“얼른 구급차 불러!”“병원비는 내가 다 내고 위자료도 지불할 테니까!”“어서 빨리!”기자들은 눈을
문주를 압박하던 하구천의 연극은 여기서 막을 내렸다.이 일은 갑자기 일어난 해프닝으로 넘기며 하문준은 더 이상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하구천도 떠났으니 이 일은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될 것으로 보였다.그리고 사여빈 측에서는 대규모의 친위대를 각 방면에 보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단단히 지시했다.하현은 어깨를 으쓱한 뒤 여유로운 모습으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눈앞에 펼쳐지는 바다와 푸른 하늘의 조우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하현은 아까 하인이 가져다 놓은 아침을 먹으며 오전 내내 방 안에 앉아 있었다.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하현은 12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보고 일어섰다.방문이 열리자 언제 한복으로 갈아입었는지 말끔한 모습의 사여빈이 눈앞에 서 있었다.“하현, 문주께서 식사나 간단히 하자고 부르시는데 시간이 괜찮으실까요?”눈앞의 미녀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조각처럼 깎아 놓은 얼굴에는 옥처럼 매끈한 빛깔이 반짝거렸다.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강인하고 다부진 인상이었다.하현은 당난영의 대범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아름답고 고운, 게다가 강인하고 다부진 인상의 여자를 하문준 곁에 비서로 두다니!당난영은 문주 부인의 위치가 불안하지도 않은 것일까?하현이 넋을 잃은 듯 빤히 쳐다보자 사여빈은 당황한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그런 시선을 모르지 않았다.잠시 말없이 서 있던 그녀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하현, 시간이 괜찮으십니까?”“문주께서 답을 기다리고 계십니다.”분명 그녀는 하현의 경력을 훤히 알고 있을 것이다.그가 용문 집법당 당주이든 하 세자든 사여빈 같은 위치의 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지난밤과 오늘 아침 일을 겪은 후 사여빈은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콧대 높은 사여빈이 이렇게 공손히 그를 대하며 문주와의 식사 자리에 그를 초대하겠는가?하현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세상의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본 하현 같은 사람도 지금 이 순간에는 칭찬의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정말 맛있습니다.”물을 마시던 하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손수 만든 가정식 반찬일 뿐인데 입맛에 맞는다니 다행이야.”하문준의 말을 듣고 하현은 고심하듯 눈을 약간 움츠린 후 눈앞에 있는 볶은 무에 시선을 던졌다.한 조각 한 조각 무의 크기가 균일했고 대충 세팅한 것 같지만 모든 재료들이 알맞게 배합이 되어 맛을 보기도 전에 눈이 즐거웠다.맛은 말할 것도 없었다.정말 솜씨가 좋았다!하문준이 총을 쓰지 않고 칼과 화살 등을 사용하던 때에 아마도 수십 년 동안이나 칼질을 수련했을 것이다.비록 그가 칼잡이 실력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하현은 하문준이 요리한 것을 보고 적어도 그가 전쟁의 신임을 알 수 있었다.하구천처럼 약을 먹고 순간적인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전신이 아닌 진정한 전신임에 틀림없었다.하현이 하문준의 실력을 상상하고 있을 때 하문준은 하현을 살며시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하현, 자네는 강남 하 세자이자 용문 집법당 당주야.”“젊은 나이에 이런 신분이라면 상당히 높은 자리에 앉은 셈이지.”하현은 하문준이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의아했지만 옅은 미소로 화답했다.“아닙니다. 그리 대단한 것이 못 됩니다.”“사람이 너무 겸손하군.”하문준이 사람 좋은 얼굴로 껄껄 웃었다.“사실 어젯밤에서야 자네의 이력을 봤어.”“맨손으로 몇천억 그룹을 만들고 하 씨 가문에 배신당했지만 삼 년 만에 정상을 되찾아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았다지.”“이일해, 하민석도 한가락 하는 인물들인데 자네 발길질에 차여 항성으로 쫓겨왔다더군.”“이일해는 지금도 자네 이름만 들으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라고 들었어.”“누굴 만나든 기세 좋게 제압하더니 결국 용문 집법당 당주 자리까지 올랐고 말이야.”“미야타 신노스케를 죽이고 텐푸 쥬시로를 물리쳤어.”“어떤 상대가 와도 눈부신 실력으로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