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이는 고작 어린아이일 뿐이었다.어려서부터 줄곧 친숙한 사람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던 월이가 지금 갑자기 낯선 환경에 덩그러니 놓이니 엄청나게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강이한은 아픈 이맛살을 주물럭거렸다.그는 그저 머리가 띵해 나는 것만 같았다.의사가 들어오면서 심각한 얼굴로 강이한에게 말을 건넸다.“강이한 씨, 이쪽으로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이온유의 주치의가 그를 불렀다.강이한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무의식적으로 침대 위에 있는 월이를 한눈 보고는 끝내 몸을 돌렸다.문 앞에서 이정을 스쳐 지나갈 때 강이한이 입을 열었다.“쟤한테 뭐 좀 먹여.”“네.”이정은 고개를 끄덕이었지만 눈빛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빠른 걸음으로 떠나는 강이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정은 몸을 돌려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침대 위에서 끊임없이 울고 있는 꼬맹이를 보다가 또 책상 위에 놓여있는 한 술도 안 먹은 죽을 보았다.“우리 월이.”이정은 침대 위에 앉고는 연민이 가득한 눈빛으로 울고 있는 꼬맹이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우리 먼저 뭐 좀 먹을까요?”월이는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입맛에 안 맞아요?”“외할머니가 보고 싶어. 엄마가 보고 싶어.”이소월은 애잔한 말투로 말했다.외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말과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 이 두 마디는 요 며칠 동안 이소월이 제일 많이 한 말이었다.“그럼 우리 먼저 밥부터 먹고 밥 다 먹으면 삼촌이 월이 데리고 엄마 찾으러 갈까요?”“싫어. 싫어!”꼬맹이는 난리를 피웠다.이 수작은 이소월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월이는... 이유영과 임소미를 만나지 않으면 밥도 안 먹었다.지금 밖에는 파리가 한창 난리가 나고 있었다.정씨 가문은 더더욱 파리를 전부 뒤집어엎었다.이러다가는 결국 이곳까지 찾아올 게 분명했다. 그때가 되면 어떤 장면이 일어날지 이정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그의 눈빛에는 걱정이 점점 짙어
‘이 아이를 돌려보내라고? 그럼 우리 온유는... 살길이 없어지는 거잖아.’강이한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유영이 이소월을 데려가기만 하면 수술할 기회가 절대 다시 오지 않을 것이었다.이정이 말을 꺼냈다.“하지만 이 아이를 여기에 남겨둔다고 해도 수술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닙니다. 이 아이는 도련님의 친딸인데 아이가 불쌍하지도 않습니까?”이소월이 딱하다는 소리인지 아니면 아이가 강이한 같은 아버지를 둔 것이 불쌍하다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원래도 싸늘했던 강이한의 눈빛은 순간 이정을 바라보면서 더욱 어둡고 무섭게 변했다.맞는 말이었다.이정이 말한 것도 다 사실이었다. 이소월을 여기에 남겨둔다고 한들 어쩔 수 없었다. 아이가 여전히 밥을 먹지 않으니 이런 몸 상태로는 전혀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심지어 이렇게 나갔다가는 정말 무슨 큰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강이한은 두 눈을 꾹 감았다.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는 도대체 어떤 감정들이 용솟음치고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다시 눈을 떴다.병상 위에서 다시 울다 잠든 꼬맹이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눈가에 주렁주렁 맺혀있는 아이의 모습은 정말 이정의 말대로 가엽기 그지없었다.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이온유의 창백한 모습이 떠올랐다.결국, 강이한은 몸을 돌리면서 이정에게 말했다.“의사 보고 얘한테 영양제 좀 놓아달라고 해.”“...”‘이래도 이소월을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거야? 이 아이는... 엄연히 도련님의 친딸이잖아. 이 지경에 이르렀다 해도 여전히 마음을 바꾸지 않겠다는 거야?’비록 지금 이온유의 목숨이 위태한 것은 사실이지만 강이한의 이 결정은 이정을 깜짝 놀라게 했다....미쳤다.제대로 미쳤다.꼬박 3일 동안 이유영은 눈을 붙인 적이 없었다. 눈을 감기만 하면 월이가 수술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떠오르곤 하였다.마치 전생의 이유영처럼, 그때... 그녀는 전혀 반항할 힘이 없었다. 더군다나 아이인 월이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
여진우와 박연준은 거의 앞뒤로 아이의 행방을 알아냈다.먹구름으로 뒤덮였던 이유영의 세상은 마치 이 순간에 확 밝아진 것만 같았다.차 안에서 그녀는 작은 손으로 박연준의 코트를 꽉 쥐었다. 박연준이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강이한이 월이와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고 해. 그리고 이온유와 적합성 검사도 진행했대.”“사실 하나 마나 이젠 다 상관이 없어!”이유영은 스스로 다 인정하였다.강이한이 핸드폰을 열기만 하면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하지만 그는 이온유에게 수술을 시켜주기 위해 거의 모든 연락 방식을 다 끊어놓았다. 이유영이 무슨 방법을 쓰든 간에 다 그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강이한은 정말 사람을 절망하고 또 분노하게 했다.강이한과 월이의 행방을 알아낸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서 제일 많이 떠오른 생각은 그놈을 보자마자 바로 죽여버리겠다는 것이였다. 그녀가 이런 말을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었다.“조금 전 강이한이 병원 사람을 시켜 월이에게 영양제를 놓았다고 해!”“...”이 말을 들은 순간 이유영의 안색은 확 변했다.그녀는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박연준을 보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이 순간 박연준이 한 말에 대해 이유영은 아직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박연준은 쏜살같이 차를 몰았다.“월이가 줄곧 밥을 안 먹었다고 해. 하지만 강이한은... 그래도 이온유에게 수술을 시켜줄 생각이야!”“...”원래도 안 좋던 이유영의 안색은 순간 더욱 어두워졌다.‘월이가 밥을 안 먹었다고? 며칠이 지났지?’이유영은 월이가 도대체 강이한에게 잡혀간 지 며칠이 되었는지 까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동안 강이한의 곁에 있으면서 아이는 줄곧 밥 먹는 것을 거부하였다.‘이런 상황에서 강이한은 여전히 월이를 갖고... 이온유에게 수술을 시켜주겠다는 거야?’“강이한은 이미 월이가 자기 친딸이라는 것을 알았지? 그렇지?”이유영은 자신의 목소리가 안 들리는 것처럼 물었다.“맞아!”“...”이유영은 단 한 번도 잿빛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를 생
“어느 정도 진행되었어?”강이한이 말한 것은 이소월에게 주사를 놓는 일이었다.“...”바로 이때 이온유를 담당하고 있던 간호사가 부랴부랴 달아오면서 말했다.“강이한 씨, 큰일 났습니다. 이온유 아가씨 쪽으로 갑자기 많은 사람이 나타나서 억지로 아가씨의 병실로 쳐들어갔습니다.”“...”“...”강이한과 이정 두 사람은 모두 말문이 막혔다.강이한은 온몸을 파르르 떨면서 무엇인가를 생각하더니 안색이 확 변했다.그러고는 빠른 걸음으로 이온유의 병실을 향해 걸어갔다. 코너를 돌자마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박연준이 경호원 2명을 바닥에 내동댕이친 모습이었다.그리고 이유영은 위험한 기운이 가득한 채 병실 문을 열었다.그녀의 뒤에는 여진우와 정씨 가문의 최익준 등 사람들도 와 있었다.‘유영이 손에 든 반짝이는 것이 무엇이지?’불빛에 반사되면서 차가운 빛을 보였다.“이유영!”강이한은 크게 고함을 질렀다.모든 분노에 찬 눈빛은 다 강이한 쪽으로 몰렸다. 강이한은 미친 듯이 병실 앞으로 걸어갔다.병실 앞에 도착하기 일보 직전, 여진우가 소리 없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여진우의 몸뚱이를 넘어서 병실 안이 보였다. 그러자 이유영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온유의 수액을 단번에 확 잡아당겨 버린 것을 볼 수 있었다.“이유영!”강이한은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며 이유영을 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이유영은 마치 이성을 잃은 것처럼 다음 순간 그녀의 손은... 산소 호흡기를 향해 내밀어졌다.“멈춰. 당신 그 손 멈추라고!”강이한은 미친 것처럼 여진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여진우는 번개처럼 상대방의 공격을 휙 피했다.빈틈을 타서 강이한은 병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또다시 여진우에게 가로막혔다.“너도 아픈 것을 알아?”“이유영, 당장 멈추지 못해? 평생 당신 아이를 못 보게 될 줄 알아!”말이 끝나자 이유영의 손동작은 더욱 거침이 없었다.강이한은 숨이 턱턱 막혔다.“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화풀어. 나한테!”그랬다. 강이한
임소미와 정국진은 이미 월이를 성공적으로 구해냈다. 그러니... 조금 전 이유영, 박연준과 여진우 등 사람들이 이온유 쪽으로 온 것은 강이한을 다른 쪽으로 유인하기 위한 계략이었다.정국진은 실망으로 가득 찬 싸늘하고 심오한 눈빛으로 강이한을 바라보았다.이유영은 냉철하게 강이한을 휙 밀쳐냈다. 그 순간... 강이한 힘을 모조리 잃어버리고 바닥에 축 늘어졌다.이유영이 발걸음을 뗀 순간 강이한이 입을 열며 말했다.“당신이 미워할 거면 나만 미워해. 그들과는 상관이 없어...”여기서 말한 그들은 한지음과 이온유를 말한 것이었다.이유영은 강이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바로 임소미를 향해 걸어갔다. 몸부림친 것 때문에 얼굴이 시뻘게진 월이는 지금 부들부들 떨면서 임소미의 품에 안겨있었다.이유영을 본 순간 월이의 두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월이는 두 팔을 벌리면서 이유영에게 안기려고 들었다.이유영은 월이를 넘겨받았다. 꼬맹이는 훌쩍훌쩍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딱 봐도 적지 않게 놀란 것이 분명했다.이유영은 조심스럽게 월이를 품속으로 끌어안았으며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일단 나가자.”임소미는 이유영을 보며 말했다.나머지 일들은 정국진과 여진우에게 다 맡기면 되었다. 그들이 강이한을 어떻게 처리하든 그건 다 이유영이 마주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이유영은 임소미의 발걸음을 따라 복도의 끝머리로 걸어갔다.강이한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한테 눈길조차 한 번 주지 않은 이유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뒷모습은 살짝 떨려있었으며 동시에 무궁무진한 굳건함도 깃들어있었다.한순간 강이한은 마치 심장이 세게 베인 것만 같이 느껴졌다.그에게 아프냐고 물으면 대답은 당연했다.숨이 막힐 정도로 아팠다.가슴속에서... 한 가지 목소리가 끊임없이 그에게... ‘이유영을 잃었어, 영원히 잃었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박연준은 임소미와 이유영을 데리고 먼저 자리를 떴다.현장에는 강이한, 정국진, 여진우만 남았다. 복도의 분위기는 극도로 얼
이정과 강이한 신변의 사람 몇 명이 앞으로 나섰다.“도련님.”“...”일어선 순간 강이한은 싸늘하게 이정을 한 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정말 깊은 못처럼 깊숙했다.이정은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그리고 강이한의 몸에 있는 상처를 보자 가슴이 섬뜩하면서 긴장되었다.“바로 가서 의사 선생님을 모셔 오겠습니다.”이정은 강이한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그러나 이 세상에 지금 이유영 말고 감히 그를 해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오로지 이유영에게만 반격하지 않을 뿐이었다....백산 별장의 주방에서, 이유영은 조심스럽게 월이에게 죽을 먹이고 있었다. 꼬맹이는 그녀의 품에 안겨있었으며 이번 일 때문에 매우 놀란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이유영의 품에 안긴 후로부터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월아, 외할머니한테 올까?”월이가 백산 별장에서 사라진 거라서 요 며칠 임소미도 덩달아 속이 말이 아니었다.당연히 이것들은 모두 강이한이 은밀히 꾸민 계략들 때문이었다.그게 아니면 이곳에서 감히 월이를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임소미도 마음이 안 좋았다. 하지만 이토록 낭패한 이유영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도 마음이 아팠다.“제가 할게요.”이유영의 말투는 아주 밋밋했다.그리고 배가 많이 고팠는지 월이는 이렇게 이유영의 품에서 죽을 두 그릇이나 비웠다. 하지만 월이에게 너무 많이 먹이면 또 안 되었다.천천히 조금씩 나아가야 했다.“엄마.”“엄마 어디 안 가.”이유영이 일어선 순간, 월이의 작은 팔은 바로 이유영의 목을 둘렀다.적잖게 겁을 먹은 것이 분명했다.이유영은 월이를 안고 살살 달래주었다.그녀의 머릿속은 지금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현재... 그녀는 아이를 안아서 잘 위로해 주고 달래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지금 그녀가 강이한을 얼마나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지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 병원에서 찌른 그 한 칼은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준 상처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전에 3일 동안, 아이를 못 찾았기에 이유영은 한시도 쉬지 않고 온밤 밖에서 돌아다녔다.하지만 아이가 돌아온 지금 그녀는 여전히 편안하게 잠들지 못했다. 그녀는 손을 놓았다가는 또 아이를 잃어버릴까 봐 아이를 품에 꽈 껴안았다.“엄마, 우유.”이유영의 침대로 돌아온 월이는 순간 자신의 안전감을 되찾은 것만 같았다.이유영이 월이에게 샤워를 해준 뒤 꼬맹이는 습관적으로 침대에서 한 바퀴 굴렀다. 그러고는 두 눈으로 이유영을 망연하게 쳐다보았다.마치 물안개가 낀 것만 같은 두 눈은 정말 귀엽기 그지없었다.이유영은 제일 빠른 속도로 아이에게 우유를 내려주었다.“우리 월이.”이유영은 직접 월이에게 먹여주려 했지만, 꼬맹이는 젖병을 안고서 혼자서 꿀꺽꿀꺽 먹기 시작했다. 정말 배고파 보였다.게다가 아이가 살이 많이 빠진 것을 보니 요 며칠 강이한의 곁에서 무조건 제대로 밥을 안 먹었다는 것을 이유영은 알 수 있었다.이런 생각이 들자 그녀의 눈빛은... 날카롭고 위험하게 변했다. 하지만 월이가 곁에 있으므로 해서 그녀는 순간 또 기를 줄였다.‘요 며칠 월이도 엄청나게 고달프게 지낸 거 같은데. 그래서 저녁에 잠도 제대로 못 잔 건가?’이유영의 품에서 비비적거리다가 월이는 바로 잠이 들었다.하지만 이유영은 고개를 숙인 순간 마음이 짠하고 아팠다.왜냐하면, 월이의 작은 손은 그녀의 잠옷을 꽉 붙잡고 있었다... 전에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그러니 지금 월이는 아무리 잠들었다고 해도 엄청난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온밤 동안, 이유영은 몸을 뒤척이며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이유영은 그저 그렇게 월이를 바라보면서 열심히 아이의 작은 얼굴을 들여다보았다.그리고 새벽이 되었을 때 겨우겨우 눈을 감았다. 다들... 너무 피곤했다. 요 며칠 동안 정말 적지 않게 고생했다.그녀는 쭉 아침 10시까지 잤다. 그러다가 꿈에서 놀라 번뜩 일어났다.“아...”온몸은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이유영은 자기가 아직도 밖에서 아이를 찾고 있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소은지의 헌없이 아름다운 기질은 난초에 못지않았다.강렬한 눈빛과 새빨간 입술, 게다가 더없이 아름다운 와중에 엄숙함도 병존하였다.이유영이 앞으로 다가와 말을 건넸다.“은지야.”소은지는 정신을 되찾고 고개를 돌렸다.이유영이 앞으로 다가오며 물었다.“네가 여기에 웬일로 왔어?”두 사람은 습관적으로 손을 한데 잡았다.그러고는 같이 자리에 앉았다.“아이를 찾었어?”소은지의 말투에는 온통 이유영에 대한 관심과 애틋함으로 가득 찼다. 그녀도 이유영과 강이한이 일을 이 지경까지 크게 벌일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응.”“그 소식들은 다 진짜야?”비록 기사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소은지는 엔데스 현우한테서 대충 사실의 경과를 알게 되었다.‘강이한이 자신의 아이로 한지음의 아이를 구할 생각까지 한다니. 도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이유영은 고개를 숙이고 앞에 놓여있는 찻잔을 들어 차를 몇 모금 마시고 나서야 겨우 가슴속의 답답함을 억누를 수 있었다.말이 없는 이유영의 모습을 본 소은지는 사실이 정말... 엔데스 현우의 말대로라는 것을 대충 알 수 있었다.“너랑 그놈은 정말 지긋지긋한 악연이야!”소은지는 한숨을 내쉬었다.감정의 일에 있어서 소은지는 예전에 아주 단호했다.그녀는 예전에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어 거지’ 이런 마음가짐이었다. 만약 집착 때문에 자신을 불쾌하게 하는 감정이라면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엔데스 명우를 만난 뒤부터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어떤 집착은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럼 넌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소은지가 또 물었다.어찌 됐든 지금의 상황을 놓고 봐서 강이한더러 주동적으로 이유영을 멀리하라고 하는 것은 거의 말이 안 되었다.이런 상황에서 이유영의 결정이 관건이었다.“은지야.”“응?”“현우 씨한테 알려줘. 나머지 반쪽짜리 서류가 지금 강이한의 손에 있다고!”그 순간 이유영은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