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의 대답을 들은 정국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으로는 강이한이 그런 요구를 제기했다고 생각하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강이한이 어떻게 감히... 아니면 사실 우리 유영이를 전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건가? 그런 게 아니면 왜...’“그럼 너는 다시 도원산으로 돌아갈 거야?”“당연히 안 가죠!”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이유영은 돌아갈 마음이 전혀 없었다.그리고 그녀는 강이한이 한지음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한지음의 딸을 위해 계속 여진우의 일로 자신을 끊임없이 협박할 것인지 두고 볼 생각이었다.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유영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서러워졌다.정국진도 미간이 톡톡 뛰었다.“너는 이 일이 연준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맞다, 박연준!‘예전에 박연준이 한지음의 일과 관련이 있었듯이 이번의 백혈병도... 설마 박연준과 관련이 있는 거 아닐까?’이유영이 입을 열었다.“연준 씨는 관련이 없다고 했어요.”“넌 그 말을 믿어?”“당연히 안 믿죠!”이것이 바로 이유영이 지금 마음속으로 강이한을 멀리하고 있으면서도 박연준과 거리를 두는 이유였다.박연준은 그녀에게 이용당하는 것과 배신당하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가증스러운지 물은 적이 있었다.이유영에게 있어서 이 두 가지는 피차일반이었다... 모두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정국진은 이유영의 단호한 대답을 듣고 기분이 조금 흐뭇해졌다.“지금의 네 모습이 보기 너무 좋아. 그런데 네 어머니가 걱정하셔.”정국진은 예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랑에 얽매여있던 정유라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렸다.반대로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이유영은 지금 가족에 대한 사랑 외에 어떤 감정도 믿지 않았다.강이한이든 박연준이든, 이유영은 누구도 믿지 않았다.“아빠, 그런 감정이 기필코 무덤으로 변한다면 저는...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요!”이유영은 곁에 월이가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황천길을 걷게 될 뻔
집사가 교제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소은지는 비로소 엔데스 현우가 다른 사람이 함부로 이곳을 드나들지 못하도록 사전에 당부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들여보내세요.”소은지는 손에 들고 있던 가위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그녀는 엔데스 명우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집사가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이 말을 듣자 도우미는 마치 죽을죄를 면하기라도 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니 방금 도우미는 거실로 들어오기 전에... 이미 엔데스 명우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제대로 느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소문에 듣던 것보다 더 무서운 사람인 게 분명했다....5분 후, 딱 봐도 위험한 분위기에 겁을 먹은 도우미가 전전긍긍하며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에게 커피를 올렸다.소은지는 파르르 떨고 있는 도우미의 손을 보고 말했다.“먼저 내려가 있어요.”“네!”이 말을 듣자 도우미는 부리나케 도망갔다.도우미는 엔데스 명우가 너무 무서웠다. 특히 위험한 기색이 아른거리는 그의 눈빛은 마치 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 무서웠다.거실에는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만 남았다.엔데스 명우의 위험한 시선 속에서 소은지는 무덤덤하게 앞에 놓인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내가 내린 커피보다 못하지만, 그냥 있는 거 마셔.”그랬다. 소은지가 내린 커피는 맛이 아주 좋았다.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엔데스 명우의 곁에 있기 전에 소은지는 사업적인 것 이외 살림살이에 대해서는 매우 서툴렀었다.심지어 집에서 제대로 된 밥 한 끼를 먹으려면 이유영이 시간 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었다.하지만 엔데스 명우의 곁에 묶여있었던 뒤로부터 그녀는 커피도 끓일 줄 알고 차도 제법 잘 우리게 되었다. 그녀는 예전에 지루하다고 느꼈던 일들을 지금 아주 잘하게 되었다.“왜 대충 때워야 하는데?”남자의 말투에는 매서움이 가득했다.안 그래도 위험하던 분위기는 지금 썰렁함의 극치에 도달했다.소은지는 웃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엔데스 명우는 말하면서 손에 힘을 더 꽉 주었다.마치 소은지는 그의 손안에 있는 작은 개미인 것처럼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가 소은지를 잡아 문지르는 것은 정말 쉬운 죽 먹기였다.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보며 여전히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당신은 당연히 나를 어떻게 할 수 있지.”“네가 봤을 때 내가 너를 이렇게 죽여버리면 나랑 현우는 형제를 계속할 수 있을까?”“어디 한번 그렇게 해 보든가.”소은지는 전혀 대수롭지 않았다.마치... 그녀는 자신의 목숨마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엔데스 명우랑 맞서 싸우고 있는 것만 같았다.지금 이 순간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의 눈에서 한치의 두려움도 읽어내지 못했다. 잃을 게 없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더니 지금의 소은지가 전형적인 그런 상황이었다.두 사람은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엔데스 명우 손의 힘도 점점 더 세졌다. 소은지가 정말 이대로 질식해서 기절할 것 같다고 생각되었을 때 결국 엔데스 명우가 손을 놓았다.“수술에 대해 한번 잘 생각해 봐!”“허!”‘수술? 아직도 헛된 꿈을 꾸고 있네?’엔데스 명우는 싸늘하게 소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수술해 줄 거 아니면 다시는 병원으로 찾아가지 마.”지금 설유나의 몸 상태는 아주 허약했으며 소은지의 성질을 받아줄 만큼의 기력도 없었다. 더군다나 소은지는 대쪽 같은 성격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악독한 마음씨도 갖고 있었다.아무리 설유나가 그 정도로 몸이 편찮다고 해도 소은지는 눈 깜짝 안 하고 상대방의 얼굴에 물을 뿌릴 수 있었다.“내가 지금 제일 하고 싶어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소은지는 똑바로 서서 벌겋게 단 자신의 목덜미를 주무르면서 엔데스 명우를 보며 입가에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난 그 여자의 얼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싶어!”“당신 죽고 싶어 안달 났어?”아니나 다를까 엔데스 명우의 분노는 순간 극치에 도달했다.“내가 아니라 당신이 지금 그 여자 때문에 죽으려고 달려드는 거잖아!”‘내가 죽고 싶어 안달 났다고? 청하시에서 잘
소은지와 엔데스 현우가 한편이 된 것은 다 이 거래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당연히 자신이 내놓은 정보가 엔데스 현우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거래인 이상, 변호사인 소은지는 자연스럽게 공평성을 따지게 되었다.“잘됐네요. 당분간 저도 최대한 당신을 도와서 엔데스 명우를 붙잡아 두고 있을게요!”소은지는 아주 구구절절 매섭게 말을 내뱉었다.그랬다. 그녀가 병원에서 분수없이 난리를 피웠던 것도 결국 엔데스 명우의 분노를 끌어내서 그를 병원에 묶어두기 위해서였다. 원래도 깊숙했던 엔데스 현우의 눈빛은 지금 소은지를 바라볼 때 더욱 깊어졌다. 그는 입을 열었다.“더는 그 사람을 건드리지 말아요!”어찌 됐든 엔데스 명우는 위험한 사람이었다. 만약 소은지가 계속해서 이렇게 난리를 피웠다가는 정말 사달이 날지도 모른다.소은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저는 그냥 일을 빨리 끝내버리고 싶어요.”그녀가 원한 건 자기 일을 빨리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엔데스 명우를 하루빨리 끝장내게 만드는 것이었다.정말이지 소은지는 진짜로 건드리면 안 되는 여자였다. 지금까지 그녀가 한 모든 것들은 다 엔데스 명우를 뒤엎어 버리기 위한 것들이었다.예전에 엔데스 명우의 손에 든 권력 때문에 소은지는 반격할 틈이 없었고 벗어날 길도 없었다. 마치 그것들은 자물쇠가 되어서 그녀를 묶어두는 것만 같았다.엔데스 명우가 그녀의 전부를 망가뜨린 이상 그녀는... 그의 손에 든 자물쇠를 망가뜨리기로 했다.소은지는 갑자기 뒤통수에서 손힘이 느껴졌다. 엔데스 현우는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살살 어루만졌다.“전기봉의 정보로 이미 충분해요. 당신은 더 이상 무엇을 할 필요가 없어요.”“당신...”소은지가 발버둥을 쳤지만 엔데스 현우의 힘은 점점 더 세졌다.순간... 두 사람의 거리는 아주 가까워졌다.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얼굴에 내려졌으며 그녀는 그저 가슴이 떨리는 것만 같았다.심장 박동도 따라서 저도 모르게 빨라졌다.소은지가 다른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엔데스 현우는 그녀
이 순간 오랫동안 소은지의 눈빛에 들어있던 단단함과 과감함도 따라서 조금 흔들렸다....한편, 강이한이 월이의 골수로 이온유에게 적합성 검사를 하고 싶다고 말한 뒤로 이유영은 다시 도원산으로 간 적이 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의 일이 그렇게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아이가 사라졌다!결국 그날이... 오고 말았다.“아가씨, 아가씨. 월이 아가씨가 사라졌습니다. 어디에도 없습니다.”월이를 돌보던 도우미가 부랴부랴 달려오며 말했다.이유영은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망연하게 도우미를 바라보았다.‘이게 무슨 일이야?’“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원에서 콩이와 놀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습니다. 온 집안을 다 찾아봤습니다.”도우미는 애가 타서 울 지경이었다.이때 이유영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월이가... 집에서 사라지다니!?’그녀는 슝 하고 집을 나섰다. 지금 백산 별장은... 완전히 난리가 났다. 모든 도우미가 다 같이 아이를 찾고 있었다.“시시티브이를 돌려보세요!”이유영은 고함을 질렀다.이때 집사가 부리나케 달아오며 말했다.“아가씨, 어떤 사람이 월이 아가씨를 데려갔습니다.”“...”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순간 동공이 줄어들었다.‘데려갔다고? 누가?’그녀는 제일 빠른 속도로 모니터링 실로 달려갔다. 월이가 슈트를 입은 남자한테 안겨 가는 것을 보았을 때, 비록 그 남자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절반 정도 가려졌지만 이유영은 여전히 한눈에 그를 알아보았다. 그 남자가... 바로 이정이었다.강이한의 신변 사람이었다.‘강이한이 한 짓이었네...’ 그 순간 이유영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만 같았다.‘이 사람이... 감히!’...같은 시각, 월이는 감정센터로 데려와졌다. 이정은 바로 아이를 강이한의 눈앞으로 안고 왔다. 하지만 그는 월이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데리고 가서 적합성 검사부터 시켜!”“네. 아이를 잠시 보살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바로 가서 안배하겠
이유영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지만 강이한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전화를 거는 사람은 마치 미친 것처럼 한 번 또 한 번이고 연이어 전화를 걸어왔다.끝내 강이한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강이한...”전화 안에서는 이유영의 분노에 찼지만 인내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아무리 전자파를 통해서 귀에 들려왔다지만 여전히 그녀의 말투 속에 담긴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월이는 이유영에게 있어서 엄청나게 중요한 존재였다.‘아마도 박연준 때문이겠지?’예전에... 청하시에 있었을 때 박연준이 도대체 어떻게 그녀를 지키고 보호했는지에 대해 온 청하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유영이는 지금 서재욱의 아이를 낳은 것 때문에 박연준에게 미안한 거잖아. 서재욱과는 잘 되는 가능성이 없으니 이 아이한테 배로 잘해주는 거네?’“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전화 안에서는 이유영의 참는 목소리가 들렸다.게다가 의료기구들이 부딪치는 차가운 소리도 들렸다. 이로부터 월이가 어떤 사람에게 잡혀갔다는 것을 안 뒤 이유영은 한걸음에 바로 이온유가 전에 있었던 병원으로 달려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이온유든 아니면 강이한이든 지금은 다 그쪽에 없었다.그래서 이유영은... 더욱 미칠 것 같았다.게다가 마음이 불안해졌다.‘서재욱의 딸 때문에 불안해졌네.’“유영아, 이 일이 끝난 뒤에 얘기하자.”강이한은 숨을 한 모금 크게 들이쉬고는 품 안에 안겨있는 아이를 보며 유달리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꼬맹이는 울다가 지쳤는지 이미 강이한의 품속에서 잠들었다.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은... 그에게 조금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전화 반대편의 이유영은 강이한의 말을 듣고 심장이 쿵쾅거렸다.“강이한, 한지음이 나한테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알면서 당신은 꼭 월이로 그 여자의 딸을 구해줘야겠어?”그 순간 이유영의 말투는 유달리 싸늘했다.‘참 독하기도 해! 강이한, 넌 도대체 얼마나 독하길래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지?’“이번 일에 있어서 지음이 얘기를 들춰낼 필요가 없
이유영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강이한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끝난 다음에?’끝난 다음에 결과가 어떻든 간에 강이한은 다 감당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온유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는 정말 많은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는... 잘 알고 있었다.만약 이번에 그가 진짜로 지금 품속에 있는 이 아이를 건드린다면 그럼 이유영은... 아마도 평생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유영이는 자신이 지음에게 빚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하나도 몰라. 이번 딱 한 번만 하게 해줘!’그랬다. 한 번만...전화를 끊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이정이 돌아왔다.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이한을 바라보고는 또 무의식적으로 그의 품속에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곤히 잠은 월이의 모습은 강이한과 무척 닮았다.“도련님.”“안배 다 해 놨어?”“네.”“데리고 가!”강이한은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이정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다시 강이한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눈빛에서 아무것도 읽어내지 못했다.‘이 아이의 얼굴이 도련님과 이렇게나 닮았는데 설마 그걸 못 알아보신 거야?’“도련님.”이정은 바짝 긴장한 채 말했다.“왜?”“이 아이가 생긴 것이...”여기까지 말한 이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따라서 몸도 긴장으로 인해 뻣뻣해졌다.강이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뭐가?”그는 이정의 말귀를 전혀 알아듣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강이한은 다시 품속에서 깊이 잠든 월이에게 눈길을 주었지만 그저 조금 익숙한 감이 들었을 뿐이지 여전히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했다.다들 사람은... 자기의 일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망연해진다는 말을 했었다.수많은 사람들이 보자마자 월이의 얼굴에서 강이한의 모습을 보아냈는데 정작 강이한 본인은 알아보지 못했다.“이 아이가 도련님과 많이 닮았습니다.”“...”‘날 닮았다고? 그럴 리가. 이 아이는 유영이와 서재욱의 아이잖아.’그의 분위기가 조금 더 차가워졌다.강이한이 서재욱의 일에 대해 엄청나게 꺼린다는 것을
이유영은 마치 미친 것처럼 온 파리를 다 뒤집어버릴 기세였다. 조금 전 그녀는 사람을 데리고 이온유가 전에 있었던 병원으로 찾아갔다.하지만 이온유든 아니면 월이든 전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핸드폰에는 줄곧 강이한의 연락처 화면이 떠 있었다.강이한은 전화를 끊은 뒤로부터 단 한 번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뒤로는 심지어 핸드폰이 꺼져있었다.“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삐 소리 이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된 후에는 통화료가 부과됩니다.”차가운 안내 소리는 이유영을 절망하게 했다.전화가 끊어지자마자 여진우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오빠.”이유영은 울먹임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그녀는 강이한이 이토록 억지로 나올 줄 올랐다. 강이한은 정말... 한지음과 이온유를 위해라면 못 하는 짓이 없었다.전에 이유영은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하지만... 충분히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지금 당장 돌아와!”“너...”“지금 모든 출구를 다 막아버렸어. 이쪽의 수술실도 다 막아버렸어. 감히 그놈한테 수술해 줄 사람이 없을 거야!”‘수술해 줄 사람이 없을 거라고?’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유영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이한은 달랐다. 지금 그들이 상대하는 사람은 강이한이였다.이 세상에 그가 못 하는 일이라고는 없었다.‘전생에 강이한은 사람을 시켜 나를 수술대에 올릴 수 있었지. 그것처럼 이번 생에도 월이를 수술대에 올릴 수...’여기까지 생각한 이유영은 그저 가슴이 답답하고 시린 것 같았고 눈앞마저 캄캄해지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오빠, 월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이유영은 한 글자 한 글자 떨리는 말투로 말했다.그랬다. 월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었다. 그게 무엇이든 다 일이 생기면 안 되었다.“걱정하지 마. 그럴 리 없어!”전화 반대편의 여진우는 아주 굳건하게 두 마디를 내뱉었다.그런데 지금 상대방이 아무리 어떤 메시지를 이유영에게 전달한다고 해도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