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강이한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끝난 다음에?’끝난 다음에 결과가 어떻든 간에 강이한은 다 감당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온유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는 정말 많은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는... 잘 알고 있었다.만약 이번에 그가 진짜로 지금 품속에 있는 이 아이를 건드린다면 그럼 이유영은... 아마도 평생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유영이는 자신이 지음에게 빚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하나도 몰라. 이번 딱 한 번만 하게 해줘!’그랬다. 한 번만...전화를 끊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이정이 돌아왔다.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이한을 바라보고는 또 무의식적으로 그의 품속에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곤히 잠은 월이의 모습은 강이한과 무척 닮았다.“도련님.”“안배 다 해 놨어?”“네.”“데리고 가!”강이한은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이정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다시 강이한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눈빛에서 아무것도 읽어내지 못했다.‘이 아이의 얼굴이 도련님과 이렇게나 닮았는데 설마 그걸 못 알아보신 거야?’“도련님.”이정은 바짝 긴장한 채 말했다.“왜?”“이 아이가 생긴 것이...”여기까지 말한 이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따라서 몸도 긴장으로 인해 뻣뻣해졌다.강이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뭐가?”그는 이정의 말귀를 전혀 알아듣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강이한은 다시 품속에서 깊이 잠든 월이에게 눈길을 주었지만 그저 조금 익숙한 감이 들었을 뿐이지 여전히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했다.다들 사람은... 자기의 일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망연해진다는 말을 했었다.수많은 사람들이 보자마자 월이의 얼굴에서 강이한의 모습을 보아냈는데 정작 강이한 본인은 알아보지 못했다.“이 아이가 도련님과 많이 닮았습니다.”“...”‘날 닮았다고? 그럴 리가. 이 아이는 유영이와 서재욱의 아이잖아.’그의 분위기가 조금 더 차가워졌다.강이한이 서재욱의 일에 대해 엄청나게 꺼린다는 것을
이유영은 마치 미친 것처럼 온 파리를 다 뒤집어버릴 기세였다. 조금 전 그녀는 사람을 데리고 이온유가 전에 있었던 병원으로 찾아갔다.하지만 이온유든 아니면 월이든 전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핸드폰에는 줄곧 강이한의 연락처 화면이 떠 있었다.강이한은 전화를 끊은 뒤로부터 단 한 번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뒤로는 심지어 핸드폰이 꺼져있었다.“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삐 소리 이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된 후에는 통화료가 부과됩니다.”차가운 안내 소리는 이유영을 절망하게 했다.전화가 끊어지자마자 여진우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오빠.”이유영은 울먹임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그녀는 강이한이 이토록 억지로 나올 줄 올랐다. 강이한은 정말... 한지음과 이온유를 위해라면 못 하는 짓이 없었다.전에 이유영은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하지만... 충분히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지금 당장 돌아와!”“너...”“지금 모든 출구를 다 막아버렸어. 이쪽의 수술실도 다 막아버렸어. 감히 그놈한테 수술해 줄 사람이 없을 거야!”‘수술해 줄 사람이 없을 거라고?’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유영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이한은 달랐다. 지금 그들이 상대하는 사람은 강이한이였다.이 세상에 그가 못 하는 일이라고는 없었다.‘전생에 강이한은 사람을 시켜 나를 수술대에 올릴 수 있었지. 그것처럼 이번 생에도 월이를 수술대에 올릴 수...’여기까지 생각한 이유영은 그저 가슴이 답답하고 시린 것 같았고 눈앞마저 캄캄해지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오빠, 월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이유영은 한 글자 한 글자 떨리는 말투로 말했다.그랬다. 월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었다. 그게 무엇이든 다 일이 생기면 안 되었다.“걱정하지 마. 그럴 리 없어!”전화 반대편의 여진우는 아주 굳건하게 두 마디를 내뱉었다.그런데 지금 상대방이 아무리 어떤 메시지를 이유영에게 전달한다고 해도 그녀
이유영은 강이한이 월이가 그의 딸인 것을 봐서라도 모든 것을 멈췄으면 했다.하지만 그 순간... 이유영은 마음속으로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한지음이 강이한의 마음속에서 그토록 중요한데 자기의 친딸과 한지음의 딸... 둘 중 도대체 누가 더 그에게 소중할까?’답안이 이유영의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리고 그녀의 이성을 세게 흔들었다.“강이한!”이유영은 낮은 소리로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만약 이번에... 강이한 때문에 월이한테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니, 아무리 월이한테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이유영은 꼭 강이한은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었다.미웠다!이유영은... 강이한이 정말 미웠다....다른 한편, 이유영의 생각대로 강이한은 월이를 데려가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이미 준비를 철저하게 다 해놓았었다.지금 그는 태연하게 밖에서 일어나는 혼란스러운 장면을 보면서 온몸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이정이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건넸다.“두 가지 검사 모두 진행 중입니다!”하나는 친자 확인 검사를 말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적합성 검사를 말하는 것이었다.“그래.”강이한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이정은 강이한을 보면서 말을 꺼내려다가 말았다.어찌 됐든 이정이 보기엔 아이의 일에 있어서 강이한은... 이유영에게 단 일 푼의 믿음도 준 적이 없었다.다시 말해서 아이의 일로 놓고 보아도 두 사람 사이의 믿음이 굉장히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 아이는?”이정이 몸을 돌리려는 순간 강이한이 질문을 던졌다.다음 순간 복도의 다른 병실에서 아이의 엉엉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엄마, 엄마, 엄마. 흑...”강이한과 이정은 서로 눈빛이 마주쳤다.그리고 이정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강이한은 슉 소파에서 일어서서 울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제자리에 선 이정은 강이한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저... 씁쓸하게 느껴졌다.왜냐하면 이정은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강이한의 이 모습은 절대 사태가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
시간은 조금씩 조금씩 흘렀다.강이한이 하도 철저하게 준비를 한 탓에 정씨 가문은... 월이의 소식을 조금이라도 얻어내지 못했다. 이유영은 온 파리에 있는 병원들을 다 뒤져보았지만 없었다.월이에 관한 단서가 하나도 없었다.이유영은 어수선한 옷차림으로 마치 미친 사람처럼 병원의 구석구석을 다 뒤졌다. 그녀의 모습은 낭패하고 절망적이었다.또 병원 한 집을 찾아보고 나온 이유영은 마치 영혼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박연준의 차가 병원 앞에 세워져 있었다. 차에서 내린 박연준은 넋을 잃은 이유영을 보았다.지금 그녀의 몸에서는 아름다움이라고는 일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저 무궁무진한 절망만 있었다. 만약... 이때 오직 이유영의 목숨으로 월이가 무사한 것을 바꿀 수 있다고 하면... 그럼 그녀는 정말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을 것이었다.그녀는 미친 듯이 강이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그녀는 또 미친 듯이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이유영은 강이한에게 월이의 신분을 인정하였으며 게다가 최후의 타협까지 하였다.[내가 적합성 검사를 할게. 내가 그 아이를 살릴게.]이 메시지를 보낼 때 이유영의 마음이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그녀는 타협했다.결국 강이한에게 타협하고 말았다.강이한더러 자기 딸을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하기 위해, 한지음에 관한 일체를 그토록 증오했던 이유영은 결국 강이한에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다른 한편, 강이한은 이미 검사 결과를 손에 쥐었다.“도련님.”이정은 엄숙하면서도 심각한 표정으로 강이한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검사 결과에는 둘 다 적합하다고 나왔다!그랬다. 월이는 강이한의 딸이 맞았고 월이와 이온유의 골수도 적합하다고 나왔다...강이한은 친자 확인 검사 보고서를 보면서 눈빛에는... 다정함이 역력했다가 또 짙은 몸부림이 보이기도 했다.‘이 여자는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거짓말만 내뱉은 거지?’그 순간 병상에 누워있던 월이는 또다시
간호사는 월이를 달래주며 밥을 먹이려고 하였다.“이쁜 아기야, 딱 한 입만 먹을까? 이렇게 아무것도 안 먹으면 안 돼.”이렇게 아무것도 안 먹고 버티고 있다가는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었다.강이한을 본 간호사는 깜짝 놀랐다.“강 도련님.”간호사는 일어서며 말했다.하지만 강이한은 마치 간호사를 못 본 것처럼 앞으로 다가가 병상에 누워있는 월이를 바라보았다. 간호사는 손을 내밀어 그릇을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그러자 강이한은 자리게 앉았다.그릇에 있는 음식은 아이가 먹기 딱 좋은 음식이었지만 입맛에 잘 맞는 것인지는 모른다. 어찌 됐든 정씨 가문에서 월이를 애지중지하는 정도를 보면 아이를 엄청 알뜰하게 키웠을 게 뻔했다.강이한은 그릇에서 음식을 한술 떠서 월이의 입가에 대며 말했다.“아, 입 벌려.”꼬맹이는 더 세게 훌쩍거렸으며 더 세게 울었다.이토록 아담한 몸뚱이를 한 꼬맹이가 어디서 난 힘으로 이렇게 난리를 피우는지 정말 신기할 정도였다. 월이는 아직도 말을 듣지 않았다.강이한은 울고 있는 월이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그만 울어. 울지 마. 밥만 다 먹으면 널 데리고 엄마 찾으러 갈게.”“엄마. 엄마한테 갈래요. 엄마.”꼬맹이는 계속해서 엉엉 울었다. 하지만 강이한이 계속해서 말했다.“밥 안 먹으면 엄마 찾으러 안 갈 거야.”꼬맹이는 순간 똘망똘망한 눈으로 강이한을 경계하면서 쳐다보았다.그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이렇게 어린아이가 벌써 깊은 경계심을 가진 것을 봐서 이유영의 경계심을 물려받은 것이 아닌지 정말 의심이 들 정도였다.‘아마도 물려받은 거겠지?’“입 벌려!”강이한은 월이를 보며 말했다.사실 그는 아이와 어울리는 법을 잘 모른다. 특히 월이는 이온유와 달랐다. 이온유는 강이한을 엄청나게 의지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부드럽게 이온유를 대할 수 있었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얼굴이 손바닥만 한 월이의 두 눈에서 경계심을 본 순간 강이한은 막막해졌다.“먹자.”그는 열심히 다정하게 눈앞에
월이는 고작 어린아이일 뿐이었다.어려서부터 줄곧 친숙한 사람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던 월이가 지금 갑자기 낯선 환경에 덩그러니 놓이니 엄청나게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강이한은 아픈 이맛살을 주물럭거렸다.그는 그저 머리가 띵해 나는 것만 같았다.의사가 들어오면서 심각한 얼굴로 강이한에게 말을 건넸다.“강이한 씨, 이쪽으로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이온유의 주치의가 그를 불렀다.강이한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무의식적으로 침대 위에 있는 월이를 한눈 보고는 끝내 몸을 돌렸다.문 앞에서 이정을 스쳐 지나갈 때 강이한이 입을 열었다.“쟤한테 뭐 좀 먹여.”“네.”이정은 고개를 끄덕이었지만 눈빛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빠른 걸음으로 떠나는 강이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정은 몸을 돌려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침대 위에서 끊임없이 울고 있는 꼬맹이를 보다가 또 책상 위에 놓여있는 한 술도 안 먹은 죽을 보았다.“우리 월이.”이정은 침대 위에 앉고는 연민이 가득한 눈빛으로 울고 있는 꼬맹이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우리 먼저 뭐 좀 먹을까요?”월이는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입맛에 안 맞아요?”“외할머니가 보고 싶어. 엄마가 보고 싶어.”이소월은 애잔한 말투로 말했다.외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말과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 이 두 마디는 요 며칠 동안 이소월이 제일 많이 한 말이었다.“그럼 우리 먼저 밥부터 먹고 밥 다 먹으면 삼촌이 월이 데리고 엄마 찾으러 갈까요?”“싫어. 싫어!”꼬맹이는 난리를 피웠다.이 수작은 이소월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월이는... 이유영과 임소미를 만나지 않으면 밥도 안 먹었다.지금 밖에는 파리가 한창 난리가 나고 있었다.정씨 가문은 더더욱 파리를 전부 뒤집어엎었다.이러다가는 결국 이곳까지 찾아올 게 분명했다. 그때가 되면 어떤 장면이 일어날지 이정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그의 눈빛에는 걱정이 점점 짙어
‘이 아이를 돌려보내라고? 그럼 우리 온유는... 살길이 없어지는 거잖아.’강이한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유영이 이소월을 데려가기만 하면 수술할 기회가 절대 다시 오지 않을 것이었다.이정이 말을 꺼냈다.“하지만 이 아이를 여기에 남겨둔다고 해도 수술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닙니다. 이 아이는 도련님의 친딸인데 아이가 불쌍하지도 않습니까?”이소월이 딱하다는 소리인지 아니면 아이가 강이한 같은 아버지를 둔 것이 불쌍하다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원래도 싸늘했던 강이한의 눈빛은 순간 이정을 바라보면서 더욱 어둡고 무섭게 변했다.맞는 말이었다.이정이 말한 것도 다 사실이었다. 이소월을 여기에 남겨둔다고 한들 어쩔 수 없었다. 아이가 여전히 밥을 먹지 않으니 이런 몸 상태로는 전혀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심지어 이렇게 나갔다가는 정말 무슨 큰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강이한은 두 눈을 꾹 감았다.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는 도대체 어떤 감정들이 용솟음치고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다시 눈을 떴다.병상 위에서 다시 울다 잠든 꼬맹이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눈가에 주렁주렁 맺혀있는 아이의 모습은 정말 이정의 말대로 가엽기 그지없었다.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이온유의 창백한 모습이 떠올랐다.결국, 강이한은 몸을 돌리면서 이정에게 말했다.“의사 보고 얘한테 영양제 좀 놓아달라고 해.”“...”‘이래도 이소월을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거야? 이 아이는... 엄연히 도련님의 친딸이잖아. 이 지경에 이르렀다 해도 여전히 마음을 바꾸지 않겠다는 거야?’비록 지금 이온유의 목숨이 위태한 것은 사실이지만 강이한의 이 결정은 이정을 깜짝 놀라게 했다....미쳤다.제대로 미쳤다.꼬박 3일 동안 이유영은 눈을 붙인 적이 없었다. 눈을 감기만 하면 월이가 수술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떠오르곤 하였다.마치 전생의 이유영처럼, 그때... 그녀는 전혀 반항할 힘이 없었다. 더군다나 아이인 월이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
여진우와 박연준은 거의 앞뒤로 아이의 행방을 알아냈다.먹구름으로 뒤덮였던 이유영의 세상은 마치 이 순간에 확 밝아진 것만 같았다.차 안에서 그녀는 작은 손으로 박연준의 코트를 꽉 쥐었다. 박연준이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강이한이 월이와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고 해. 그리고 이온유와 적합성 검사도 진행했대.”“사실 하나 마나 이젠 다 상관이 없어!”이유영은 스스로 다 인정하였다.강이한이 핸드폰을 열기만 하면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하지만 그는 이온유에게 수술을 시켜주기 위해 거의 모든 연락 방식을 다 끊어놓았다. 이유영이 무슨 방법을 쓰든 간에 다 그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강이한은 정말 사람을 절망하고 또 분노하게 했다.강이한과 월이의 행방을 알아낸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서 제일 많이 떠오른 생각은 그놈을 보자마자 바로 죽여버리겠다는 것이였다. 그녀가 이런 말을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었다.“조금 전 강이한이 병원 사람을 시켜 월이에게 영양제를 놓았다고 해!”“...”이 말을 들은 순간 이유영의 안색은 확 변했다.그녀는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박연준을 보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이 순간 박연준이 한 말에 대해 이유영은 아직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박연준은 쏜살같이 차를 몰았다.“월이가 줄곧 밥을 안 먹었다고 해. 하지만 강이한은... 그래도 이온유에게 수술을 시켜줄 생각이야!”“...”원래도 안 좋던 이유영의 안색은 순간 더욱 어두워졌다.‘월이가 밥을 안 먹었다고? 며칠이 지났지?’이유영은 월이가 도대체 강이한에게 잡혀간 지 며칠이 되었는지 까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동안 강이한의 곁에 있으면서 아이는 줄곧 밥 먹는 것을 거부하였다.‘이런 상황에서 강이한은 여전히 월이를 갖고... 이온유에게 수술을 시켜주겠다는 거야?’“강이한은 이미 월이가 자기 친딸이라는 것을 알았지? 그렇지?”이유영은 자신의 목소리가 안 들리는 것처럼 물었다.“맞아!”“...”이유영은 단 한 번도 잿빛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를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