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오랫동안 소은지의 눈빛에 들어있던 단단함과 과감함도 따라서 조금 흔들렸다....한편, 강이한이 월이의 골수로 이온유에게 적합성 검사를 하고 싶다고 말한 뒤로 이유영은 다시 도원산으로 간 적이 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의 일이 그렇게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아이가 사라졌다!결국 그날이... 오고 말았다.“아가씨, 아가씨. 월이 아가씨가 사라졌습니다. 어디에도 없습니다.”월이를 돌보던 도우미가 부랴부랴 달려오며 말했다.이유영은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망연하게 도우미를 바라보았다.‘이게 무슨 일이야?’“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원에서 콩이와 놀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습니다. 온 집안을 다 찾아봤습니다.”도우미는 애가 타서 울 지경이었다.이때 이유영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월이가... 집에서 사라지다니!?’그녀는 슝 하고 집을 나섰다. 지금 백산 별장은... 완전히 난리가 났다. 모든 도우미가 다 같이 아이를 찾고 있었다.“시시티브이를 돌려보세요!”이유영은 고함을 질렀다.이때 집사가 부리나케 달아오며 말했다.“아가씨, 어떤 사람이 월이 아가씨를 데려갔습니다.”“...”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순간 동공이 줄어들었다.‘데려갔다고? 누가?’그녀는 제일 빠른 속도로 모니터링 실로 달려갔다. 월이가 슈트를 입은 남자한테 안겨 가는 것을 보았을 때, 비록 그 남자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절반 정도 가려졌지만 이유영은 여전히 한눈에 그를 알아보았다. 그 남자가... 바로 이정이었다.강이한의 신변 사람이었다.‘강이한이 한 짓이었네...’ 그 순간 이유영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만 같았다.‘이 사람이... 감히!’...같은 시각, 월이는 감정센터로 데려와졌다. 이정은 바로 아이를 강이한의 눈앞으로 안고 왔다. 하지만 그는 월이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데리고 가서 적합성 검사부터 시켜!”“네. 아이를 잠시 보살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바로 가서 안배하겠
이유영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지만 강이한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전화를 거는 사람은 마치 미친 것처럼 한 번 또 한 번이고 연이어 전화를 걸어왔다.끝내 강이한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강이한...”전화 안에서는 이유영의 분노에 찼지만 인내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아무리 전자파를 통해서 귀에 들려왔다지만 여전히 그녀의 말투 속에 담긴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월이는 이유영에게 있어서 엄청나게 중요한 존재였다.‘아마도 박연준 때문이겠지?’예전에... 청하시에 있었을 때 박연준이 도대체 어떻게 그녀를 지키고 보호했는지에 대해 온 청하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유영이는 지금 서재욱의 아이를 낳은 것 때문에 박연준에게 미안한 거잖아. 서재욱과는 잘 되는 가능성이 없으니 이 아이한테 배로 잘해주는 거네?’“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전화 안에서는 이유영의 참는 목소리가 들렸다.게다가 의료기구들이 부딪치는 차가운 소리도 들렸다. 이로부터 월이가 어떤 사람에게 잡혀갔다는 것을 안 뒤 이유영은 한걸음에 바로 이온유가 전에 있었던 병원으로 달려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이온유든 아니면 강이한이든 지금은 다 그쪽에 없었다.그래서 이유영은... 더욱 미칠 것 같았다.게다가 마음이 불안해졌다.‘서재욱의 딸 때문에 불안해졌네.’“유영아, 이 일이 끝난 뒤에 얘기하자.”강이한은 숨을 한 모금 크게 들이쉬고는 품 안에 안겨있는 아이를 보며 유달리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꼬맹이는 울다가 지쳤는지 이미 강이한의 품속에서 잠들었다.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은... 그에게 조금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전화 반대편의 이유영은 강이한의 말을 듣고 심장이 쿵쾅거렸다.“강이한, 한지음이 나한테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알면서 당신은 꼭 월이로 그 여자의 딸을 구해줘야겠어?”그 순간 이유영의 말투는 유달리 싸늘했다.‘참 독하기도 해! 강이한, 넌 도대체 얼마나 독하길래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지?’“이번 일에 있어서 지음이 얘기를 들춰낼 필요가 없
이유영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강이한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끝난 다음에?’끝난 다음에 결과가 어떻든 간에 강이한은 다 감당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온유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는 정말 많은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는... 잘 알고 있었다.만약 이번에 그가 진짜로 지금 품속에 있는 이 아이를 건드린다면 그럼 이유영은... 아마도 평생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유영이는 자신이 지음에게 빚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하나도 몰라. 이번 딱 한 번만 하게 해줘!’그랬다. 한 번만...전화를 끊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이정이 돌아왔다.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이한을 바라보고는 또 무의식적으로 그의 품속에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곤히 잠은 월이의 모습은 강이한과 무척 닮았다.“도련님.”“안배 다 해 놨어?”“네.”“데리고 가!”강이한은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이정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다시 강이한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눈빛에서 아무것도 읽어내지 못했다.‘이 아이의 얼굴이 도련님과 이렇게나 닮았는데 설마 그걸 못 알아보신 거야?’“도련님.”이정은 바짝 긴장한 채 말했다.“왜?”“이 아이가 생긴 것이...”여기까지 말한 이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따라서 몸도 긴장으로 인해 뻣뻣해졌다.강이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뭐가?”그는 이정의 말귀를 전혀 알아듣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강이한은 다시 품속에서 깊이 잠든 월이에게 눈길을 주었지만 그저 조금 익숙한 감이 들었을 뿐이지 여전히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했다.다들 사람은... 자기의 일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망연해진다는 말을 했었다.수많은 사람들이 보자마자 월이의 얼굴에서 강이한의 모습을 보아냈는데 정작 강이한 본인은 알아보지 못했다.“이 아이가 도련님과 많이 닮았습니다.”“...”‘날 닮았다고? 그럴 리가. 이 아이는 유영이와 서재욱의 아이잖아.’그의 분위기가 조금 더 차가워졌다.강이한이 서재욱의 일에 대해 엄청나게 꺼린다는 것을
이유영은 마치 미친 것처럼 온 파리를 다 뒤집어버릴 기세였다. 조금 전 그녀는 사람을 데리고 이온유가 전에 있었던 병원으로 찾아갔다.하지만 이온유든 아니면 월이든 전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핸드폰에는 줄곧 강이한의 연락처 화면이 떠 있었다.강이한은 전화를 끊은 뒤로부터 단 한 번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뒤로는 심지어 핸드폰이 꺼져있었다.“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삐 소리 이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된 후에는 통화료가 부과됩니다.”차가운 안내 소리는 이유영을 절망하게 했다.전화가 끊어지자마자 여진우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오빠.”이유영은 울먹임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그녀는 강이한이 이토록 억지로 나올 줄 올랐다. 강이한은 정말... 한지음과 이온유를 위해라면 못 하는 짓이 없었다.전에 이유영은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하지만... 충분히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지금 당장 돌아와!”“너...”“지금 모든 출구를 다 막아버렸어. 이쪽의 수술실도 다 막아버렸어. 감히 그놈한테 수술해 줄 사람이 없을 거야!”‘수술해 줄 사람이 없을 거라고?’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유영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이한은 달랐다. 지금 그들이 상대하는 사람은 강이한이였다.이 세상에 그가 못 하는 일이라고는 없었다.‘전생에 강이한은 사람을 시켜 나를 수술대에 올릴 수 있었지. 그것처럼 이번 생에도 월이를 수술대에 올릴 수...’여기까지 생각한 이유영은 그저 가슴이 답답하고 시린 것 같았고 눈앞마저 캄캄해지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오빠, 월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이유영은 한 글자 한 글자 떨리는 말투로 말했다.그랬다. 월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었다. 그게 무엇이든 다 일이 생기면 안 되었다.“걱정하지 마. 그럴 리 없어!”전화 반대편의 여진우는 아주 굳건하게 두 마디를 내뱉었다.그런데 지금 상대방이 아무리 어떤 메시지를 이유영에게 전달한다고 해도 그녀
이유영은 강이한이 월이가 그의 딸인 것을 봐서라도 모든 것을 멈췄으면 했다.하지만 그 순간... 이유영은 마음속으로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한지음이 강이한의 마음속에서 그토록 중요한데 자기의 친딸과 한지음의 딸... 둘 중 도대체 누가 더 그에게 소중할까?’답안이 이유영의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리고 그녀의 이성을 세게 흔들었다.“강이한!”이유영은 낮은 소리로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만약 이번에... 강이한 때문에 월이한테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니, 아무리 월이한테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이유영은 꼭 강이한은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었다.미웠다!이유영은... 강이한이 정말 미웠다....다른 한편, 이유영의 생각대로 강이한은 월이를 데려가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이미 준비를 철저하게 다 해놓았었다.지금 그는 태연하게 밖에서 일어나는 혼란스러운 장면을 보면서 온몸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이정이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건넸다.“두 가지 검사 모두 진행 중입니다!”하나는 친자 확인 검사를 말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적합성 검사를 말하는 것이었다.“그래.”강이한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이정은 강이한을 보면서 말을 꺼내려다가 말았다.어찌 됐든 이정이 보기엔 아이의 일에 있어서 강이한은... 이유영에게 단 일 푼의 믿음도 준 적이 없었다.다시 말해서 아이의 일로 놓고 보아도 두 사람 사이의 믿음이 굉장히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 아이는?”이정이 몸을 돌리려는 순간 강이한이 질문을 던졌다.다음 순간 복도의 다른 병실에서 아이의 엉엉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엄마, 엄마, 엄마. 흑...”강이한과 이정은 서로 눈빛이 마주쳤다.그리고 이정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강이한은 슉 소파에서 일어서서 울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제자리에 선 이정은 강이한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저... 씁쓸하게 느껴졌다.왜냐하면 이정은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강이한의 이 모습은 절대 사태가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
시간은 조금씩 조금씩 흘렀다.강이한이 하도 철저하게 준비를 한 탓에 정씨 가문은... 월이의 소식을 조금이라도 얻어내지 못했다. 이유영은 온 파리에 있는 병원들을 다 뒤져보았지만 없었다.월이에 관한 단서가 하나도 없었다.이유영은 어수선한 옷차림으로 마치 미친 사람처럼 병원의 구석구석을 다 뒤졌다. 그녀의 모습은 낭패하고 절망적이었다.또 병원 한 집을 찾아보고 나온 이유영은 마치 영혼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박연준의 차가 병원 앞에 세워져 있었다. 차에서 내린 박연준은 넋을 잃은 이유영을 보았다.지금 그녀의 몸에서는 아름다움이라고는 일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저 무궁무진한 절망만 있었다. 만약... 이때 오직 이유영의 목숨으로 월이가 무사한 것을 바꿀 수 있다고 하면... 그럼 그녀는 정말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을 것이었다.그녀는 미친 듯이 강이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그녀는 또 미친 듯이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이유영은 강이한에게 월이의 신분을 인정하였으며 게다가 최후의 타협까지 하였다.[내가 적합성 검사를 할게. 내가 그 아이를 살릴게.]이 메시지를 보낼 때 이유영의 마음이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그녀는 타협했다.결국 강이한에게 타협하고 말았다.강이한더러 자기 딸을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하기 위해, 한지음에 관한 일체를 그토록 증오했던 이유영은 결국 강이한에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다른 한편, 강이한은 이미 검사 결과를 손에 쥐었다.“도련님.”이정은 엄숙하면서도 심각한 표정으로 강이한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검사 결과에는 둘 다 적합하다고 나왔다!그랬다. 월이는 강이한의 딸이 맞았고 월이와 이온유의 골수도 적합하다고 나왔다...강이한은 친자 확인 검사 보고서를 보면서 눈빛에는... 다정함이 역력했다가 또 짙은 몸부림이 보이기도 했다.‘이 여자는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거짓말만 내뱉은 거지?’그 순간 병상에 누워있던 월이는 또다시
간호사는 월이를 달래주며 밥을 먹이려고 하였다.“이쁜 아기야, 딱 한 입만 먹을까? 이렇게 아무것도 안 먹으면 안 돼.”이렇게 아무것도 안 먹고 버티고 있다가는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었다.강이한을 본 간호사는 깜짝 놀랐다.“강 도련님.”간호사는 일어서며 말했다.하지만 강이한은 마치 간호사를 못 본 것처럼 앞으로 다가가 병상에 누워있는 월이를 바라보았다. 간호사는 손을 내밀어 그릇을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그러자 강이한은 자리게 앉았다.그릇에 있는 음식은 아이가 먹기 딱 좋은 음식이었지만 입맛에 잘 맞는 것인지는 모른다. 어찌 됐든 정씨 가문에서 월이를 애지중지하는 정도를 보면 아이를 엄청 알뜰하게 키웠을 게 뻔했다.강이한은 그릇에서 음식을 한술 떠서 월이의 입가에 대며 말했다.“아, 입 벌려.”꼬맹이는 더 세게 훌쩍거렸으며 더 세게 울었다.이토록 아담한 몸뚱이를 한 꼬맹이가 어디서 난 힘으로 이렇게 난리를 피우는지 정말 신기할 정도였다. 월이는 아직도 말을 듣지 않았다.강이한은 울고 있는 월이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그만 울어. 울지 마. 밥만 다 먹으면 널 데리고 엄마 찾으러 갈게.”“엄마. 엄마한테 갈래요. 엄마.”꼬맹이는 계속해서 엉엉 울었다. 하지만 강이한이 계속해서 말했다.“밥 안 먹으면 엄마 찾으러 안 갈 거야.”꼬맹이는 순간 똘망똘망한 눈으로 강이한을 경계하면서 쳐다보았다.그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이렇게 어린아이가 벌써 깊은 경계심을 가진 것을 봐서 이유영의 경계심을 물려받은 것이 아닌지 정말 의심이 들 정도였다.‘아마도 물려받은 거겠지?’“입 벌려!”강이한은 월이를 보며 말했다.사실 그는 아이와 어울리는 법을 잘 모른다. 특히 월이는 이온유와 달랐다. 이온유는 강이한을 엄청나게 의지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부드럽게 이온유를 대할 수 있었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얼굴이 손바닥만 한 월이의 두 눈에서 경계심을 본 순간 강이한은 막막해졌다.“먹자.”그는 열심히 다정하게 눈앞에
월이는 고작 어린아이일 뿐이었다.어려서부터 줄곧 친숙한 사람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던 월이가 지금 갑자기 낯선 환경에 덩그러니 놓이니 엄청나게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강이한은 아픈 이맛살을 주물럭거렸다.그는 그저 머리가 띵해 나는 것만 같았다.의사가 들어오면서 심각한 얼굴로 강이한에게 말을 건넸다.“강이한 씨, 이쪽으로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이온유의 주치의가 그를 불렀다.강이한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무의식적으로 침대 위에 있는 월이를 한눈 보고는 끝내 몸을 돌렸다.문 앞에서 이정을 스쳐 지나갈 때 강이한이 입을 열었다.“쟤한테 뭐 좀 먹여.”“네.”이정은 고개를 끄덕이었지만 눈빛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빠른 걸음으로 떠나는 강이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정은 몸을 돌려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침대 위에서 끊임없이 울고 있는 꼬맹이를 보다가 또 책상 위에 놓여있는 한 술도 안 먹은 죽을 보았다.“우리 월이.”이정은 침대 위에 앉고는 연민이 가득한 눈빛으로 울고 있는 꼬맹이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우리 먼저 뭐 좀 먹을까요?”월이는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입맛에 안 맞아요?”“외할머니가 보고 싶어. 엄마가 보고 싶어.”이소월은 애잔한 말투로 말했다.외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말과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 이 두 마디는 요 며칠 동안 이소월이 제일 많이 한 말이었다.“그럼 우리 먼저 밥부터 먹고 밥 다 먹으면 삼촌이 월이 데리고 엄마 찾으러 갈까요?”“싫어. 싫어!”꼬맹이는 난리를 피웠다.이 수작은 이소월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월이는... 이유영과 임소미를 만나지 않으면 밥도 안 먹었다.지금 밖에는 파리가 한창 난리가 나고 있었다.정씨 가문은 더더욱 파리를 전부 뒤집어엎었다.이러다가는 결국 이곳까지 찾아올 게 분명했다. 그때가 되면 어떤 장면이 일어날지 이정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그의 눈빛에는 걱정이 점점 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