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00화

Author: 진헤이
2년이란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다.

‘은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왜 파리에서 갑자기 사라진 거고, 왜 꼬박 2년이나 나한테 연락이 없는 거지?’

매번 소은지에 대해 떠올리면 이유영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목구멍에 차오르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정말로 겁이 났다!

마음속으로 수천 번 수만 번 은지가 꼭 무사하기를 기원했다.

루이스가 나가자, 사무실에는 이유영 혼자만 남게 되었다. 팔을 내밀자, 옷깃은 자동으로 위로 올라가면서 이유영 손목의 상처들을 드러냈다.

차가운 손가락으로 울퉁불퉁한 화상자국이 남은 피부를 만졌다. 그때 당시, 높은 온도로 벌겋게 다루어진 철 몽둥이들이 그의 팔에 내리쳤을 때, 그 순간… 이유영은 아직도 그때 피부가 타는 찍-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이유영은 아직도 그때의 그런 심장이 찢어지는 것만 같은 고통이 기억에 생생하였다.

‘쿵!’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밖에 있던 사람의 힘이 얼마나 셌는지 문은 벽에 맞히면 아주 천둥소리를 냈다.

깊은 사색에 잠겨있던 이유영마저 소리를 듣고 정신이 들었다.

문 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문 앞에 서있는 박연준이 눈에 들어왔다. 온몸에 있는 진귀한 차림도 그의 차가운 아우라를 감추지 못했다.

이런 모습을 한 박연준을 본 이유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서는 박연준의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대표님, 이분께서…”

“먼저 나가서 일 보세요.”

비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유영은 그의 말을 가로채고 일어서서 박연준한테로 다가갔다. 마음속에는 은근히 조마조마함을 지니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박연준한테서 뿜어져 나오던 차가운 기운들도 점점 사그라졌다. 이유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무사한 이유영을 보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웬일로 왔어요?”

이유영은 시간을 확인해 보니 박연준이 한창 바쁠 시간이었다.

박연준은 이유영의 손을 잡고 한편으로 와서 자리에 앉았다.

이유영의 말에 대답도 안 한 채 그저 물었다.

“그 사람이 당신을 해치진 않았나요?”

이유영은 말이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01화

    하지만 그래도 입장을 밝혔다.“어떤 일은 그래도 제가 꼭 직면해야 하잖아요. 안 그래요?”이유영은 외삼촌 서재에서 봤던 그 사진이 떠올랐다.순간 그녀의 눈에는 진한 빛이 반짝였다!그리고 박연준이 입을 떼기 전에 먼저 입을 열고 물었다.“연준 씨는 전에 그 사람이랑 무슨 일 있었어요?”이유영은 항상 직설적인 사람이었다.비록 이렇게 바로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박연준이 아마 대답해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꼭 물어봐야 했다!이유영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박연준도 순간 멍해 있었다.“유영 씨는 저랑 그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저는 당연히 몰라서 연준 씨한테 물어보는 거잖아요.”이 말을 할 때도 이유영의 눈길은 시종 박연준의 얼굴에 있었다.이유영은 박연준의 얼굴에 있는 그 어떠한 미세한 변화도 놓치지 않았다.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지켜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했다.“난 그 사람이랑 별로 안 친해요!”결국 이유영의 뜨거운 시선하에 박연준은 이렇게 한마디만 남겨 놓았다.‘안 친하다고?’‘하지만 그 사진을 보면, 특히 두 사람만 찍혀 있는 사진이었는데 안 친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말이 안 되잖아.’“그럼, 유영 씨도 별일 없어 보이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이유영이 마저 물음을 제기하려고 하던 때에 박연준은 이미 일어섰다.그래서 이유영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질문들을 그저 삼켜 버렸다.박연준이 문을 나가는 모습을 보고 이유영은 몇 발짝 다가가서 그래도 엘리베이터까지 데려다주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박연준은 걸어 들어갔다.이유영이 입을 열었다.“조심히 운전하세요.”“네, 저녁에 데리러 올까요? 같이 저녁 먹으러 가요.”“그래요.”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에 응했다.박연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것까지 보고서야 이유영은 몸을 돌려 사무실로 갔다. 그리고 필요한 문건을 들고 회의실로 갔다.강이한이 돌아온 것에 대해 이유영이 신경을 쓰든 안 쓰든 이미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02화

    암흑 속의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건 이사였다. 매번 새로운 곳에 갔을 때마다 또 기나긴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2년이란 시간이 지나, 한지음은 이미 이곳에 대해 충분히 적응했다. 지금 또 다른 곳으로 가야 된다는 소리를 들이니 마음속 첫 반응은 거부였다.정 집사의 말투는 더 차가워졌다.“주인님께서 말씀 주셨어요. 아가씨는 앞으로 한동안 파리에서 살 겁니다!”파리!?그곳에 대해 한지음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곳은… 이유영 외삼촌의 구역이었다!이유영을 떠올리자 한지음은 얼굴색이 또 새하얘졌다. 마음속의 거부반응은 이 순간에 더욱 깊은 배척으로 변했다.“안, 안 가면 안 되나요?”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도 좋았다.하지만 이유영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건, 좀…!“그 애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바로 다음 순간, 정 집사의 차가운 말소리가 들렸다.한지음은 순간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 말을 듣자마자 세상이 다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온몸은 자기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정 집사가 말한 그 애가 누구인지 한지음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아직 살아 있는 거지?한지음이 말을 하기도 전에 정 집사는 마저 얘기를 꺼냈다.“계속 안에서 안 나오시던 강 도련님도 이미 그쪽으로 갔습니다!”원래 새하얗던 한지음의 얼굴은 이 말을 듣더니 더욱 하얗게 질렸다.‘걔가 살아있다고!’‘그리고 그 사람이, 걔를 찾으러 갔다고?’2년…!지금까지도 한지음은 자기가 도대체 어떻게 그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강이한을 한 번만 봐 달라고 사정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하지만 결국 얻은 대답은 강이한이 자기 스스로 나오기 싫어한다는 것이었다.강이한은 자기 자신에게 벌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강이한은 모든 것에 대해 다 알았다. 모든 것은 다 강서희가 한 짓이고 자기는 이유영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강이한은 자기가 받아야 할 벌을 받는 거라고 했다.2년 동안, 한지음은 강이한을 찾으러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강이한은 종래로 한지음을 만나주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03화

    한지음이 바들바들 떨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네, 저 갈게요!”말이 끝나자, 유 아주머니의 그 위험하던 예리함은 다시 따뜻한 미소로 변했다.“참 잘 됐어요. 아가씨가 말을 잘 들으니, 주인님도 기뻐하실 거예요!”한지음의 꼭 쥔 주먹은 유 아주머니의 이 말을 듣고 더욱 화가 나 오금이 저릴 지경이였다.…다시 파리 쪽으로 돌아왔다!이유영은 끝내 엔데스 가문의 다섯째 도련님을 만나러 가지 않았고 박연준과 함께 식사했다.매번 박연준과 식사를 할 때면 그는 엄청 배려심 많고 다정하게 스테이크를 잘라서 이유영에게 건네주었다.“오늘의 맛이 어떤지 한번 먹어봐요.”“네, 고마워요.”이유영은 넘겨주는 스테이크를 건네받고 포크로 한 조각을 찍어 입어 넣었다. 이유영의 동작은 아주 우아하고 현숙했다… 다만 부족한 게 있다면 키가 좀 작은 것이었다.이유영을 바라보는 박연준의 눈빛에는 온유함과 부드러움뿐만 아니라 그리고 깊고 그윽했다!강이한에 대해선 두 사람 모두 자동으로 입에 꺼내지 않았다.“오늘 맛이 괜찮네요.”이유영이 박연준에게 말했다.매번 박연준이 이유영을 데리고 식사를 할 때면 그는 종래로 이유영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이유영 입맛에 맞는 음식들로 잘 골랐다.2년이란 시간 동안을 지내다 보니, 박연준은 이유영 자기 자신보다도 이유영을 잘 아는 것 같았다.박연준은 이유영을 한눈 보더니 입을 열었다.“엔데스 다섯째 도련님께서 약속을 신청했다면서요?”“네 일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요.”이유영은 아주 담담하게 답했다.“그 사람 성격이 좀 급해요. 그 애 탓하지 마세요.”“연준 씨 말을 들으니, 두 사람 사이가 괜찮나 보네요?”“네.”박연준은 자기 앞에 놓인 와인잔을 들고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이유영은 멈칫했다.아무리 박연준이 이곳 파리에서 심상치 않은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어도 이 말을 들었을 때 그래도 조금 놀랐다. 그때 당시 청하시에 있었을 때와 지금 파리의 모든 것을 비교했을 때, 정리해 보면, 박연준은 청하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04화

    이렇게 박연준의 손은 허공에 뜨게 되었지만, 그는 전혀 화내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거뒀다.이유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일말의 책망도 없었다. 심지어 아까보다 더 부드러웠다.“화났나 보네요!”이유영은 말없이 그저 조용히 음식을 먹었다.하지만 이런 고요함이 더 그녀의 기분에 신경 쓰게 만들었다.“유영 씨?”말이 없는 이유영을 보자, 박연준은 그녀의 손을 살짝 끌어당겼다.그래도 여전히 말이 없었다. 심지어 박연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오늘 강이한을 만난 것부터, 그리고 엔데스 도련님 일까지 다 돌이켜보고 나니 이유영은 그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2년 동안… 연준 씨는 내 곁에 나 모르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안배해 둔 건가?’아무리 박연준이 자기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도 이런 선을 넘는 행위는 이유영한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박연준이 자기를 보호한다는 이유라고 한들… 그래도 안 되었다!원래 데이트였던 이번 식사는 결국 불미스럽게 끝났다.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백산 별장에 도착해 이유영이 문을 열고 내리려는 순간, 박연준은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유영 씨는 지금 우리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해요?”갑작스러운 질문에 이유영은 순간 제자리에 굳었다.‘어떻게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냐고?’진짜 말해서 그는 전혀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뒤돌아 박연준이랑 눈이 마주쳤다…!“청하시에서 여기로 온 이후부터 저는 쭉 유영 씨를 지켰어요!”이유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박연준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마음속이 따뜻해졌다.박연준의 부드럽고 엄숙함이 깃든 눈을 바라보는 순간, 이유영은 마치 그때의 청하시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처음 박연준을 만났을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이 남자는 그때도 이런 엄숙한 분위기가 그윽했고, 심지어 그때는 박연준이 도대체 이후에 어떻게 자기 와이프랑 지낼지 의심도 했었다.이유영은 깊게 숨을 들이키고는 가슴속의 아픔을 꾹 짓누르며 말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05화

    “대표님.”조민정은 앞 차가 강이한의 차인 것을 알아보고 온몸의 경계를 다 세우며 이유영을 불렀다.이유영은 찡그린 미간을 살살 어루만지며 루이스한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네!”차에서 내리려던 루이스는 이유영의 말을 듣고 동작을 멈췄다. 옆에 있던 조민정은 더 바짝 긴장을 세웠다.이유영은 깊게 한숨을 들이키고는 눈을 떴다.어차피 마주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마주하게 되어 있다…!‘이 사람이 이렇게 찾아온 이상, 나에 대해 궁금한 게, 물어볼 게 참 많았을 거야.’이유영은 이렇게 생각하며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탁-’ 문이 열리면서 강이한의 기다랗고 큰 손바닥이 이유영의 눈앞에 훅 들어왔다.매우 젠틀한 동작이었지만 강렬한 패기가 느껴졌다.조민정은 걱정스럽게 이유영을 바라보았다.끝내, 이유영은 강이한의 손에 자기의 손을 올렸다.그러자…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강지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이 살짝 사그라진 것을 느꼈다.강이한의 차에 탄 이유영은 그저 창밖을 내다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말해 봐. 이번에는 또 무슨 얘기를 하려고 불렀어?”“당신 혹시 풍산이 파리에서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어?”풍산?박연준!이 두 자 사이에 일정한 연관이 있는 건 분명했다. 박연준이 풍산의 배후 주인이며 그리고 그 신비한 주인님이 이 몇 년 동안 무슨 일을 벌였는지 이유영은 당연히 알고 있다.“알아.”“그런데도 당신이랑 박연준을 그리 가깝게 지내게 하다니, 당신 외삼촌도 참 마음씨가 어지간히 넓으신 게 아니네.”강이한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이유영은 강이한을 바라보며 똑같이 비꼬는 말투로 답했다.“나도 전에는 마음씨가 참 넓었었지!”마음씨가 넓기로 이렇게 독사 같은 사람이랑 같이 결혼까지 갔지.이유영의 말이 끝나자, 작은 차 안의 공기는 또다시 꽁꽁 얼어붙었다.앞에 앉은 기사님과 이시욱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났다.이유영의 비꼬는 눈빛에는 사람을 몰아세우는 예리함, 그리고… 그녀만의 소탈함이 담겨 있었다.이런 말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06화

    강이한은 덥석 이유영의 손목을 잡았다!두 사람 눈이 서로 마주친 때, 강이한은 모든 것을 다 자기 손에 장악하고 있는 사람처럼 눈빛에는 온통 예리함만 가득했다.비록 이유영이 지금 위에서 강이한을 내려다보고 있지만 강이한을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마치 이 남자는 여전히 그녀가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유영이 아무리 노력해서 높이 올라간다고 해도 강이한은 여전히 손쉽게 그녀의 인생을 조종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목을 조를 것조차 쉬운 죽 먹기였다.그렇다고 해도 이유영은 지금 눈에 두려움이 일도 없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의 눈에 비친 폭풍 후 고요함을 보고 천천히 살금살금 아까처럼 다시 손을 그의 옷깃 안으로 집어넣었다.차가운 손가락은 살며시 그녀의 아랫배에 있는 10인치 길이의 흉터를 쓰다듬었다. 강이한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이 흉터가 맹장 수술로 인한 흉터라고 할 생각은 하지 말고!”아까 강이한이 갑자기 이렇게 무례한 행동을 한다고 했더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구나. 이유영이 당황한 틈을 타서 이 일에 대한 질문에 손쓸 겨를이 없게 하기 위해서였다.강이한이 아이를 물어보자, 이유영의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방금보다 더 차가워졌다.심지어 일말의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당신 그럼 내가 그때 임신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말하는 이유영은 웃고 있었으나 그 웃음은 마치 도깨비처럼 서늘했다!2년이나 평온했던 그녀의 두 눈에는 여성 사업가의 예리한 눈매만 남아 있었는데 지금 보니 색다른 독기까지 갖고 있었다!하지만 그 눈에는 유독 강이한에 대한 미움만 없었다!왜 미움이 없는 걸까?그건… 이제 아무렇지 않기 때문이다!그녀에게 있어서 강이한은 이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에 대해 미워할 게 뭐가 있는가?2년이란 시간 동안에 얻은 것들, 새로 가진 것들만으로도 이미 이유영에게 지난 과거를 내려놓을 이유가 충분했다…!그리고 이유영은 얻음 속에서 진짜 내려놓을 수가 있었다.그래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07화

    이유영은‘직접’이 단어에 중점을 가해 말했다.이 말은 또한 강이한에게 2년 전 자기가 왜 감옥에 있게 되었는지를 일깨워주었다.이유영의 말이 끝나자,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은 삽시에 힘을 줄였다.그리고 원래 분노에 차 있던, 이유영을 바라보던 강이한의 두 눈도 이제는 조금 조금씩… 아픔이 더해졌다.강이한이 입을 열기 전에 이유영은 손을 들어 자기의 옷을 확 풀었다. 흉측한 화상 자국들을 드러내고는 외투를 벗어 던졌다.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리니 팔에도 상처들이 가득했다.“보여? 이건 고작 3분의 1밖에 안 돼. 이 상처들에 얼마나 많은 마취제를 썼는지 알아? 내가 얼마나 많은 약을 발랐는지 알아?”강이한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저번 날에 이미 흉터들을 봤다고 해도, 지금 이렇게 옷을 벗고 다시 큰 면적의 화상 자국들을 눈앞에서 직접 보니 강이한은 저도 모르게 동공이 축소되었다.입술을 버금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혀가 마취제를 맞은 것처럼 모든 감각을 다 잃었다.말이 없는 강이한을 본 이유영은 더욱 진하게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크게 다쳐서 화상을 입은 건 둘째 치고, 다치지 않았다고 한들… 나는 그 아이를 가지지 않았을 거야!”이유영은 중간에 잠시 멈칫하더니 뒤의 한마디는 태도가 더욱 결연했다.강이한은 이유영을 바라보며 조금 부드러워진 눈빛은 또 이 말에 자극받아 삽시에 빨개졌다.…두 사람은 어떻게 헤어졌는지 모른다.아이 얘기에 있어서 결국 강이한은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이유영 배에 그 10인치 되는 자국이 있다고 해도 결국은 아무런 해명도 받아낼 수 없었다.지금의 이유영은 강이한에 대해 무척 소탈했다. 너무 소탈한 나머지… 마치 두 사람이 전혀 만나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이유영은 이제 태연자약하게 강이한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무리 그의 핍박에 찬 질문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차근차근 대답할 수 있었다.“도련님.”차 안에서 이시욱은 걱정스레 강이한을 보며 말했다.그들은 아직 로열 글로벌 문 앞에 있다.이유영이 들어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08화

    말이 끝나자!이시욱과 기사님은 강이한의 기운이 아까보다 몇 푼 더 차가워진 것을 느꼈고 두 사람은 식은땀을 흘렸다.따라서 강이한이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 웃음 속에는 강한 비웃음이 담겨있는 듯했다.“하!”'내가 감옥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조사를 한다고?'보아하니 2년 동안 이유영은 한 번도 청하시의 일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이유영...!'진짜로 2년 동안 나를 잊고 지냈다고?'이 2년 동안, 이유영의 모든 관심은 로열 글로벌에 있었다. 마치 그녀의 세상에는 강이한이라는 사람이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지냈다.“시동 걸어!”이시욱과 기사님이 마음 졸이고 있을 때 강이한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리고 이 한마디를 듣고 두 사람 모두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난 일주일 동안!강이한 주변 사람들은 모두 힘겨운 일주일을 지냈다.그들도 강이한과 이유영의 사이가 좋아지지 않는 한... 그들의 삶도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담배 냄새가 엄청 짙게 차 안을 풍겼다.“이시욱.”“네.”“알아봐, 그 아이!”강이한은 말 하면서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내던졌다.눈 밑은 깊고 아득했다.비록 이유영이 아이를 이미 지웠다고 말했지만! 그리고 이유영 몸에 있는 큰 면적의 화상들을 보면 그때 당시 상황에 아이를 남겨두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강이한도 알고 있다.하지만 이유영 아랫배의 흉터가 그리 긴 것도 그렇고, 흉터의 위치도 그렇고 아무리 보아도 다른 수술로 인해 생긴 것은 아닌 것 같았다.이시욱은 멈칫했다.아까 강이한과 이유영이 나눈 대화를 그들도 차 안에서 다 들었다.그리고 이유영을 찾으러 오는 길에 그들은 도저히 강이한이 아이의 일에 관해 물으려고 온 것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전에도 강이한이 이시욱더러 조사해 보라고 시켰었지만, 이 부분에 대해 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었다.“네.”이시욱은 고개를 끄덕였다.이 시각, 이시욱의 심정은 매우 무거웠다.이시욱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꺼냈다.“2년 전의

Latest chapter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54화

    그녀가 청하시에서 일할 때라면 직업적인 감각으로 이상함을 감지했을 것이다. 그리고 적절히 대처했을 것이다.“자책하지 마. 내가 말했잖아. 이 일은 네 잘못이 아니야. 그는 애초에 나를 노리고 있었어.”소은지는 이유영의 마음을 읽은 듯 단호하게 말했다.소은지는 이유영의 손을 더 강하고 단단하게 잡았다.이유영은 붉어진 눈으로 소은지를 바라보았고 소은지는 이유영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조용히 말했다.“의사가 지금 울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은지야.”“됐어, 너는...”이렇게 많은 일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감정이 예민하다는 것은 이유영의 마음이 그 모든 경험으로도 완전히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좋은 일이었다.사람은 어떤 일을 겪더라도 결코 선량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너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이유영은 소은지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이유영은 소은지가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랐다.엔데스 명우가 어떤 사람인지,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소은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내가 대처하지 않으면 분명히 일이 생길 거야.”“정말 그를 막을 수 있어?”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이유영은 그 질문을 던지며 불안한 눈빛으로 소은지를 바라보았다.소은지는 한순간 침묵했다.막을 수 있을까?사실,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 곁에 있을 때 이미 엔데스 가문의 핵심을 파악했다. 그리고 엔데스 가문의 남자들이 가문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지 알고 있었다.그 권력이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자신이 그 안에서 어떤 기회를 가질 수 있는지도.그 순간, 소은지는 결심했다. 엔데스 명우가 엔데스 가문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오르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그는 소은지의 세상을 망쳤다. 그러니 소은지도 그를 파리에서 몰아내야만 했다.그래서 그녀는 엔데스 현우와 협력할 기회를 찾았다.그를 막을 수 있을까?그 질문은 소은지가 깊이 고민한 적 없는 것이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그런 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53화

    그런 걱정거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소은지는 이유영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유영의 차가운 손을 조용히 잡았고 아무 말 없이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너무 힘들었어.소은지는 파리를 떠난 지 벌써 4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강이한과 박연준이 이유영 곁에 있었지만 그녀가 어둠 속에서 얼마나 절망했을지, 우천시에서 모든 것을 지켜본 소은지만이 알 수 있었다.둘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었고 식당의 도무미들이 식탁을 정리를 시작하면서 곧 차를 가져왔다.“네가 과일차 좋아하는 거 알고 준비했어.”“응.”이유영은 과일로 우려낸 차를 정말 좋아했다.차를 한 모금 마시자 익숙한 향이 입안을 감쌌다.소은지는 웃으며 말했다.“네가 만든 것만큼 맛있진 않지?”“그야 당연하지.”“나도 네가 만든 게 더 맛있어.”소은지는 감회에 젖은 듯 조용히 말했다.지금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그 순수했던 시절이었다.하지만 그 시절을 진정 그리워하는 사람은 소은지뿐일지도 모른다. 이유영에게 그 시간은 착각에 불과했다.강이한과의 관계에서 많은 갈등을 겪으면서도 이유영은 끝까지 그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을 붙잡고 버텼다.그러나 그 모든 것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녀의 세상은 무너져 내렸다.“지금 엔데스 가문은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어. 넌 괜찮아?”이유영은 걱정스럽게 소은지를 바라보았다.엔데스 가문의 인장은 여전히 행방불명이었다.그 때문에 전기봉의 중요성은 일시적으로 희미해졌지만 만약 인장이 다시 나타난다면 엔데스 가문은 엄청난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이유영은 소은지가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랐다.소은지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조용히 말했다.“영향은 있지만 내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야.”이유영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라니.“엔데스 명우 때문이야?”우천시에서도 비슷한 대화를 나누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유영은 여전히 소은지를 걱정했다.특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52화

    예전에 강이한 곁에 있을 때 이유영은 기분이 좋지 않으면 소은지를 찾아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밤늦도록 술을 마시곤 했다.“어때?”“맛있네. 모이산 요리사, 실력이 좋네.”이유영은 음식의 맛이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청하시의 맛도 살짝 느껴졌다.“요리사가 청하시 출신이야?”“어떻게 알았어?”사실, 현우가 데려온 요리사였다.현우는 소은지가 파리 음식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고 그녀가 엔데스 명우의 압박 속에서 힘들어할 때마다 직접 요리를 해 주었다. 덕분에 소은지는 최근 살이 많이 붙었다.현우가 청하시에서 요리사를 데려왔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소은지의 마음속에 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청하시 음식은 내가 다 먹어 봤는데. 아마 원씨 집안 요리사일 거야. 맛이 너무 비슷해.”“그래, 너 안 가본 데가 어디야?”소은지는 이유영을 흘겨보며 말했다.강이한... 그 남자는 정말 짜증 나는 존재였지만 연애할 때만큼은 이유영을 극진히 아꼈다.그녀가 맛있게 식사할 수 있도록 청하시의 유명한 레스토랑은 거의 다 찾아다녔다.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유영의 키는 크게 자라지 않았다. 아무리 정성껏 먹여도 소용없었다.“그만 얘기하고 맛있게 먹자.”이유영은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소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그 웃음은 순수하고도 맑았다.소은지는 이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랑 현우는 좀 먹었으니까, 너 많이 먹어.”“아직도 입맛이 그렇게 없어?”“응.”소은지는 이유영의 세심함에 마음이 흔들렸다.청하시에 있을 때, 둘이 함께 식사하면 소은지는 늘 이유영의 식습관을 세심히 관찰했다.하지만 엔데스 명우에게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후, 소은지의 식욕은 현저히 줄어들었다.비록 함께 식사하는 일이 많지 않았지만 이유영은 그 변화를 눈치채고 있었다.이유영은 소은지를 바라보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은지야.”“왜 안 먹어?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잔뜩 준비했어. 다 담백하고 지금 너한테 딱 맞는 음식이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51화

    이유영은 아이를 꼭 안은 채 창밖으로 희미한 달빛을 바라보며 전에 없던 만족감이 밀려왔다.분명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지금은 달빛 아래에서도 시야가 또렷했다. 그녀의 눈을 집도한 의사가 얼마나 신중하게 치료했는지 알 수 있었다.그날 밤, 이유영은 딸의 향기 속에서 오랜만에 깊고 편안한 잠을 청했다....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이유영은 가장 먼저 소은지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아침 식사도 거른 채, 그녀는 곧바로 모이산 뒤편으로 향했다.소은지는 우천시를 떠난 후 이유영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최근 파리 엔데스 가문이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었기에 소은지가 그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했다.차에서 내리자, 현우가 문을 열고 나왔다.트렌치코트를 멋스럽게 걸친 현우는 고귀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 가문의 깊은 역사가 그의 태도에서 자연스레 드러났다.과거, 이유영이 그의 곁에 있을 때도 이 기품을 감추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녀가 주부에서 직장 여성으로 변신하는 동안 주변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던 것일까?맞아, 분명 그랬을 것이다.현우는 가까이 다가와 이유영과 눈을 맞췄다. 그의 눈빛은 깊고도 반짝였다.“이제 볼 수 있나 보네요.”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응.”거실 창 너머로, 소은지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를 보살피던 왕 아주머니는 소은지의 뒤에 서서 걱정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왕 아주머니는 엔데스 가문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었다. 그만큼, 가문의 여주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와 그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왕 아주머니.”“네.”“모두 담백한 음식이죠?”소은지는 차분하게 물었다.왕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걱정 마세요. 다 말씀해 신 대로 준비했습니다.”“네. 유영이는 수술을 마친 직후라 너무 자극적인 음식은 안 돼요.”“알겠습니다.”소은지는 왕 아주머니에게 말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그 속마음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50화

    서재에서 정국진은 이유영을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다 멈칫했다.“아빠?”“아니야, 가서 쉬어.”이유영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불러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다니.정국진의 눈에 스친 망설임을 이유영도 분명히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말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파리와 서주에서 벌어진 일들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했으니까.고개를 끄덕이며 이유영이 말했다.“그럼 전 방으로 돌아갈게요.”“응.”이유영이 서재를 나서자 정국진만 남은 공간에는 복잡한 기운이 감돌았다.서주에서 박연준이 돌아왔다.그리고 강이한은...정국진은 사람을 보내 그의 행방을 찾으려 했지만 강이한은 완전히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그는 떠날 때 자신의 흔적을 완벽하게 감췄다. 마치 세상에서 존재조차 지워버린 듯했다.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떠올랐다.'수술 후에는 이유영을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이유영을 완전히 떠나기 전, 그는 얼마나 깊은 고통을 견뎌야 했을까?...방으로 돌아오자, 유 아주머니와 월이가 있었다.유 아주머니는 이유영을 보자 바비 인형을 월이에게 건네며 공손히 말했다.“아가씨.”“네.”“잠시만요.”이유영이 잠시 머뭇거리다 유 아주머니를 향해 물었다.“그 사람, 몇 번이나 왔어요?”강이한을 물어보고 있었다.이제는 그의 이름조차 부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정씨 가문 사람들은 이유영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유 아주머니는 조용히 대답했다.“두 번 왔어요.”두 번.즉, 우천시에서 돌아온 후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이유영은 강이한이 아이를 보러 왔다는 사실에 불쾌함을 느꼈다.그의 행동을 생각하면 그가 아이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느껴졌다. 만약 그가 아이가 자신의 혈육이라는 걸 알고도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이 세상에 그가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일단 나가보세요.”“네, 아가씨.”유 아주머니는 고개를 숙이며 방을 나갔다.이유영은 조용히 월이를 품에 안았다. 아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49화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임소미는 이유영을 꼭 끌어안으며 마치 텅 비었던 가슴이 채워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이유영이 돌아오기 전, 임소미는 이미 그녀의 시력이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여진우가 전화를 걸어 기쁜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수술 전까지 모두가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던 만큼, 그 소식은 임소미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었다.“엄마, 숨 막혀요.”이유영이 투덜거렸다.“얘가...”임소미는 그녀를 품 안에서 놔줬지만 멀리 떨어지지 않은 채 작은 얼굴을 손으로 감싸 쥐고 부드럽게 눈가를 쓰다듬었다.반짝이는 눈동자를 바라보는 순간, 임소미의 가슴은 다시 먹먹해졌다.지난 2년 동안, 이유영의 눈에 드리워진 어둠을 바라보며 마지막에 결국 텅 빈 눈동자를 마주했을 때 임소미가 얼마나 가슴 아프고 두려웠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다.“정말 볼 수 있는 거 맞지?”이렇게 맑은 눈동자를 보고도 여전히 불안했던 임소미는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정말 볼 수 있어요. 엄마, 오늘 검은색 원피스 입으셨네요.”“정말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이유영이 옷 색깔을 정확히 맞추자 임소미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국진도 그 말을 듣고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됐어, 보이면 됐어.”“아빠.”“밥 먹자.”이것이 바로 가족이었다.언제든 집에 돌아오면 따뜻한 밥과 뜨끈한 국이 기다리고 있는 곳.여진우도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따뜻함을.정국진과 임소미 앞에서 그도 편안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참 좋았다.재벌 가문에서 이렇게 화목한 가족 분위기를 가진 곳은 드물었다. 그들은 보기 드문 조화를 이루며 서로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었다.식탁에는 여진우가 좋아하는 음식과 함께 이유영을 위해 준비된 담백한 요리들이 차려져 있었고 이유영은 기꺼이 그 음식을 받아들였다.“엄마, 저거 먹고 싶어요.”월이는 이유영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48화

    사실,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이유영이 강이한을 만나기 전, 비록 아무것도 없었지만 적어도 순수했다.강이한은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청춘을 앗아갔다. 계산해 보면 그는 이유영을 2년 동안 지켜왔고 5년을 연애했으며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다.이유영은 그 감정이 진짜라고 믿었고 온 마음을 다해 화답했다. 하지만 사랑은 결국 거짓이었다.강이한도, 박연준도 모두 거짓이었다.강이한은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끝없는 사랑을 선물했지만 박연준은 그녀가 가장 힘들 때 가장 큰 보호를 제공했다.한 명은 사랑을 주었지만 보호는 없었고 다른 한 명은 보호를 제공했지만 사랑은 없었다.둘 중 누구든, 이유영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그래서 그녀는 그들을 진심으로 용서할 수 없었다.“알겠어요.”배준석이 씁쓸하게 말했다.이유영은 조용히 말했다.“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래도 괜찮았을 거예요.”“...”“하지만 그들은 저에게...”이유영은 말을 멈췄다.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냥 보내주었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고 끝내 이유영을 놓아주지 않았다.“배준석 씨.”“네?”“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은 생사의 이별이 아니라 사랑하지만 얻을 수 없는 사랑이에요.”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가지는 것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이유영은 어땠을까?그녀가 손에 쥔 모든 것은 원래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그것은 사랑하지만 얻지 못하는 것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이었다.“그는 이유영 씨에게 진심이었어요.”배준석이 이유영이 영원히 용서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러나 이유영은 비웃음만 나왔다.진심이라고?그 말이 너무나 허무하게 느껴졌다. 세상에 진심이란 것이 존재할까? 누가 누구에게 끝까지 진심일 수 있을까? 마음을 다한 사람이 결국 가장 큰 패배자가 되는 것이 아니던가?과거의 자신이 너무 진심이었기에 지금 이렇게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 순간, 배준석은 확신했다. 이유영은 박연준과 강이한을 영원히 용서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47화

    여진우는 이유영과 함께 파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과 동행한 사람은 배준석이었다.청하시에 있을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곳에서의 배준석은 마치 햇살처럼 밝은 청년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그는 끝없는 광기와 붕괴 속으로 빠져들었다.그때의 그는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가까이 다가오는 이들에게 가차 없이 상처를 입혔다.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의 그는 미친개처럼 사람만 보면 물어뜯으려 했고 특히 이유영에게는 더욱 그랬다.지금도 이유영은 그날 밤 순정동에서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배준석은 조형욱과 함께 이유영의 집으로 찾아와 뱃속 아이를 없애려 했다.거의 3년 만에 다시 만난 배준석은 마치 숱한 풍파를 겪고 난 후의 고요함처럼 예전보다 훨씬 차분해져 있었다.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는 씁쓸함과 고통이 깃들어 있었다.여진우는 지쳐 있었다.오랜 시간 이유영의 곁을 밤낮으로 지켰던 탓에 그녀가 건강을 회복하자 비행기 안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배준석은 잔에 따른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이유영을 바라보았다.“정말 그렇게 미워요?”강이한을 말하는 것이었다.요즘 이유영 앞에서 강이한과 박연준의 이야기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기에 덕분에 그녀는 비교적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하지만 배준석이 그 이야기를 꺼내자, 이유영은 잔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진정하려 애썼다. 요즘 그녀는 금식 중이었다. 예전에는 죽을 먹으며 다른 음식을 달라고 떼를 썼지만 다시 볼 수 있게 된 후 시력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고는 눈을 위해서라면 한 달 금식은 물론, 1년, 2년도 감수할 수 있었다.술은 절대 마실 수 없었다.배준석의 질문에, 이유영은 조용히 되물었다.“준석 씨는 누구를 미워해요?”이유영은 생각했다.배준석이 자신을 위해 수술을 집도하고 평생을 바친 연구로 성공을 이루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속임수도 쓰지 않았다면 그것은 그가 과거에 약혼녀를 해쳤던 진짜 범인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배준석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46화

    흐릿한 시야 속에서 이유영은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살폈다.하지만 아직도 세상은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다시 눈을 감았다가 떴지만 여전히 안개 속에서 헤매는 듯 희미했다.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마침내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눈앞의 모든 것이 또렷하게 보였다.이유영은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모두가 긴장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지와 우현은 작은 손을 꼭 잡은 채,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감추려는 듯 서로를 꼭 붙잡고 있었다.두 아이는 알고 있었다. 이유영이 얼마나 강한 사람이었는지. 만약 그녀가 영원히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 될 터였다.“이유영 씨.”“보여요.”배준석은 이유영에게 복수하지 않았다.그 사실을 깨닫자, 이유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금 전, 배준석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온몸이 긴장했고 심지어 공포감에 휩싸였었다.의사는 평소 만날 일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절대 함부로 대해서도 안 되는 존재다. 환자가 되는 순간, 결국 그의 손길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이다.“유영아.”여진우는 조용히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 순간, 이유영은 여진우의 온몸이 떨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이제는 익숙했다.그래서 여진우가 자신을 안는 순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온기를 느끼며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하지만 이제 볼 수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감각에만 의존했던 자신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정말 보여?”여진우는 그녀를 품에서 놔주고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보여.”진짜였다. 정말 볼 수 있었다.여진우는 장난스럽게 물었다.“내가 무슨 색 옷을 입었는지 보여? ““파란색.”“...”“됐어. 너 수염 난 것도 다 보여.”태연한 이유영의 말에, 여진우는 순간 멍해지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아침 면도를 깜빡했는데 그녀가 단번에 알아챈 것이다.두 사람은 함께 웃음을 터뜨렸고 병실 안 공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수술은 성공했다.붕대를 풀고 눈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