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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이렇게 박연준의 손은 허공에 뜨게 되었지만, 그는 전혀 화내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거뒀다.

이유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일말의 책망도 없었다. 심지어 아까보다 더 부드러웠다.

“화났나 보네요!”

이유영은 말없이 그저 조용히 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이런 고요함이 더 그녀의 기분에 신경 쓰게 만들었다.

“유영 씨?”

말이 없는 이유영을 보자, 박연준은 그녀의 손을 살짝 끌어당겼다.

그래도 여전히 말이 없었다. 심지어 박연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늘 강이한을 만난 것부터, 그리고 엔데스 도련님 일까지 다 돌이켜보고 나니 이유영은 그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2년 동안… 연준 씨는 내 곁에 나 모르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안배해 둔 건가?’

아무리 박연준이 자기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도 이런 선을 넘는 행위는 이유영한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박연준이 자기를 보호한다는 이유라고 한들… 그래도 안 되었다!

원래 데이트였던 이번 식사는 결국 불미스럽게 끝났다.

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백산 별장에 도착해 이유영이 문을 열고 내리려는 순간, 박연준은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

“유영 씨는 지금 우리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해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유영은 순간 제자리에 굳었다.

‘어떻게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냐고?’

진짜 말해서 그는 전혀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뒤돌아 박연준이랑 눈이 마주쳤다…!

“청하시에서 여기로 온 이후부터 저는 쭉 유영 씨를 지켰어요!”

이유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박연준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마음속이 따뜻해졌다.

박연준의 부드럽고 엄숙함이 깃든 눈을 바라보는 순간, 이유영은 마치 그때의 청하시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처음 박연준을 만났을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이 남자는 그때도 이런 엄숙한 분위기가 그윽했고, 심지어 그때는 박연준이 도대체 이후에 어떻게 자기 와이프랑 지낼지 의심도 했었다.

이유영은 깊게 숨을 들이키고는 가슴속의 아픔을 꾹 짓누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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