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됐든 당신이 살아있으면 됐어!”강이한은 입을 열었다. 딱딱한 말투에는 조금의 부드러움이 녹여있었다.이유영은 '풉-' 웃음을 참지 못했다.살아있으면 된다는 말이 참 아이러니했다.“당신의 천만 가지 괴롭힘과 그런 수단에도 내가 안 죽었으니 참 실망 많았겠네?”강이한은 말문이 막혔다.이 말이 끝나자 강이한은 자기도 모르게 굳어 버렸다.수단, 괴롭힘!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가져다준 기억들이 이런 단어들로 구성될 정도라면 이유영이 강이한을 이토록 미워하는 데는 충분히 이해되었다.이유영을 바라보는 강이한의 눈에는 이상한 침착함이 드러나 있었다.하지만 눈빛이 이유영의 옷깃에 가려 보일락 말락 한 화상 상처들에 닿은 순간, 강이한은 되찾은 이성이 다시 한번 무너져 버렸다.단번에 이유영의 옷깃을 잡고 힘써 옷을 확 찢어 버렸다. '찍-' 소리와 함께 원래 협소했던 공간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이유영은 강이한의 이런 갑작스러운 행위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도 이성이 부서지고 말았다.손을 들어 바로 강이한의 뺨을 향을 내리쳤지만, 손목에는 다른 힘이 느껴졌다.손을 올려 치켜드는 순간, 원래 새하얗던 팔에 그려진 화상 흉터들은 마치 개미처럼 그의 팔에 잔득했다.강이한은 이 모습을 보고 가슴에는 피눈물이 흘러내렸다.목에도 있고 팔에도 있고, 그리고 또 다른 곳에도 있는 걸까?“이 흉터들 모두 그때 생긴 거야?”이렇게 잔득하게 있는 흉터들을 보고 강이한은 목이 메서 겨우 입을 열었다.동공이 축소되고 그 후에는 충혈되는 것처럼 빨개졌다. 가슴에는 마치 커다란 두 손이 심장을 꽉 쪼이는 것만 같았다.이유영은 힘차게 자기의 손을 강이한의 손으로부터 뿌리쳤다.그리고 자기의 옷깃을 정리하며 목과 팔에 있는 상처들을 옷 안에 숨겼다.“유영아.”“당신 옆에 있는 대가가 이런 거야. 어때? 당신 맘에 드는지 모르겠네.”이유영은 강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투는 아까보다 더 차가웠다.이유영의 말을 들은 강이한은 눈이 더 빨개졌다!이유영은 고개
로열 글로벌에 들어온 이유영을 보자마자,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민정은 걱정이 한가득한 얼굴로 이유영에게 다가왔다.이유영을 위아래 훑어보고는 찢긴 옷깃을 보고 마음이 철컹 내려앉았다.“강이한 씨가 어떻게 대표님한테 그럴 수 있습니까?”조민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투에는 온통 분노로 가득 찼다.조민정은 말을 하면서 바로 자기의 외투를 벗어 이유영한테 걸쳐주었다.이 모습으로 회사에 나타나면 또 직원들의 이유영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갈 것이다.이유영은 차분하게 답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그리고 조민정의 외투를 다시 그에게 돌려주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엘리베이터로 걸어 들어갔다.그리고 이유영의 차가움 때문에 직원들도 그의 옷깃을 보고 그저 놀랄 뿐이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엘리베이터 안에서, 조민정은 조마조마하게 이유영을 바라보았다. 아까 강이한 차에 끌려간 후, 다시 돌아온 이유영은 몸에서 뿜기는 기운마저 예전보다 몇 배 더 차가워졌다.해서 조민정 보기에는 두 사람 설마 또 한바탕 싸운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회의 준비는 다 되었나요?”이유영이 조민정한테 물었다.갑작스러운 말소리에 조민정은 깜짝 놀라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재빨리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했다.“네 다 준비되었습니다.”‘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이유영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곧바로 사무실로 걸어 들어갔다. 비서실 사람들은 이유영의 이런 모습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하지만 이유영과 눈이 마주쳤을 때 그의 눈에 드리운 차갑고 살벌한 기운을 느끼고는 또 재빨리 고개를 숙여 마저 일을 하였다.이유영은 바로 사무실로 들어갔다.사무실에는 여벌 옷이 있었다. 먼저 옷을 갈아입고 난 후에야 전화기를 들어 백산 별장으로 전화를 걸려고 했다.하지만 이때 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정국진의 전화번호였다.전화를 걸려던 전화기를 내려놓고 걸려 온 핸드폰 전화를 받았다.“외삼촌.”“강이한이 돌아왔다면서?”전화 반대편의 정국진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보아하니, 정국진의 갑작스러운 말 한마디에 이유영은 정말 많이 놀란 것 같았다.2년 전, 강이한은 강서희와 한지음 때문에 이유영 주변의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들을 주었다. 심지어 지금 실종된 소은지마저도 그 속에 연루되었다.특히, 정유라는 그 속에서 아주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2년이나 지났는데도 이유영은 아직도 정유라에 대해 미안함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하지만 지금 외삼촌의 말씀은… 심하준 그 일이 강이한이랑 상관이 없다고?정국진은 다시 한번 답했다.“그래.”“그럼…”“난 바빠서 이만, 먼저 끊을게.”정유라의 일에 대해 정국진도 긴 얘기하기를 꺼리는 것 같았다.이유영이 채 반응을 하기도 전에 전화 반대편의 정국진은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근 2년 동안, 항상 정유라의 얘기만 나오면 외삼촌과 외숙모는 모두 얘기를 꺼리며 화제를 돌렸다.지금과 같이, 외삼촌이 강이한이 심하준의 일과 상관이 없다고 하는데도, 더 이상의 긴 얘기는 피해 하셨다.그저 이렇게 한 마디만 남긴 채, 더 자세한 건… 얘기하지 않았다.전화 속에서 들려오는 ‘뚝- 뚝-” 소리를 들으며 이유영은 그 자리에 선 채로 굳어버렸다. 몸에는 심지어 소름이 돋았다!‘심하준 일이 강이한이랑 상관이 없다고?’‘어떻게 그럴 수가!?’‘정말로 상관이 없다면…!’이유영은 안색이 변했다. 머릿속은 이미 뒤집어졌고 머리가 하얘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드디어 평정심을 되찾았다!“후…”이유영은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눈을 감고 머릿속의 혼난 속에서 벗어나려 했다.‘상관이 없으면 없는 거지 뭐!’이유영은 생각을 정리했다.‘상관이 없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 유라의 일과 상관이 없다고 해도 강이한이 죽을죄를 지은 죄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그리고 그가 동교, 크리스탈 가든에 한 짓들, 심지어… 2번의 생에 자기한테 한 짓들!?’그것들을 생각하면 정국진이 전화에서 이유영한테 한 얘기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루이스가 들어왔다.얼굴에 걱정이 가득한 이유영을
2년이란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다.‘은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왜 파리에서 갑자기 사라진 거고, 왜 꼬박 2년이나 나한테 연락이 없는 거지?’매번 소은지에 대해 떠올리면 이유영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목구멍에 차오르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정말로 겁이 났다!마음속으로 수천 번 수만 번 은지가 꼭 무사하기를 기원했다.루이스가 나가자, 사무실에는 이유영 혼자만 남게 되었다. 팔을 내밀자, 옷깃은 자동으로 위로 올라가면서 이유영 손목의 상처들을 드러냈다.차가운 손가락으로 울퉁불퉁한 화상자국이 남은 피부를 만졌다. 그때 당시, 높은 온도로 벌겋게 다루어진 철 몽둥이들이 그의 팔에 내리쳤을 때, 그 순간… 이유영은 아직도 그때 피부가 타는 찍-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이유영은 아직도 그때의 그런 심장이 찢어지는 것만 같은 고통이 기억에 생생하였다.‘쿵!’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밖에 있던 사람의 힘이 얼마나 셌는지 문은 벽에 맞히면 아주 천둥소리를 냈다.깊은 사색에 잠겨있던 이유영마저 소리를 듣고 정신이 들었다.문 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문 앞에 서있는 박연준이 눈에 들어왔다. 온몸에 있는 진귀한 차림도 그의 차가운 아우라를 감추지 못했다.이런 모습을 한 박연준을 본 이유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비서는 박연준의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대표님, 이분께서…”“먼저 나가서 일 보세요.”비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유영은 그의 말을 가로채고 일어서서 박연준한테로 다가갔다. 마음속에는 은근히 조마조마함을 지니고 있었다.이와 동시에, 박연준한테서 뿜어져 나오던 차가운 기운들도 점점 사그라졌다. 이유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무사한 이유영을 보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웬일로 왔어요?”이유영은 시간을 확인해 보니 박연준이 한창 바쁠 시간이었다.박연준은 이유영의 손을 잡고 한편으로 와서 자리에 앉았다.이유영의 말에 대답도 안 한 채 그저 물었다.“그 사람이 당신을 해치진 않았나요?”이유영은 말이
하지만 그래도 입장을 밝혔다.“어떤 일은 그래도 제가 꼭 직면해야 하잖아요. 안 그래요?”이유영은 외삼촌 서재에서 봤던 그 사진이 떠올랐다.순간 그녀의 눈에는 진한 빛이 반짝였다!그리고 박연준이 입을 떼기 전에 먼저 입을 열고 물었다.“연준 씨는 전에 그 사람이랑 무슨 일 있었어요?”이유영은 항상 직설적인 사람이었다.비록 이렇게 바로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박연준이 아마 대답해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꼭 물어봐야 했다!이유영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박연준도 순간 멍해 있었다.“유영 씨는 저랑 그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저는 당연히 몰라서 연준 씨한테 물어보는 거잖아요.”이 말을 할 때도 이유영의 눈길은 시종 박연준의 얼굴에 있었다.이유영은 박연준의 얼굴에 있는 그 어떠한 미세한 변화도 놓치지 않았다.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지켜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했다.“난 그 사람이랑 별로 안 친해요!”결국 이유영의 뜨거운 시선하에 박연준은 이렇게 한마디만 남겨 놓았다.‘안 친하다고?’‘하지만 그 사진을 보면, 특히 두 사람만 찍혀 있는 사진이었는데 안 친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말이 안 되잖아.’“그럼, 유영 씨도 별일 없어 보이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이유영이 마저 물음을 제기하려고 하던 때에 박연준은 이미 일어섰다.그래서 이유영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질문들을 그저 삼켜 버렸다.박연준이 문을 나가는 모습을 보고 이유영은 몇 발짝 다가가서 그래도 엘리베이터까지 데려다주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박연준은 걸어 들어갔다.이유영이 입을 열었다.“조심히 운전하세요.”“네, 저녁에 데리러 올까요? 같이 저녁 먹으러 가요.”“그래요.”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에 응했다.박연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것까지 보고서야 이유영은 몸을 돌려 사무실로 갔다. 그리고 필요한 문건을 들고 회의실로 갔다.강이한이 돌아온 것에 대해 이유영이 신경을 쓰든 안 쓰든 이미
암흑 속의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건 이사였다. 매번 새로운 곳에 갔을 때마다 또 기나긴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2년이란 시간이 지나, 한지음은 이미 이곳에 대해 충분히 적응했다. 지금 또 다른 곳으로 가야 된다는 소리를 들이니 마음속 첫 반응은 거부였다.정 집사의 말투는 더 차가워졌다.“주인님께서 말씀 주셨어요. 아가씨는 앞으로 한동안 파리에서 살 겁니다!”파리!?그곳에 대해 한지음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곳은… 이유영 외삼촌의 구역이었다!이유영을 떠올리자 한지음은 얼굴색이 또 새하얘졌다. 마음속의 거부반응은 이 순간에 더욱 깊은 배척으로 변했다.“안, 안 가면 안 되나요?”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도 좋았다.하지만 이유영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건, 좀…!“그 애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바로 다음 순간, 정 집사의 차가운 말소리가 들렸다.한지음은 순간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 말을 듣자마자 세상이 다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온몸은 자기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정 집사가 말한 그 애가 누구인지 한지음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아직 살아 있는 거지?한지음이 말을 하기도 전에 정 집사는 마저 얘기를 꺼냈다.“계속 안에서 안 나오시던 강 도련님도 이미 그쪽으로 갔습니다!”원래 새하얗던 한지음의 얼굴은 이 말을 듣더니 더욱 하얗게 질렸다.‘걔가 살아있다고!’‘그리고 그 사람이, 걔를 찾으러 갔다고?’2년…!지금까지도 한지음은 자기가 도대체 어떻게 그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강이한을 한 번만 봐 달라고 사정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하지만 결국 얻은 대답은 강이한이 자기 스스로 나오기 싫어한다는 것이었다.강이한은 자기 자신에게 벌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강이한은 모든 것에 대해 다 알았다. 모든 것은 다 강서희가 한 짓이고 자기는 이유영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강이한은 자기가 받아야 할 벌을 받는 거라고 했다.2년 동안, 한지음은 강이한을 찾으러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강이한은 종래로 한지음을 만나주지
한지음이 바들바들 떨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네, 저 갈게요!”말이 끝나자, 유 아주머니의 그 위험하던 예리함은 다시 따뜻한 미소로 변했다.“참 잘 됐어요. 아가씨가 말을 잘 들으니, 주인님도 기뻐하실 거예요!”한지음의 꼭 쥔 주먹은 유 아주머니의 이 말을 듣고 더욱 화가 나 오금이 저릴 지경이였다.…다시 파리 쪽으로 돌아왔다!이유영은 끝내 엔데스 가문의 다섯째 도련님을 만나러 가지 않았고 박연준과 함께 식사했다.매번 박연준과 식사를 할 때면 그는 엄청 배려심 많고 다정하게 스테이크를 잘라서 이유영에게 건네주었다.“오늘의 맛이 어떤지 한번 먹어봐요.”“네, 고마워요.”이유영은 넘겨주는 스테이크를 건네받고 포크로 한 조각을 찍어 입어 넣었다. 이유영의 동작은 아주 우아하고 현숙했다… 다만 부족한 게 있다면 키가 좀 작은 것이었다.이유영을 바라보는 박연준의 눈빛에는 온유함과 부드러움뿐만 아니라 그리고 깊고 그윽했다!강이한에 대해선 두 사람 모두 자동으로 입에 꺼내지 않았다.“오늘 맛이 괜찮네요.”이유영이 박연준에게 말했다.매번 박연준이 이유영을 데리고 식사를 할 때면 그는 종래로 이유영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이유영 입맛에 맞는 음식들로 잘 골랐다.2년이란 시간 동안을 지내다 보니, 박연준은 이유영 자기 자신보다도 이유영을 잘 아는 것 같았다.박연준은 이유영을 한눈 보더니 입을 열었다.“엔데스 다섯째 도련님께서 약속을 신청했다면서요?”“네 일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요.”이유영은 아주 담담하게 답했다.“그 사람 성격이 좀 급해요. 그 애 탓하지 마세요.”“연준 씨 말을 들으니, 두 사람 사이가 괜찮나 보네요?”“네.”박연준은 자기 앞에 놓인 와인잔을 들고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이유영은 멈칫했다.아무리 박연준이 이곳 파리에서 심상치 않은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어도 이 말을 들었을 때 그래도 조금 놀랐다. 그때 당시 청하시에 있었을 때와 지금 파리의 모든 것을 비교했을 때, 정리해 보면, 박연준은 청하시
이렇게 박연준의 손은 허공에 뜨게 되었지만, 그는 전혀 화내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거뒀다.이유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일말의 책망도 없었다. 심지어 아까보다 더 부드러웠다.“화났나 보네요!”이유영은 말없이 그저 조용히 음식을 먹었다.하지만 이런 고요함이 더 그녀의 기분에 신경 쓰게 만들었다.“유영 씨?”말이 없는 이유영을 보자, 박연준은 그녀의 손을 살짝 끌어당겼다.그래도 여전히 말이 없었다. 심지어 박연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오늘 강이한을 만난 것부터, 그리고 엔데스 도련님 일까지 다 돌이켜보고 나니 이유영은 그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2년 동안… 연준 씨는 내 곁에 나 모르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안배해 둔 건가?’아무리 박연준이 자기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도 이런 선을 넘는 행위는 이유영한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박연준이 자기를 보호한다는 이유라고 한들… 그래도 안 되었다!원래 데이트였던 이번 식사는 결국 불미스럽게 끝났다.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백산 별장에 도착해 이유영이 문을 열고 내리려는 순간, 박연준은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유영 씨는 지금 우리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해요?”갑작스러운 질문에 이유영은 순간 제자리에 굳었다.‘어떻게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냐고?’진짜 말해서 그는 전혀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뒤돌아 박연준이랑 눈이 마주쳤다…!“청하시에서 여기로 온 이후부터 저는 쭉 유영 씨를 지켰어요!”이유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박연준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마음속이 따뜻해졌다.박연준의 부드럽고 엄숙함이 깃든 눈을 바라보는 순간, 이유영은 마치 그때의 청하시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처음 박연준을 만났을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이 남자는 그때도 이런 엄숙한 분위기가 그윽했고, 심지어 그때는 박연준이 도대체 이후에 어떻게 자기 와이프랑 지낼지 의심도 했었다.이유영은 깊게 숨을 들이키고는 가슴속의 아픔을 꾹 짓누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