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끄덕이는 그 모습을 보며 진영숙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었다. 그녀는 서늘한 얼굴로 강서희의 손을 쳐냈다.“엄마?”강서희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진영숙을 바라보았다.진영숙은 날이 선 눈으로 강서희를 노려보며 질책했다.“내가 정말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그렇지 않니?”“엄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강서희는 당황한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평생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 주던 엄마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속이 타들어갔다.예전에는 아무리 잘못을 해도 이런 눈으로 자신을 쳐다본 적이 없던 엄마였다.그런 엄마가 예전에 혐오스럽다는 듯이 이유영을 노려보던 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왜 이렇게 된 거지?“엄마!”짝!엄마 소리를 듣자마자 진영숙은 손을 번쩍 들어 강서희의 귀뺨을 때렸다.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이쪽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왕숙이 달려나왔다.“사모님, 갑자기 왜 이러세요?”강서희가 맞는 것을 보고 왕숙은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라했다.“하룻밤을 꼬박 새우고 돌아온 아가씨예요. 이러시면 안 돼요, 사모님!”“은혜도 모르는 년!”진영숙은 욕설을 퍼부으며 당장이라도 강서희를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았다.이미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고 충격으로 이성은 사라진지 오래였다.애지중지 키운 양녀가 자신의 소중한 아들에게 그런 생각을 품었다는 것을 진영숙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쩌면 예전에 자신마저 강서희에게 속아서 놀아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 분노가 치밀었다.“사모님, 잘 보세요. 사모님이 가장 아끼던 서희 아가씨잖아요. 작은 사모님이 아니라!”왕숙은 진영숙이 미쳐서 사람을 잘못 알아본다고 생각했다.예전에는 누구보다 강서희의 말을 들어주고 아껴주었던 진영숙이었다.진영숙의 악한 모습은 거의 이유영을 마주할 때만 드러났다.진영숙은 왕숙의 손길을 뿌리치고 강서희를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이한이는 네 오빠야!”“내가 널 딸로 거둔 건 너한테 그런 파렴치한 생각을 품으라고 거둔 게 아니란 말이다!
“천천히 설명해 봐요.”이유영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지현우는 다가와서 굳은 표정으로 서류 뭉치를 그녀에게 건넸다.이유영은 보자마자 가슴이 철렁했다. 굳이 서류를 확인하지 않고 지현우의 표정만 봐도 뭔가 잘못 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서류를 확인한 그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원자재 교체 증명에 그녀의 친필 사인이 버젓이 있었다.“이게 무슨….”“지난 번에 원자재 문제로 의심 받았던 제품들 생산 일자를 확인해 봤는데 대표님이 사인하고 일주일 후에 생산된 제품들입니다.”이유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반복해서 서류를 확인했지만 그녀의 친필 사인이 맞았다. ‘내가 이런 서류에 사인했다고?’그녀는 고개를 들고 지현우를 보며 말했다.“난 이런 서류에 사인한 적 없어요!”이유영은 등골이 오싹했다.전혀 기억에 없는 서류였다.“대표님 글씨가 맞나요?”지현우가 정색하며 물었다.글씨체는 이유영의 것이 분명했으나 그녀는 이런 서류에 사인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교체된 원자재의 가격 차이를 확인해 보면 천문학적인 숫자였다.그것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중에 가장 싸고 품질이 안 좋은 자재들만 모아놓은 서류였다.사인도 문제지만 그녀는 전혀 본 적도 없는 자재들이었다.“공장 쪽에서도 대표님께서 왜 이런 서류에 사인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답변이 왔습니다. 하지만 제품 자체는 우리 공장에서 생산해서 나간 것이 맞습니다.”“그래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죠?”“회사는 어쩌면 생각보다 더 큰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지현우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크리스탈 가든의 액세서리는 전부 한정판 제품이었다.생산 수량이 제한되어 있고 세트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의 제품에 단가가 5천원 도 안되는 자재가 섞인 것이다.중요한 건 이유영의 친필로 사인한 거라 조사가 내려온다면 이유영은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이 서류 내가 사인한 게 아닌 건 확실해요. 어떻게 된 건지 다시 알아봐 주세요.”이유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비록 강이한이 얼마나 비열한 인간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을 절박하게 할 줄은 몰랐다.그가 적을 상대할 때 얼마나 잔인한 수법을 썼는지 옆에서 지켜봤지만 그 수단을 자신에게 쓸 줄이야!아마 외삼촌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그녀는 경찰서에 잡혀갔을지도 모른다.이유영은 결국 강이한의 미친 정도를 과소평가했던 것이다.세강그룹.남자는 창가에 서서 먼산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었다.그의 주변으로 서늘한 공기가 무겁게 맴돌고 있었다.핸드폰으로 문자를 확인한 조형욱이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한지음 씨가 다친 것 같습니다.”“어떻게 된 거지?”그의 목소리에서 긴장감이 묻어났다.그는 어린 한지음이 당한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렸다.오빠인 한지석은 자신을 위하다가 죽었는데 동생인 그녀는 결국 그와 이유영의 사랑 싸움에서 희생양이 되어버린 것이다.강이한은 조형욱을 시켜 최근 한지음에게 접근했던 사람들을 알아보게 했다.이유영과 한지음 사이에는 딱히 밀접한 접촉이 없었다. 다만 이유영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을 받은 사람이 한지음을 찾아가서 협박했을 뿐이었다.온화하고 순종적인 줄로만 알았던 여자가 이렇게 악랄한 사람이었을 줄이야!“앞이 보이지 않아서 욕실에서 나올 때 미끄러졌는데 머리를 세면대에 박아서 피를 많이 흘렸다고 합니다.”“그렇게 심각해?”“네.”뒤돌아선 강이한은 결국 외투를 챙기고 밖으로 나갔고 조형욱이 그의 뒤를 따랐다.강이한의 본가.이유영이 생각했던 대로 교활한 강서희는 결국 그 세치혀로 강이한을 오빠로만 생각한다고 우겼다.그녀는 더럽고 추악한 여자들이 오빠에게 접근하는 게 싫어서 혼내줬을 뿐인데 그런 오해를 받을 줄은 모른다고 말했다.그렇게 겨우 진영숙의 화를 달랠 수 있었다.“사모님, 아가씨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제가 말했잖아요.”왕숙도 옆에서 거들었다.진영숙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강서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 표정을 누그러뜨렸다.“서희야.”“응, 엄마.”“넌 내 딸이고 가지지 말아야 할 욕
밖에서 온갖 소문이 돌고 있었지만 진영숙은 여전히 이유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배후에 버티고 있는 로열 글로벌 때문이었다.로열 글로벌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기업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경외하는 존재였다.이유영은 곧 그런 로열 글로벌의 후계자로 당당히 서게 될 텐데 밖에서 떠도는 소문은 전혀 상관없었다.어차피 소문은 소문일 뿐, 결국 지나가게 되어 있다.“알겠어, 엄마.”강서희는 속으로 이유영에게 저주를 퍼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표정으로는 그 어떤 불만도 찾아볼 수 없었다.“다시는 그러면 안 돼!”진영숙은 전에도 경고를 무시한 강서희의 행위를 생각하며 강경하게 말했다.강서희는 서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니까.”그렇게 한참을 잔소리를 늘어놓은 진영숙은 그제야 강서희를 올라가서 쉬게 했다.방 문을 닫은 순간, 강서희의 두 눈이 음침하게 빛났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이유영을 찢어버리고 싶었다.진영숙은 왕숙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아줌마가 잘 지켜봐. 서희가 이유영한테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게!”“걱정 마세요, 사모님. 아가씨가 그래도 제 말은 들으니까요.”왕숙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드디어 무사히 넘겼다는 생각에 왕숙도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진영숙은 눈을 질끈 감고 생각에 잠겼다. 비록 끝까지 캐묻지는 않았지만 강서희가 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기분이 착잡했다.강서희는 강이한을 위해서 몰래 했다고 했지만 진영숙은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게다가 강서희는 여태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본 적 없었다.그녀는 그 어떤 사내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고 가장 가까운 유일한 사내가 강이한이었다.한편, 강이한은 강주로 향했다.강서희와 진영숙도 소식을 들었다.한지음의 생활을 책임진 사람이 진영숙과 강서희였기에 강이한이 그쪽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은 재빨리 그들의 귀에 전해졌다.강주에 간 강이한은 한지음을 시켜 짐을 싸게 했다고 했다.대체 뭘 하려는 걸까?진영숙은 소식을 듣자마자 강이한에게 전화
강이한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그 여자는 널 여동생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데 언니는 무슨.”말투에서는 이유영을 향한 혐오와 실망이 가득 묻어났다.그는 이미 속으로 이유영을 극도로 배척하고 있었다.한지음은 잔뜩 날이 선 그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얼굴은 여전히 상처 받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아무리 그래도 피를 나눈 자매잖아요.”그녀가 애써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강이한의 앞에서 한지음은 항상 이유영의 편을 드는 척했다.이유영이 전화를 걸어 네 엄마가 남의 가정을 망친 상간녀라고 했을 때도 한지음은 이유영의 편에서 서 말했다.나중에 한지음이 매체에 공개적으로 한지음은 자신의 동생이 아니라고 까발렸을 때도 그랬다.강이한은 한사코 언니라고 감싸는 한지음을 보며 안쓰러움을 느꼈다.“그 얘기는 그만하자. 내 말 들어.”강이한이 말했다.한지음이 더 뭐라고 하려는데 강이한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니 진영숙이었다. 강이한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서희 집에 갔죠?”진영숙이 다짜고짜 물었다.“너 강주니?”짜증과 실망이 가득 담긴 말투였다.“네.”“한지음을 데리고 청하로 온다고?”청하와 강주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고작 한 시간 거리에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진영숙은 한지음이 청하로 돌아오는 게 달갑지 않았다.옆 도시에 있으면 그래도 거리가 있어서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지만 같은 도시는 아니었다.“그렇게 됐어요.”엄마의 질문에 대해 강이한은 해명할 마음이 없었다.그의 일처리 방식은 항상 그랬다.“걔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고 그러니? 본가에 데려오려고?”진영숙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한지음을 지금 본가로 데려오면 사람들이 또 뭐라고 할까?이유영이 그들에게서 완전히 돌아선 상황에 한지음까지 끼어들면 아마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다.“홍문동으로 갈 겁니다.”강이한이 단호하게 말했다.안 그래도 화가 나 있던 진영숙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잠시 시간이 흐른
한지음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말 들을게요.”그 미소를 보고 나서야 강이한의 입가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조형욱은 이곳을 책임진 간병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간 있었던 일을 강이한에게 보고했다.강이한도 강서희와 한지음이 다녀간 이야기를 듣고 표정을 굳혔다.그는 완전히 엄마에게 실망했다. 한지석의 동생이기에 잘 대해주기를 바랐건만, 이런 대우를 할 줄이야!한편, 조민정은 크리스탈 가든으로 이이유영을 찾아갔다.동교 공사 현장 사고에 대한 조사 자료였다. 그리고 설계도안에서 제시한 사이즈 수치에 문제가 생겨서 건물이 무너졌다는 결론이 나왔다.“아니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이유영은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아마 이번 사고도 강이한의 작품일 것이다.그녀가 설계도안 수치를 열심히 계산하고 있을 때, 그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설계도안이 바뀌었어요.”조민정은 가짜 설계도면을 이유영의 앞에 내밀었다.외관 디자인은 이유영이 설계한 것과 똑같았지만 내부 수치가 미묘하게 달랐다.건축 디자인을 해본 사람이라면 사이즈 수치가 이상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이유영은 설계도면을 빤히 노려보며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민정 씨, 대신 해줘야 할 일이 있어요.”“뭔데요?”“강서희요.”이유영은 잠깐 생각을 정리했다.‘침착하자, 이유영! 침착해야 해!’강서희가 풀려났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를 찾아와서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 시비를 걸어올 것이다.이유영은 더 이상 그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표정에서 뭔가를 알아챈 조민정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건 제가 처리할게요.”“나가 보세요.”조민정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이유영을 바라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현재 이유영이 처한 상황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액세서리의 원자재가 바뀌었고 그걸 이유영이 결재했다는 서류 하나만으로 이유영의 현재 입지를 무너뜨리기엔 충분했다. 회사
강이한은 불과 며칠도 되지 않은 시간에 높은 곳에 서 있던 이유영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이유영은 인터넷에 기재된 기사들을 보며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기세등등하게 세강그룹으로 찾아갔지만 강이한을 만나지도 못하고 조형욱에게 붙잡혔다.“이유영 씨, 대표님께서는 이유영 씨를 안으로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짝!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유영은 손을 뻗어 조형욱의 귀뺨을 쳤다.그 순간 조형욱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는 날이 선 눈으로 이유영을 노려보았다.“크리스탈 가든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더니 완전히 미쳤나 보네?”이때 앙칼진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정윤아가 팔짱을 끼고 나오더니 조형욱의 옆에 서서 비아냥거리는 눈으로 이유영을 쳐다보았다.짝!이유영은 그대로 손을 들어 정윤아의 귀뺨을 쳤고 그 바람에 들고 있던 커피포트가 바닥에 떨어져 커피가 사방으로 튕겼다.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그들을 쳐다보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지금 나 쳤어?”“주제파악을 잘 못하는 것 같길래 정신 좀 차리라고!”이유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지금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강이한은 몰라도 그의 부하직원들마저 자신에게 무례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한지음의 절친인 정윤아는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은 이유영에게 귀뺨을 맞자 그대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옆에 있던 조형욱이 그녀를 말렸다.“그만!”“이거 놔요!”정윤아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조형욱이 싸늘한 눈빛을 보내자 정윤아는 바로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화가 나도 비서실장인 조형욱에게 대놓고 대들 수는 없었다.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이유영을 노려보며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뭐가 그렇게 잘났어? 지음이 며칠 전에 홍문동으로 들어갔어. 너 외삼촌한테도 곧 버림받을걸?”“정윤아 씨!”“조 실장님!”“자리로 돌아가!”조형욱은 정윤아의 어깨를 확 밀쳤다.정윤아는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조형욱을 노려보다가 결국 입을 다물고 씩씩거리며 자리를
“내가 못할 것 같아?”“아니요. 안 할 걸 알아요. 저 같은 사람을 위해 이러실 필요가 없거든요.”조형욱이 또박또박 말했다.확신에 찬 말투에 이유영은 웃음이 나왔다.“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넌 강이한 사람이잖아. 그 인간이랑 관련된 사람들은 다 거슬려!”“굳이요?”“하! 뭐라고? 그래! 굳이 이럴 필요야 없지. 하지만 나 때문에 조 비서가 병원에 실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조형욱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 순간, 팔뚝에서 알싸한 통증이 전해지더니 조형욱은 순간 숨이 확 막혔다. 그는 본능적으로 팔뚝을 잡고 이유영을 노려보았다. 이유영의 요염한 얼굴에 그의 피까지 뿌려지자 더 괴이하게 보였다.“네가 한 짓, 잘 감춰야 할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하러 왔어. 하지만 다음에는 나도 어떻게 할지 몰라.”현장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유영이 미쳤다고 생각했다.안 그래도 강이한이 그녀의 숨통을 조르는 와중에 달려와서 그의 심복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위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사실 상 인터넷에서 DNA 감정서가 돌아다니는 것을 봤을 때 그녀는 이미 미쳐버렸다.강이한이 결국 그녀를 미치게 만든 것이다.이유영은 조형욱을 지나쳐 강이한의 사무실 앞으로 가서 문을 걷어찼다.대표실 의자에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가 앉아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이유영은 말없이 과도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과도를 힘껏 들어 그의 사무실 책상에 박았다.“벌써 미쳐버린 건가?”사내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강이한, 네가 죽으면 이 모든 고통이 끝나겠지?”“고작 네 주제에 할 수 있을 것 같아?”남자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이유영은 남자의 서늘한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할 수 있을까?그녀 역시 속으로 묻고 있었다.가능하다면 그녀는 칼을 강이한의 심장에 꽂아 넣고 싶었다.결국 이유영은 책상에 놓인 담배를 집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외삼촌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했잖아.”“건드리지 않았어. 이유영 너를 둘러싼 보호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