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줄곧 강서희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엄마, 왜 그런 눈으로 봐?”강서희는 미묘한 진영숙의 눈빛에 소름이 돋았다.진영숙은 뭔가 놓친 것을 찾으려는 듯한 눈빛으로 강서희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강서희는 진영숙이 말이 없자 더 당황스러웠다.“이유영한테는… 사실 나도 사정이 있었어! 이유영이 날 그렇게 만들었어.”당황한 강서희가 횡설수설했다.전에도 엄격한 면이 있었던 진영숙이지만 지금처럼 진지하고 정색했던 적이 없었다.이유영의 진짜 신분이 공개된 뒤로 진영숙은 계속해서 강서희에게 이유영을 건들지 말라고 경고했다.이번에 강서희가 경찰서에 불려간 것도 이유영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렸다가 걸려서 경찰에 넘겨진 것이었다.분명 새로 판 계정이고 ip 관리도 확실하게 해서 문제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쉽게 잡혔다는 게 의아했다.강서희는 지금에 와서야 이유영이 더 이상 옛날에 당하기만 하던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그녀의 주변에는 수많은 인재가 있었고 강서희도 모르는 정보들을 가지고 있었다.강서희는 이유영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나타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처음에 이 일을 설계할 때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깔끔하게 처리했어야 했는데!’강서희는 정국진에게 꼬리를 잡히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해외로 도망갔는데 여태 연락이 닿지 않는 공범도 떠올랐다. 아직 미납금도 있는데 연락을 끊은 것을 보면 추적을 당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지금 강서희가 두려운 것은 이유영이 그를 찾아내서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었다.그녀는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진영숙을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다가가서 진영숙의 손을 잡았다.“엄마.”하지만 날이 선 진영숙의 시선은 쉽사리 좋아지지 않았다.“내가 잘못했어! 내가 잠깐 미쳤나 봐!”“왜지? 왜 그랬어?”진영숙이 날이 선 말투로 물었다.“엄마….”갑작스러운 질문에 강서
“아줌마, 그만 얘기해. 다 내 잘못이야!”강서희는 왕숙을 말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 모습을 보면 순한 양이 따로 없었다.하지만 진영숙은 쉽게 속지 않았다.그녀는 더 이상 강서희의 그런 모습에 마음이 약해져 말투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진영숙은 원래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마음에 의심의 불꽃이 심어졌으니 그것을 전부 소멸시키기에는 부족했다.“아줌마는 나가 있어!”싸늘한 목소리에서 위엄이 묻어났다.왕숙은 뭐라도 더 말하고 싶었지만 기세등등한 진영숙의 모습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결국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강서희를 한번 쳐다보고는 마지못해 밖으로 나갔다.거실에 둘만 남게 되자 강서희는 잘못을 한 어린아이처럼 진영숙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폈다.매번 이런 얼굴을 할 때면 진영숙은 마음이 약해져 체벌을 멈추었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진영숙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강서희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엄마!”드디어 진영숙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서희야, 솔직히 말해봐. 너 네 오빠를 어떻게 생각하니?”“뭐?”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강서희가 당황했다.이미 어젯밤 조사실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정신력을 다 소모했기에 지금은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는 상태였다.“묻잖니.”강서희가 답이 없자 진영숙의 눈빛이 더 날카로워졌다.양녀를 아끼는 건 변함이 없지만 그 사랑에도 선이라는 게 있었다. 어릴 때 집으로 데려왔을 때부터 모든 사랑을 주며 키웠건만 그건 강서희를 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강서희에게 맞선 자리를 추천할 때도 여느 엄마들처럼 딸을 위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골랐다.세강을 위한 일이기도 했지만 진심으로 강서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서희를 며느리로 받아들인다는 얘기는 아니었다.예전에 왕숙이 비슷한 얘기를 꺼낸 적 있을 때도 버럭 화를 냈던 진영숙이었다.이유영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한 결과, 진영숙은 딸의 마음을 어쩌면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오빠는 좋은 사람
고개를 끄덕이는 그 모습을 보며 진영숙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었다. 그녀는 서늘한 얼굴로 강서희의 손을 쳐냈다.“엄마?”강서희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진영숙을 바라보았다.진영숙은 날이 선 눈으로 강서희를 노려보며 질책했다.“내가 정말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그렇지 않니?”“엄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강서희는 당황한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평생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 주던 엄마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속이 타들어갔다.예전에는 아무리 잘못을 해도 이런 눈으로 자신을 쳐다본 적이 없던 엄마였다.그런 엄마가 예전에 혐오스럽다는 듯이 이유영을 노려보던 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왜 이렇게 된 거지?“엄마!”짝!엄마 소리를 듣자마자 진영숙은 손을 번쩍 들어 강서희의 귀뺨을 때렸다.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이쪽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왕숙이 달려나왔다.“사모님, 갑자기 왜 이러세요?”강서희가 맞는 것을 보고 왕숙은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라했다.“하룻밤을 꼬박 새우고 돌아온 아가씨예요. 이러시면 안 돼요, 사모님!”“은혜도 모르는 년!”진영숙은 욕설을 퍼부으며 당장이라도 강서희를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았다.이미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고 충격으로 이성은 사라진지 오래였다.애지중지 키운 양녀가 자신의 소중한 아들에게 그런 생각을 품었다는 것을 진영숙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쩌면 예전에 자신마저 강서희에게 속아서 놀아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 분노가 치밀었다.“사모님, 잘 보세요. 사모님이 가장 아끼던 서희 아가씨잖아요. 작은 사모님이 아니라!”왕숙은 진영숙이 미쳐서 사람을 잘못 알아본다고 생각했다.예전에는 누구보다 강서희의 말을 들어주고 아껴주었던 진영숙이었다.진영숙의 악한 모습은 거의 이유영을 마주할 때만 드러났다.진영숙은 왕숙의 손길을 뿌리치고 강서희를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이한이는 네 오빠야!”“내가 널 딸로 거둔 건 너한테 그런 파렴치한 생각을 품으라고 거둔 게 아니란 말이다!
“천천히 설명해 봐요.”이유영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지현우는 다가와서 굳은 표정으로 서류 뭉치를 그녀에게 건넸다.이유영은 보자마자 가슴이 철렁했다. 굳이 서류를 확인하지 않고 지현우의 표정만 봐도 뭔가 잘못 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서류를 확인한 그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원자재 교체 증명에 그녀의 친필 사인이 버젓이 있었다.“이게 무슨….”“지난 번에 원자재 문제로 의심 받았던 제품들 생산 일자를 확인해 봤는데 대표님이 사인하고 일주일 후에 생산된 제품들입니다.”이유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반복해서 서류를 확인했지만 그녀의 친필 사인이 맞았다. ‘내가 이런 서류에 사인했다고?’그녀는 고개를 들고 지현우를 보며 말했다.“난 이런 서류에 사인한 적 없어요!”이유영은 등골이 오싹했다.전혀 기억에 없는 서류였다.“대표님 글씨가 맞나요?”지현우가 정색하며 물었다.글씨체는 이유영의 것이 분명했으나 그녀는 이런 서류에 사인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교체된 원자재의 가격 차이를 확인해 보면 천문학적인 숫자였다.그것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중에 가장 싸고 품질이 안 좋은 자재들만 모아놓은 서류였다.사인도 문제지만 그녀는 전혀 본 적도 없는 자재들이었다.“공장 쪽에서도 대표님께서 왜 이런 서류에 사인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답변이 왔습니다. 하지만 제품 자체는 우리 공장에서 생산해서 나간 것이 맞습니다.”“그래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죠?”“회사는 어쩌면 생각보다 더 큰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지현우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크리스탈 가든의 액세서리는 전부 한정판 제품이었다.생산 수량이 제한되어 있고 세트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의 제품에 단가가 5천원 도 안되는 자재가 섞인 것이다.중요한 건 이유영의 친필로 사인한 거라 조사가 내려온다면 이유영은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이 서류 내가 사인한 게 아닌 건 확실해요. 어떻게 된 건지 다시 알아봐 주세요.”이유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비록 강이한이 얼마나 비열한 인간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을 절박하게 할 줄은 몰랐다.그가 적을 상대할 때 얼마나 잔인한 수법을 썼는지 옆에서 지켜봤지만 그 수단을 자신에게 쓸 줄이야!아마 외삼촌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그녀는 경찰서에 잡혀갔을지도 모른다.이유영은 결국 강이한의 미친 정도를 과소평가했던 것이다.세강그룹.남자는 창가에 서서 먼산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었다.그의 주변으로 서늘한 공기가 무겁게 맴돌고 있었다.핸드폰으로 문자를 확인한 조형욱이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한지음 씨가 다친 것 같습니다.”“어떻게 된 거지?”그의 목소리에서 긴장감이 묻어났다.그는 어린 한지음이 당한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렸다.오빠인 한지석은 자신을 위하다가 죽었는데 동생인 그녀는 결국 그와 이유영의 사랑 싸움에서 희생양이 되어버린 것이다.강이한은 조형욱을 시켜 최근 한지음에게 접근했던 사람들을 알아보게 했다.이유영과 한지음 사이에는 딱히 밀접한 접촉이 없었다. 다만 이유영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을 받은 사람이 한지음을 찾아가서 협박했을 뿐이었다.온화하고 순종적인 줄로만 알았던 여자가 이렇게 악랄한 사람이었을 줄이야!“앞이 보이지 않아서 욕실에서 나올 때 미끄러졌는데 머리를 세면대에 박아서 피를 많이 흘렸다고 합니다.”“그렇게 심각해?”“네.”뒤돌아선 강이한은 결국 외투를 챙기고 밖으로 나갔고 조형욱이 그의 뒤를 따랐다.강이한의 본가.이유영이 생각했던 대로 교활한 강서희는 결국 그 세치혀로 강이한을 오빠로만 생각한다고 우겼다.그녀는 더럽고 추악한 여자들이 오빠에게 접근하는 게 싫어서 혼내줬을 뿐인데 그런 오해를 받을 줄은 모른다고 말했다.그렇게 겨우 진영숙의 화를 달랠 수 있었다.“사모님, 아가씨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제가 말했잖아요.”왕숙도 옆에서 거들었다.진영숙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강서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 표정을 누그러뜨렸다.“서희야.”“응, 엄마.”“넌 내 딸이고 가지지 말아야 할 욕
밖에서 온갖 소문이 돌고 있었지만 진영숙은 여전히 이유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배후에 버티고 있는 로열 글로벌 때문이었다.로열 글로벌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기업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경외하는 존재였다.이유영은 곧 그런 로열 글로벌의 후계자로 당당히 서게 될 텐데 밖에서 떠도는 소문은 전혀 상관없었다.어차피 소문은 소문일 뿐, 결국 지나가게 되어 있다.“알겠어, 엄마.”강서희는 속으로 이유영에게 저주를 퍼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표정으로는 그 어떤 불만도 찾아볼 수 없었다.“다시는 그러면 안 돼!”진영숙은 전에도 경고를 무시한 강서희의 행위를 생각하며 강경하게 말했다.강서희는 서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니까.”그렇게 한참을 잔소리를 늘어놓은 진영숙은 그제야 강서희를 올라가서 쉬게 했다.방 문을 닫은 순간, 강서희의 두 눈이 음침하게 빛났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이유영을 찢어버리고 싶었다.진영숙은 왕숙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아줌마가 잘 지켜봐. 서희가 이유영한테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게!”“걱정 마세요, 사모님. 아가씨가 그래도 제 말은 들으니까요.”왕숙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드디어 무사히 넘겼다는 생각에 왕숙도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진영숙은 눈을 질끈 감고 생각에 잠겼다. 비록 끝까지 캐묻지는 않았지만 강서희가 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기분이 착잡했다.강서희는 강이한을 위해서 몰래 했다고 했지만 진영숙은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게다가 강서희는 여태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본 적 없었다.그녀는 그 어떤 사내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고 가장 가까운 유일한 사내가 강이한이었다.한편, 강이한은 강주로 향했다.강서희와 진영숙도 소식을 들었다.한지음의 생활을 책임진 사람이 진영숙과 강서희였기에 강이한이 그쪽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은 재빨리 그들의 귀에 전해졌다.강주에 간 강이한은 한지음을 시켜 짐을 싸게 했다고 했다.대체 뭘 하려는 걸까?진영숙은 소식을 듣자마자 강이한에게 전화
강이한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그 여자는 널 여동생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데 언니는 무슨.”말투에서는 이유영을 향한 혐오와 실망이 가득 묻어났다.그는 이미 속으로 이유영을 극도로 배척하고 있었다.한지음은 잔뜩 날이 선 그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얼굴은 여전히 상처 받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아무리 그래도 피를 나눈 자매잖아요.”그녀가 애써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강이한의 앞에서 한지음은 항상 이유영의 편을 드는 척했다.이유영이 전화를 걸어 네 엄마가 남의 가정을 망친 상간녀라고 했을 때도 한지음은 이유영의 편에서 서 말했다.나중에 한지음이 매체에 공개적으로 한지음은 자신의 동생이 아니라고 까발렸을 때도 그랬다.강이한은 한사코 언니라고 감싸는 한지음을 보며 안쓰러움을 느꼈다.“그 얘기는 그만하자. 내 말 들어.”강이한이 말했다.한지음이 더 뭐라고 하려는데 강이한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니 진영숙이었다. 강이한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서희 집에 갔죠?”진영숙이 다짜고짜 물었다.“너 강주니?”짜증과 실망이 가득 담긴 말투였다.“네.”“한지음을 데리고 청하로 온다고?”청하와 강주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고작 한 시간 거리에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진영숙은 한지음이 청하로 돌아오는 게 달갑지 않았다.옆 도시에 있으면 그래도 거리가 있어서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지만 같은 도시는 아니었다.“그렇게 됐어요.”엄마의 질문에 대해 강이한은 해명할 마음이 없었다.그의 일처리 방식은 항상 그랬다.“걔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고 그러니? 본가에 데려오려고?”진영숙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한지음을 지금 본가로 데려오면 사람들이 또 뭐라고 할까?이유영이 그들에게서 완전히 돌아선 상황에 한지음까지 끼어들면 아마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다.“홍문동으로 갈 겁니다.”강이한이 단호하게 말했다.안 그래도 화가 나 있던 진영숙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잠시 시간이 흐른
한지음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말 들을게요.”그 미소를 보고 나서야 강이한의 입가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조형욱은 이곳을 책임진 간병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간 있었던 일을 강이한에게 보고했다.강이한도 강서희와 한지음이 다녀간 이야기를 듣고 표정을 굳혔다.그는 완전히 엄마에게 실망했다. 한지석의 동생이기에 잘 대해주기를 바랐건만, 이런 대우를 할 줄이야!한편, 조민정은 크리스탈 가든으로 이이유영을 찾아갔다.동교 공사 현장 사고에 대한 조사 자료였다. 그리고 설계도안에서 제시한 사이즈 수치에 문제가 생겨서 건물이 무너졌다는 결론이 나왔다.“아니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이유영은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아마 이번 사고도 강이한의 작품일 것이다.그녀가 설계도안 수치를 열심히 계산하고 있을 때, 그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설계도안이 바뀌었어요.”조민정은 가짜 설계도면을 이유영의 앞에 내밀었다.외관 디자인은 이유영이 설계한 것과 똑같았지만 내부 수치가 미묘하게 달랐다.건축 디자인을 해본 사람이라면 사이즈 수치가 이상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이유영은 설계도면을 빤히 노려보며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민정 씨, 대신 해줘야 할 일이 있어요.”“뭔데요?”“강서희요.”이유영은 잠깐 생각을 정리했다.‘침착하자, 이유영! 침착해야 해!’강서희가 풀려났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를 찾아와서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 시비를 걸어올 것이다.이유영은 더 이상 그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표정에서 뭔가를 알아챈 조민정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건 제가 처리할게요.”“나가 보세요.”조민정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이유영을 바라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현재 이유영이 처한 상황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액세서리의 원자재가 바뀌었고 그걸 이유영이 결재했다는 서류 하나만으로 이유영의 현재 입지를 무너뜨리기엔 충분했다.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