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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문비서가 공손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이 대표님, 지금은 대화를 나눌 분위기가 아니니 일단 돌아가시겠어요?”

이유영은 조용히 박연준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두 눈에 담긴 냉담함을 보았을 때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병원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달려올 때까지 그녀는 박연준을 소은지처럼 가까운 친구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힘들었을 때 소은지가 힘을 줬던 것처럼 달려와서 힘을 주고 싶었다.

응급실에 실려간 환자가 그의 여동생이라고 들었을 때 어떻게든 위로해 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선 이유영은 문 비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착잡한 표정으로 박연준을 바라보았다. 할 말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나가면서 문 비서에게서 자초지종을 듣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문 비서와 함께 주차장으로 온 이유영은 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말했다.

“차 가지고 왔어요.”

“제가 모셔다드릴까요?”

문 비서는 그녀가 지금 운전대를 잡을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유영은 고개를 저으며 담담히 물었다.

“동교에 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진 거예요? 왜 사고가 난 거래요?”

하필이면 그녀가 맡고 있는 동교 개발에 문제가 생겼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동교 얘기가 나오자 문 비서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스튜디오 쪽에서 뭔가 들은 얘기 없어요?”

“네, 없어요.”

이유영은 어두운 문 비서의 표정을 바라보며 점점 조바심이 났다.

문 비서가 말했다.

“초보적인 판단으로는 디자인을 할 때 사이즈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럴 리 없어요!”

사이즈에 관해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작업은 외관도 중요하지만 정밀한 사이즈까지 계산해야 했다.

사이즈가 규정에 맞지 않게 나온다면 공사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처음 공사를 시작했을 때 아무 문제 없다가 건물이 올라가는 도중에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는 건 어딘가 수상했다.

하지만 사이즈 문제가 맞다면 메인 디자이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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