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000만 원의 학비에 생활비까지... 너한텐 천문학적인 숫자 아니야? 설사 장학금을 받는다고 해도 생활비만으로도 넌 숨쉬기조차 힘들 거야.”“네가 서울에 오면 장애인 어머니는 어떻게 하고?”“때문에 너한테 선택지라곤 고향에 있는 지방대 하나밖에 없었어. 내 말이 틀려?”송시아는 말문이 막혀버렸다.전연우가 입꼬리를 슥 올리더니 말을 이어갔다.“서울에 왔다는 건 네 어머니가 장애인이 되고 3년 뒤 돌아가셨다는 걸 설명해. 그래야 서울에 올라오는 길을 선택할 수 있거든.”“네 학력은 그저 지극히 평범한 지방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서울엔 종래로 인재가 부족해 본 적이 없어. 거기다 넌 능력도 별로 출중하지 않으니 당시 남원 그룹이 최선의 선택이었겠지.”“내 예상이 맞다면 우리가 만나게 된 이유는 네가 남원 그룹의 직원이 되었기 때문일 거야.”전연우는 그녀를 훤히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녀는 처음 느껴보는 당황스러움이 엄습했다.왜냐하면... 그의 말이 한 치도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송시아는 애써 평온함을 유지하려 했으나 남자는 단번에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지했다.전연우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몇 년간 지켜본 결과, 확실히 여러 가지 습관이 나랑 비슷해.”“그래서 너한테 끌려 침대에까지 올랐겠지.”“구체적으로 무슨 습관인지는 너만 알 거야.”“송시아, 네 주제를 똑똑히 알아둬. 설마 정말 네가 없었다면 성세 그룹도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전연우가 송시아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잠옷에 잡힌 주름을 펴주고는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너 송시아가 없었어도 난 분명 지금의 자리를 차지했을 거야.”송시아의 행동은 전연우에게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완전히 분출하지 않은 건 그 역시 저번 생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송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이 빠진 채 멍하니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전연우는 손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의 늘씬한 그림자가 천
그는 벽을 더듬어 조명을 켜고는 바닥에 널브러진 옷장과 침대에서 깊이 잠들어있는 장소월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장소월은 하얀색 얇은 잠옷을 입고 아랫배엔 작은 담요를 덮고 매끈한 다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시선이 저도 모르게 치마 아래로 향했다. 그녀의 몸을 탐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전연우는 문을 닫은 뒤 피곤한 얼굴로 옷을 벗어 침대에 던지고는 욕실에 들어갔다.장소월은 꿈속에서 물소리를 들은 것 같아 잠시 깨어 몸을 뒤척였지만 이내 다시 잠들었다.전연우는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장소월의 옆에 누웠다.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전연우는 그녀를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긴 뒤 함께 이불을 덮었다.그는 하얀색 치마를 헤집고 들어가 거친 손을 그녀의 허리에 올렸다. 부드러운 피부의 감촉이 손에 전해져오니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장소월은 위험이 닥쳤음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폭풍 같은 키스가 퍼부어진 뒤로 단 한 겹 입고 있던 옷 거지마저 찢겨버렸다. 약물의 작용 때문인지 장소월은 뇌가 마비된 듯했다.이어 몸을 짓누르는 중압감과 숨이 턱턱 막혀오는 답답함이 전해졌다.장소월이 몽롱한 정신으로 간신히 눈을 떴다.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한 솜사탕과도 같이 나른했다.“전연우?”전연우의 하반신이 천천히 움직였다.그녀가 작게 신음소리를 냈다.“하~”전연우는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이어 입술...두 사람 모두 땀에 흠뻑 젖어서야 도저히 끝낼 것 같지 않던 전연우가 멈추었다. 장소월은 그제야 그의 품에서 해방되었다.그의 품에 안겨 욕실에서 나오니 바깥은 이미 날이 밝아있었다. 그녀는 전연우의 품 안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손가락 하나조차 까딱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전연우는 장소월이 설정한 8시 알람을 취소해 버렸다. 하여 그녀가 깨어났을 땐 어느덧 오후 1시가 되어있었다.장소월이 눈을 뜨니 이미 깨어 침대에 기대어 앉아있는 남자와 정연하게 정리된 그의 넥타이가 보였다. 그 광경은 그녀가 예전 계속 보아왔던 것
전연우는 이미 그녀의 속옷을 벗기고 약을 짜냈다. 그는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손가락으로 찢어진 그곳에 조심스레 약을 발라주었다.장 소월은 얼굴을 이불 속에 묻고 호흡을 멈춘 채 얼굴을 찡그렸다. 정말 너무 아팠다.엎드린 자세로는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어 전연우는 그녀의 몸을 뒤집고 다리를 들었다. 수치스럽고 민망한 자세로 누워있었지만 장소월은 반항도 하지 못했다. “됐어? 빨리해. 늦었어.”장소월은 입술을 꽉 깨물고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돌렸다.전연우는 바닥에 무릎을 굽히고 서서 그녀의 은밀한 곳을 자세히 쳐다보았다.“아직 아파?”“안 아파. 다 끝났어?”“하루종일 아프고 싶지 않으면 약이 다 흡수될 때까지 기다려.”“내 몸에 손대지 않았으면 이런 일 없잖아!”전연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모욕감에 몸부림치는 여자를 보니 간신히 가라앉았던 남자의 욕망이 또다시 불끈거렸다.하지만 이번엔 이성이 그의 뇌를 깨웠다. 그녀의 이 연약한 몸은 절대 견디지 못할 것이다.전연우가 휴지로 손을 닦으며 말했다.“이제 수면제 먹지 마. 부작용 있어.”장소월은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입었다. “내 일에 상관하지 말고 송시아나 잘 관리해.”전연우는 투정을 부리는 여자를 쳐다보았다.장소월은 빠르게 걸어갔지만 이내 전연우에게 따라잡혔다.어젯밤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한 탓에 그림을 채 완성하지 못했다.만에 하나 작업실에 간 교수님이 그녀가 없다는 걸 발견한다면 게으르다고 생각할 것이다.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자 전연우 담당 종업원이 말했다.“선생님의 요구대로 점심 식사를 준비했습니다.”“6층으로 가죠.”“네. 알겠습니다.”장소월은 자신을 잡고 있는 전연우의 손을 뿌리쳤다.“먹고 싶으면 혼자 먹어. 난 작업실에 가봐야 해. 진짜 늦었어.”“밥 먹고 가.”“싫어!”장소월이 화를 내자 종업원이 방긋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아가씨, 저희 호텔 음식은 모두 전연우 씨가 요청한 겁니다. 모두 오늘 갓 들어온 식자재들이라 아주 신선합니다. 아가
장소월은 이미 식사를 마쳤지만 그는 느릿느릿 시간을 끌고 있었다. 하지만 장소월도 그를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가방을 메고 한마디도 없이 자리를 떴다.하지만 식당을 채 나서기도 전에 경호원에게 막히고 말았다.전연우와 함께가 아니라면 그녀는 이 식당에서 한 발자국도 나설 수 없다.장소월은 고개를 돌려 천천히 입술을 닦고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마지막 남은 인내심까지 바닥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가기를 포기한 그녀는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 메일함을 열어보고는 의뢰인이 보내온 기획안에 답장했다.그녀도 바삐 일하다 보니 시간을 깜빡했다.그녀는 화첩과 연필을 꺼내 의뢰인의 요구대로 대체적인 방향을 그렸다.그때, 장소월의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선배님?”핸드폰 너머로 박원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 회의 있었는데 왜 아직도 안 와? 무슨 일 있어?”그제야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오른 장소월이 말했다.“죄송해요, 선배님. 제 개인적인 이유로 깜빡했어요. 회의 끝났나요? 저 지금 바로 갈게요.”회의실 안에서 조용히 회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서현을 본 박원근의 얼굴이 복잡해졌다.장소월이 결석한 일 때문에 그녀는 한바탕 화를 냈었다.그들이 맡은 마지막 작품만 완성하면 예정보다 일찍 귀국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박원근이 장소월을 위로했다.“괜찮아. 회의 내용은 내가 이미 네 메일로 보냈으니까 살펴봐.”“고마워요. 선배님.”“괜찮아.”장소월은 전화를 끊은 뒤 박원근이 보낸 메일을 열어보았다.게임 회사 쪽에서 두 번째 게임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이유로 완성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는 내용이었다.그녀는 아직 업무를 완성하지 못했고 전연우라는 커다란 장애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시간에 끝낼 수 있겠는가.고개를 숙이자 돌연 코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제야 오늘 약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전연우는 식당에서 예전 협력한 적 있는 회사 대표를 만나 간단히 몇 마디 나누었다. 그러다
그녀는 역시나 지각했다. 회사에 가보니 서현이 작업실 책임자로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문밖 인기척에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다. 장소월이 가슴에 손을 얹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지각해서 죄송합니다.”서현은 냉담한 얼굴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손으로 책상을 두드렸다.“조금 전 내가 말한 게 제우 게임 회사가 보내온 가이드 라인이야. 잘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직접 날 찾아와.”“시간이 촉박해. 난 우리 팀원들 모두 이번 기회를 중히 여겼으면 좋겠어. 대학원생들 졸업 작품에도 분명 도움이 될 거야.”“회의 끝!”회의가 끝나자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일에 집중했다.장소월은 자신이 투명인간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녀가 자료를 들고 걸어오는 박원근에게 물었다.“선배님, 저희에겐 아직 제출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있잖아요. 왜 하나를 더 받은 거예요?”박원근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아니야. 그거 이미 끝났어. 며칠 동안 밤샘 작업으로 어제 모든 디자인을 보내줬거든.”장소월은 깜짝 놀랐다.“하... 하지만... 어제 제가 제우 게임 회사 책임자에게 디자인을 제출했고 문제없다는 답장도 받았어요.”“오늘 내가 알아봤는데 네가 몸이 불편해 며칠 나오지 못했을 때 서현이가 네가 맡은 부분을 받아 며칠 밤을 새워 완성했대. 네가 말한 책임자는... 나도 잘 모르겠어. 네가 직접 물어볼래?”장소월은 의자에 앉아있는 서현을 보고는 조용히 시선을 거두고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알겠어요. 고마워요. 선배님.”“참, 이번 새 프로젝트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잠시만.”박원근은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마지막 페이지까지 살펴보고는 말했다.“이번에 제우에선 총격 게임을 출시하는데 우리에게 여자 캐릭터 디자인을 의뢰했어. 네가 맡은 건 이거야.”“알겠어요. 고마워요.”장소월은 가방을 내려놓았다. 곧 완성될 그림을 보니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처음 맡은 이 프로젝트를 완벽히 완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전연우 때문에 모두 망쳐버릴 줄
장소월이 말했다.“받아들일게요. 확실히 제가 폐를 끼쳤어요.”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으면 됐어. 앞으론 다른 사람들이 네 뒤치다꺼리 하게 하지 마.”“알겠어요.”그들에겐 첫 보너스라 다들 오늘 밤 어떻게 축하할지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또다시 제우 게임 회사의 메일을 받았다. 풍경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수정을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공교롭게도 그건 장소월이 맡은 부분이자 서현이 장소월을 대신해 완성한 부분이었다.디테일이 회사 요구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한다.디자인이 다시 반환될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그중 누군가 궁시렁거렸다.“축하 파티를 할 줄 알았는데 또 야근하게 생겼네.”“이게 다 누구 때문이겠어? 시간을 질질 끈 사람 때문이지.”“아, 짜증 나. 오늘 일찍 퇴근할 줄 알았단 말이야.”그때 장소월이 연필과 백지를 들고 의연히 말했다.“여러분은 가세요. 제가 수정하면 돼요. 이미 절반은 그렸으니까 오늘 밤 내에 완성할 수 있어요.”박원근이 물었다.“내가 도와줄까?”장소월이 무어라 말하려고 할 때, 돌연 서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럴 필요 없어. 장소월, 넌 해고야.”“뭐라고요?”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서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장소월의 앞으로 걸어가 메일이 열려있는 핸드폰을 장소월의 앞에 놓았다.“너와 의견을 나누었던 게임 회사 책임자가 제보를 받았대. 네가 제출했던 디자인에 불법 표절 의혹이 있다고 말이야. 제우에선 이미 공고를 내걸고 우리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있어.”“그럴 리가 없어요! 전 베끼지 않았다고요!”“베끼지 않았다고? 그럼 네 눈으로 똑바로 봐!”사람들은 모두 장소월의 주변에 모였다.장소월은 익명의 누군가가 제보한 그림을 본 순간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원작자는 독일의 유명 화가였는데 작품은 그가 3년 전 그린 것이었다.“어제 우리가 제출한 디자인도 너 때문에 전부 반환됐어. 제우에서 조사하겠대.”“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난 10배의 위약금을 내야 해. 장소월, 넌
“장소월이 실수했다고 쳐도 당신은 잘했습니까?”싸늘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사람들 뒤에서 들려오자, 모든 사람들이 잇달아 뒤돌아보았다.목소리의 주인공은 지난번 전시회에 왔던 남자였고 기성은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남자는 외모가 준수하고 키가 훤칠한 데다가 당당한 기질로 인해 한눈에 보아도 성공한 기업 총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한 사람은 그가 눈에 익었지만 정확히 어디서 봤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조금 전까지 장소월에게 뭐라고 하던 사람은 즉시 목을 움츠리고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둘러싸여 있던 사람들도 그 남자를 위해 길을 내주었다.장소월은 이 시점에 전연우가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전현우는 장소월 옆으로 다가와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았다.“평소에 내 앞에서 말할 땐 목소리가 높더니 지금은 왜 아무 말도 못 하는 거야?”장소월은 삐쭉 나온 옷자락을 잡고 눈을 내리깔고는 말했다.“내 일에 신경 쓰지 마.”“양심도 없는 년, 돌아가서 혼내줄게.”서현은 여전히 진지하게 말했다.“이건 저희 사무실 내부의 사적인 일이니 도와주고 싶으시면 그쪽 회사로 돌아가서 해결하세요. 저희 일을 방해하지 마시고요.”그러자 전연우가 말했다.“기성은.”“네, 대표님.”기성은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제우(encounter) 게임 회사는 성세 그룹의 계열사이기 때문에 성세 그룹에서 이번 표절 사건에 관해 자세히 조사할 겁니다. 장소월 아가씨 해고 건에 관해서도요. 그런데 서현 씨는 무슨 자격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거죠?”그 한마디에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제우가 성세 그룹의 계열사라고?장소월은 지금껏 제우 게임 회사가 허이준이 설립한 것인 줄로 알았다.허 교수와 허이준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게다가... 허 교수는 외부의 주문을 받는 일이 드물었다.서현도 기성은의 물음에 이유를 대답할 수는 없었지만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저기요,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리는데, 허 교수님
장소월은 미간을 찌푸렸다.“전연우, 여기까지 와서 방해하지 마. 이미 충분히 머리 아프다고. 성세 그룹은 오빠 소유야. 나랑 하나도 상관없어. 난 오빠 도움도 필요 없어.”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한 듯한 표정이었다.“표절 의혹 일으켜서 미안해요. 빠른 시일 내에 증명할게요.”장소월은 짐을 챙기고 떠나고 싶었지만 이때 전연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당당한 건 좋은데...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설명이 필요하댔죠. 제우 게임 회사의 대표로서 오늘 제대로 설명해 줄게요. 계약서 가져오세요.”아무도 움직이지 않자 전연우의 눈에 차가운 빛이 번쩍였다. 사람들에게 물었다.“계약서도 없는 건 아니죠?”이때 박원근이 말했다.“있어요.”박원근은 곧 서현의 서랍에서 계약서를 찾아서 전연우에게 건넸다.전연우는 등을 뒤에 기댄 채 계약서를 다 읽고 내려놓으며 말했다.“계약서에 적혀 있듯이 원고 제출 시간은 세 주일이니까 아직 마감까지 4날 남았어요. 제우 게임 회사에서는 당신들에게 원고를 제출할 시간을 충분히 줬어요. 일찍 제출하는 건 좋은데 당신들만 완성하고 소월이가 아직 완성 못했으니 지장을 주는 것 같겠죠.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네요. 소월이가 할 수 있는 일, 당신들도 할 수 있어요?”“능력이 안 되면서 다른 사람한테서 문제를 찾아요? 허태현 씨도 반성해야겠네요. 학생들을 이 따위로 가르쳤으니!”전연우가 내뱉은 말은 서현의 신경을 건드린 듯했다. 그녀는 즉시 반박했다.“소월 씨가 한 일을 우리가 왜 못해요? 학력을 따지면 우리는 전부 석사 졸업생들이라 소월 씨보다 못한 사람이 없어요.”전연우가 말했다.“확실해요?”장소월은 전연우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만 해.”그녀는 서현과 사이가 나빠지고 싶지 않았다.전연우는 고개를 돌려 장소월을 노려보며 말했다.“가만히 있어.”말투는 차가웠지만 그래도 그녀를 향한 관심은 느껴졌다.장소월은 겁먹고 바로 손을 거두었다.“능력이 있으면 왜 장소월 대신 일부 원고를 완성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