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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서철용이 전화 받는 틈을 타 배은란은 허리춤의 치마를 서둘러 잡아당기고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밀어내고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서철용은 떠나는 여자를 바라보더니 사무실 책상으로 가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애써 타오르는 화를 억눌렀다.

“상황에 따라 달라. 약물 치료와 심리 치료가 있지만, 대부분은 환자 자신에게 달렸어. 본인이 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많은 약을 먹고, 아무리 큰 노력을 해도 소용없어.”

“그래서... 맘이 약해졌어?”

서철용은 조롱하듯 말하더니 상대방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방자하게 웃었다.

“너 이 자식 이 꼴 날 줄 알았어. 전연우... 너의 목적을 잊지 마! 이제 와서 그만두려고? 넌 장소월에게 12년 동안 약을 탔어. 그런데 이제 와서 잘해준다고 과연 널 용서해줄까? 그동안 네가 어떤 짓을 했는지 내가 일일이 말해주지 않아도 되지? 이제 와서 후회한다면 오히려 네 발등을 찍는 격이야.”

전화를 끊은 전연우는 어느새 장소월의 방문 앞에 이르렀고,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소월아!”

장소월은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무릎을 감싸고 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칠흑 같은 벽면을 향해 멍하니 있었다.

그녀 자신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

지저분한 방 안, 그림 종이에는 한 여자의 윤곽이 그려져 있었다. 치마를 입고 있는 그녀의 자태는 온화하고 고급스러웠다. 아쉽게도 여자는 이목구비가 없었다.

이것은 장소월이 꿈에서 본 엄마의 모습이었다.

“우리 소월이 힘들어?”

어둠 속에서 장소월의 귓가에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한 줄기 빛이라도 본 듯했다. 한 여자가 침대에 앉아있었고, 얼굴은 어둠 속에 가려졌지만 이 부드러운 목소리는 분명 그녀가 낸 것이다.

장소월은 어둠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을 찾은 듯 무릎을 꿇고 앞으로 다가가 머리를 젖히고 눈물을 흘렸다.

“엄마, 드디어 소월이 보러 온 거예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엄마. 나도 데려가요, 네?”

“엄마도 우리 소월이 보고 싶었어. 하지만 소월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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