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 갔어요? 소월이 버리고 가지 마...”전연우는 눈앞의 장소월이 이미 미쳐버린 것 같았다.남자의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를 감싸더니 천천히 다가갔다.“바닥에서 뭐 해? 일어나.”“왜 왔어? 엄마가 놀라서 도망갔잖아.”장소월이 차갑게 말했다.전연우는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잘 봐. 이 방에는 너랑 나 둘뿐이야.”“헛소리. 방금 엄마가 나랑 말도 했어. 정말 힘들면 날 데리고 여길 떠나겠다고 했단 말이야.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엄마가 도망갔잖아! 왜 들어왔어!”전연우는 또 한 번 가슴이 아프다는 것이 어떤 건지 깨달았다.자신은 점점 목적을 달성하고 있지만, 장소월은 미쳐가면서 자신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감정은 있어서도 안 되고, 더더욱 선을 넘어 그녀에게 쉽게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전연우가 ‘물건’을 몸에 지니고 총상을 입은 채로, 총알이 빗발치는 와중에 몇 번이고 위험에 처했지만, 그는 당황하거나 두렵지 않았다.무엇을 하든 목적이 명확했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었다.그 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많은 일을 하면서 그는 늘 여유로움이 넘쳤다.유독 그녀에게 한 일만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그녀가 점점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며 마음속에 브레이크가 생겼다. 이것도 후회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전연우는 그녀를 어깨에 메고 마음껏 울고 미쳐 날뛰게 했다. 조용하고 아무 일도 없는 듯한 모습보다는 그녀의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 좋았다.“이거 놔. 엄마 찾으러 갈래. 이거 놓으라고!”장소월은 발이 묶여서 움직일 수 없었고, 남자의 어깨를 꽉 깨물었다. 남자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녀가 화를 분출하게 내버려 두었다.장소월은 있는 힘껏 깨물었다. 입안에 피비린내가 가득 찼지만 그녀는 죽어도 입을 떼지 않았다.검은색 셔츠를 입은 남자는 어깨에서 뜨거운 열기와 짜릿한 통증이 느껴졌다.10분 후, 장소월이 조용해지자 전연우는 고개를 숙여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전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갔다.아래층에 도착한 그는 은경애에게 말했다.“닭고기 수프를 끓여서 소월이 깨어나면 마시라고 하세요.”“네, 알겠습니다.”백윤서는 전연우의 팔을 잡고 물었다.“오빠,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요. 소월이 대체 왜 저래요? 올림피아드 시합 때문에 아직 슬퍼하는 거예요? 아직 기회는 있어요.”“그만해. 소월이 일은 오빠가 알아서 할게.”원래 심란했던 전연우는 옆에서 누군가 떠들어대니 더욱 시끄러워서 머리가 아파 났다.백윤서는 흠칫 놀라더니 눈물이 핑 돌았다. 어려서부터 전연우는 한 번도 그녀에게 이렇게 매섭게 말한 적이 없었다. 설령 백윤서가 잘못을 저질렀어도, 그는 한 번도 꾸짖은 적이 없었다.“오빠, 내가 뭐 잘못 말했어요? 왜 그렇게 무섭게 말해요. 전 그저 소월이가 걱정돼서...”전연우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밥 다 먹었으면 가서 공부해. 오 아주머니는 이미 아파트에 가셨어. 앞으로 내가 널 여기로 데리고 오지 않는 이상, 오지 마.”말을 마친 전연우는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지만, 백윤서가 뒤쫓아갔다.“왜 오지 말라는 거예요? 우리가 같이 산 세월이 얼만데, 오빠가 있는 곳이 곧 제집이죠. 저도 진작 여기를 제집으로 여겼어요.”“내가 소월이 올림피아드 팀 티오를 뺏어서 그래요? 오빠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전 이번 경기에 참여하지 않을게요.”전연우는 걸음을 멈추고 눈에는 짜증이 가득했지만 애써 자제하려고 노력했다.“윤서야, 너도 이제 세 살짜리 어린애가 아니야. 내가 모든 것을 가르쳐야 해?”“철 좀 들어. 장씨 가문은 성이 장씨야. 전씨도 아니고 백씨도 아니야. 네 위치를 잘 알고 있어. 앞으로 이런 말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아.”은경애는 벌벌 떨며 뒤돌아보았다.‘아이고, 어쩜 저런 말을 내뱉을 수 있어? 여길 자기 집으로 여긴다고? 좋은 마음으로 입양해서 키워주니 진짜 자기가 재벌가 아가씨인 줄 알아? 염치도 없지!’“오빠는 절대 날 버릴 수 없어요!”“전연
장소월은 고개를 젖히고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연우가 그녀 시선의 방향을 따라 보았지만 어두컴컴한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요 며칠 날씨가 좋지 않았다.전연우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여자에게 다가갔지만 여자는 그네에 앉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잠시 후, 장소월은 그네를 떠나 별장으로 들어갔고, 남자는 그 뒤를 계속 따랐다.그녀는 소파 앞에 앉아 TV를 켰고, 초점 잃은 눈으로 멍하니 쳐다보았다.새벽 4시가 되어서야 TV를 끄고 신발을 벗더니 소파에 누워 두 손을 가슴에 걸치고 조용히 잠들었다.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자는 절반 남은 담배를 버리고 소파에 누워 있는 여자를 들어 위층으로 향했다.그녀를 안은 순간, 전연우는 그녀가 아주 가벼워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에 강씨 저택에 있을 때 살이 좀 쪘지만 지금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날이 밝기까지 두 시간 남짓했다. 침대에 누운 장소월은 스스로 침대 가운데로 굴러 들어갔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눈을 번쩍 뜨더니 곧 다시 잠들었다.15분 후, 남자는 욕실에서 나와 장소월이 사용하던 가운을 둘렀다. 물방울이 맺힌 군살 하나 없는 몸은 흰 가운 속으로 숨겨졌다. 건장한 몸에는 지네 같은 흉터가 눈에 띄었고 특히 가슴에 치명상을 입은 듯했다.수면제를 먹은 장소월은 유난히 깊은 잠을 잤다. 다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침대 끝에 걸친 가운과 침대 옆자리에 온기가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어제 전연우가 그녀의 방에 왔을까?하지만 그녀는 분명 문과 창문을 단단히 잠갔다. 특히 베란다의 문까지 잠갔는데, 전연우에게 벽을 뚫는 초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어수선했던 방도 깨끗이 정리되었고, 그녀가 안고 있던 간식 더미가 사라진 것을 보고 놀랐다.어제 종일 음식을 먹지 않아 그녀의 배는 꼬르륵거리고 위가 쓰렸다.하지만 그녀는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이미 자신을 혼자 가두는 것에 습관 되었다.테이블 위에 먹다 남은 토스트 반 조각을 보고 장소월은 침대에서 맨발로 뛰어내려
전연우는 장소월을 강제적으로 의자에 앉혔고, 젓가락을 들더니 한 입 먹었다.“봤지? 안전해.”장소월은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그녀가 빨리 죽기를 바라면서, 왜 그녀의 생사에 신경 쓰는지, 간식을 가져가더니 지금은 또 밥을 가져오고. 그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배가 너무 고팠는지, 그녀는 입맛이 하나도 없고 속이 메스꺼워 토하고 싶었다.그녀는 옷자락을 움켜쥐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가 사용한 젓가락을 바라보았다. 그가 가져온 음식은 독이 없다고 해도 먹고 싶지 않았다.절대 호의로 가져왔을 리가 없다...“나... 배가 하나도 안 고파.”장소월이 일어서 도망치려는데 어깨가 짓눌려 강제로 앉게 되었다.“내가 먹여 줘?”“싫어.”장소월은 고민의 여지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거절했다.그녀는 머뭇거리더니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휴지 한 장을 꺼내 천천히 젓가락을 닦았다. 전연우는 어두운 얼굴로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장소월은 천천히 먹기 시작했고, 남자는 욕실에서 빗을 가져와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어제 감은 머리라 아직 달콤한 딸기 향이 남아있었다.여자는 몸이 굳은 채로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 분명 자기 방에 있지만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그녀는 수프만 다 먹고 닭고기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다 먹었어. 세수할래.”전연우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고 마치 중독된 듯 계속 머리를 빗었다.“다 먹어.”“진짜 안 넘어가.”“안 넘어가도 먹어.”전연우는 고개를 들어 거울에 비친 얼굴에 혐오감이 가득한 여자를 보았다.다 빗은 후 남자는 서랍에서 보라색 머리띠를 꺼내 그녀의 머리 뒤에 묶었다. 이 머리띠는 예전에 그녀의 생일 때 전연우가 해성에서 사 온 선물이다. 장소월은 늘 애지중지하느라 쓰지도 못하고 서랍에 고이 넣어두었다.장소월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대체 뭐 하려는 거야?”말을 내뱉자마자 그녀는 약간 후회했다.집에 장해진이 없으니 지금 전연우를 화나게 하는 것은 번거로움을 자초하는
그녀는 여전히 전연우의 그늘에서 살고 있다.문손잡이가 내려가는 기척에 장소월은 고개를 번쩍 들었고 차가운 남자의 시선과 마주쳤다. 아직도 안 나갔다니!전연우는 세면대의 머리띠를 발견하고 눈 밑에는 폭풍우가 몰아친 것 같았지만, 그는 화를 꾹 삼켰다.“네 발로 나올래, 아니면 내가 끌고 나올까?”장소월은 화장실에서 나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약 먹어.”탁자 위에는 약 두 알과 따뜻한 물 한 잔이 놓여 있었다.그녀는 기분이 안 좋을 때면 가끔 한 알을 더 먹곤 했다.확실히 약을 먹여야 할 시간이었다.“고마워.”장소월은 약을 집고 온도가 딱 맞는 물과 함께 삼켰다.“나가줘. 나 혼자 있고 싶어.”“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어? 학교에도 안 가고 계속 이렇게 지낼 셈이야? 떠난다는 게 자신을 방안에 가두는 거였어?”전연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방에서 끌고 나왔다.“무슨 짓이야! 이거 놔! 전연우... 놓으라고!”장소월은 그에 의해 계단에서 끌려내려갔고, 몇 번이나 계단에서 넘어질 뻔했다.아래층으로 내려온 장소월은 조심하지 않아 발목을 삐었지만, 남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짜릿한 뼈의 통증에 장소월은 절뚝절뚝 걸었다. 거실에 도착하니 하인은 이미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전연우가 손을 놓자, 장소월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별장의 하인들은 이런 상황을 보고 모두 고개를 숙이고 멀리 피했다.장소월이 일어서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발목에서 느껴지는 심한 통증 때문에 일어설 수가 없었다.전연우는 그제야 빨갛게 부어오른 여자의 발목을 보고 흠칫 놀랐다.남자가 손을 뻗자, 장소월은 도망치듯 일어서서 그를 밀쳐내고는 다친 발목으로 계단을 집고 절뚝거리며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전연우는 은경애에게 약을 준비해서 위층으로 가져가라고 분부하고, 한 손은 허리에 집고, 다른 한 손은 눈을 가리며 탄식했다.‘내가 너무 몰아 부쳤나?’처음으로 다른 사람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강한 그룹.기획 1팀 책임자는 이미 대표 사
책상 위에 올려진 그림의 번호는 바로 장소월의 이름이었다.강영수는 손을 뻗어 그림을 만지며 말했다.“이번 대회 수상자야?”그녀에 관한 모든 것에 남자는 마음이 저절로 평온해졌다.“이건 주최 측에서 보내온 겁니다. 대표님의 의견을 묻고 있습니다.”사실 진봉은 장소월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리라는 것을 진작 예상하였다. 장소월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기량이 뛰어나 어느 전문 화가에게도 뒤지지 않았다.“소월이는 강한 그룹이 공동 주최한 대회라는 걸 알고 참가한 거야?”“아무도 모르니 소월 아가씨도 아마 모르고 계실 겁니다.”“일단 나가봐.”“네, 대표님.”진봉은 사무실 문을 닫고 떠났다. 강영수는 그림의 세세한 부분까지 자세히 훑어보았다. 요즘 먼저 연락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구나...장소월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이성을 유지했다.가끔 강영수는 그녀가 억지를 부리기를 바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적어도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니.남자는 장소월이 그렇게 쉽게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 것에 화가 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영수는 주최 측에 전화를 걸었다.5일 후, 오후.“아주머니, 먹을 것 있어요? 저 배고파요.”장소월이 입은 옷은 며칠 동안 갈아입지 않았고 머리카락은 이미 뭉쳐있고 기름이 떨어질 정도였고, 몸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그녀의 지저분한 모습에 채소를 다듬고 있던 은경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아가씨, 아직 식사 시간 안 됐어요. 제가 계란 볶음밥이라도 해줄까요?”“안돼요. 앞으로 배고프면 식사 시간에 내려오라고 하세요.”그녀가 방으로 가져간 간식은 이미 거덜이 났고, 손으로 머리를 움켜쥔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아래층 소파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다리 위에 노트북을 얹고 회사 일을 처리하는 듯 보였다.그녀가 내려오는 것을 보자 전연우는 하던 일을 접었다.장소월은 그를 못 본 척하고 지나쳐 TV 캐비닛 아래를 열었더니, 평소 가
어차피 이 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 혼자였으니,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장소월이 위층으로 올라가려 할 때, 전연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오 아주머니 차 사고 나서 수술하고 병원에 입원하셨어.”장소월의 눈동자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그래. 잘 회복하시라고 해. 난 안 가.”아무리 깊은 애정이 있더라도 장소월은 그녀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10년 넘게 자신에게 약을 먹인 사람이 바로 유일하게 가족으로 여겼던 유모라니.사실 장소월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 사실을 마주할 수 없었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애써 외면했다.자신을 속이고 싶었지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빨리 고통 속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연연하지 않고 살고 싶었지만... 언제쯤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자신도 몰랐다.어쩌면 평생을 이런 꼴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목적 없이, 영혼 없이...장소월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 자신을 또 가두었다.예전보다 장소월의 상태는 이미 많이 호전되었다. 적어도 방에서 나왔으니 말이다. 지금은 영혼 없이 몸만 있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장소월이 캄캄한 방에 들어서자 또 방 안에 앉아 있는 여자를 보았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어둠 속에 숨겨져 있었다. 고개를 돌렸지만 여전히 얼굴은 잘 보이지 않고 부드러운 목소리만 들렸다.“소월아, 엄마한테 할 말 있어?”“아빠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절 혼자 두고 가버렸어요.”“소월이에게는 엄마가 있잖아...”“네.”장소월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아가씨, 음식 준비했으니 나와서 좀 드세요.”입구에서 대화 소리가 났지만, 방금 수면제를 먹은 장소월은 머리가 어지러워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다시 흐리멍덩해서 잠들기 시작했다.손잡이가 돌아가더니 문이 열렸다. 새로 맞춘 열쇠였다.방 안의 공기는 탁하고 불쾌한 냄새가 났으며 여전히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전연우는 손을 뻗어 벽의 스위치를 만졌고,
무슨 일이 생기면 장소월은 늘 도망가기에 급급했다. 그녀도 이런 자신이 싫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싫었다.하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알려준 적이 없으니, 그녀는 겁에 질린 거북이 같았다.그래서 송시아는 물론, 전연우의 측근들도 모두 그녀를 무시했다.그녀가 살아온 환경이 이래서 장소월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것을 원망했다.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는 남자의 뜨거운 시선을 피했다. 베개를 안고 나가려는데 어두운 얼굴의 남자는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서 그녀의 팔을 잡았다. 손에 들고 있던 베개를 바닥에 던지고 강제로 욕실로 끌고 갔다.장소월은 고통받는 고양이처럼, 줄곧 힘껏 그의 손길을 거부했지만, 몸에 있는 옷들은 모두 그에 의해 찢겼고, 가슴팍 피부도 겉으로 드러났다.“만지지 마!”장소월은 그의 얼굴을 긁고, 빗을 집어 들어 남자에게 던졌지만, 욕실 문은 잠겨졌고, 그녀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추위에 떨어야 했다.남자가 화를 내며 그녀의 몸에 손댈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온한 모습이었다. 장소월의 앞에 쪼그려 앉더니 손을 뻗어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오빠는 널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일단 샤워부터 할까?”처음으로 그는 묻는 투로 말했다.10분 후, 뜨거운 물을 받아놓은 남자는 장소월을 안고 욕조에 놓았다. 그녀의 옷은 강제로 벗겨졌고, 욕조에 앉아 있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농락당하는 인형 같았다.전연우는 외투를 벗어 벽에 걸고, 검은색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닦았다.“학교에서 너 언제 오냐고 전화 왔었어.”장소월의 눈빛은 텅 비어 아무런 생각도 없는 듯했다.“이 집에서 나가 줘. 보고 싶지 않으니까. 네가 여기 있으면 나한테 했던 짓들이 자꾸 떠올라. 만약 아직 내가 이용가치가 있다면, 내가 죽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전연우를 마주하면 장소월은 영원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이런 내 모습을 보고 만족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당신 복수도 성공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