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항준은 그제야 최서준을 어디서 봤던지 떠올랐다.선조의 손에는 최서준이 11살 정도 됐을 때의 사진이 있었다. 12년이 지나갔지만 자세히 보면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지금 손항준의 머릿속에는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얼른 이곳에서 도망쳐서 가문으로 돌아가 선조에게 알려야 한다!최서준이 혈혈 단신으로 진릉에 왔으니 지금이야말로 그를 죽일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그를 죽인다면 모든 실수를 만회할 수 있다.최서준은 네 사람의 반응을 지켜보다가 손항준 앞에 다가왔다.“너, 날 알아?”최서준은 손항준의 목숨을 손에 쥐고 있는 악마처럼 사악하게 웃었다.“아, 아, 아니.”손항준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야.”“난, 난, 두려워한 적 없어. 그냥 네가 나보다 강하니까 그런 거야.”손항준이 진정하려고 할수록 몸은 말을 듣지 않고 벌벌 떨려갔다.“아, 그래?”최서준이 천천히 다가왔다.최서준이 주는 압박감 때문일까, 손항준은 그 순간 바지에 오줌을 싸버렸다. 찌른내가 코를 찔렀지만 손항준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노조, 살려줘요!”“누가 와도 널 살려주지 못할 거야.”최서준은 바로 손항준의 머리를 밟았다.“그때의 일을 솔직하게 말하면 시체는 거둬줄게.”최서준은 정말 단서를 찾게 될 줄은 몰랐다.아마 선조도 그를 구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손항준은 빌기 시작했다.“말하겠습니다, 말할게요! 제발 살려주세요. 그때는...”말을 다 하기도 전에 손항준의 머리가 뚝 꺾이더니 그대로 죽어버렸다.그 모습을 본 최서준은 갑자기 화가 나서 그를 수영장으로 던져버렸다.왜서, 매번 대답을 얻으려고 하면 다 죽게 되냔 말이다!최서준은 고개를 돌려 남은 네 사람을 쳐다보았다.다른 세 사람과 이도건은 같이 부둥켜안아 벌벌 떨고 있었다.“손씨 가문 위치를 아는 사람?”“제가 알아요!”“저도 알아요.”네 사람이 너나 할 거 없이 먼저 손을 들었다.“길을 알려줄 사람은 한 명이면 되는데.”
“말이 많네.”말을 마친 최서준은 손가락 끝으로 기운을 튕겨냈다.조윤학은 그저 입을 크게 벌린 채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이제는 셋뿐이야.”말을 마치자 한초성은 빠른 속도로 칼을 꺼내 엄지운의 가슴을 갈랐다.엄지운은 죽기 직전까지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되뇌었다.“너... 너...”엄지운의 숨이 끊어지자마자 한초성은 피가 가득 묻은 손으로 이도건을 향해 걸어갔다.“초성이 형, 날 죽이면 안 되지. 우리는 친한 친구였잖아! 우리 아빠는 진릉 갑부라고! 날 죽이면 안 돼!”이도건은 죽기 직전까지도 발악하고 있었다.하지만 한초성은 거기에 흔들릴 사람이 아니었다.한초성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도건은 재빨리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총구를 한초성에게로 겨누었다.이도건은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한초성을 맞히지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한초성의 실력을 간과했다.일반인인 이도건은 한초성 앞에서 반항 한번 하지 못했다. 아무리 총을 들고 있다고 해도 총을 겨누지도 못한 채 죽고 말았다.“최 대가님, 저는 진릉 고대 무술 전승 가문, 한씨 가문의 한초성입니다. 최 대가님을 따르게 승낙하여 주십쇼!”한초성은 다른 사람들을 죽인 후 최서준 앞에 무릎을 꿇었다.그러자 최서준은 약간 놀랐다.“넌 왜 날 미워하지 않는 거지?”최서준이 의아해하면서 물었다.“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손씨 가문 선조는 우리 아버지를 죽인 범인입니다. 전 아버지를 위해 복수할 겁니다. 하지만 제 능력으로는 털끝도 건드릴 수가 없죠. 그리고 이 자식들을 진작에 죽이고 싶었으나 그동안 실력이 되지 않아 참아온 것입니다.”한초성이 슬픔에 잠겨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아, 손씨 가문 선조가 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인데 평소에도 같이 놀아온 거야?”최서준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손씨 가문은 제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대외적으로는 한씨 가문 가주가 해외를 돌아다닌다고 하지만 저는 제 아버지가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당했다는
“네 뜻은 너는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거야?”최서준이 되물었다.“맞습니다. 만약 최 대가님이 손씨 가문과 손씨 가문의 선조만 노리시는 거라면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세 가문도 기뻐할 겁니다. 몇 년 동안 손씨 가문은 혼자 강대해져서 알게 모르게 다른 세 가문에게 압박을 주곤 했습니다. 3대 고대 무술 전승 가문의 종사들은 실종되거나 죽은 것이 가득합니다. 다 손씨 가문의 짓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 누구도 말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게다가 들은 바에 의하면 손씨 가문의 배후가 아주 강해서 우리는 전혀 움직일 수 없습니다.”한초성은 무술 협회의 비밀을 가득 털어놓았다.“가자, 한씨 가문으로.”최서준은 생각을 고쳐먹고 얘기했다.“최 대가님, 승낙해주시는 겁니까?”한초성은 그 모습을 보고 기뻐하면서 얘기했다.“일단 지켜보도록 하지.”최서준은 그렇게 웃으면서 거절하지 않았다.한초성은 약간 실망했지만 정신을 차렸다.진릉 고대 무술 전승 가문 한씨 가문.한초성은 최서준을 데리고 가문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가문 내부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한초성은 최서준을 거실로 데리고 가 보고를 하러 갔다.한씨 가문에서 한초성이 큰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헛소리하지 마!”멀지 않은 곳에서 최서준은 호통 소리를 들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귀부인이 한초성을 데리고 거실로 나왔다.최서준은 그 여자가 종사라는 것을 감지해냈다.“당신이 바로 남양의 최서준?”여자는 최서준을 보자마자 물었다.“그렇다만.”귀부인이 먼저 반말을 하자 최서준도 약간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집에 온 손님에게 이런 태도라니.“최 대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 무술 협회에서 당신한테 현상금을 걸었는데 감히 우리 한씨 가문에 나타날 생각을 하다니. 지금 내 전화 한 통이면 당장 널 잡아들일 수도 있다는 걸 몰라?”귀부인이 소리를 질렀다.“그럼 거기 서서 뭐해.”최서준도 물러서지 않았다.“닥쳐!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놈. 종사 급의 실력이 맞는지
“그건 다 내가 죽인 겁니다.”최서준은 숨김없이 다 사실대로 얘기했다.“알겠습니다.”한수영은 대충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표정을 본 최서준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사실을 말해도 믿지 않다니.“초성이의 말을 들어보니 최 대가님이 손씨 가문과 무술 협회의 회장을 치러 가실 거라고 하던데요, 이유를 할 수 있을까요?”한수영이 화제를 돌리면서 얘기했다.“복수입니다.”최서준은 표정이 변해서 엄숙하게 얘기했다.“복수할 거라면 한씨 가문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초성이가 얘기했을 겁니다. 제 큰 오빠는 바로 손성호 그 자식 때문에 죽은 겁니다. 제 큰 오빠뿐만이 아니라 제 몸에 남아있는 독도 손씨 가문의 손성운, 그 자식 때문이죠!”한수영은 손씨 가문의 두 사람을 떠올리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보여주실 수 있나요?”최서준은 한수영이 부상을 입은 줄 알았지만 그것이 아니라 독에 당한 것이었다.“됐습니다. 이미 골수까지 퍼진 독입니다. 진릉시의 모든 의사한테 도움을 청했지만 다들 속수무책이었어요. 병원은 그냥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죠. 그나마 종사라는 실력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일반인이었다면 진작 죽었을 겁니다. 이번 생의 가장 큰 소원은 바로 죽기 전에 큰 오빠의 복수를 하는 겁니다.”한수영은 눈앞의 최서준이 해독을 해줄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그래서 최서준은 별다른 해석을 하지 않았다. 믿지 않는 사람을 두고 어쩔 수는 없었다.“이번 달 말, 손성호의 환갑잔치가 열립니다. 그때가 바로 최적의 타이밍이죠. 그때 손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참석할 겁니다. 손성운 그 자식도 올 겁니다. 최 대가님, 얼른 스승님을 불러오십쇼. 환갑잔치까지 며칠밖에 남지 않았습니다.”한수영은 최서준이 다른 말을 하지 않자 얼른 얘기했다.“알겠습니다. 이번 달 말.”최서준은 한수영의 계획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일망타진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이윽고 한수영은 최서준을 집에 모셔 그날만을 기다려왔다....“어르신, 도련님이
얼마 지나지 않아 최서준은 한 곳에 도착했다. 경비원은 경비실에서 쿨쿨 자면서 최서준이 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최서준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몇 층이었더라.최서준이 구체적인 위치를 떠올리고 있을 때,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어깨에 메고 걸어 나오고 있었다.그 여자는 바로 임지아였다.이런 우연이 다 있을까.최서준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들에게 다가갔다.두 남자는 낯선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지금 뭐 하는 거지?”최서준이 두 사람을 가리키면서 물었다.“그냥 술을 많이 마셔서 그래. 알잖아.”두 남자 중의 한 사람이 기괴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모르겠는데? 당장 내려놔.”최서준이 진지하게 얘기했다.알기는 뭘 알아라는 건지.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지 마.”다른 한 남자는 최서준이 끼어들려고 하자 위협하면서 얘기했다.“난 원래 오지랖이 넓어서 안 끼어들 수가 없겠는걸?”최서준은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는데 그 불빛이 마치 정의의 사도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같았다.“그럼 이래도 끼어들 거야?”두 남자는 각각 검은색 물체를 꺼내 들었다.바로 권총이었다.“어쩔 수 없이 끼어들어야겠네!”최서준이 웃으면서 얘기했다.“하하, 요즘 사람들은 정말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모양이야. 어디 한 번 끼어들어 봐!”남자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비꼬았다.“그래.”최서준은 바로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죽고 싶어?”두 사람 중 한 명이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탕.총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최서준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젠장, 이것도 못 맞추는 거야?”다른 남자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저 제대로 조준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또 방아쇠를 당겼다.탕.최서준은 여전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제야 두 사람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이윽고 그들은 투명한 막에 두 총알이 박힌 것을 발견했다.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잘 보이는
“연예계는 다 이래요? 집에 쳐들어와서 총을 겨눠요?”최서준이 빈정거리면서 그냥 연예계의 일로 치부했다.“서준 씨는 요새 별일 없어요?”“왜요?”“며칠 동안 제 경호원 해주세요. 숙소랑 음식 다 제공해 드릴게요. 월급도 원하는 금액을 불러요!”“숙소랑 음식 제공은 받아들이지만 같이 자달라는 소리는 하지 말아요.”“그럼 동의하는 거예요?”“안 그러면 이 새벽에 호텔로 나를 내쫓으려고요?”“그럼 방 정리해드릴게요.”임지아는 아까 전에 있었던 일은 까맣게 잊고 기뻐하면서 얘기했다.그날 밤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이튿날, 임지아는 최서준을 데리고 회사로 갔다.임지아의 회사는 연예계에서 유명한 스카이 엔터테인먼트였다. 회사에는 적지 않은 유명 연예인이 있었는데 임지아는 그중에서 평범한 편이었다.“이야, 이거 우리 유명 연예인 임지아 씨가 아닌가. 오늘은 어쩌다가 다른 사람이랑 같이 왔네? 잠깐만, 이 얼굴... 며칠 전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얼굴 아니야! 회사에 같이 오다니... 공개 열애라도 하려고?”시끄러운 목소리가 최서준과 임지아 앞으로 다가왔다.누군가가 사계 호텔에서 최서준과 임지아가 같이 밥 먹는 사진을 찍어 신문사에 팔아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항상 여신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온 임지아가 그대로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버렸다. 사람들은 임지아와 같이 밥을 먹은 남자가 누구인지 꽤 궁금해하는 편이었다.“이 사람은 이진희의 매니저 장도근이에요. 전에 나랑 이진희가 여주인공 후보로 올랐는데 후에 제가 여주인공이 되고 이진희는 서브 여주인공을 했거든요. 그래서 나한테 불만이 가득해요.”임지아는 최서준 귓가에 소곤거렸다.“쓸데없는 사람은 저리 비켜.”최서준은 앞을 막아선 사람을 보면서 얘기했다.“네가 뭔데 그래!”“어디서 개가 짖나.”“너... 너...!”장도근은 화가 나서 자리를 피했다.“여자 연예인들 옆의 남자 매니저는 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이진희의 매니저가 씩씩 대면서 가자 최서준이 임지아에게 물었다.“아니요. 그저
“아!”임지아는 허공에서 반 마디 비명을 외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중력의 힘에 임지아는 그대로 추락하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에 감독과 배우들도 모두 굳어버렸다.그들은 그저 놀라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끝장이다.만약 임지아가 스튜디오에서 죽는다면 이 드라마도 끝장이다.감독은 배상금만 얼마를 내야 할 지 몰랐다.최서준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그 아래에 나타나 위로 날아오른 후 임지아를 받아안았다.이윽고 허공에서 두 사람이 천천히 내려왔다. 그 장면에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들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소품팀, 뭐 하는 거야! 와이어가 끊어질 지경인데 가져온 거야?! 이 바닥에서 영원히 잘리고 싶어?!”감독이 불같이 화를 냈다.“지아 씨, 괜찮아?”화를 낸 후 감독은 그제야 달려와 임지아를 걱정했다.“감독님, 전 괜찮아요.”임지아가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괜찮으면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감독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아까의 일은 아무리 그라고 해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지아 씨는 먼저 들어가서 쉬어. 이따가 다시 찍자.”“네, 감독님.”임지아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스튜디오에서 멀어진 후.“최서준 씨, 고마워요. 서준 씨가 아니었다면 병원에 입원했을 거예요.”임지아가 감사의 뜻을 전했다.최서준은 담담하게 얘기했다.“감사는 됐어요. 난 지금 지아 씨 경호원이니 당연히 지아 씨를 지켜야죠. 하지만 이 일은 누군가가 일부러 계획한 거예요. 아까의 와이어는 자연스럽게 끊어진 것이 아니고 누군가가 일부러 손을 쓴 거예요.”최서준은 아까 몰래 와이어를 확인해 보았다.“네?”임지아는 약간 놀라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누구를 건드렸길래 목숨의 위협을 받는 거예요.”“나도 몰라요.”임지아도 모르겠다는 듯 의뭉스러워했다.“하여튼 조심해요. 잠깐을 지켜줄 수 있어도 평생 지켜줄 수는 없으니까
감독은 빠르게 임지아 옆으로 갔다.“지아 씨, 여기는 회사 사람인가? 소개 좀 해줘.”“감독님, 오해예요. 그저 잠시 제 경호원을 맡고 있지만 사실은 제 친구예요.”임지아가 얼른 해명하면서 얘기했다.“최서준 씨, 여기는 진 감독님이에요. 연예계에서 엄청 유명한 감독님이에요.”“서준 씨라고 했죠? 혹시 연기에 관심 없어요?”진 감독은 그가 배우 지망생이 아니라는 것을 듣자 그저 넌지시 물어보았다.“없어요.”최서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보는 것만으로도 어색해 죽겠는데 직접 연기하라니.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이때,“감독님, 아무리 급해도 사람은 가려서 써야죠. 아무 사람이나 쓰면 어떡합니까.”불친절한 목소리가 울려왔다.바로 장도근이었다. 장도근 옆에는 아주 예쁘게 생긴 여자도 있었다.“그러게요, 감독님. 이렇게 해요. 제가 연예계에 아는 친구가 있는데 그 사람을 부를게요. 서브 남주인공이니 아무 사람이나 부를 수는 없잖아요.”이진희도 옆에서 얘기했다.“최서준 씨, 만약 돈 문제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말아요. 전 서브 남주인공이 받던 대로 한 푼도 빼지 않고 줄 테니까.”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설득했다.방금 최서준이 임지아를 구할 때, 감독은 그의 몸에서 무림 고수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고 생각했다.게다가 그 덕분에 다른 손해를 막지 않았던가.이진희는 감독이 자기 말을 무시하자 얼른 언성을 높였다.“감독님, 정말 이렇게 아무렇게 진행하실 거라면 전 이 드라마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어요. 전에 제 연기가 임지아보다 못하다고 한 건 인정할 수 있어요. 여주인공은 멍청하고 순진한 캐릭터니까요. 하지만 지금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서브 남주인공을 연기해 달라니, 그럼 서브 여주인공 자리도 아무 사람이나 찾아보시던가요.”이진희의 말에는 다른 뜻이 있었다.임지아는 바로 그 뜻을 알아차리고 얘기했다.“누구한테 멍청하고 순진하다는 거야!”“바로 너야, 임지아! 정말 네 연기가 나보다 낫다고 생각해? 네 그 멍청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