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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4화 백일 잔치

시윤은 임신했을 때 아이가 태어나면 해방될 거라고 여겼는데, 아이가 태어나자 부모로서의 숙제가 이제야 시작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게, 의사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가 울기 시작해 헐레벌떡 기저귀를 갈아줘야 했으니까.

처음에는 도준과 대화를 나눠볼까 생각했던 시윤도 자꾸만 터지는 돌발 상황에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참다 보니 마치 한데 붙은 것처럼 좀처럼 입 밖에 나오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도준은 시윤과 함께 병실에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두세 시간마다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것도 도준이 대신했다.

저는 편히 자게 두고 조용히 아이를 안고 우유를 먹이는 도준을 보자 시윤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 우는 건지 시윤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분명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만큼 행복한데, 이 행복 뒤에 얼마나 많은 함정과 족쇄가 있는지 아는 사람은 시윤뿐이다.

심지어 행복을 누려야 할지 아니면 아파해야 할지도 몰라 그 족쇄가 저를 점점 묶도록 내버려두었다.

...

그렇게 사흘이 지나자 시윤도 점점 회복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혼자 걷기까지 했다.

게다가 누워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적당히 마사지하라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도준은 가끔 아이를 어른들께 맡기고는 문을 닫고 시윤을 마사지해 주곤 했다.

임신 말기에 다리가 좀 부은 시윤은 도준의 마사지 덕에 다리는 한결 편해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갑갑해졌다.

그때 마침 물건 가지러 들어온 소혜가 그 모습을 보고는 병실 문과 도준을 번갈아 보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어, 오빠 도준 오빠 맞아? 귀신 들린 건 아니지?”

“아니야. 그런데 네가 귀신이 되고 싶다면 도와줄 수는 있어.”

‘맞네!’

소혜는 속으로 중얼거리더니 젖병을 찾아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그 시각, 진태섭은 밖에서 민도윤을 품에 안은 채 활짝 웃으며 어린애 목소리를 흉내 냈다.

“우리 손주, 할아비 좀 봐봐.”

그걸 본 소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젖병을 내려놓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다 문을 나선 순간 잘생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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