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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익숙한 시선

“만약 내가 고청민을 좋아했다면, 여기에 앉아서 평온하게 지안 씨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겠죠. 반대로 지안 씨를 찾아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안 씨를 괴롭히고, 지안 씨와 고청민의 관계를 망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요. 제가 너무 깊이 생각했나 봐요. 그렇다면 채린 씨가 마음에 둔 사람은 안철수 씨인 건가요?”

심지안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화제를 전환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차라리 여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냐고 하세요!”

민채린은 발끈하며 고개를 쳐들다가 머리를 차 천장에 부딪혔다.

심지안은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면 소민정 씨가 왜 거슬렸던 거죠?”

“저는 그런 스타일의 여자는 딱 질색이거든요.”

“하지만 오늘 처음 보는 사이였잖아요. 게다가 앞으로도 다시 만날 이유가 없을 것 같던데...”

심지안의 말은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다. 그녀는 소민정에 대한 첫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지만,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거나 소민정을 싫어하는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할 필요도 없거니와, 아주 피곤한 일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민채린도 대략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와 소민정을 마주쳤을 때, 그녀는 명백하게 감정적이었다.

“그냥 얼굴만 봐도 짜증 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잖아요!”

심지안은 말문이 막혔다.

“그래요...”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면서도 꽤 당당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성연신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얼마 전 안철수가 다리가 힘이 없고 몸이 허약해서 휴가를 냈던 것이 떠올랐다.

“왜 웃어요?”

심지안이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며 묻자, 성연신은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

“이따가 얘기해줄게.”

...

두 시간 후, 엘파크에 도착했다.

세 사람은 문지기 경비의 지시에 따라 102호 별장을 찾아갔다. 성연신은 앞으로 걸어가서, 긴 손가락을 문에 대고 몇 번 두드렸다.

“누구세요?”

앞치마를 두른 아주머니가 나와서 그들을 호기심 가득하게 살펴보았다.

“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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