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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아직도 날 믿지 않아요?

“그래요, 빨리 얘기해요. 저도 오후에 따로 볼일 있거든요.”

장학수는 맞장구치며 한발 먼저 그들 앞으로 나섰다. 겉으로는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둘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었다.

돈도 좋지만, 친구의 행복을 무시할 수 없었다.

‘자식, 어렵게 지안 씨의 손을 잡았으니,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굴어도 아마 속으로는 엄청나게 설렜을 거야...’

어느덧 8월 말에 접어들어, 여름보다 덥지 않은 날씨였다. 시원하고 상쾌한 미풍이 스쳐 지나가며 심지안의 치맛자락을 살짝 들치자, 그녀의 하얗고 투명한 피부가 드러났다. 햇빛이 그녀의 머리 위로 퍼져 마치 금빛 아우라 같았고, 그녀는 마치 무언가 찾으려는 듯 눈빛을 빛냈다. 언뜻 보기에 마치 여신처럼 신성하고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워 보였다.

성연신은 그녀를 바라보며 심장박동이 갑자기 한 박자 느려졌다.

예전부터 심지안의 미모가 넘사벽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임시연도 흔한 비주얼은 아니었다.하지만 성연신은 결코 겉모습만을 탐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그녀의 어느 부분이든 자신을 유난히 매혹시킨다고 느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늙어서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심지안은 시선이 계속 머무르는 것을 눈치챈 듯 고개를 들어 성연신의 눈과 마주쳤고, 의심스러운 듯 손을 들어 얼굴을 만졌다.

“왜 빤히 쳐다봐요, 뭐 묻었어요?”

성연신은 태연하게 말했다.

“음... 아름다움이 묻었다고 해야 하나요?”

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를 켜고 자신을 비추었다.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이 모두 흐트러진 점 없었다.

심지안은 핸드폰을 가방에 다시 넣으며 그를 향해 눈을 희번덕거렸다.

“무슨 소리예요? 제 메이크업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예요?”

성연신은 자기가 잘못 들은 게 아닐지 의심했다.

“예쁘다는 말이에요. 오해하지 말아요.”

“네? 너무 뜬금없는 거 아닌가요? 왜 저는 비꼬는 것으로 들리죠?”

‘입에 꿀 바를 소리도 할 줄 모르면서, 틀림없이 장난치는 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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