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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구세주 행세

심지안은 소름이 돋으며 정신을 차리고 가장 가까운 어린이용 요트로 향했다.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는 단조롭고 뚜렷해서 한 사람이 다가오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심지안은 뒤따라오는 발걸음 소리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숨을 죽인 채 웅크렸다. 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리자, 머리가 더 아파왔다. 그녀는 혼수상태에 빠졌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누가 자신에게 약을 주었고, 누가 자신을 풀어준 것인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수많은 의문이 명확한 해답 없이 머릿속에 얽혀 있었다.

나뭇잎을 밟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심지안 떨고 있는 자신을 한사코 껴안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날카로운 돌을 손에 쥐었다.흔들리는 꽃봉오리처럼 가냘픈 몸매에 발소리를 들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자신을 발견하지 말아 달라고 기도할 뿐이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서 그녀의 곁에서 멈추었다.심지안 입을 틀어막고 호흡마저 멈췄다.

그때 하얀 얼굴을 한 사람이 갑자기 허리를 굽히고 기어들어오자, 심지안은 놀라서 용기 있게 손에 든 돌멩이로 상대방의 눈을 호되게 찔렀다.

고청민은 차마 피할 수 없어 미간을 찌푸렸다.

“지안 씨, 나야.”

심지안은 얼떨떨해지며 비로소 앞에 있는 사람이 고청민임을 분명히 알아보았다. 손에서 힘이 빠져 돌멩이를 떨어트린 뒤, 견디지 못하고 온몸이 무거워져 땅에 주저앉았다.

고청민은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를 부축하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심지안이 볼 수 없는 그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깊은 감정이 서려 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안 씨. 당신을 구하러 왔어요. 집으로 모셔다드릴게요.”

“어떻게 날 찾아냈어요?”

심지안이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아직도 불안이 가득했다.

하지만 고청민의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다.

“지안 씨는 강도에게 납치되었어요. 변혜영은 운 좋게 탈출할 수 있었고, 그녀가 돌아와서 보고한 덕분에 우리가 당신의 상황을 가장 먼저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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