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 제865화 우리는 할아버지를 괴롭히지 않았어

Share

제865화 우리는 할아버지를 괴롭히지 않았어

Author: 나리
“그럼 여광이는요? 여광이도 성씨 집안 사람이잖아요. 만약 여광이한테 자리를 물려 주신다면 저는 의견 없어요.”

“쳇, 너희 둘 지금 날 압박하는 거냐? 너 이놈 네 주제를 알아. 내가 참가한 전쟁터만 해도 네 놈이 먹은 소금보다 많은데 감히 누구 앞에서 수작을 부리는 거야. 지금 내가 반쯤 땅에 묻혀있다 해도 여전히 제경에서 인연을 끊고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할 수 있어.”

성수광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욕을 퍼부었지만, 사실 그가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었다.

성형찬은 몇 년간 옥살이했지만 성씨 가문 덕분에 감옥에서 큰 고난을 겪지는 않았다.

진짜 주인을 건드렸으니 성형찬은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성형찬은 가슴속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감히 표현은 못 하고 태사의에 드러누워 버렸다.

“아잇, 몰라요. 솔직히 말할게요. 주인 자리는 저 아니면 여광이한테만 주셔야 해요. 다른 사람은 생각도 하지 마세요.”

성여광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성수광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와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짐을 줄여드리려는 거예요. 성씨 집안에 주인이 없지만 회사 일은 누군가 해야 하잖아요. 할아버지는 이제 나이가 많으시니 힘드시잖아요. 다섯 살짜리 조카는 너무 비현실적이고요.”

“그래서 너희들은 네 형이 생사가 오가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든 그 자리에 오르려는거야?”

성수광은 오래 전부터 담배를 피웠었지만, 건강을 위해 몇 년 전부터 금연 중이었다.

하지만 어제 성연신과 연락이 끊기면서 답답한 마음에 몇 대 피웠다.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채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주름이 가득한 무표정한 얼굴은 아주 섬뜩했다.

성여광은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리고는 성형찬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성여광은 인내심을 잃고 험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 그 고집을 제가 꺽을 수는 없지만 그 어린놈한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은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

안되면 시간을 끌면 될 일이었다. 성연신도 없는 마당에 어린애 하나 어떻게 하지 못할까?

성수광은 무언가 눈치챈 듯 손뼉을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866화 이렇게 파렴치한 여자는 본 적이 없어

    성우주는 허리를 숙이고 말하는 심지안을 바라보았다.사실 그는 원래 두렵지 않았지만 고모가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보호해 주고 자신의 편을 들자, 오랜만에 느끼는 따스함에 감동이 밀려왔다.성우주는 고개를 숙여 빨개진 눈을 가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둘째 할아버지요. 둘째 할아버지가 저를 아버지한테 데려다준다고 하고는 버려진 공원에 저를 두고 차를 몰고 가버렸어요.”그의 목소리는 말랑말랑하니 평소처럼 활발하지 않아서 사람들의 보호 욕구를 불러일으켰다.“너는 외부인이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말하는 거야.”성여광은 당황해서는 식지로 심지안을 가리키며 흥분해서 말했다.“오는 길에 우주랑 말을 맞춘 건지 어떻게 알아요. 우리 아버지를 모욕할 생각 마.”“그래요. 곱게 보내 줄 때 얼른 가요.”성형찬은 예전부터 심지안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었다. ‘옛날에 심지안때문에 성씨 집안이 시끄러웠었는데 이혼한 다음에도 매달려있다니. 설마 성연신이 죽어가니까 이 기회에 한몫 챙기려는 생각은 아니겠지?’생각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이렇게 파렴치한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성우주는 작은 몸으로 심지안의 앞을 가로막고 만만치 않은 힘을 내뿜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당신들 고모를 건드리기만 해봐요?”아버지가 안 계시니 그는 아버지를 대신해 고모를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힘을 숨기고 있던 성수광은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수염을 쓸어내렸다.‘이 녀석 제법 태가 나는걸, 가업을 물려줘도 되겠어.’눈앞의 두 바보 녀석보다는 훨씬 나았다.성형찬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는 주먹이 나가려고 했다.“네 몸에 우리 성씨 집안 피가 흐르는데 외부인의 편을 들다니. 연신이가 없으니까 이 둘째 할아버지가 대신 대역무도한 네놈을 손봐야겠어.”말을 마친 그는 옆에 있는 먼지떨이를 집어 들어 성우주한테 던졌다.하지만 먼지떨이가 떨어지기 전에 심지안이 낚아챘기에 성우주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너너너... 우리는 지금 집안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네가 왜 참견이야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867화 돈을 벌어서 너한테 쓸게

    “무슨 소리야, 아버지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아!”성형찬은 급히 해명했다.“쿨럭, 쿨럭, 쿨럭. 나 같이 힘없는 늙은이가 왜 무섭지 않겠어.”성수광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허벅지를 치며 하소연 했다.“네가 오기 전에 경영권을 여광이한테 물려주라고 협박했어. 내가 아직 이렇게 살아있는데 벌써 다 빼앗아 가려고 하다니, 서러워서는...”심지안은 주먹을 쥐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성형찬 부자를 노려보고는 성수광을 위로했다.“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절대로 할아버지와 우주를 방치하지 않을 거예요.”성수광이 먼저 그녀에게 은혜를 베풀었고 임시연도 자신과 성연신 때문에 할아버지를 아프게 했다.이런 위기 상황에서 그녀는 당연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성수광은 안도하며 말했다.“네가 고생이 많아.”‘이봐, 눈빛을 보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잖아. 내가 잘못 보지 않았어.’성여광은 심지안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고 있자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허허, 고청민은 네가 여기 있는 걸 알아? 지조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결혼식 전날에 전남편 집으로 달려오다니, 수치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이제 가야 할 때라는 걸 알 텐데.’심지안은 표정이 바뀌며 무의식적으로 휴대전화가 들어있는 가방을 만졌다.고청민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만 아직 그녀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괜찮아요. 고모가 있고 싶을 때까지 있으면 돼요. 저랑 할아버지는 고모가 평생 여기 있어도 좋아요.”성우주가 가장 먼저 심지안을 감싸고 돌았다. 그녀에 대한 태도는 옆에 있는 두 부자보다 훨씬 친밀했다.성형찬은 눈앞에 있는 기세등등한 남자아이를 노려보았다. 그는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만약 하루빨리 이 조카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성연신 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성형찬과 성여광은 여전히 출세하지 못할게 뻔하니 차라리 어렸을 때 처리하는 것이 나았다.심지안은 성형찬의 눈에 비친 살기를 눈치채고는 흠칫하며 성우주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성여광은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868화 너 혹시 성연신에게 미련이 남은 거 아니야

    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활짝 웃었다.“그래. 네가 크면 돈 벌어서 나한테 써.”“네! 꼭 그렇게 할 거예요!”---------달이 떠오른 밤, 성씨네 집.심지안이 막 주차를 마치자, 가정부가 뛰어왔다.“아가씨, 어르신께서 찾으십니다.”“아직 안 주무세요?”벌써 밤 11시가 넘었는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성동철에게 있어서 10시를 넘으면 밤을 새우는 것과 같았다.“아니요. 계속 아가씨와 도련님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심지안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청민씨가 아직 안 들어왔어요?”“아직이요.”그녀는 머리를 ‘탁’ 치며 후회했다.‘그러니까 어르신께서 지금까지 기다리시지. 내일이 결혼식인데 신랑신부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속이 타시겠지.’성씨네 집 정원은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심지안은 성동철이 연못에서 연꽃을 감상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특히 조용한 밤에는 맑은 호수가 마음을 가라앉게 한다.연못에 도착하니 과연 성동철이 있었다.심지안은 걸음을 재촉함과 동시에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왜 아직 안 주무세요. 내일 팬더곰 되시겠어요.”성동철은 손에 옥을 쥐고 주무르고 있었다. 그는 자애로운 얼굴로 물었다.“이제 내가 싫어진 거냐? 너희들이 조금만 일찍 왔어도 내가 밤을 새울 일은 없잖아.”“아니에요. 늦게까지 기다리시게 한 저희가 잘못했는걸요.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심지안은 성동철의 팔을 감싸안고는 호수를 바라봤다.개구리 울음소리는 여름에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비록 고청민에게 시집을 가지만 앞으로 줄곧 성씨네 집에 머물 것이니 예전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하지만 외손녀를 시집보내는 건 처음이라서 몇 마디 당부할 말이 있었다.“너 오늘 성씨 집에 갔어?”심지안은 이 말이 나올 줄은 몰랐어서 깜짝 놀랐다. 그녀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솔직히 대답했다.“네, 할아버지는 늘 저에게 잘해주셨어요. 오늘 성씨 집에 좀 일이 있었어요.”“성연신이 교통사고 난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869화 두 눈으로 직접 성연신의 시신을 보지 않으면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성동철은 낯빛이 어두워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착각했나 보지.”비서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네네. 그럼 일찍 쉬세요.”-------------제원파크, 산책로 근처.비 온 뒤의 땅은 미끄럽고 울퉁불퉁했다. 게다가 가로등도 없어서 걷기 힘들었다. 자칫 잘못하면 넘어지기 십상이었다.교통사고 현장은 비 때문에 많은 흔적이 씻겨나갔지만, 땅에 새겨진 자국들은 사고 당시 참혹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송준은 고청민 옆으로 다가와 절벽 아래를 내려다봤다. 천 길 낭떠러지는 보기만 해도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떨어질까 봐 무섭지도 않아요?”“떨어지면 죽을까요?”고청민은 하루 종일 비옷을 입고 있었는데 꽁꽁 싸매고 있어 온몸이 습기에 둘려싸여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그의 맑고 무정한 연갈색 눈은 속내를 알 수 없게 했다.“당연하죠.”“저렇게 높고 바닥에는 뾰족한 돌멩이들이 가득한데 살아남을 수가 없죠.”“그럼, 왜 성연신의 시체를 찾지 못하는 거죠?”고청민은 비아냥거리며 곁눈질로 그를 쳐다봤다.송준은 화내지 않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아래가 저렇게 커서 빨리 찾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지금 상황으로선 설사 살았다고 해도 이런 환경에서 며칠 버티지 못할 겁니다.” 깊은 산속, 머나먼 길.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을 찾는다는 것만 해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못 찾는다면 죽음을 의미한다. 설사 찾는다 하더라도 살려내기는 어렵다.고청민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당신 추측일 뿐이에요. 정작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성연신을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도망치게 했잖아요.”“비밀조직이 그렇지 뭐.”“뭐 이렇게까지 화를 낼 필요가 있어요?”송준은 못마땅해하며 말했다.“성연신을 찾지 못한다고 해서 살아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혹시 알아요? 이미 늑대들한테 뜯어먹혔을지.”“죽었다는 뜻도 아니죠.”“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870화 심지안 너는 고마움도 모르니

    고청민은 입술을 꽉 깨물고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우리 결혼식 날에 성연신 뉴스를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아니요...” 심지안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조심스레 말했다.“저는 그냥 궁금해서, 다른 뜻은 없었어요.”“다른 남자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던데요?”“이 일은 하루 종일 인터넷에서 난리인데 제가 보지 않으려 해도 어쩔 수 없잖아요.”그녀는 좀 억울했다. 고청민의 날카로운 말투가 어색했다.고청민은 밖에서 밤을 새우고 기쁜 마음으로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위한 신성한 의식을 치르러 돌아왔는데 정작 그가 직면한것은 이렇게 큰 ‘서프라이즈’였다. 참 아이러니했다.“그건 핑계잖아요?”심지안은 할 말이 없었다. 하나는 그녀가 확실히 봤고, 다른 하나는 팔로우도 했다.다만 마음속으로 고청민처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어쩌면 자신이 잘못한거일지도 몰랐다.심지안은 고청민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꼬리를 내리고 대답했다.“안 볼게요. 오늘 결혼식인데 우리 싸우지 마요, 네?”하지만 이런 그녀의 태도는 고청민이 보기에 그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었다.그는 거칠게 심지안의 휴대전화를 빼앗고는 그 속에서 수상한 흔적을 찾으려 했다.하지만 휴대전화는 아주 깨끗했다. 어제 받지 못한 전화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전화번호는 저장되어 있지 않아 고청민은 무시해 버렸다.“혹시 지운 거 아니예요?”그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심지안은 속상해하며 대답했다.“아니에요. 그리고 제가 뭘 지울 수 있겠어요?”“누가 알아요? 당신이랑 성연신이 몰래 연락한 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성연신은 지금 생사도 불투명한데 지금 이런 얘기는 아무 의미도 없잖아요. 오늘은 그냥 즐겁게 보내면 안 돼요? 내가 그렇게 미덥지 않아요?”심지안은 세련된 메이크업을 했지만, 그 속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그놈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당신이 이렇게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하는 건지. 설마 같이 따라서 죽기라도 하겠다는 거야?”고청민은 소유욕이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871화 사랑을 위해 죽으려는 심지안

    고청민은 온몸에 짜릿한 전율을 느꼈는데 아마도 떠난다는 세 글자가 너무 가슴 아프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의 병적인 흐릿한 눈빛에 약간의 깨끗한 기운이 서서히 돌아왔다. 그는 빨갛게 물든 심지안의 눈을 바라보며 어쩔 바를 몰라 하며 사과했다. “지안 씨, 미안해요... 방금 내가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어요.”“우리는 곧 부부가 될 거잖아요. 청민 씨에게 날 끔찍하게 사랑해달라고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의 신뢰 하나만은 꼭 바랄게요.”심지안은 다른 사람에게 신뢰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고 다시는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심지안은 고청민의 평소와 사뭇 다른 비일상적인 행동은 용서할 수 있었다. 사람은 성자가 아닌 이상 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다.고청민이 요새 회사에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지도 모른다.고청민의 매몰찬 말들이 심지안에게 큰 상처를 주었지만, 그녀는 그 말들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싶지 않았다.고청민은 머리를 푹 숙였고 후회의 빛이 눈에 반짝였다. “다 내 잘못이에요. 맹세컨대 앞으로 꼭 고칠게요.”“옆방에 옷을 갈아입으러 가세요. 패션 디자이너가 청민 씨를 쭉 기다리고 있어요.”심지안은 자발적으로 고청민에게 자리를 떠날 핑계를 줬고 거울을 향해 몸을 돌려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고청민은 심지안의 예쁜 옆모습을 유심히 쳐다보며 오늘은 자신이 극도의 분노로 충동을 참지 못해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은 사람에게 지나치게 연연하는 자신이 어리석어 보였다.하지만 그가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아마도 고청민은 여전히 그의 존재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고청민은 심지안의 기억을 5년 전으로 멈추게 하는 비열한 수단을 사용하고 심지어는 비밀 조직과 연합하여 성연신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설계까지 짰다.하지만 과연 이 정도의 잔머리로 심지안의 마음을 진심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고청민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날카로운 턱선이 굳은 선으로 뭉쳐졌다.지금 상황에서 성연신은 가장 큰 잠재적 위험 요소였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872화 돌아온 성연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진유진은 적당히 얼버무려 넘겼지만 사실 그녀는 절친을 도와보려고 고청민을 떠본 것이었다.만약 고청민이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집불통인 심지안이 결혼하자마자 이혼하겠다고 난리를 피우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서로 마음이 통하는 단짝으로서 심지안이 어렵게 찾은 행복이니까 이 일을 안 이상 그냥 방치할 수 없었다. 고청민은 손가락을 비틀며 몸에 자연스럽게 늘어진 손을 꽉 쥐고 이내 놓았다. 손등의 푸른 핏줄은 뭔가를 억제하고 있는 듯 부풀어 올랐지만 말투는 더욱 부드럽고 차분해졌다. 고청민은 자연스럽게 대답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말했는데 말투에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든 제가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아직 제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잖아요. 성연신과 지안이의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물론 받아들이죠.” 고청민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지안 씨의 아이는 내 아이이니까, 내 자식처럼 대해줄 거예요.”진유진은 예상외의 대답에 꽤 놀랐지만 가슴을 도닥이며 안심하는 미소를 지었다. “청민 씨 이 대답만 있으면 충분해요.”“성연신이 유진 씨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했어요?”“아니요.”“그럼 정욱 씨가 유진 씨에게 연락했겠네요.”이 말은 질문이 아니라 확신의 어조였다.그는 진유진과 정욱의 관계가 꽤 괜찮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시체도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사라진 성연신이 심지안에게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하지만 정욱은 뭔가를 알아챘을 것이 분명해 보였고 그 시점은 아마도 제원 파크에 가기 직전이었을 것이다.진유진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며 의혹에 찬 눈빛으로 고청민을 쳐다봤다. 고청민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고 조급함이나 분노 대신 솔직함과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더 자세하게 얘기해줄 수 있나요? 지안 씨와 나의 미래에 관한 얘기라면 내가 알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지금은 말할 수 없어요. 결혼식이 끝나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873화 연신 씨, 꼭 이래야 해요?

    심지안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성연신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심지안은 헛것인 줄 알고 저도 모르게 눈을 연신 깜박였다.눈을 다시 동그랗게 떴을 때, 성연신은 여전히 눈앞에 있었다.엄청난 기쁨이 순식간에 밀물처럼 몰려와 심지안의 가슴을 채웠고 흥분으로 인해 창백했던 얼굴이 빨갛게 타올랐다. 빨간 얼굴은 야들야들한 블러셔를 바른 것처럼 자연스러운 피부톤으로 빛났다.심지안은 자기가 왜 이 정도로 희열을 느끼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속 썩이던 남자가 살아있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것이었다.‘우주의 아빠가 아직 살아있다.’성연신은 앞으로 다가와 심지안 앞에 멈춰 섰다. 그는 깊은 호수처럼 그윽한 봉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안 씨, 오는 길에 좀 볼 일이 있어 이렇게 늦었어요. 어제 성씨 집안에 가 제 아버지 편을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요.”“연신 씨, 죽은 게 아니었군요!” 심지안은 놀라움에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그녀의 흑백이 선명한 눈동자에서 보석 같은 눈물이 반짝였다.그녀는 너무 기뻐서 울음을 터뜨렸지만 눈물이 흐르는 사실을 알아챌 겨를이 없었다.“운이 좋았어요. 마침 잘 아는 사람을 만났거든요.” 성연신은 가벼운 말투로 이틀 동안에 몸소 겪었던 위험한 여정을 살짝 언급했고 심지안의 부드럽고 하얀 어깨를 꽉 잡았다. “홍지윤이 저에게 진실을 털어놨지만 지금은 지안 씨 협조가 필요해요. 이제 우리 아이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거예요.”그는 성우주의 신분을 갑작스럽게 공개하지 않고 비교적 보수적으로 말했다.성연신은 정욱이 바친 녹음 펜에 담긴 녹음을 다 들었고 논리적인 문제는 없지만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심지안을 바라보는 성연신의 눈빛에 깊은 사랑이 짙게 묻어나왔다.성연신이 심지안에게 느끼는 감정이 이 정도로 짙은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리조트에서 보낸 그 밤, 그의 영혼까지 뽑아갈 정도로 오매불망 그리웠던 실루엣은 너무나 익숙하고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그 밤이 지난

Latest chapter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31화 성청민

    흥분을 가라앉힌 후, 심지안은 자신이 5년 전 해외에서 살았던 작은 별장과 흡사한 곳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외부 경관이 달라 의아해하며 말했다.“5년 전과 똑같은 별장을 지었어요?”고청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다가 기침을 몇 번 하며 대답했다.“맞아요. 거의 차이가 없죠?”심지안은 방 안의 모든 물건을 둘러보며 고청민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조금 부드러워졌고, 마치 그를 가족으로 생각했던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어떻게 하지원을 설득했어요?”그녀는 고청민이 하지원을 이용하여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든 것에 의아함을 감추지못했다.“한마디 했더니 바로 승낙했어요.”고청민은 미소를 지었다.하지원은 이처럼 온 마음을 다해 고청민을 따랐다.심지안은 복잡한 마음으로 물었다.“하지원 씨에게 미안하지 않아요?”고청민은 아무런 감정 없이 말했다.“보상해 줄 거예요.”‘보상? 어떻게 보상할 건데? 여자의 청춘을 어떻게 보상할 건데...’심지안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반박하지 않았다.하지원에게는 그저 사랑이었으니까...“밤새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고프죠? 지안 씨가 좋아하는 비빔면을 준비해 뒀어요. 게살 비빔면이요.”고청민은 웃으며 심지안에게 말했다.“지안 씨가 분명 좋아할 거예요.”심지안은 배가 고파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식탁에 다가가기 전, 그녀는 게살 비빔면의 향긋한 냄새를 맡았다.고청민은 게살 비빔면을 그녀 앞에 놓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먹어요. 제철 대게는 정말 맛있거든요.”심지안은 망설임 없이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의 말대로 정말 맛있었다. 커다란 게살이 면과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미를 더했다.고청민의 뜨거운 시선에 심지안은 불편해하며 말했다.“청민 씨도 먹어요. 나만 보지 말고...”고청민은 미소를 지으며 젓가락을 들어 면을 집어 먹으려 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기침이 그를 멈추게 했다.연달아 몇 번의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점차 그의 가냘프고 쇠약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기침이 점점 심해지자 그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30화 미친놈,지안 씨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

    집에 돌아온 후, 성연신은 성우주를 재우고 나서 긴급한 회사 업무를 처리했다. 일을 마치고 나니, 이미 새벽 3시가 넘어 있었다.성연신은 심지안에게 전화를 걸어 고청민의 상황을 물어볼까 했지만, 숙면을 방해할까 봐 포기했다.다음 날 아침, 성연신은 일찍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6시 30분이었다. 그는 심지안이 오늘 세움의 신제품 출시 준비로 일찍 출근할 거로 생각하고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으려 했다.이때 손이 미끄러져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주어 보니 액정이 나가 있었다.갑작스러운 실수에 그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깨진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불안감이 스며들었다.성연신은 다른 휴대폰으로 심지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결국 부재중으로 받지 않았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성씨 가문으로 출발했다.성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 성동철은 막 깨어나서 정원에서 산책 중이었다.성연신으로부터 두 사람이 지난밤 함께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성동철은 고청민이 출발 직전에 했던 말이 떠올라 이마를 찡그렸다.‘그 녀석이 설마...’성연신은 성동철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급하게 물었다.“어르신, 혹시 지안 씨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어디죠?”“해외에 있을 가능성이 크네.”성연신은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무슨 말씀입니까?”성동철은 고청민이 출발 전에 했던 특별한 부탁을 성연신에게 말해주고, 동시에 고청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성연신은 주먹을 꽉 쥐고 심지안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다. 한참의 신호음 끝에 전화가 연결되었다.“지안 씨, 어디에 있어요?”“성연신 대표님, 접니다.”고청민의 평온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고, 성연신의 신경을 자극했다.성연신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이 자식아, 지안 씨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우리는 해외에 있어요.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고청민은 계속해서 말했다.“지안 씨를 며칠만 빌리는 셈이에요. 너무 무리한 일은 하지 않을 테니, 흥분하지 마세요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29화 아쉬움

    “네. 할아버지, 그러니 제발 막지 말아 주세요.”“지금 나와 상의하는 게 아니라 통보하는 거구나!”“할아버지, 용서해 주세요.”성동철은 입을 열었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한순간에 십 년은 늙은 것처럼 보였고, 무력한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한참 후에야 그는 천천히 말했다.“해외 전문가와 이미 연락을 취했으니, 너는 안심하고 치료에 전념해라. 우리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청민은 그의 고집을 읽고 눈을 깜빡였다. 긴 속눈썹이 갑자기 젖어 들었다.사실, 그도 할아버지와 몇 년 더 함께하고 싶었다.집에 돌아오니, 성동철이 연락한 해외 전문가로부터 답변이 도착해 있었다. 그들은 신의라 불리는 의사가 이미 고청민을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신들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청민은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성동철을 안심시키며 주제를 돌렸다.“할아버지, 해외로 며칠 다녀오고 싶어요. 오랫동안 여행을 못 갔어요.”“안 돼. 네 몸 상태로는 그렇게 멀리 갈 수 없어!”성동철은 단호히 거절했다. 그는 아직 민채린의 스승에게 도움을 청해 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러나 고청민은 말했다.“민채린이 해외에 있어요. 그녀가 옆에 있으면 할아버지도 안심하실 거예요.”“민채린?”성동철의 얼굴에 희미한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그렇다면 민채린의 스승에게 직접 찾아갈 수 있는 거니?”“제 병에 대해 이미 채린이의 스승님께 여쭤봤어요.”“결과는 어땠니?”“스승님께서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알려 주셨어요. 하지만 정말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래요.”성동철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을 느꼈다.결국, 그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래. 가고 싶다면 가도 좋아. 다른 환경에서 지내는 것이 네 몸에도 좋을 거다.”게다가 민채린이 옆에 있으니, 문제가 생기더라도 신속히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오늘 바로 떠나려고 해요.”“이렇게 갑자기?”“그냥 즉흥적으로 생각한 거예요. 가고 싶을 때 가야죠.”고청민은 말하며 눈치를 보지 않았다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28화 하지원에게 적합한 심장

    30분 후, 성동철과 고청민이 병실에서 나왔다. 성동철은 걱정스럽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의사가 병원에 며칠 더 있으라 했잖니? 왜 말을 안 들어? 적어도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이렇게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잖아. 치료 시간을 늦출 수도 있다고...”고청민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창백한 얼굴은 햇살처럼 부드러워 보였다.“괜찮아요. 집에 있는 의료 장비로도 충분해요.”성동철은 한숨을 쉬며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집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 집에 있으면 이 녀석을 더 볼 수 있잖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고...’성동철은 운전기사에게 차를 병원 앞에 대라고 지시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는 병원 입구의 벤치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주변을 둘러보며 의아해했다.“지안이 여기 앉아 있지 않았니? 어디 갔지?”고청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고운 속눈썹은 한껏 아래로 드리워 있었다. 눈에 감춰진 복잡한 감정이 보이지 않게 덮여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지원이도 보이지 않네. 네가 전화를 걸어 연락해 봐. 이제 집에 가야 한다고...”성동철은 난처한 표정으로 고청민에게 말하며, 심지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는 계속 부재중이었다.고청민은 하지원에게 전화를 걸지 않고 바로 말했다.“지원이 오빠가 찾으러 왔어요. 아마도 지안 씨는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간 것 같아요. 저희 먼저 집에 가죠.”성동철은 방금 의사가 자신에게 따로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빨리 집에 가서 외국의 의료 전문가들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그래. 우리라도 먼저 가자.”‘성연신이 지안이를 데려갔을 수도 있어. 어쨌든 지안이는 다 큰 어른이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야.’넓은 승용차 안에서, 고청민이 갑자기 성동철에게 말했다.“할아버지, 제가 죽으면 제 심장을 지원이에게 주세요.”어차피 죽으면 남겨둘 이유가 없으니,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 덕을 쌓는 일일 것이다.성동철은 얼굴빛이 변하며 호통쳤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27화 날 원망하지 마,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심지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하지원을 바라보며 말했다.“모든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인생을 바칠 수 있는 것은 아니야.”심지안은 사랑의 위대함에 감탄했지만, 그런 희생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하지원은 심지안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왜냐하면 난 인간미가 있고, 지안 씨는 없으니까요. 임시연이 당신 앞에서 죽었을 때, 살아있던 한 생명이 죽었는데도 지안 씨는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인 것처럼 무관심했잖아요.”심지안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지금까지의 무심한 태도를 거두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하지원을 쳐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맞아요. 임시연은 내 아이를 훔치고, 내 남자를 빼앗고, 내 결혼을 망쳤어요. 게다가 여러 번 나를 죽이려고 했었죠. 이번에 죽은 사람이 임시연이 아니었다면, 다음번에 죽을 사람은 나일 수도 있어요. 지금 임시연이 죽어서 폭죽이라도 터뜨리고 싶은 마음이니까, 자기 일 아니라고 그런 쉬운 소리 하지 마세요!”처음에는 임시연의 죽음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곧 심지안은 깨달았다. 임시연의 죽음은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그녀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임시연은 살아서 더 많은 사람을 해치려 했기에 어쩌면 이렇게 죽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원은 심지안의 큰 목소리에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고, 잠시 말을 잃었다.“지원 씨는 사랑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난 아니에요. 날 냉정하다고 생각해도 좋아요.”심지안은 하지원과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하지원도 불쌍한 사람일 뿐이었다. 심지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로 들어가려 했다. 한 발을 내딛자, 하지원이 다시 말을 걸었다.“정말로 청민 선배를 도와줄 생각이 없는 거예요? 사람 하나 구한다고 생각해 줘요... 평생 고마워할게요.”심지안은 잠시 멈칫했지만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그건 도움을 청하는 게 아니라 도덕적 강요에요.”심지안은 친구로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26화 잘 살아가기만 하면 돼

    성동철은 깜짝 놀라 지팡이도 잊은 채 급히 움직였다. 카펫에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휘청거리며 2층으로 올라갔다.집사는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 전화를 걸었고, 남은 하인들은 손님들을 휴식 공간으로 안내했다. 연회 내내 활기찼던 분위기가 갑자기 혼란스럽고 긴장된 분위기로 바뀌었다.심지안은 찡그린 얼굴로 성동철의 뒤를 따라 고청민의 방으로 들어갔다.커튼은 빛 한 줄기도 들어오지 못하게 꽉 닫혀 있었지만, 문을 열자 짙은 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하인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서 전원 스위치를 켜자, 방 안은 갑자기 밝아졌다.우드톤 가구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옷들도 정리되어 소파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심지안은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고청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심지안은 약간 열려 있는 화장실 문을 바라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이때, 하지원이 화장실을 가리키며 말했다.“안에 있어요.”성동철은 떨리는 손으로 화장실 문을 열었다.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바닥에는 붉은 핏자국이 가득했다.고청민은 욕조 안에 누워 있었다. 옷은 물에 젖어 축축하게 몸에 붙어 있었고, 두 손은 욕조 가장자리에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머리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어 원래 창백한 피부가 더욱 하얗게 보였다.고청민은 말라비틀어진 채 생기가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성동철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손가락을 고청민의 코 밑에 대어 보았다. 그는 길게 숨을 내쉬며 하인들에게 소리쳤다.“구급차가 일찍 도착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 빨리 차에 태워서 병원으로 데리고 가!”하인들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고청민을 욕조에서 꺼냈다.심지안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겁에 질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녀는 혼이 나간 하지원을 바라보았다.“청민 씨... 어쩌다 이렇게 된 거죠? 왜 이렇게 피를 많이 흘린 건가요?”이 상황이 마치 자살을 암시하는 것 같았지만, 하지원은 그 말을 입 밖에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25화 남겨진 이들의 그리움

    심지안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말 좀 해봐요. 정말 시연 씨가 죽길 바란 거예요? 시연 씨가 죽으면 속 시원할 것 같았냐고요!”변석환은 심지안에게 소리쳤다. 울부짖는 변석환의 두 눈은 심하게 충혈되어 무섭게 보였다. 그리고 그의 큰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변요석과 성연신이 먼저 달려왔다. 성연신은 심지안을 보호하며 변석환을 몇 걸음 뒤로 밀어냈다. 성연신의 행동은 냉담하면서도 약간의 분노가 섞여 있었다.“지안 씨 앞에서 임시연 그 여자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마. 다시 한번 실수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하하하! 살인범을 감싸고 도는 건가요?”변석환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맞아요. 시연 씨의 죽음에는 당신과 심지안 씨도 책임이 있어요.”“퍽!”변요석은 변석환의 얼굴을 한 대 때렸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정신 차려. 임시연은 원래 죽어 마땅한 여자야! 더 이상 나를 창피하게 만들지 마!”변석환은 변요석을 바라보며, 맞은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며 중얼거렸다.“원래 죽어야 했고... 맞아... 나를 속이고 이용했어... 죽어 마땅한 여자야...”하지만 변석환은 스스로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 없었다.임시연이 죄를 지었음을 알고 있었지만, 변석환은 여전히 너무나도 힘들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녀를 미워하면서도 그녀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변요석은 주변에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의식하며 분노를 억누르고 변석환에게 경고했다.“지금 당장 성씨 가문을 떠나. 네가 정신 차리고 지안 씨에게 사과할 준비가 되면... 그때 돌아와.”변석환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비틀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순간, 사람들 사이로 문득 익숙한 그림자를 본 것 같았다.변석환은 그 그림자를 쫓아갔지만,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변석환은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고, 그제야 그것이 자신의 착각임을 깨달았다.살아 있는 사람은 죽은 사람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다. 임시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24화 우리 아이는 엄마를 잃었어요

    자책하는 심지안을 보는 성연신은 가슴이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연히 아니죠. 임시연의 죽음은 지안 씨와 아무 상관없어요. 그러니까 혼자 그런 생각 하지 마요.”심지안도, 성연신도, 그 누구도 임시연이 거기서 뛰어내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을 것이다.임시연이 심지안 앞에서 그리고 성원 그룹에서 죽은 건 심지안과 성연신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제가 잘못되어 죽는다 해도 살아있는 사람들도 마음이 편하진 않을 테니까 그걸 노리고 뛰어내렸던 것 같다.성연신도 놀라긴 했지만 직접 본 게 아니니 그리 큰 충격은 받지 않았는데 문제는 심지안이었다.물론 임시연도 죽을 줄은 모르고 뛰어내렸겠지. 그냥 크게 다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게 감옥에 있는 것보단 나으니까 뛰어내린 걸 텐데 이렇게 죽어버려서 심지안만 힘들어하고 있었다.심지안은 공허한 눈으로 성연신을 보며 웃어보려 했지만 표정이 잔뜩 굳어있어서 웃는 게 우는 것보다 더 이상했다.“당신 말이 맞아요. 임시연은 천벌 받아서 죽은 건데 내가 기뻐하는 게 맞죠.”“그래요, 안 뛰어내렸어도 경찰한테 잡혀서 자유롭진 못했을 거예요.”성연신은 심지안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내가 지안 씨더러 임시연 잡아놓으라고 한 거잖아요. 귀신이 되어도 날 찾아올 거니까 지안 씨는 아무 걱정 하지 마요.”그때 오지석이 사실은 사람들을 데리고 올라오려 했지만 임시연이 미리 눈치를 채고 송준에게 도움을 청할까 봐 성연신이 말렸었는데 임시연이 이렇게 극단적인 사람인 줄 알았더라면 심지안을 절대 혼자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알겠어요.”긴장이 풀렸는지 심지안이 눈을 살짝 감으며 말했다.“나 아까 제대로 못 쉬어서 좀 잘래요.”“그래요, 내가 옆에 있을게요.”“네, 할아버지랑 우주한테는 나 병원에 있단 말 하지 마요.”“네.”가족들이 괜히 걱정할까 봐 신신당부를 하고서야 심지안은 침대에 누웠다.제 앞에 앉아있는 듬직한 성연신을 보니 안심이 되는지 그렇게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한편 성연신은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제1123화 자신을 지키는 방법

    그렇게 회의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누구는 임시연을 구하겠다고 1층으로 달려 내려가고 누구는 창가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아직 살아있어요!"그 모습을 보고 있던 심지안은 사람들의 인영이 환영처럼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머리도 어지럽고 귀에 까지 이명이 들려 온 세상이 흐릿하게 보였다.임시연이 뛰어내리는 결말을 예상해본적은 없었는데, 3층이 아주 높진 않지만 그렇다고 낮은 층수도 아니었다.조금 정신을 차린 심지안은 사람들의 질책이 담긴 시선을 느꼈다. 그들은 저들끼리 수군대며 심지안을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사모님도 너무 하시지, 어떻게 사람을 뛰어내릴 때까지 몰아붙여? 저러면 밤에 악몽 안 꾸나?""그리고 왜 자꾸 연다빈 씨한테 임시연이라고 하는 거야? 너무 간 거 아니야?""다빈 씨가 죽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럼 사모님이 살인자 되는 거야?""다빈 씨가 귀신 돼서 사모님한테 복수하겠다고 찾아올 것 같아요."그 말을 듣고 있던 심지안은 이마에 힘을 주며 소리질렀다."내가 몰아붙인 거 아니고 본인이 뛰어내린 거야. 나랑 상관 없다고."심지안의 호통에 수군거림은 사라졌지만 그녀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매정했다.다들 "연다빈"에게 일이 생기면 심지안 책임으로 돌릴 준비가 되어있는 듯 싶었다.심지안은 애써 심호흡을 하며 현기증을 이겨내려 했다. 그리고 구급차를 부르려고 뒤를 돌 때 마침 이곳으로 뛰어오는 성연신과 오지석을 발견했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 성연신이 빠르게 다가와 심지안의 어깨를 잡으며 주드럽게 다독였다."괜찮아, 내가 왔잖아. 내가 알아서 할게."속눈썹이 떨릴 정도로 긴장하고 있던 심지안은 마침 다가오는 성연신을 보고 무슨 말이 라도 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말을 채 내뱉기도 전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시간이 조금 흘러 심지안이 눈을 뜬 곳은 병원이었다.흰 벽과 소독약 냄새, 그리고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성원 그룹 직원 자살 사건은 임시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