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야, 아버지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아!”성형찬은 급히 해명했다.“쿨럭, 쿨럭, 쿨럭. 나 같이 힘없는 늙은이가 왜 무섭지 않겠어.”성수광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허벅지를 치며 하소연 했다.“네가 오기 전에 경영권을 여광이한테 물려주라고 협박했어. 내가 아직 이렇게 살아있는데 벌써 다 빼앗아 가려고 하다니, 서러워서는...”심지안은 주먹을 쥐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성형찬 부자를 노려보고는 성수광을 위로했다.“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절대로 할아버지와 우주를 방치하지 않을 거예요.”성수광이 먼저 그녀에게 은혜를 베풀었고 임시연도 자신과 성연신 때문에 할아버지를 아프게 했다.이런 위기 상황에서 그녀는 당연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성수광은 안도하며 말했다.“네가 고생이 많아.”‘이봐, 눈빛을 보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잖아. 내가 잘못 보지 않았어.’성여광은 심지안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고 있자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허허, 고청민은 네가 여기 있는 걸 알아? 지조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결혼식 전날에 전남편 집으로 달려오다니, 수치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이제 가야 할 때라는 걸 알 텐데.’심지안은 표정이 바뀌며 무의식적으로 휴대전화가 들어있는 가방을 만졌다.고청민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만 아직 그녀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괜찮아요. 고모가 있고 싶을 때까지 있으면 돼요. 저랑 할아버지는 고모가 평생 여기 있어도 좋아요.”성우주가 가장 먼저 심지안을 감싸고 돌았다. 그녀에 대한 태도는 옆에 있는 두 부자보다 훨씬 친밀했다.성형찬은 눈앞에 있는 기세등등한 남자아이를 노려보았다. 그는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만약 하루빨리 이 조카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성연신 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성형찬과 성여광은 여전히 출세하지 못할게 뻔하니 차라리 어렸을 때 처리하는 것이 나았다.심지안은 성형찬의 눈에 비친 살기를 눈치채고는 흠칫하며 성우주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성여광은
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활짝 웃었다.“그래. 네가 크면 돈 벌어서 나한테 써.”“네! 꼭 그렇게 할 거예요!”---------달이 떠오른 밤, 성씨네 집.심지안이 막 주차를 마치자, 가정부가 뛰어왔다.“아가씨, 어르신께서 찾으십니다.”“아직 안 주무세요?”벌써 밤 11시가 넘었는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성동철에게 있어서 10시를 넘으면 밤을 새우는 것과 같았다.“아니요. 계속 아가씨와 도련님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심지안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청민씨가 아직 안 들어왔어요?”“아직이요.”그녀는 머리를 ‘탁’ 치며 후회했다.‘그러니까 어르신께서 지금까지 기다리시지. 내일이 결혼식인데 신랑신부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속이 타시겠지.’성씨네 집 정원은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심지안은 성동철이 연못에서 연꽃을 감상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특히 조용한 밤에는 맑은 호수가 마음을 가라앉게 한다.연못에 도착하니 과연 성동철이 있었다.심지안은 걸음을 재촉함과 동시에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왜 아직 안 주무세요. 내일 팬더곰 되시겠어요.”성동철은 손에 옥을 쥐고 주무르고 있었다. 그는 자애로운 얼굴로 물었다.“이제 내가 싫어진 거냐? 너희들이 조금만 일찍 왔어도 내가 밤을 새울 일은 없잖아.”“아니에요. 늦게까지 기다리시게 한 저희가 잘못했는걸요.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심지안은 성동철의 팔을 감싸안고는 호수를 바라봤다.개구리 울음소리는 여름에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비록 고청민에게 시집을 가지만 앞으로 줄곧 성씨네 집에 머물 것이니 예전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하지만 외손녀를 시집보내는 건 처음이라서 몇 마디 당부할 말이 있었다.“너 오늘 성씨 집에 갔어?”심지안은 이 말이 나올 줄은 몰랐어서 깜짝 놀랐다. 그녀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솔직히 대답했다.“네, 할아버지는 늘 저에게 잘해주셨어요. 오늘 성씨 집에 좀 일이 있었어요.”“성연신이 교통사고 난
성동철은 낯빛이 어두워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착각했나 보지.”비서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네네. 그럼 일찍 쉬세요.”-------------제원파크, 산책로 근처.비 온 뒤의 땅은 미끄럽고 울퉁불퉁했다. 게다가 가로등도 없어서 걷기 힘들었다. 자칫 잘못하면 넘어지기 십상이었다.교통사고 현장은 비 때문에 많은 흔적이 씻겨나갔지만, 땅에 새겨진 자국들은 사고 당시 참혹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송준은 고청민 옆으로 다가와 절벽 아래를 내려다봤다. 천 길 낭떠러지는 보기만 해도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떨어질까 봐 무섭지도 않아요?”“떨어지면 죽을까요?”고청민은 하루 종일 비옷을 입고 있었는데 꽁꽁 싸매고 있어 온몸이 습기에 둘려싸여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그의 맑고 무정한 연갈색 눈은 속내를 알 수 없게 했다.“당연하죠.”“저렇게 높고 바닥에는 뾰족한 돌멩이들이 가득한데 살아남을 수가 없죠.”“그럼, 왜 성연신의 시체를 찾지 못하는 거죠?”고청민은 비아냥거리며 곁눈질로 그를 쳐다봤다.송준은 화내지 않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아래가 저렇게 커서 빨리 찾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지금 상황으로선 설사 살았다고 해도 이런 환경에서 며칠 버티지 못할 겁니다.” 깊은 산속, 머나먼 길.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을 찾는다는 것만 해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못 찾는다면 죽음을 의미한다. 설사 찾는다 하더라도 살려내기는 어렵다.고청민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당신 추측일 뿐이에요. 정작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성연신을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도망치게 했잖아요.”“비밀조직이 그렇지 뭐.”“뭐 이렇게까지 화를 낼 필요가 있어요?”송준은 못마땅해하며 말했다.“성연신을 찾지 못한다고 해서 살아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혹시 알아요? 이미 늑대들한테 뜯어먹혔을지.”“죽었다는 뜻도 아니죠.”“
고청민은 입술을 꽉 깨물고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우리 결혼식 날에 성연신 뉴스를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아니요...” 심지안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조심스레 말했다.“저는 그냥 궁금해서, 다른 뜻은 없었어요.”“다른 남자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던데요?”“이 일은 하루 종일 인터넷에서 난리인데 제가 보지 않으려 해도 어쩔 수 없잖아요.”그녀는 좀 억울했다. 고청민의 날카로운 말투가 어색했다.고청민은 밖에서 밤을 새우고 기쁜 마음으로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위한 신성한 의식을 치르러 돌아왔는데 정작 그가 직면한것은 이렇게 큰 ‘서프라이즈’였다. 참 아이러니했다.“그건 핑계잖아요?”심지안은 할 말이 없었다. 하나는 그녀가 확실히 봤고, 다른 하나는 팔로우도 했다.다만 마음속으로 고청민처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어쩌면 자신이 잘못한거일지도 몰랐다.심지안은 고청민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꼬리를 내리고 대답했다.“안 볼게요. 오늘 결혼식인데 우리 싸우지 마요, 네?”하지만 이런 그녀의 태도는 고청민이 보기에 그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었다.그는 거칠게 심지안의 휴대전화를 빼앗고는 그 속에서 수상한 흔적을 찾으려 했다.하지만 휴대전화는 아주 깨끗했다. 어제 받지 못한 전화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전화번호는 저장되어 있지 않아 고청민은 무시해 버렸다.“혹시 지운 거 아니예요?”그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심지안은 속상해하며 대답했다.“아니에요. 그리고 제가 뭘 지울 수 있겠어요?”“누가 알아요? 당신이랑 성연신이 몰래 연락한 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성연신은 지금 생사도 불투명한데 지금 이런 얘기는 아무 의미도 없잖아요. 오늘은 그냥 즐겁게 보내면 안 돼요? 내가 그렇게 미덥지 않아요?”심지안은 세련된 메이크업을 했지만, 그 속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그놈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당신이 이렇게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하는 건지. 설마 같이 따라서 죽기라도 하겠다는 거야?”고청민은 소유욕이
고청민은 온몸에 짜릿한 전율을 느꼈는데 아마도 떠난다는 세 글자가 너무 가슴 아프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의 병적인 흐릿한 눈빛에 약간의 깨끗한 기운이 서서히 돌아왔다. 그는 빨갛게 물든 심지안의 눈을 바라보며 어쩔 바를 몰라 하며 사과했다. “지안 씨, 미안해요... 방금 내가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어요.”“우리는 곧 부부가 될 거잖아요. 청민 씨에게 날 끔찍하게 사랑해달라고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의 신뢰 하나만은 꼭 바랄게요.”심지안은 다른 사람에게 신뢰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고 다시는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심지안은 고청민의 평소와 사뭇 다른 비일상적인 행동은 용서할 수 있었다. 사람은 성자가 아닌 이상 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다.고청민이 요새 회사에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지도 모른다.고청민의 매몰찬 말들이 심지안에게 큰 상처를 주었지만, 그녀는 그 말들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싶지 않았다.고청민은 머리를 푹 숙였고 후회의 빛이 눈에 반짝였다. “다 내 잘못이에요. 맹세컨대 앞으로 꼭 고칠게요.”“옆방에 옷을 갈아입으러 가세요. 패션 디자이너가 청민 씨를 쭉 기다리고 있어요.”심지안은 자발적으로 고청민에게 자리를 떠날 핑계를 줬고 거울을 향해 몸을 돌려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고청민은 심지안의 예쁜 옆모습을 유심히 쳐다보며 오늘은 자신이 극도의 분노로 충동을 참지 못해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은 사람에게 지나치게 연연하는 자신이 어리석어 보였다.하지만 그가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아마도 고청민은 여전히 그의 존재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고청민은 심지안의 기억을 5년 전으로 멈추게 하는 비열한 수단을 사용하고 심지어는 비밀 조직과 연합하여 성연신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설계까지 짰다.하지만 과연 이 정도의 잔머리로 심지안의 마음을 진심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고청민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날카로운 턱선이 굳은 선으로 뭉쳐졌다.지금 상황에서 성연신은 가장 큰 잠재적 위험 요소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진유진은 적당히 얼버무려 넘겼지만 사실 그녀는 절친을 도와보려고 고청민을 떠본 것이었다.만약 고청민이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집불통인 심지안이 결혼하자마자 이혼하겠다고 난리를 피우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서로 마음이 통하는 단짝으로서 심지안이 어렵게 찾은 행복이니까 이 일을 안 이상 그냥 방치할 수 없었다. 고청민은 손가락을 비틀며 몸에 자연스럽게 늘어진 손을 꽉 쥐고 이내 놓았다. 손등의 푸른 핏줄은 뭔가를 억제하고 있는 듯 부풀어 올랐지만 말투는 더욱 부드럽고 차분해졌다. 고청민은 자연스럽게 대답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말했는데 말투에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든 제가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아직 제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잖아요. 성연신과 지안이의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물론 받아들이죠.” 고청민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지안 씨의 아이는 내 아이이니까, 내 자식처럼 대해줄 거예요.”진유진은 예상외의 대답에 꽤 놀랐지만 가슴을 도닥이며 안심하는 미소를 지었다. “청민 씨 이 대답만 있으면 충분해요.”“성연신이 유진 씨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했어요?”“아니요.”“그럼 정욱 씨가 유진 씨에게 연락했겠네요.”이 말은 질문이 아니라 확신의 어조였다.그는 진유진과 정욱의 관계가 꽤 괜찮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시체도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사라진 성연신이 심지안에게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하지만 정욱은 뭔가를 알아챘을 것이 분명해 보였고 그 시점은 아마도 제원 파크에 가기 직전이었을 것이다.진유진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며 의혹에 찬 눈빛으로 고청민을 쳐다봤다. 고청민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고 조급함이나 분노 대신 솔직함과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더 자세하게 얘기해줄 수 있나요? 지안 씨와 나의 미래에 관한 얘기라면 내가 알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지금은 말할 수 없어요. 결혼식이 끝나
심지안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성연신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심지안은 헛것인 줄 알고 저도 모르게 눈을 연신 깜박였다.눈을 다시 동그랗게 떴을 때, 성연신은 여전히 눈앞에 있었다.엄청난 기쁨이 순식간에 밀물처럼 몰려와 심지안의 가슴을 채웠고 흥분으로 인해 창백했던 얼굴이 빨갛게 타올랐다. 빨간 얼굴은 야들야들한 블러셔를 바른 것처럼 자연스러운 피부톤으로 빛났다.심지안은 자기가 왜 이 정도로 희열을 느끼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속 썩이던 남자가 살아있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것이었다.‘우주의 아빠가 아직 살아있다.’성연신은 앞으로 다가와 심지안 앞에 멈춰 섰다. 그는 깊은 호수처럼 그윽한 봉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안 씨, 오는 길에 좀 볼 일이 있어 이렇게 늦었어요. 어제 성씨 집안에 가 제 아버지 편을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요.”“연신 씨, 죽은 게 아니었군요!” 심지안은 놀라움에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그녀의 흑백이 선명한 눈동자에서 보석 같은 눈물이 반짝였다.그녀는 너무 기뻐서 울음을 터뜨렸지만 눈물이 흐르는 사실을 알아챌 겨를이 없었다.“운이 좋았어요. 마침 잘 아는 사람을 만났거든요.” 성연신은 가벼운 말투로 이틀 동안에 몸소 겪었던 위험한 여정을 살짝 언급했고 심지안의 부드럽고 하얀 어깨를 꽉 잡았다. “홍지윤이 저에게 진실을 털어놨지만 지금은 지안 씨 협조가 필요해요. 이제 우리 아이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거예요.”그는 성우주의 신분을 갑작스럽게 공개하지 않고 비교적 보수적으로 말했다.성연신은 정욱이 바친 녹음 펜에 담긴 녹음을 다 들었고 논리적인 문제는 없지만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심지안을 바라보는 성연신의 눈빛에 깊은 사랑이 짙게 묻어나왔다.성연신이 심지안에게 느끼는 감정이 이 정도로 짙은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리조트에서 보낸 그 밤, 그의 영혼까지 뽑아갈 정도로 오매불망 그리웠던 실루엣은 너무나 익숙하고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그 밤이 지난
성연신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고 심지안에게서 받은 상처가 이내 잘생긴 얼굴에 번졌다. 그는 그윽한 눈동자를 심지안의 눈에 고정하며 그녀의 영혼을 파헤치려는 듯 말했다. “맞아요, 저는 뻔뻔하고 구질구질한 사람이에요. 뭐라 해도 좋으니까 오늘 지안 씨를 꼭 데려갈 거예요. 지안 씨도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아요. 지안 씨는 고청민을 아예 좋아하지 않잖아요. 전 지안 씨가 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강제로 결혼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하지만 알아두어야 할 건 저 성연신이 그 누구보다도 지안 씨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거예요. 만약... 고청민이 신뢰할 만한 남자라면 전 당연히 결혼식을 방해하지 않고 단지 예쁜 신부도 구경할 겸 두 분을 축복하러 왔을 거예요.”하지만 고청민은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사랑하는 여자가 실수로 불타는 구덩이에 빠지는 것을 두손놓고 구경만 할 수 없었다.심지안은 붉게 달아오른 입술을 살며시 벌렸지만 성연신의 진심 어린 시선을 마주치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통제된 감정이 풀려 정지된 것처럼 두 사람의 두 눈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흘러나왔다.심지안의 머릿 속에 짜릿한 전류가 스쳐 지나는 것 같았다.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보이지 않는 엄청난 무게의 망치가 머리를 내려쳤고 격렬한 고통이 순식간에 밀물처럼 몰려왔다.심지안은 물에 빠진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아팠고 한순간에 짜증이 그녀를 확 덮쳤다. 심지안은 성연신을 거칠게 밀치며 혐오에 찬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당장 꺼지세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성연신의 마음은 너무 아팠지만 얼굴에는 티 내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강제로 밖으로 데려가려 했다.“저랑 갑시다.”“미쳤어요? 이 손 놓으세요!”지금 이 시각 장원에 모여있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당당하게 나가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성연신은 모든 걸 내려놓고 나갈 수 있지만 그녀는 성씨 가문의 체면을 지켜야 했다.게다가 지금 나가면 그들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