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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내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

그 깊은 밤에 잠도 자지 않고 깨어있었다니. 심연아와 헤어진 뒤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지나간 인연에겐 다시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강우석이 깊은 밤 전화해 무엇을 하려 했든 전혀 관심이 없다.

심지안은 샤워를 마친 뒤 성연신과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

오늘은 파란 하늘이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화창한 날씨였다. 사무실에서 심지안의 책상은 창가 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창문을 여니 산산이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한결 들떠 올랐다. 손가락에도 그 흥이 전해졌는지 리듬을 타며 끊임없이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지안 씨, 아래에서 누가 찾아요.”

얼마가 지났을까. 프런트에서 그녀에게 말을 전하러 왔다.

심지안은 이어폰을 내려놓고 말했다.

“알겠어요. 내려갈게요.”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그녀의 눈에 강우석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가 눈썹을 찌푸렸다.

“여긴 왜 왔어?”

“지안아, 보광 그룹에 입사하게 된 걸 축하해.”

강우석은 머리가 살짝 헝클어졌을 뿐 얼굴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크서클이 시커멓게 내려앉았고 살도 많이 빠진 듯했다.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기운도 없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축하의 말에선 진심이 느껴졌다.

“내가 여기에서 일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파혼하러 심 씨 집안에 갔을 때 연아한테 들었어.”

강우석이 잠시 고민하고는 일렁이는 가슴을 애써 가라앉히고 말했다.

“주원재와 연아에 관한 일 말이야. 사실이야?”

심지안이 침묵하다가 당장이라도 뿜어져 나올 것 같은 그의 눈동자와 시선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야. 심연아는 흥신의 프로젝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주원재에게 접근했어.”

“제기랄. 나쁜 년!”

그날 그토록 섹시한 옷차림으로 연설아와 쇼핑을 하러 갔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분명 주원재를 만나러 갔을 것이다.

강우석은 주원재에게 약혼녀를 빼앗긴 사실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그가 주혁재의 아들이라는 것 때문에 이를 악물고 분노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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