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마우스를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성연신은 핸드폰을 가지고 놀며 고개를 들어 심지안을 보지도 않았다. 심지안은 화가 치밀었으며 작은 손으로 그의 책상을 힘껏 쳤다.“성연신!”‘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는 방법도 배웠어?’나무처럼 무덤덤한 성연신은 정말 미웠다. 성연신은 몸을 움찔하더니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앞의 사람을 똑똑히 보고는 얼굴의 먹구름 같은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왜 왔어요?”“환영하지 않아요?”“아니에요.”성연신은 살포시 웃었으며 온화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왔어요?”“오고 싶으면 올 수 있죠. 싫으면 말하세요. 다음부터 오지 않을 거예요.”심지연은 눈살을 찌푸렸다.“쓸데없는 생각 마세요.”성연신은 기뻐했다. 여태껏 혼자 주동적으로 연락하다가 오늘 그녀가 처음 찾아오자 꿀을 먹은 것처럼 달콤했다.심지안은 얼굴을 약간 붉히며 콧방귀를 뀌었다.“언제부터 능글능글하게 말하는 방식을 배웠어요?”“억울해요.”성연신은 그녀를 소파에 앉힌 후 직접 주스를 한 잔 따라 그녀의 손에 쥐여주며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말한 것은 다 사실에요.”‘정말이에요?”“예전에 나는 혼자였어요. 당신을 알고 나서, 특히 우주를 가진 후에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달았어요.”평범한 일상이지만 행복했다.심지안의 눈빛은 멍해졌다. 성연신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왜 나를 멀뚱멀뚱하게 쳐다봐요? 지안 씨를 진심으로 대하고 더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는다고 했어요. 이러는 내가 싫은가요?”성연신은 웃음을 터뜨렸고,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애지중지 쓰다듬어 주었다.“그럼요, 제때 사랑을 표현하는 게 중요해요.”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우주가 크면서 아빠 사랑이 빠져서는 안 돼요. 연신 씨는 내성적이고 냉정해서 아이는 당신이 그를 그렇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오해할 수 있어요.”비록 사람들은 흔히 아버지의 사랑은 말이 없다고
심지안은 한숨을 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위로를 해주지 않아도 돼요.”“제 말 좀 들어보세요.”그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나는 지안 씨가 어떤 병에 걸렸는지 알고 있어요. 불치병이 아니니 두려워하지 마세요.”심지안은 성연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거짓말을 하는지 의심했다.“불치병이 아닌지 어떻게 알았어요? 불치병이 아니면 도대체 무슨 병이에요?”‘전에 외국에서 두통약을 가져오더니, 설마 진작에 그녀의 상태를 알고 있었단 말인가?’‘그럼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나는 일찍이 지안 씨의 건강상태가 이상함을 발견하고 엄교진 교수를 찾아갔어요. 어르신도 당신의 병세를 알고 있어요. 당신에게 비밀로 한 건 엄 교수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재차 당신을 자극할까 봐 걱정되어 말하지 않았어요.”“대체 어떤 병이길래 자극할까 봐 알려주지도 않으세요? 난 당사자이니 진실을 알아야 해요.”심지안은 격동되어 고함을 질렀다. 분명히 자신의 사생활이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지라 세상 사람들에게 속히 운 것 같아 화가 났다.“엄 교수님을 믿지 못하면, 나와 어르신은 믿을 수 있으세요?”그녀가 불치의 병에 걸리면 그는 지금과 같이 침착할 수 없다.그는 그녀가 자신의 세계에서 또다시 사라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가 죽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설사 세상에 다시 살아나는 약이 없다 하더라도, 그는 차라리 존재하지도 않는 기적을 만들지언정 그녀가 떠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우주가 없었다면 그는 저세상에 따라가 그녀와 함께 있었을 것이다.심지안은 힘껏 성연신의 손을 뿌리치면서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당신을 믿기에 이제야 물어보고 있어요!”엄교진 교수 말대로 그녀를 위해서임을 알고 있으나 이렇게 하면 그녀는 오만 가지 생각에 더욱 힘들어진다.성연신은 눈을 감았다. 잘생긴 얼굴에는 여러 가지 생각 때문에 표정이 바뀌었다.심지안은 때마침 그의 표정의 변화를 포착하고 즉시 그의 약간 거친 손을 잡았다. 부드러운
성연신과 심지안이 보광에서 나와보니 안철수와 소민정은 이미 사라졌다.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팔꿈치로 옆 남자를 건드렸다. "안철수가 유혹당한 게 아닐까요?”성연신은 실눈을 뜨고 콧소리를 냈다.“응?”심지안은 계단을 오를 때 보았던 그 장면을 그대로 들려주었다.그러자 성연신은 안색이 변하며 안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통했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다.안철수는 서민정을 공항으로 배웅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가 성연신의 명령을 어긴 것은 난생처음이었다.성연신이 안철수와 소민정을 찾아갔을 때 그들은 술집에 있었다.어두컴컴하고 시끄러운 환경, 남녀가 댄스장에서 요란하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저기에 있어요.”성연신보다 시력이 좋은 심지안은 사방을 스캔하여 구석에 있는 안철수와 소민정을 찾아냈다.철수가 손에 술잔을 들고 술을 마시려고 했다.갑자기 아름다운 그림자가 튀어나와 그의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땅에 떨어뜨렸다.'우당탕'하는 소리는 술집 안에서 주의를 끌지는 못했지만, 안철수의 분노를 일으켰다.안철수는 의아한 눈빛으로 민채린을 보았다. 민채린은 깨진 유리 조각을 가리키며 말했다.“마시지 마! 그녀가 안에 약을 넣었어!”소민정의 눈에는 알 수 없는 표정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더니 애꿎은 말투로 말했다.“언니 오해한 거 아니에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요.”“시치미 떼지 마세요. 당신의 수작은 다 내가 써봤던 수단이에요! 좋으면 대범하게 따르고, 저질한 수작을 부리지 마세요.”성연신을 갖고 싶으면서 안철수에게 곁눈질했다.욕심쟁이!안철수는 갑자기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소민 씨가 너처럼 염치없을 줄 아니?”계집애가 한계가 없을 줄이야!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한 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소민정은 보수적이고 수줍음이 많아 민채린과는 달랐다.민채린은 기분이 언짢아져서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뻔뻔해? 네가 내 물건을 가지려다 발생한 일이야!”“솔직히
말을 마치자,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본 민채린은 한바탕 웃었다. 그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요염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은 주위 남자들까지 이쪽으로 쳐다보게 눈길을 끌었다.안철수도 포함했다.안철수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니 마음속에서는 알 수 없는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날 의상실에서 그녀가 그의 허벅지에 걸터앉아 긴 머리를 흔들며 땀을 뻘뻘 흘리는 장면이 떠올랐다...분명 그런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는데도 그녀는 주도권을 쥐고 그를 한 번도 체험해보지 못한 경지로 인도했다.민채린이 이유 없이 크게 웃자 소민정은 겁이 났다. 그녀는 안철수와 함께 장소를 옮겨 계획을 계속 실행하려고 했다.그녀가 두 번이나 안철수를 잡아당겼으나 안철수는 반응이 없었다.소민정은 의심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 안철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술집의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민채린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소민정은 위기를 감지하였다.소민정은 민채린을 질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다시 한번 힘껏 안철수를 잡아당겼다. 안철수는 이제야 망연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왜?”소민정은 화가 나서 피를 토할 것 같은 심정을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철수 오빠, 난 이 여자가 무서워요. 우리 다른 곳에 가서 계속 이야기할까요?”안철수는 머뭇거리며 거절했다.“하지만 대표님께서 10시까지 공항에 데려가라고 했어. 이젠 새벽 1시가 되었어. 더는 지체할 수 없어.”안철수는 소민정의 애걸을 못 이겨 마지막 얘기를 하려고 이곳에 왔다. 그녀는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하며 자신과 좀 더 있고 싶어 했다. 하여 그는 명령을 어기고 승낙했다.돌아가서 처벌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공항 쪽 접선인이 소민정을 기다리지 못해 대표님에게 보고할 것이다.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신고당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소민정은 안철수가 자신의 요구를 거절할 줄 몰랐다.민채린의 입술은 그녀의 뒤편을 가리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가지 마세요, 당신의 오빠가 왔어요.”소민정은 흠칫 놀라며 몸을 돌렸
“루갈로 돌아가 채찍 100대를 벌로 내리고 올해 보너스도 차감이에요.”성연신의 목소리는 아주 차가웠고 감정의 변화를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네.”안철수가 대답하더니 고개를 들어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그럼 소민정은...”“그게 당신이랑 뭔 상관이죠?”“아닙니다. 저는 그저 소민정이 큰 병을 이겨내고 이제 겨우 깨어났으니 대표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성연신은 입꼬리를 끌어당기더니 나른한 기색은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의 징조 같았다.“벌하지 않을 거예요.”안철수는 안도하더니 감격스러워 말했다.“대표님의 너그러운 아량에 감사드립니다.”소민정은 어리둥절해 하더니 하얀 얼굴에 알 수 없는 득의양양함이 피어올랐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심지안을 바라보았다.분명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많은 말을 한 것 같았다.심지안은 덤덤하게 고개를 들었다. 소민정보다 키가 큰 그녀는 눈을 내리뜨고 여유로운 자태로 말 한마디 없이 순간 소민정의 기세를 꺾어버렸다.소민정의 안색이 묘하게 바뀌더니 등을 곧게 폈다.‘키가 크면 뭐해? 남자들이 좋아하는 건 나 같은 여자인데!’민채린과 심지안은 키가 거의 170cm이 넘으니 너무 부담스러웠다.“오호?”민채린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성연신을 바라보았다. 분명 뒷말이 있을 것이다.역시, 성연신의 말에 소민정은 제자리에 멍하니 굳어졌다.“민정이는 더 이상 루갈의 멤버가 아니니 당연히 벌할 필요가 없지.”제멋대로 행동하고 조직의 계획을 따르지 않는다면 반드시 그 후과를 책임져야 하는 법이다.안철수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환청이라도 들은 줄 알았다.“대표님, 그건...”심지안과 민채린은 서로를 바라보며 별로 놀라지 않는 눈치였다.성연신이 소민정에 대한 인내심이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소민정은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선을 넘어버렸다.지금 제경의 돈과 권세는 전부 성연신의 손아귀에 있었다.하지만 소민정은 지난날 루갈에 대한 자신의
안철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성연신이 차를 몰고 가려하는 것을 보고 빠르게 한마디 했다.“일단 호텔 잡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시간 나면 찾으러 갈 테니까 다시 상의해봐요.”말을 마친 안철수는 곧장 뛰어가 차에 올라탔다.소민정은 그들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며 허탈한 듯 땅바닥에 주저앉아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얼마나 울었을까, 눈물이 마르고 나서야 멈추었다.아무도 없는 거리를 바라보며 그녀는 성연신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모두 심지안 때문이야!’소민정은 분노와 질투에 휩싸여 복수하고 싶었다.‘분명 심지안 그년이 오빠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렸을 거야!’소민정은 문득 한 사람이 생각났다. 그 사람도 심지안을 극도로 미워하니 둘이 손잡고 심지안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차 안, 민채린은 영어 노래 한 곡을 흥얼거리면서 구석에 웅크려 풀이 죽은 안철수를 바라보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조수석에 앉은 심지안은 몸을 돌려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휴대폰 좀 줘봐요. 확인할 게 있어요.”민채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뭐요?”“소민정이 몰래 약을 탄 장면이요.”민채린이 그렇게 확고하다는 것은 분명 증거가 있을 것이다.이때 안철수의 눈빛이 요동치더니 고개를 들어 민채린을 보았다.민채린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오만하게 말했다.“개인 물품이에요. 지안 씨가 달라고 하면 제가 줘야 해요?”“좋아요, 그럼 차에서 내리세요. 이 차는 저희 개인 물품이거든요.”“이봐요. 지금 새벽 3시예요. 한밤중에 길에 차는커녕 귀신도 없는데 꽃다운 나를 길바닥에 버리고 간다고요?”심지안은 웃으며 말했다.“안심해요. 다음 버스정류장에 내려줄게요. 3시간만 기다리면 첫 버스 탈 수 있어요.”민채린은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참 고맙네요. 그런데 이 차는 지안 씨 소유가 아니잖아요?”심지안은 눈을 깜박이며 성연신의 팔짱을 끼더니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말했다.“제 소유는 아니죠. 하지만 우리 신이 물건은 제 거나
안철수는 말없이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이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더는 민채린을 상대하지 않고 말이다.영상은 길지 않았다. 2배속으로 영상을 다 본 다음 심지안은 고개를 돌려 성연신에게 말했다.“민정 씨가 이런 식으로 제 죽에도 약을 탔을까요?”무고한 얼굴로 그녀는 악독하고 비열한 일을 저지르고 있었다.겉모습으로만 봤을 때는 확실히 다른 사람의 의심을 사기 어려워 보였다.특히 소민정은 예전에 잘해온 전적이 있었기에 너무 설치지 않는 한 남은 생은 루갈과 함께 무난하게 살 수 있었다.성연신이 차가운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소민정을 이렇게 쉽게 루갈에서 보내줄 수는 없어요.”남에게 해를 끼치면서 결국 자신도 피해를 보는 상황인 것이다.자신도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 뻔하면 과거는 제쳐두고 진작 단념했어야 했다.세월이 흐름에 따라 사람은 변하리라는 것을 성연신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소민정의 변화도 불가피했다.다만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건 처음부터 소민정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지 않았다는 것이다.사실 안철수도 소민정을 필터 낀 눈으로 바라보기는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상관없다.모든 필터는 그들 사이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 여지를 남기지 않고 한 방에 깨져버릴 것이.심지안은 그를 흘끗 쳐다보고는 말없이 핸드폰을 뒷좌석에 있는 안철수에게 건넸다.안철수는 고개를 떨구고 머리를 흔들며 낮게 말했다.“안 볼래요.”“상처받았어요?”안철수는 고개를 더 숙였다.“조금요.”소민정은 그에게 있어 늘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그가 속상해할 때, 그녀는 그를 격려해주었다.그가 꾸중을 들었을 때, 그녀는 그를 위로해주었다.루갈이 막 설립되었을 때, 소민정은 안철수에게 매우 좋은 사람 같아 보인다며 의지하고 싶다고 말했었다.그 뒤, 그녀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자 안철수는 거의 죽을 만큼 괴롭고 슬퍼했다. 하지만 다행히 상연신이 해외에서 유명한 의사를 데려와 그녀를 살려냈다.그렇게 하루 또 하루가 지나 그녀는 마침내 깨어났다.하지만 눈 깜
‘여자 혼자 밤길을 걷는 건 위험할 텐데...’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이미 브레이크를 밟은 상연신이 백미러를 통해 민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내리셔도 됩니다.”그러자 민채린은 단호하게 차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상연신은 문을 닫았고 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는 민채린과 동행하는 것에 전혀 이의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성우주와 심지안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의 생사도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 생각했으니 말이다.심지안이 말했다.“철수 씨 말이 좀 심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상연신은 머리를 끄덕였다.“조금 그렇긴 했어요.”안철수는 묵묵히 차 뒤를 바라보더니 이내 차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민채린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점점 사라져갔다.‘내 말이 조금 지나쳤을진 몰라도... 어쨌든 채린 씨도 좋은 여자는 아니잖아?’마음이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안철수는 그걸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그럼 왜 채린 씨 내리게 그냥 놔둔 거예요?”심지안은 이해하지 못했다.“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그렇죠. 왜요? 그럼 안 돼요?”상연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심지어는 정말 진지하게 궁금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그러자 심지안의 입가에 있던 미소가 갑자기 굳어졌다. 그러고는 묵묵부답하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상연신도 본인 관점에서 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내일 엄 교수님한테 가야 하니까 오늘은 푹 쉬어요.”“알겠어요.”내일의 계획을 언급하자, 심지안은 순식간에 안철수와 민채린의 시비를 뒤로한 채 조금 긴장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그녀는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어떤 방식으로 최면을 풀어야 할지 몰랐다.‘만약 치료에 실패하면, 난 정말 정신병자가 되려나...’...오늘 밤, 심지안 뿐만이 아니라 안철수도 마찬가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는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다가는 벌떡 일어나 달빛을 올려다보기도 했다.그러다 마침내 핸드폰을 들고 소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