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치자,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본 민채린은 한바탕 웃었다. 그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요염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은 주위 남자들까지 이쪽으로 쳐다보게 눈길을 끌었다.안철수도 포함했다.안철수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니 마음속에서는 알 수 없는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날 의상실에서 그녀가 그의 허벅지에 걸터앉아 긴 머리를 흔들며 땀을 뻘뻘 흘리는 장면이 떠올랐다...분명 그런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는데도 그녀는 주도권을 쥐고 그를 한 번도 체험해보지 못한 경지로 인도했다.민채린이 이유 없이 크게 웃자 소민정은 겁이 났다. 그녀는 안철수와 함께 장소를 옮겨 계획을 계속 실행하려고 했다.그녀가 두 번이나 안철수를 잡아당겼으나 안철수는 반응이 없었다.소민정은 의심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 안철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술집의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민채린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소민정은 위기를 감지하였다.소민정은 민채린을 질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다시 한번 힘껏 안철수를 잡아당겼다. 안철수는 이제야 망연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왜?”소민정은 화가 나서 피를 토할 것 같은 심정을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철수 오빠, 난 이 여자가 무서워요. 우리 다른 곳에 가서 계속 이야기할까요?”안철수는 머뭇거리며 거절했다.“하지만 대표님께서 10시까지 공항에 데려가라고 했어. 이젠 새벽 1시가 되었어. 더는 지체할 수 없어.”안철수는 소민정의 애걸을 못 이겨 마지막 얘기를 하려고 이곳에 왔다. 그녀는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하며 자신과 좀 더 있고 싶어 했다. 하여 그는 명령을 어기고 승낙했다.돌아가서 처벌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공항 쪽 접선인이 소민정을 기다리지 못해 대표님에게 보고할 것이다.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신고당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소민정은 안철수가 자신의 요구를 거절할 줄 몰랐다.민채린의 입술은 그녀의 뒤편을 가리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가지 마세요, 당신의 오빠가 왔어요.”소민정은 흠칫 놀라며 몸을 돌렸
“루갈로 돌아가 채찍 100대를 벌로 내리고 올해 보너스도 차감이에요.”성연신의 목소리는 아주 차가웠고 감정의 변화를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네.”안철수가 대답하더니 고개를 들어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그럼 소민정은...”“그게 당신이랑 뭔 상관이죠?”“아닙니다. 저는 그저 소민정이 큰 병을 이겨내고 이제 겨우 깨어났으니 대표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성연신은 입꼬리를 끌어당기더니 나른한 기색은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의 징조 같았다.“벌하지 않을 거예요.”안철수는 안도하더니 감격스러워 말했다.“대표님의 너그러운 아량에 감사드립니다.”소민정은 어리둥절해 하더니 하얀 얼굴에 알 수 없는 득의양양함이 피어올랐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심지안을 바라보았다.분명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많은 말을 한 것 같았다.심지안은 덤덤하게 고개를 들었다. 소민정보다 키가 큰 그녀는 눈을 내리뜨고 여유로운 자태로 말 한마디 없이 순간 소민정의 기세를 꺾어버렸다.소민정의 안색이 묘하게 바뀌더니 등을 곧게 폈다.‘키가 크면 뭐해? 남자들이 좋아하는 건 나 같은 여자인데!’민채린과 심지안은 키가 거의 170cm이 넘으니 너무 부담스러웠다.“오호?”민채린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성연신을 바라보았다. 분명 뒷말이 있을 것이다.역시, 성연신의 말에 소민정은 제자리에 멍하니 굳어졌다.“민정이는 더 이상 루갈의 멤버가 아니니 당연히 벌할 필요가 없지.”제멋대로 행동하고 조직의 계획을 따르지 않는다면 반드시 그 후과를 책임져야 하는 법이다.안철수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환청이라도 들은 줄 알았다.“대표님, 그건...”심지안과 민채린은 서로를 바라보며 별로 놀라지 않는 눈치였다.성연신이 소민정에 대한 인내심이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소민정은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선을 넘어버렸다.지금 제경의 돈과 권세는 전부 성연신의 손아귀에 있었다.하지만 소민정은 지난날 루갈에 대한 자신의
안철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성연신이 차를 몰고 가려하는 것을 보고 빠르게 한마디 했다.“일단 호텔 잡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시간 나면 찾으러 갈 테니까 다시 상의해봐요.”말을 마친 안철수는 곧장 뛰어가 차에 올라탔다.소민정은 그들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며 허탈한 듯 땅바닥에 주저앉아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얼마나 울었을까, 눈물이 마르고 나서야 멈추었다.아무도 없는 거리를 바라보며 그녀는 성연신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모두 심지안 때문이야!’소민정은 분노와 질투에 휩싸여 복수하고 싶었다.‘분명 심지안 그년이 오빠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렸을 거야!’소민정은 문득 한 사람이 생각났다. 그 사람도 심지안을 극도로 미워하니 둘이 손잡고 심지안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차 안, 민채린은 영어 노래 한 곡을 흥얼거리면서 구석에 웅크려 풀이 죽은 안철수를 바라보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조수석에 앉은 심지안은 몸을 돌려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휴대폰 좀 줘봐요. 확인할 게 있어요.”민채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뭐요?”“소민정이 몰래 약을 탄 장면이요.”민채린이 그렇게 확고하다는 것은 분명 증거가 있을 것이다.이때 안철수의 눈빛이 요동치더니 고개를 들어 민채린을 보았다.민채린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오만하게 말했다.“개인 물품이에요. 지안 씨가 달라고 하면 제가 줘야 해요?”“좋아요, 그럼 차에서 내리세요. 이 차는 저희 개인 물품이거든요.”“이봐요. 지금 새벽 3시예요. 한밤중에 길에 차는커녕 귀신도 없는데 꽃다운 나를 길바닥에 버리고 간다고요?”심지안은 웃으며 말했다.“안심해요. 다음 버스정류장에 내려줄게요. 3시간만 기다리면 첫 버스 탈 수 있어요.”민채린은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참 고맙네요. 그런데 이 차는 지안 씨 소유가 아니잖아요?”심지안은 눈을 깜박이며 성연신의 팔짱을 끼더니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말했다.“제 소유는 아니죠. 하지만 우리 신이 물건은 제 거나
안철수는 말없이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이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더는 민채린을 상대하지 않고 말이다.영상은 길지 않았다. 2배속으로 영상을 다 본 다음 심지안은 고개를 돌려 성연신에게 말했다.“민정 씨가 이런 식으로 제 죽에도 약을 탔을까요?”무고한 얼굴로 그녀는 악독하고 비열한 일을 저지르고 있었다.겉모습으로만 봤을 때는 확실히 다른 사람의 의심을 사기 어려워 보였다.특히 소민정은 예전에 잘해온 전적이 있었기에 너무 설치지 않는 한 남은 생은 루갈과 함께 무난하게 살 수 있었다.성연신이 차가운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소민정을 이렇게 쉽게 루갈에서 보내줄 수는 없어요.”남에게 해를 끼치면서 결국 자신도 피해를 보는 상황인 것이다.자신도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 뻔하면 과거는 제쳐두고 진작 단념했어야 했다.세월이 흐름에 따라 사람은 변하리라는 것을 성연신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소민정의 변화도 불가피했다.다만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건 처음부터 소민정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지 않았다는 것이다.사실 안철수도 소민정을 필터 낀 눈으로 바라보기는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상관없다.모든 필터는 그들 사이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 여지를 남기지 않고 한 방에 깨져버릴 것이.심지안은 그를 흘끗 쳐다보고는 말없이 핸드폰을 뒷좌석에 있는 안철수에게 건넸다.안철수는 고개를 떨구고 머리를 흔들며 낮게 말했다.“안 볼래요.”“상처받았어요?”안철수는 고개를 더 숙였다.“조금요.”소민정은 그에게 있어 늘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그가 속상해할 때, 그녀는 그를 격려해주었다.그가 꾸중을 들었을 때, 그녀는 그를 위로해주었다.루갈이 막 설립되었을 때, 소민정은 안철수에게 매우 좋은 사람 같아 보인다며 의지하고 싶다고 말했었다.그 뒤, 그녀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자 안철수는 거의 죽을 만큼 괴롭고 슬퍼했다. 하지만 다행히 상연신이 해외에서 유명한 의사를 데려와 그녀를 살려냈다.그렇게 하루 또 하루가 지나 그녀는 마침내 깨어났다.하지만 눈 깜
‘여자 혼자 밤길을 걷는 건 위험할 텐데...’심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이미 브레이크를 밟은 상연신이 백미러를 통해 민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내리셔도 됩니다.”그러자 민채린은 단호하게 차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상연신은 문을 닫았고 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는 민채린과 동행하는 것에 전혀 이의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성우주와 심지안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의 생사도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 생각했으니 말이다.심지안이 말했다.“철수 씨 말이 좀 심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상연신은 머리를 끄덕였다.“조금 그렇긴 했어요.”안철수는 묵묵히 차 뒤를 바라보더니 이내 차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민채린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점점 사라져갔다.‘내 말이 조금 지나쳤을진 몰라도... 어쨌든 채린 씨도 좋은 여자는 아니잖아?’마음이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안철수는 그걸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그럼 왜 채린 씨 내리게 그냥 놔둔 거예요?”심지안은 이해하지 못했다.“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그렇죠. 왜요? 그럼 안 돼요?”상연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심지어는 정말 진지하게 궁금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그러자 심지안의 입가에 있던 미소가 갑자기 굳어졌다. 그러고는 묵묵부답하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상연신도 본인 관점에서 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내일 엄 교수님한테 가야 하니까 오늘은 푹 쉬어요.”“알겠어요.”내일의 계획을 언급하자, 심지안은 순식간에 안철수와 민채린의 시비를 뒤로한 채 조금 긴장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그녀는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어떤 방식으로 최면을 풀어야 할지 몰랐다.‘만약 치료에 실패하면, 난 정말 정신병자가 되려나...’...오늘 밤, 심지안 뿐만이 아니라 안철수도 마찬가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는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다가는 벌떡 일어나 달빛을 올려다보기도 했다.그러다 마침내 핸드폰을 들고 소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죄송합니다,
엄 교수는 처음으로 환자로부터 위로를 받았고, 그로 인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을 느꼈다. 심지안이 현재 상황이 되기까지, 그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었다. 만약 제자에 대한 믿음이 없었더라면, 고청민의 말만으로 절대 진료하지 않았을 것이다.이때 도윤지가 들어와서 알렸다.“교수님, 예약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진행하셔야 합니다.”엄 교수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컨디션을 조절하며 진료 준비에 들어갔다....최면을 깨우는 일은 긴 시간이 걸리는 진료에 속했다.오전 내내 진료를 보고 난 후, 최면 해지술이 종료된 후에는 심리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3일 동안 병원에 머무르게 된다.성연신은 정욱에게 노트북을 가져다 달라고 하며, 밖에 앉아 업무를 보며 심지안을 기다렸다.도윤지는 진료실에서 밖으로 나오자마자,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탁자 앞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는 성연신을 마주하게 되었다.셔츠의 단추를 가장 위까지 단정하게 채운 성연신이 일에 집중한 프로패셔널한 모습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심리학 연구소 전체가 그로 인해 빛나는 듯했다.그런데 그의 안색은 어두웠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때때로 고개를 들어 심지안의 병실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도윤지는 한참 동안 성연신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녀는 고청민과 같은 따뜻한 남자를 좋아하지만, 눈앞 남자의 잘생긴 얼굴과 품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일반인들이 감히 넘보지도 못할 대상이었다.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명의 뛰어난 남자의 마음은 모두 심지안을 향해 있었다.도윤지는 자기 얼굴을 어루만지며, 자신이 예쁘장하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남자들을 만나지 못하는 현실이 정말로 야속하다고 탄식했다.그녀는 한쪽으로 가서 휴대전화를 만지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하지원의 SNS를 보게 되었다.며칠 동안 하지원은 몇 장의 사진을 더 업데이트했는데, 모두 고청민과의 행복한 일상을 과시하는 것들이었다. 일부는 고청민을 위해 만든 요리를
도윤지는 놀람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놀란 이유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고청민은 정말로 심지안을 잊지 못한 채로 지내고 있었고, 하지원과 함께한 것은 모두 연극에 불과했다.그럼에도 슬펐던 이유는 고청민의 마음속에 여전히 심지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청민은 아직도 전혀 좋아할 만한 가치가 없는 여자를 좋아하고 있었다.도윤지는 쑥스러워하며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청민 선배,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언제부터 엄 교수님과 연락하기 시작했던 거야?”고청민은 그녀의 안부를 무시하고 바로 물었다.“음... 어제였어요.”“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알고 있어?”“그 부분은 모르겠어요,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어서 엿들을 기회가 없었어요. 단지 그들이 오랫동안 이야기 나누었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심지안 씨가 떠난 후로 교수님의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그리고 바로 오늘의 수술을 준비하고 수술실을 세팅하셨어요. 심지안 씨에게 직접 시술하려고 한다는 것 외에는 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요.”그녀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선택했다. 지금까지는 업계의 엘리트로 간주하지 않았지만, 업계의 일부 전문 용어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는 깊이 있는 심리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고청민은 매우 오랫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청민 선배? 듣고 계세요?”“...”“괜... 괜찮으세요?”그의 숨결에서 설명할 수 없는 억압감이 느껴졌다. 마치 태양을 가린 검은 구름이 늘어져, 한 줄기도 빛조차 새어 나갈 수 없는 영원히 어둠 속에 잠긴 사람처럼 느껴졌다. 햇빛을 보고 싶지만, 동시에 기꺼이 어둠 속에 잠식되고 싶다고 심정을 대변하듯 말했다.“괜찮아...”다음 순간, 고청민은 평온을 되찾았다. 그저 목소리가 이전보다 더욱 부드럽고,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심지안이 치료를 마치면 나에게 알려줄 수 있겠어?”고청민의 요청에 대해 도윤지
작고 습하고 낡아빠진 숙소는 꿉꿉한 냄새를 풍겼다.임시연은 회색 린넨 롱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화장기가 없는 얼굴로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이미 바랜 테이블을 손가락 끝으로 쓸어내며 서서히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눈물이 고인 두 눈에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넘쳐났다.“심지안이 선을 넘은 거예요. 성연신을 놓아줬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지긋지긋한 이 싸움을 끝내지 않고 저와 석환 씨 사이를 강제로 갈라놓으려고 해요. 덕분에 저는 집도 없이 떠돌고 있어요. 이 세상에서 심지안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저일 것입니다. 이래도 저를 믿지 못하겠어요?”소민정은 시선을 돌리며 얼굴에 두려움이 스쳤다.“당신이 심지안을 싫어하는 걸 알고 있고, 나도 그녀를 싫어하지만, 우리에겐 심지안을 적대할 만한 힘이 없어요.”“우리의 손에 피를 묻힐 필요는 없죠.”“세부적으로 말해봐요.”“안철수 씨가 민정 씨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지금 그는 성연신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부하죠. 안철수 씨를 이용해 보아요.”이 말을 들은 소민정은 단번에 임시연의 뜻을 알아챘다. 그리고 어제 안철수가 망설이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분노를 느꼈고 경멸하는 어투로 대답했다.“안철수 씨는 그저 겁쟁이일 뿐이에요. 연신 오빠 앞에서는 방귀도 못 뀔 거예요. 그에게 큰 기대를 걸 수는 없어요.”“그것은 민정 씨가 그에게 준 유혹이 부족해서 성연신을 배신할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죠.”“하하하, 안철수 씨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어요. 그는 연신 오빠의 하인인데, 어떤 개가 주인을 배반하겠어요?”임시연의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개가 주인을 물어 죽인 사례는 끊임없이 나타났어요.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자신의 매력을 믿어요.”소민정은 그녀를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저에게 위험을 감수하라고 요구하면서 스스로는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거예요?”“그럴 리가요... 저도 안철수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