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그 사람 보러 안 가면 안 돼요?”아들은 찡그린 얼굴로 불만스럽게 말했다.“매번 가면 질문이 너무 많아요! 정신병원에서 나온 사람 같다니까요.”말하다가 너무 화가 났는지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짜증을 냈다.내 영혼은 허공에 떠 있었다. 그의 잔뜩 찌푸린 얼굴을 보며 순간 너무 마음이 아팠다.우리는 한 달에 한 번 겨우 만날 수 있어서 나는 그가 오기 며칠 전부터 준비했다. 가장 재밌는 곳에 데려가고 손수 간식도 만들어주면서 그저 아이가 행복해하기만을 바랐다.하지만 놀랍게도 나를 만나지 않는 게 그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었다.평온한 표정으로 아들에게 옷을 입히던 남편 허성준은 사랑이가 나를 언급하자 얼굴을 찡그렸다.“한 달에 한 번만 만나는 거잖아. 이건 할머니의 요구니까 조금만 참아. 할머니 화나게 하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그녀를 만나러 가야 해. 알겠지?”말을 마친 그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나는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허성준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런 말을 들으니 마음은 여전히 아팠다.“사랑아. 돌아오면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가서 엄마 말 잘 들어!”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다시 현실로 끌어당겼다. 남편의 첫사랑 이지수는 아들을 다정하게 안고 있었고 아들은 기쁘게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나는 지수 아줌마가 제일 좋아요! 난 아줌마가 말한 대로 매번 그 여자가 물어보면 항상 대답을 잘해줬어요.”이야기하다가 사랑이는 이지수의 귓가에 일부러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지수 아줌마는 언제 아빠랑 결혼해서 내 엄마가 될 거예요?”말이 끝나자 남편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농담처럼 경고했다.“사랑아! 지수 아줌마 놀리지 마!”이지수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며 수줍어했다.“네 아들 얼른 안아가. 나는 더 이상 못 키우겠어!”허성준은 손을 흔들며 말없이 웃고는 부드럽게 이지수를 바라보았다.나는 공중에 뜬 채 옷장 뒤에 숨어 이 따뜻한 장
“성준 형, 도대체 얼마나 원한이 깊었으면 사람 팔을 이렇게 으깨놨을까!”그는 코를 막고 약간 형태가 남아 있는 팔꿈치를 허성준에게 보여주었다.허성준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멸균 장갑을 끼고 손을 뻗어 쓰레기통 안에서 남은 팔 조각을 찾기 시작했다. 쓰레기통의 악취와 피비린내가 뒤섞여 파리들이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았다.임태민 형사가 곁에서 중얼거렸다.“성준 형, 요즘 이 동네가 뒤숭숭하대요. 이달 초에는 밤에 누군가 처참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잖아요. 다들 신고하려고 보니 다음날에는 조용하더래요.”그는 말하면서 아파트 쪽을 흘낏 쳐다보았다.“성준 형, 저기... 형수님에게도 말해주지 그래요?”이 말에 허성준은 임태민을 흘끗 쳐다보고는 다시 내가 사는 쪽을 쳐다보며 차갑게 대꾸했다.“흠.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위험해도 그 여자만은 멀쩡할 거야! 안 죽어. 마약까지 하는 여잔데 뭐가 무섭겠어!”분명 햇빛이 쨍쨍한 날인데도 빛은 전혀 내 몸엔 닿지 않는 것 같았다.임태민이 민망하게 웃으며 입을 다무는 손짓을 하는 걸 보자, 나는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나는 말해주고 싶었다. 나를 위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왜냐면 월초에 울부짖던 사람이 바로 나였고 지금 너희들 앞에 있는 으깨진 팔도 내 것이니까.너희들도 더 이상 나 때문에 혼날 일 없을 것이다.허성준은 돌아가는 길에 이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요즘 동네가 시끄러워. 너희들 조심해. 내 아들 데리고 함부로 싸돌아다니지도 말고!”엄포 같지만 장난스럽게 들렸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도 능청스럽게 받아쳤다.“알았어. 알았어! 얼른 일보세요, 우리 허성준 형사님!”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허성준의 찌푸린 이마를 펴주었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을 지나치는 순간, 그는 짜증이 밀려왔다.허성준은 우리의 채팅 기록을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내가 월초에 그에게 아들이 요즘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어본 문자가 남아 있었다.하지만 그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다시 전화 기록을 살펴보았
알고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었다.허성준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지윤청이고 가장 미워하는 사람도 지윤청이라는 것을.이것은 우리 사이에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나는 그저 풋풋한 소녀 시절에 반짝이는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겼다.하지만 그 사람은 마침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다.시부모님이 허성준과 이지수가 만나는 걸 반대하던 날, 허성준은 처음으로 그들과 언쟁을 벌였다.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렇게 무기력하고 초라한 허성준을 보았다. 그는 마치 누군가에게 악의적으로 던져진 오물 속의 연꽃처럼 점점 시들어갔다.나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서 그의 여권을 훔쳐주고 내가 모은 돈을 모두 주어 그가 이지수를 찾아가도록 도와주었다.소년이 창문을 뛰어넘는 순간, 그의 눈은 별처럼 빛났다.그는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돌아오면 역삼동의 디저트를 사주겠다고 했다.그게 우리가 마지막으로 친구처럼... 대화한 순간이었다.하지만 그는 이지수를 찾지 못했다.집으로 돌아온 후. 그는 예전의 활기찬 모습과는 달리 방에 틀어박혀 술만 마셨다.가장 심하게 마신 날, 그는 나를 이지수로 착각했다.그때가 내가 처음으로 그를 소유한 순간이었다.발각된 후 시부모님은 그에게 나와 결혼하라고 강요했고 나는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그는 벌게진 눈으로 내 어깨를 꽉 붙잡고 이유를 물었다.나는 임신했다고, 그에게 가정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미친 듯이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었고 심지어 내가 열여덟 살 때 그에게 준 생일 선물까지 부숴버렸다. 부수다가 지쳤는지 그는 벽에 기대어 멍한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윤청아! 너 정말 뻔뻔해.”나는 허성준이 이지수를 5년간 사랑했고 이지수도 허성준을 십 년이나 사랑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나는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그는 힘껏 나를 밀쳤다. 그 바람에 유리 조각이 손바닥에 박혔고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붉은색은 벌게진 눈으로 나한테 질문하던 그 눈빛과 너무 닮았다....“성준 형! 빨리 와! 다른 곳에서 한쪽 다리를
허성준은 돌아가는 길에 채팅창을 열어 나에게 음성을 보냈다.“윤청아, 이렇게 잠수 타면 재밌어? 이런 장난은 좀 그만두면 안 되겠니?”화가 났는지 그의 목소리는 두세 옥타브 올라갔다.“창피하지도 않아? 우리 6년 후에 이혼하기로 했으니까, 이제 두 달 남았어. 그러니 제발 나 좀 귀찮게 하지 마!”...6년이다. 6년이란 세월 동안 우리의 대화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이런 쓸데없는 짓 좀 그만해, 나는 먹고 싶지 않아!”“사랑의 일에는 신경 쓰지 마. 너 같은 엄마가 있다는 게 내가 다 창피하니까!”“너 어디 아프냐? 말했잖아, 필요 없어!”...‘허성준, 나 진짜 아팠어. 그래서 너를 놓아주기로 했던 거야.’허성준이 이지수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를 맞이한 건 폭죽이었다.화려한 리본이 머리 위로 떨어지고 따뜻한 조명이 얼굴을 비추니 그는 온화하고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아빠, 지수 아줌마가 드디어 우리 엄마가 될 수 있어요!”사랑이는 허성준이 들어오자마자 그의 다리를 안고 흔들었다.그가 물어보려는 순간, 이지수가 이혼 계약서를 건넸다.내 이름은 이미 거기 서명되어 있었다. 그것은 내가 떠나기 전에 이곳으로 보낸 것이었다.이걸 그의 생일 선물로 주면 분명 좋아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허성준은 익숙한 글씨를 보며 문득 마음속에서 뭔가가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내용을 보면 서명한 사람이 얼마나 큰 결심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모든 조항이 허성준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었고 지윤청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랑이도 원하지 않았다.“아빠, 안 기뻐요?”그의 바짓자락을 붙잡고 있던 사랑이가 물었다.허성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귀는 솜으로 틀어막은 듯 사랑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그는 그저 돌아가서 지윤청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비밀번호는 변하지 않았지만, 방안은 텅 비어 있었다. 예전에는 테이블 위에 음식이 가득했지만, 이제는 먼지만 남아 있었다. 소파 위에 정
그날 나는 허성준과 함께 경찰서로 갔다. 그는 여러 군데를 뛰어다니며 전화를 걸고 내 핸드폰 위치를 확인하며 최근 마약 밀매자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을 수색했다.원래 일 처리가 깔끔한 허 형사였지만 녹성읍으로 가는 도중 여러 번 신호를 위반했고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임태민을 불렀다.허성준은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최근에 실종된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마치 실종된 사람이 그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듯 그는 밤을 새워 충혈된 눈으로 물었지만, 사람들은 그저 위로하듯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없다고 했다.“형, 혹시... 다른 소식이라도 있는 거예요? 어제 듣자 하니...”임태민은 허성준의 이렇게 멍한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넋이 나간 건 아니지만 어딘가 어수선해 보였다.나중에 그들이 떠나려고 할 때, 과일 장수 아저씨가 그들을 붙잡았다.“방금 들었는데 자네들 화안구 쪽에서 왔다며? 혹시 지윤청이라는 아가씨를 찾아줄 수 없겠나?”아저씨는 품에서 지폐 한 묶음을 꺼내 허성준에게 건네주었다.“그 아가씨, 몇 달째 계속 성묘하러 왔다가 우리 손녀가 나에게 짐이 되기 싫어 물에 빠져 죽으려는 걸 살려줬어. 떠날 때 온몸이 흠뻑 젖었으면서도 유일하게 남은 돈을 나에게 다 주더라고.”...아저씨가 무슨 말을 했는지 허성준은 사실 잘 듣지 못했다. 그는 그저 어렴풋이 지윤청이 전화가 왔던 게 기억났다.“녹성에 와줄래? 나 돈이 다 젖어서 갈 수가 없어.”나중에 추워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지만, 그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그날은 눈이 정말 많이 내렸고 바람도 많이 불어 나뭇가지들이 힘겹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그는 한창 앞치마를 두르고 국을 끓이고 있었고 그 뒤에는 장난치며 노는 애인과 아이가 있었다.“허 반장님! 빨리 와요! 누군가 팔 하나를 집에 배달했어요! 아주머니는 기절했고요!”“성준아, 윤청이가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냐? 네가 좀 찾아주렴.”시어머니는 팔목에 있는 익숙한 팔찌를 보고는 바로 기절했다가 깨어난 뒤 계속 중얼거렸다.
나는 육체의 고통이 어떤 느낌인지 벌써 잊어버린 지 오랬다.하지만 영상 속, 땅바닥에 엎드려서 허우적대며 바닥을 긁는 내 모습을 보니 영혼마저 떨리기 시작했다.그때 나는 처음으로 이지수와 마약 밀매업자 사이에 거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나의 손발은 묶여 있었고 입과 코는 막혀 있었으며 눈은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익숙한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오는 것을 들었다.“이 사람이 허성준의 아내야. 그녀를 먼저 죽여줘야 내가 허성준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고 공포와 두려움은 나를 본능적으로 소리 지르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누군가 눈가리개를 벗겨주었고 그때 내가 본건 굵은 주사기와 옆에서 비웃으며 지켜보고 있는 이지수였다.흉터남은 주사기를 들고 말없이 내 얼굴에 손바닥을 날리며 외쳤다.“조용히 해!”나는 여전히 그들에게 겁주려고 했다.“성준은 꼭 나를 구하러 올 거야. 너희는 벌 받을까 두렵지도 않아?”그러자 그들은 거리낌 없이 큰 소리로 웃었다.몸은 계속 떨렸고 밧줄에 묶인 손은 긴장으로 손톱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이지수는 다가와서 주사기를 받아들고 웃으면서 내 피부에 조금씩 찔러넣었다.“성준은 널 사랑할지도 몰라. 하지만 네가 마약을 하게 되면...그는 아마 너를 버리겠지.”...차가운 감각이 뇌로 전해지고 곧이어 온몸에 벌레들이 물어뜯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두피부터 머릿속, 그리고 흐르는 피까지 온통 요동치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나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지만 돌아오는 건 더 많은 종류의 마약뿐이었다.혈관과 머릿속은 터질 것 같았고 엎드린 채 바닥을 긁어 손톱은 다 부러졌다...나중에 허성준이 도착했을 때, 그가 본 것은 헝클어진 산발로 마약을 흡입하는 내 모습이었다.그리고 이지수는 일부러 다리에 상처를 내고 거의 죽어가는 상태로 벽에 기대 나를 보며 말했다.“윤청아, 그러지 마. 성준이가 보면... 나 혼나.”이지수는 확실히 허성준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십 분 남짓 되는 영상을 보고 허성
“성준 형, 진정하세요!”임태민이 발견하고 급히 달려왔다.허성준은 그저 그를 밀어내고 이를 악문 채 흉터남을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마지막 남은 직업의식이 달려들고 싶은 그의 걸음을 붙잡았다.하지만 흉터남이 앞에 놓인 나무 상자에서 나의 엉망진창으로 깨진 머리를 꺼내 보이는 순간, 허성준은 이성을 잃고 말았다. 임태민이 아무리 막아도 그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었다.“나를 보고 싶다며?”허성준은 차분해지려고 애를 썼다.“왜 말 못 해, 겁먹은 거냐?”한가운데 서서 허성준은 칼자루를 꽉 쥔 채 그놈을 노려봤다.흉터남은 태연하게 내 머리카락을 잡고 장난치듯 흔들며 조롱했다. “네 마누라는 우리에서 뛰쳐나와 바로 옥상에서 뛰어내렸어. 그녀가 죽을 때 뭐라고 했을 것 같아?”그는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일어나 허성준의 앞으로 다가가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네가 직접 잡아서 재활센터에 넣었는데 죽었던 그 모자, 기억나? 네 마누라도 그 여자처럼 죽기 전에 네 행복을 빌어주더라. 다른 여자랑 잘 살라고 말이야.”허성준은 그 여자를 기억하고 있었다.막 직장에 들어와 처리한 첫 번째 사건이 바로 그 모자였다.사후 심문 때 그녀는 배후 주모자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자신이 한 일이라고 우겼다.어쩔 수 없이 허성준은 그들을 재활센터에 보냈고 며칠 후 그 여자는 혀를 깨물고 자살했다. 죽을 때 손에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꼭 쥐고 있었다.흉터남은 말하다가 웃더니 허성준이 방심한 틈을 타 그의 손에서 칼자루를 빼앗아 그의 어깨를 찔렀다.“너 엄청 대단한 거 아니었어? 지금 아프냐? 네 마누라는 죽기 전에 암도 걸렸던 것 같던데.”임태민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일어섰지만 제지당했다.“함부로 움직이지 마. 안에 폭탄이 있어.”나는 허공에 떠서 허성준이 빨개진 눈으로 그 칼자루를 꽉 쥐고 흉터남을 노려보는 걸 지켜봤다.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그더러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게 했다.“허성준, 네가 내 아내에게 한 모든 걸 나는 네 아내에게 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