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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알고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었다.

허성준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지윤청이고 가장 미워하는 사람도 지윤청이라는 것을.

이것은 우리 사이에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나는 그저 풋풋한 소녀 시절에 반짝이는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그 사람은 마침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다.

시부모님이 허성준과 이지수가 만나는 걸 반대하던 날, 허성준은 처음으로 그들과 언쟁을 벌였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렇게 무기력하고 초라한 허성준을 보았다. 그는 마치 누군가에게 악의적으로 던져진 오물 속의 연꽃처럼 점점 시들어갔다.

나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서 그의 여권을 훔쳐주고 내가 모은 돈을 모두 주어 그가 이지수를 찾아가도록 도와주었다.

소년이 창문을 뛰어넘는 순간, 그의 눈은 별처럼 빛났다.

그는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돌아오면 역삼동의 디저트를 사주겠다고 했다.

그게 우리가 마지막으로 친구처럼... 대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지수를 찾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후. 그는 예전의 활기찬 모습과는 달리 방에 틀어박혀 술만 마셨다.

가장 심하게 마신 날, 그는 나를 이지수로 착각했다.

그때가 내가 처음으로 그를 소유한 순간이었다.

발각된 후 시부모님은 그에게 나와 결혼하라고 강요했고 나는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는 벌게진 눈으로 내 어깨를 꽉 붙잡고 이유를 물었다.

나는 임신했다고, 그에게 가정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친 듯이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었고 심지어 내가 열여덟 살 때 그에게 준 생일 선물까지 부숴버렸다.

부수다가 지쳤는지 그는 벽에 기대어 멍한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윤청아! 너 정말 뻔뻔해.”

나는 허성준이 이지수를 5년간 사랑했고 이지수도 허성준을 십 년이나 사랑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그는 힘껏 나를 밀쳤다. 그 바람에 유리 조각이 손바닥에 박혔고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붉은색은 벌게진 눈으로 나한테 질문하던 그 눈빛과 너무 닮았다.

...

“성준 형! 빨리 와! 다른 곳에서 한쪽 다리를 발견했어!”

문밖의 소리가 내 생각을 중단시켰다.

허성준은 급하게 전화를 끊으려 했다. 전화기 너머의 어머님이 계속 말하려고 하자 허성준은 한마디만 했다.

“윤청에게도 다리가 있어요! 그렇게 걱정된다면 다음엔 다리를 잘라두세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작은 일로 나를 귀찮게 하지 마시고요!”

나는 허성준이 달려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음. 더 이상 자를 필요 없겠다. 그게 바로 내 다리니까.

“성준 형, 이 다리와 지난번에 으깨진 팔은 같은 사람의 거예요.”

임태민은 무균 장갑을 끼고 방금 하수구에서 건져낸 다리를 바라보았다.

그 다리는 이미 더러운 물에 잠겨 퉁퉁 부어있었고 진흙이 칼자국으로 찢어진 피부 속으로 파고들어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건져낸 지 얼마 안 됐는데 지나가던 행인들은 벌써 2미터 밖으로 물러났다.

“지난번 팔의 DNA 검사 결과는 나왔어?”

허성준은 그 다리를 바라보며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

“초기 검토 결과, 피해자는 녹성읍 지씨 집안 사람으로 추정됩니다.”

허성준은 잠시 멈칫했다. 익숙한 장소, 익숙한 성씨를 들으며 그는 순간 생각하는 것조차 잊었다.

허 씨 집안에 입양된 후 나는 줄곧 부모님이 묻힌 곳에 갈 기회가 없었다.

어렸을 적, 나는 항상 부모님을 찾으며 울곤 했다. 그때 허성준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해주었다.

“걱정하지 마, 나중에 네가 크면 내가 데려다줄게.”

나중에 나는 컸지만, 그는 그 약속을 잊었다.

결혼할 때 나는 그에게 간절히 부탁한 적이 있었다.

“함께 가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주면 안 돼?”

그는 그저 찡그린 얼굴로 짜증을 냈다.

“귀찮게 왜 그래? 너 무슨 낯으로 부모님을 볼 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무명 묘에는 풀이 무성할 것이다.

...

“며칠 뒤에 녹성에 다녀올 테니 최근 관련된 마약 거래 사건을 조사해 봐.”

임태민은 OK 사인을 하더니 망설이며 물었다.

“성준 형, 정말 형수님을 안 찾아볼 거예요? 예전에 형수님은 우리를 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성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성준아, 나 새로 산 목걸이가 없어졌어. 집에 와서 좀 찾아줄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는 인상을 펴더니 미소를 지었다.

“건망증이냐.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

마치 겨울날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들어온 듯 그는 입꼬리 각도마저 하트모양이었다.

그가 전화를 끊자 임태민은 다시 말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꾸중을 들었다.

“태민아, 그 이름 듣기 싫다고 했잖아! 그리고 앞으로 형수라고 부르지 마. 우리 곧 이혼할 거야.”

...

분명 이미 전에 여러 번 들었고 이혼할 준비도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직접 말하는 것을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임태민은 고개를 숙이고 억울한 듯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바보 같긴. 난 그저 네가 배고플 때 밥 한 끼를 해준 것뿐인데, 그렇게 오래 기억할 것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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