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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난 사랑의 비극
토막 난 사랑의 비극
Author: 나무귀신

제1화

“아빠, 그 사람 보러 안 가면 안 돼요?”

아들은 찡그린 얼굴로 불만스럽게 말했다.

“매번 가면 질문이 너무 많아요! 정신병원에서 나온 사람 같다니까요.”

말하다가 너무 화가 났는지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짜증을 냈다.

내 영혼은 허공에 떠 있었다. 그의 잔뜩 찌푸린 얼굴을 보며 순간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겨우 만날 수 있어서 나는 그가 오기 며칠 전부터 준비했다. 가장 재밌는 곳에 데려가고 손수 간식도 만들어주면서 그저 아이가 행복해하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를 만나지 않는 게 그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었다.

평온한 표정으로 아들에게 옷을 입히던 남편 허성준은 사랑이가 나를 언급하자 얼굴을 찡그렸다.

“한 달에 한 번만 만나는 거잖아. 이건 할머니의 요구니까 조금만 참아. 할머니 화나게 하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그녀를 만나러 가야 해. 알겠지?”

말을 마친 그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허성준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런 말을 들으니 마음은 여전히 아팠다.

“사랑아. 돌아오면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가서 엄마 말 잘 들어!”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다시 현실로 끌어당겼다. 남편의 첫사랑 이지수는 아들을 다정하게 안고 있었고 아들은 기쁘게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나는 지수 아줌마가 제일 좋아요! 난 아줌마가 말한 대로 매번 그 여자가 물어보면 항상 대답을 잘해줬어요.”

이야기하다가 사랑이는 이지수의 귓가에 일부러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수 아줌마는 언제 아빠랑 결혼해서 내 엄마가 될 거예요?”

말이 끝나자 남편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농담처럼 경고했다.

“사랑아! 지수 아줌마 놀리지 마!”

이지수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며 수줍어했다.

“네 아들 얼른 안아가. 나는 더 이상 못 키우겠어!”

허성준은 손을 흔들며 말없이 웃고는 부드럽게 이지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공중에 뜬 채 옷장 뒤에 숨어 이 따뜻한 장면을 훔쳐보았다.

한때 나도 허성준과 함께 작은 우리 집에서 아들을 안고 있는 장면을 상상했었다. 아들이 나를 엄마라 부르고 허성준도 웃으며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언제나 상상에 불과했다.

가끔 창밖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은 내 몸을 파고들지는 못했지만 내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성준 형, 빨리 와!”

허성준의 휴대폰에서 들려온 외침이 내 생각을 끊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누군가 마약을 한 모양이었다. 허성준은... 또 나를 만나러 오지 않을 핑계가 생겼다.

동시에 마음 한편으로는 그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이 사건이 허성준에게 맡겨졌으니 그 사람은 이젠 큰일 났다.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성준 형! 화안구 쓰레기통에서 으깨진 팔이 발견됐고 검사 결과, 피해자가 사망 전 다량의 마약을 복용한 걸로 나왔어! 빨리 와!”

“알았어!”

급히 전화를 끊고 허성준은 외투를 집어 들고 나가며 아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가지 말자! 나중에 네 엄마에게 설명할게.”

대문이 닫히는 순간, 나는 아들의 환호 소리를 들었다.

“그 나쁜 마약 중독자랑 안 만나도 돼! 야호!”

그래. 이제 만나지 않아도 돼. 앞으로도... 영원히.

나는 허성준과 함께 사건 현장으로 갔다. 익숙한 장소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들.

갑자기 나는 이 으깨진 팔이... 내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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