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화

“성준 형, 도대체 얼마나 원한이 깊었으면 사람 팔을 이렇게 으깨놨을까!”

그는 코를 막고 약간 형태가 남아 있는 팔꿈치를 허성준에게 보여주었다.

허성준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멸균 장갑을 끼고 손을 뻗어 쓰레기통 안에서 남은 팔 조각을 찾기 시작했다. 쓰레기통의 악취와 피비린내가 뒤섞여 파리들이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았다.

임태민 형사가 곁에서 중얼거렸다.

“성준 형, 요즘 이 동네가 뒤숭숭하대요. 이달 초에는 밤에 누군가 처참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잖아요. 다들 신고하려고 보니 다음날에는 조용하더래요.”

그는 말하면서 아파트 쪽을 흘낏 쳐다보았다.

“성준 형, 저기... 형수님에게도 말해주지 그래요?”

이 말에 허성준은 임태민을 흘끗 쳐다보고는 다시 내가 사는 쪽을 쳐다보며 차갑게 대꾸했다.

“흠.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위험해도 그 여자만은 멀쩡할 거야! 안 죽어. 마약까지 하는 여잔데 뭐가 무섭겠어!”

분명 햇빛이 쨍쨍한 날인데도 빛은 전혀 내 몸엔 닿지 않는 것 같았다.

임태민이 민망하게 웃으며 입을 다무는 손짓을 하는 걸 보자, 나는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나는 말해주고 싶었다. 나를 위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왜냐면 월초에 울부짖던 사람이 바로 나였고 지금 너희들 앞에 있는 으깨진 팔도 내 것이니까.

너희들도 더 이상 나 때문에 혼날 일 없을 것이다.

허성준은 돌아가는 길에 이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즘 동네가 시끄러워. 너희들 조심해. 내 아들 데리고 함부로 싸돌아다니지도 말고!”

엄포 같지만 장난스럽게 들렸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도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알았어. 알았어! 얼른 일보세요, 우리 허성준 형사님!”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허성준의 찌푸린 이마를 펴주었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을 지나치는 순간, 그는 짜증이 밀려왔다.

허성준은 우리의 채팅 기록을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내가 월초에 그에게 아들이 요즘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어본 문자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다시 전화 기록을 살펴보았다.

역시나 월초였다.

그때 그는 전화를 받았지만 3분 후에 끊어버렸다.

그가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면 분명히 내가 울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건 내가 마약 밀매자에게 아파트 바닥에 눌린 채로 마약을 맞으며 외치던 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가 신경 쓰는 건 오늘 이수지가 성남의 호두과자를 먹고 싶어 하는지였다.

허성준은 채팅창을 보며 몇 글자를 입력했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며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화면을 두드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던졌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태민아, 최근에 실종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줘. 가능하면 이 일대에서.”

허성준은 바깥의 아파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태민은 조수석에 앉아 허성준을 쳐다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며칠 전에 형님 부모님께서 찾아오셨어요. 형수님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이 말에 허성준은 단지 코웃음을 지었다.

차 안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그는 아마 내가 그를 만나려고 시부모님을 부추겼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경찰서로 돌아온 허성준은 사건에 몰두했다. 그는 법의학자에게 DNA 비교를 요청하고 또 최근 마약 밀매자 활동 지역을 조사했다.

그러다가 시부모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성준아, 윤청이 찾았어? 윤청이는 분명 두 주마다 한 번씩 오곤 했는데 지난번에 안 왔어. 이전에는 일이 있으면 전화도 했는데 지금은 연락이 안 돼.”

그녀는 허성준이 화를 낼까 봐 두려운 듯 점점 목소리를 낮췄다.

“윤청이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너랑 사랑이야. 네가 사랑이를 데리고 윤청이를 찾아가서 엄마가 보고 싶어 한다고 말해주면 안 될까?”

사람을 찾아달라는 아주 평범한 한마디였지만 전화기 너머 남자의 분노를 일으켰다.

“엄마! 몇 번이나 말씀드렸어요! 난 경찰이에요! 아무나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고요! 그리고 그 여자는 다리가 없대요? 필요 없으면 잘라버리라고 해요!”

자신의 말투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듯 그는 한숨을 쉬며 천천히 말했다.

“엄마, 아시잖아요...”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