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조경운은 여전히 걱정스러웠지만 모진남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그 거대한 흑용이 점점 더 가까워지자 조경운과 모진남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두 사람은 숨을 죽이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리고 하천은 여전히 그곳에 꼼짝 하지 않고 서있었다. 그런데 그 흑용이 하천과 약 50미터 거리만 남겨두고 있을 때, 하천의 몸에서는 갑자기 황금색 빛줄기들이 뿜어져 나왔고 그의 뒤에는 망망한 바다와 밝은 달이 솟아올랐다. “해상승월.” 순간 눈부신 황금빛이 하천의 온몸을 뒤덮었다. 그리고 흑용은 여전히 끊임없이 하천을 향해 돌진해왔다. 50미터, 30미터, 20미터. 쾅- 천지는 미친 듯이 흔들렸고 하천 주위의 허공에는 무수한 균열들이 생겨났다. 눈부신 황금빛은 여전히 하천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고 그 흑용은 하천과 부딪힌 것 같기도, 또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하천의 의식은 마치 또 다른 공간 속에 들어선 듯했다. 뿐만 아니라 하천과 흑용이 부딪힌 동시에 거대했던 흑용은 체구가 점점 작아지더니 하천의 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모든 것이 잠잠해진 후 조경운과 모진남을 다시 하천을 바라보았다. 이때 하천이 입고 있던 상의는 엄청난 힘의 충격으로 산산이 찢어져 버렸다. 그런데 하천의 상체에 전에 없던 흑용의 도안이 하나 생겨났다는 것을 발견했다. “흑용 문신인가?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조경운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모진남에게 의문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모진남 어르신, 저건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그러자 모진남도 하천의 몸에 새겨진 그 흑용 문신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잠시 후 무언가 깨달은 듯 말했다. “저 흑용은 원래 용신이 없는 영혼으로만 존재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하천 형제의 몸에 봉인되었으니 저런 문신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언젠가 저 용의 영혼이 정말 용신을 찾는다면 그 힘은 엄청날 것이고 하천 형제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
조경운은 천기판을 이용하여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려 했지만 그가 천기판에 힘을 주입하는 순간 갑자기 엄청난 힘이 그를 날려버렸다. 순간 조경운은 한 줌의 피를 뿜어냈다. “경운, 괜찮아?” 인기척을 들은 백우상이 얼른 달려 나왔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바닥에 쓰러진 조경운을 일으켜 세웠다. 이때 조경운은 또 한 줌의 피를 뿜어냈고 그의 표정은 엄숙하기 그지없었다. “우상, 빨리 가서 형님부터 불러줘. 그와 함께 제경에 가야 해. 서방의 마신이 곧 태어날 거야!!!” 이 소식을 들은 하천은 깜짝 놀랐고 동시에 막 휴식을 취하려던 모진남도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조경운을 찾아왔다. “경운, 무슨 일이야?”방에 들어서자마자 얼굴색이 창백한 조경운을 보면서 하천이 물었다. 그러자 조경운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방금 천기판으로 극한의 땅 쪽의 상황을 엿보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쪽에서 제가 엿보는 걸 발견했고 천기판을 통해 공포스러운 힘을 내보내 저를 공격한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하천과 모진남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고 심장이 철렁했다. “그 GPE가 만든다던 마신이 설마 벌써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단 말이야?”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조경운이 말했다. “만약 마신이 정말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아마 진정한 신령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가신의 경지에는 오른 상태일 겁니다.” “하지만 가신의 경지라고 해도 절대 쉽게 볼 건 아닙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닐 겁니다.” “형님, 우리에겐 이제 시간이 정말 없습니다. 지금 즉시 제경으로 가서 위면 선배부터 찾읍시다.” “좋아.” ... 이와 동시에 극한의 땅이었다. 꽁꽁 얼어붙은 땅, 자색 수정탑 상공에서 갑자기 거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 이 소용돌이 속에는 광대한 힘이 내포되어 있었는데 그 힘은 마치 이 세계의 힘이 아닌 듯했다. 한 줄기의 자주색 빛기둥이 공중에서부터 발사되어 내렸고 곧바로 허공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주색 수정탑 아래에
조경운이 말했다. “알 수 없습니다. 몇 달, 몇 년이 될 수도 있고 며칠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형님, 그러니 우리는 그 전에 반드시 5서를 다 모아 그 마신을 상대할 수 있는 신령의 경지에 올라야 합니다.” 이에 하천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 “그럼 제5서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그러자 조경운은 잠시 천기판을 어루만지더니 말했다. “제5서는 난세황 기서입니다. 하지만 현재 H국에 난세황 기서의 기운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말에 하천은 깜짝 놀랐다. “5권의 기서는 모두 천지의 기운이 모여 이루어진 거라고 했어. 그런데 국내에 그 난세황 기서의 기운이 보이지 없다면 제5서는 국외에 있다는 거야?” 그러자 조경운이 말했다. “5서는 우리 H국의 기운을 대표합니다. 그러니 분명 국외에 있을 리는 없습니다.” “그럼?” 조경운이 깊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형님, 저에게 시간을 좀 주세요. 제5서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려면 천기판의 힘으로 자세히 연구해 보아야 하니까요.” “좋아.” 하천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조경운은 천기판을 들고 홍루로 들어가 그 난세황 기서의 위치를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하천과 모진남은 홍루 밖을 지켰다. “모진남 선배님, 저희 에베레스트 쪽 한 번 가볼까요?” 마신이 태어났다는 사실에 이미 위면이 직접 그곳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하천은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필경 GPE란 조직에는 고수들이 너무 많았고 개조인간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모진남이 말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제5서를 손에 넣는 겁니다. 그러니 일단 조경운 선생이 제5서의 행방을 알아내기만 하면 우린 그곳부터 가야 합니다.”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모진남의 말에 하천도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조경운 쪽의 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 ...한편, 에베레스트 쪽. 눈이 펑펑 내리는 설산 위로 십자
마신은 계속 H국을 향하여 앞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대한 실력 앞에서 이 시대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했던 반신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비록 H국 반신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이 엄청난 실력 앞에 그들의 노력은 결국 계란으로 바위치는 것에 불과하지 않았다. 마신의 미간 가운데에 자리 잡은 신의 눈은 공포스러운 힘을 뿜어내 순식간에 여러 H국 반신들의 가슴을 뚫어버렸다. 이건 너무나도 잔인한 학살이었다. “H국 반신들, 별 것 없구나.” 마신은 혼자 중얼거렸는데 약간 비웃는 듯했다. “당시 강대한 신령이 그렇게 많던 이 H국도 이젠 정말 별 볼 것 없구나.” 이때 마신은 H국 경내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H국과 단 20미터 정도 남겨두고 있을 때, 하늘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 감히 우리 H국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죽일 가차없이 죽일 것이다!!!”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칼 한 자루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왔는데 순시간에 국경선 앞에 떨어졌다. 그리고 이 칼이 땅에 박히는 순간, 그 지면은 양쪽으로 균열을 일으키며 갈라지기 시작했고 거대하고 깊은 골짜기를 만들어 버렸다. 바로 GPE가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내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다는 경고였다. “허!!!” 순간 허공에 떠있던 마신은 놀란 듯 소리쳤다. “이 만물이 시들고 영기가 고갈된 시대에 이 정도 실력을 가진 자가 있을 줄이야!” “하하하, 대단하구나!” 마신은 약간 흥분한 듯 소리쳤다. “누구냐?” “위면이라 한다!!!” 위면은 외침과 함께 한쪽 산꼭대기에 모습을 드러냈고 땅에 꽂혀 있던 칼을 주인을 알아보기라도 한 듯 다시 하늘로 치솟더니 그의 손에 안착했다. “나에겐 아직 이 칼로 누구든 참수할 수 있는 마지막 일격이 남아있다.” 말을 끝낸 뒤 위면은 손에 칼을 꽉 잡았고 비할 데 없는 광포한 기운을 뿜어냈다. 위면과 마신, 이때 이들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두
“위면 대신!”비우살신도 고개를 들어 공중을 바라보며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머금었다. 이때 위면은 자신의 칼을 든 채 공중에서부터 한 산꼭대기에 떨어졌다. 떨어지는 순간, 위면은 살며시 그 산봉우리에 안착했고 칼은 그의 몸 앞에 꽂혔다. 이 모습을 본 H국 반신들은 분분히 진기를 이용하여 그 산꼭대기를 향해 날아갔다. “위면 형제!” “위면!” “위면 형님!” 그리고 비우살신을 비롯한 한 무리의 H국 반신들이 모두 위면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이때의 위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흩날리는 흰 눈송이만이 그의 몸에 떨어질 뿐이었다. 평소 위면은 성질이 괴상하고 차갑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이건 H국 고대 무림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여러 반신들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는 위면을 보면서도 이들은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후 이들은 무언가 상황이 조금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왜냐하면 위면은 이미 그곳에 10분 가까이 앉아 있었지만 조금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모습을 자기 몸 안의 진기를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이때 모든 사람들은 당황한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았고 마음속으로 전부 같은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비우살신은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고 곧이어 매우 좋지 않은 예감의 그의 온몸을 덮쳤다. 그는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그곳에 앉아있는 위면을 빤히 쳐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그리고 위면의 코를 향해 손을 뻗는 비우살신은 저도 모르게 온몸이 떨려왔다. 곧이어 비우살신의 손은 위면의 인중에 닿았고 이 순간 그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비우살신은 떨리는 손을 천천히 거두어 들이더니 공손하게 위면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했다. “위면 형제, 부디 잘 가게.” “뭐라고?” “뭐???” 방금까지도 줄곧 위면이 마신을 물리친 그 기쁨과 흥분에 잠겨 있던 H국의 다른 반신들은 이 사실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고 전부
순간 하천은 답답할 따름이었다. 하천은 무의식적으로 손목보호대에서 그 반 알 남은 회춘단을 꺼냈고 위면이 왜 이 회춘단을 거부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필경 이전의 동방 노조는 이 회춘단을 삼킨 후 젊음을 다시 회복했지만 위면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이 회춘단을 먹지 않았으니 말이다. “형님, 모진남 어르신, 홍루로 돌아갑시다. 앞으로 마지막 기서를 찾을 수 있을지 말지는 모두 두 분에게 달린 겁니다.” 모진남이 갑자기 환용도에 나타나 하천이 경세황 극서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 건 절대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운명이었고 하천이 제5서를 얻는 것에도 모진남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게 분명했다. 일행이 홍루로 돌아오자 조경운은 이전에 제갈 홍루가 칠성등으로 연명했던 그 방 안에서 천기판을 들고 앉았다. 그 모습에 하천도 조용히 숨을 죽였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조경운은 입을 열었다.“형님, 제5서는 난세황 기서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H국에는 난세의 기운이 보이지 않습니다.” “전에 네가 말했잖아.” 하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5서는 우리 H국의 기운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기에 난세황 기서가 해외에 있을 리는 없고 말고 말이지.” “그렇다면 제5서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알아냈어?” “네.” 조경운이 말했다. “제5서는 아직 세상 밖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나올 날이 곧 멀지 않았습니다. 형님과 모진남 선배님께서 지금 그곳을 떠나면 늦지 않을 겁니다.” “그게 어딘데?” 하천이 되물었다. 그러자 조경운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곳은 형님도 아시는 곳일 거예요. 줄곧 형님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있는 곳이니까요.” 하천은 순간 멈칫하더니 머릿속에 무언가 떠오른 듯했다. “설마?” “맞아요.” 조경운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 “북방 음령의 천열곡이요.” 이 말을 들은 하천은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고 그 외에도 마음속에는 약간의 설렘이 느껴졌다. 왜냐하
모진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있을 겁니다. 전에 R국 신령의 묘지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십시오.” “GPE는 그렇게 많은 반신들의 진원을 모아 마신에게 바치지 않았습니까? 그 진원이 사실 영혼과 유사한 것입니다.” “당시 하천 형제 자신도 그 신령의 남아있던 의식에 빙의 되기도 했고요.” “그럼 제 어머니는 귀신일 가능성이 큰 거네요?” 그러자 모진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약 귀신이라면 당시 하천 형제는 어머님의 따스함을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하천 형제는 정말 어머니의 품에 누워있는 생생함을 느꼈고 심지어 그의 무덤에는 시체까지 사라졌잖아요.” “선배님의 그 말씀은?” 모진남이 말을 이어갔다. “하천 형제의 어머니는 처음부터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답니다.” “만약 죽지 않았다면 왜 전에 제가 어머니를 만났을 때 그는 여전히 젊은 모습 그대로였던 걸까요? 20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말이죠.” 이 말을 들은 모진남은 갑자기 엄숙해졌다. “정말 그렇다면 또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게 뭐죠?” 그러자 모진남이 말을 이어갔다. “좀비요!!!” “뭐라고요?” 이 말에 하천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모진남이 웃으며 말했다. “하천 형제의 어머니가 만약 좀비로 되었다면 그건 귀신보다 더 사악한 존재일 겁니다.” “전 지금까지 살면서 좀비에 관한 기록을 본 적은 있지만 진짜 좀비는 단 한번도 본 적은 없습니다.” “젊었을 적 좀비에 흥미를 느껴 그것을 물리치는 것에 관한 도술은 많이 배웠지만 지금까지 써본 적은 한번도 없고요.” 걸으면서 하천과 모진남은 현학과 도술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모진남 선배님, 이 세상에 정말 귀신이 존재한다고 하셨는데 그럼 저승이라는 세계도 존재할까요?”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르죠.” 모진남이 대답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존재한다고 해도 절대 우리와는 전혀 다른 공간일 것이란 겁니다. 모종의 특별한 이유로 이 두 경계 사이의 통로는 분명 봉인되어 있을 것이고
두 사람은 연거푸 그 강물을 들이켰다. 그런데 두 사람이 한창 강물을 마시고 있을 때, 그 작은 강의 상류에서 누군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하천과 모진남은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세히 보니 약 20미터 떨어진 곳에 매우 헌 나무다리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다리 위에는 예닐곱 살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옷차림새나 모습을 보면 전혀 이 시대 사람 같지 않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여러 명의 아이들은 지금 그곳에 선 채 강물 속에 오줌을 누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는데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모습에 하천과 모진남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한동안 그대로 할 말을 잃었다. “이 강물 설마!” 모진남은 어색하게 하천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은 동시에 일어나더니 그 나무다리 위의 아이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하천과 모진남이 다가오는 모습에 이 아이들은 순식간에 와르르 흩어져 버렸다. 사실 하천과 모진남은 이 아이들을 꾸짖으려던 게 아니라 이 곳이 도대체 어떤 곳인지를 알려던 것뿐이었다. 이들은 난세황 기서를 찾기 위해 이곳에 들어온 것이고 시간이 촉박한 만큼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의 상황을 파악해야만 했다. 하지만 당당한 두 반신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어린 아이들의 오줌이 섞인 강물을 마시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아이들이 와르르 흩어지는 모습에 하천은 얼른 쫓아가려 했지만 옆에 있던 모진남이 그를 막았다. “하천 형제 쫓아가지 마세요. 애들 놀라겠어요. 그리고 저기 한 명 더 있잖아요.” 이때 이 나무다리의 다른 한쪽에는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아이가 앉아 있었는데 약 7살쯤 되어 보이는 이 남자아이는 품속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껴안았다. 현재 시간은 오후였고 따스한 햇살 아래 그 검은 고양이는 소년의 품 속에서 나른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하천과 모진남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인기척에 이 검은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