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같은 사람들에게 여자는 그저 한낱 노리개에 불과했다.진광이 이번에 자리를 만들며 배수정을 부른 것은 배수정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그렇게 된다면 더 많은 자세를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만약 배수정을 억지로 취하려고 했다면 이렇게까지 번거롭게 자리를 만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아무 종사나 찾아 배수정을 납치해 오면 될 일이었다.“저 사람들한테 애원할 필요 없어요. 조금 있으면 저 사람들이 우리한테 애원할 거예요. 저한테 맡기시고 먼저 누워서 쉬세요.”진서준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배수정에게 마음 놓고 쉬라고 했다.하지만 지금 이 판국에 배수정이 마음 편히 쉴 수 있을 리 만무했다.진서준이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임소룡이 데려온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삼급 무도 대종사임과 동시에 횡련 종사였다.경성의 무인은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분위기가 삽시간에 활시위를 잡아당긴 듯 팽팽해졌다.중년 남자가 손을 쓰려고 할 때, 룸 입구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만해!”‘누가 이렇게 겁을 상실했을까? 감히 임씨 가문 도련님의 일에 끼어들다니...’모두들 같은 생각을 하며 호기심에 고개를 돌렸다.용모도, 몸매도 배수정에게 밀리지 않는 여자가 걸어 들어왔다.여자의 뒤에는 백방의 동안 노인이 있었다.룸에 들어선 사람을 본 진서준이 놀랐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진서준이 의로 맺은 동생인 유정이었다.“오빠!”유정이 기뻐하며 진서준의 옆으로 왔다.“경성에는 어쩐 일이야?”진서준이 호기심에 물었다.지금은 경성이 제일 복잡할 때라는 것을 유기명이 모를 리는 없었건만, 어떻게 이런 시국에 유정을 경성으로 보냈을지 의문이었다.“제가 오겠다고 했어요.”유정이 말을 이었다.“이 기회를 빌려 세상을 제대로 보고 싶었어요. 제 안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할아버지가 따라오셨거든요.”유정의 안전을 염려한 유기명은 서산객을 유정과 함께 경성으로 보냈다.서산객은 서남 제일의 6급 정점에 있는 대종사였다.서산객이 있는 한
진광도 이어 협박했다.“유정 씨, 유씨 가문의 세력이 작지는 않지만 여기는 경성입니다. 진씨 가문이 몰락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여전히 4대 가문 중 하나입니다. 유씨 가문에서 두 가문을 동시에 상대할 실력을 갖추고 있나요?”이 시간 동안 유정도 유씨 가문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그녀도 평범한 사람에서 무인으로 변했다.대한민국 세력의 분포에 대해서는 유정이 진서준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실력으로 따지면 유씨 가문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제일 가는 가문도 경성의 4대 가문과 비교할 수 없었다.재력으로 따진다면 명주의 마씨 가문 왕씨 가문만이 4대 가문에 비견할 수 있었다.어느 가문도 감히 경성의 4대 가문에 속해 있는 두 가문을 동시에 건드릴 수는 없었다.하지만 유정 마음속에서 진서준의 지위는 보통이 아니었다.유정은 절대 다른 사람이 진서준을 다치게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그녀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진서준을 보호하려 했다.“그럼 우리 서씨 가문까지 합세하면?”서지은이 갑자기 걸어 들어왔다.임소룡과 진광은 서지은을 바라보며 낯이 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서씨 가문? 설마 강남 서씨 가문 사람이에요?”임소룡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요. 서광문의 딸, 서지은입니다.”서지은이 진서준 곁으로 다가오며 그를 살폈다.“서준 씨, 안 다쳤죠?”“괜찮아. 피라미 같은 새끼들이 나를 다치게 할 리가.”진서준이 담담히 웃었다.그의 말을 들은 임소룡과 진광의 안색이 변했다.‘저 새끼는 어떻게 강남의 서씨 가문이랑도 인연이 있는 거야!’서지은과 유정이 진서준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모두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설마 기생오라비인가? 여자들한테 빌붙어 산다고 해도 이건 너무 스케일이 큰 거 아닌가?’동시에 서씨 가문과 유씨 가문의 여자를 꼬셔 비호를 받는다는 것도 능력이었다.“서씨 가문도 이 일에 끼어들게요?”임소룡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진서준은 제 남자예요. 그의 일이 곧 제 일이죠.”서지은은 가감 없이 그녀와 진서준의 관계를 단도직입
너무 힘들었다.임소룡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강남, 서남, 서북에 있는 제일 가는 가문들이 진서준을 위해 나섰다.임씨 가문이 아무리 난다 긴다 해도 세 가문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나아가 지의방 30위에 있는 서산객도 이 자리에 있었다.임소룡이 진서준을 놓아주고 싶지 않아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하지만 이렇게 진서준을 보내면 임씨 가문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아마 임씨 가문이 지방 가문들을 두려워한다는 소문이 퍼질지도 몰랐다.임서준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진서준이 천천히 말했다.“임씨 가문 넷째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 한마디 해줄게. 이 일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겠다.”임소룡이 멈칫하고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우리 할아버지를 알아?”“말도 안 돼, 쟤가 어떻게 임씨 가문 넷째 어르신을 알아! 틀림없는 헛소리야.”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진광이 소리를 질렀다.임소룡이 이 자리를 떠난다면 오늘 밤, 진광은 편치 않을 것이었다.“아는지 모르는지, 전화 한번 해보면 알 수 있겠지.”진서준이 차분히 말했다.잠시 생각하던 임소룡이 핸드폰을 꺼내 임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임소룡이 물었다.“할아버지, 혹시 진서준이라는 젊은이를 아세요?”“왜? 설마 진서준이랑 마찰을 빚은 거야?”임준의 말투가 엄숙해졌다.그러자 임소룡은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몇 년 동안 처음으로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이런 말투로 말하는 걸 들어봤다.“마찰은 아니고요... 진서준이 덕안정에서 진광과 갈등을 빚어 싸우기도 했는데...”임소룡이 얼른 해명했다.“그들이 알아서 하라고 해. 사람만 안 죽으면 되니까 넌 끼지 마.”임준바로 임소룡에게 그 일에 끼지 말라고 했다.전화를 끊은 임소룡의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그는 지금 진서준의 정체에 대해 매우 궁금했다.지방에 있는 큰 가문의 여자들이 그를 쫓아다닐 뿐만 아니라 임준도 진서준의 편을 들고 있었으니 말이다.“진광아, 미안하지만 이 일은 할아버지도 끼어들지 말라고 하시네. 네가 알아서 해
진서준 일행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광의 아버지는 전화를 받고 즉시 진광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왜 내 아들이 너희 가게에서 기절했을까?”진광 아버지 진명철이 매니저를 향해 호통쳤다.매니저도 어쩔 수 없어서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은 진명철의 안색이 갑자기 돌변했다.“내 아들이 다른 사람의 협박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당시 소룡 도련님도 자리에 계셨습니다. 나중에 세 명의 여자가 더 왔는데 모두 지역 가문의 사람이었고 소룡 도련님도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으셨습니다.”진명철이 이를 악물며 말을 이었다.“비록 아들의 잘못도 있지만, 상대방도 너무 했어!”이들은 체면을 제일 신경 쓰고 있었다.이 일이 밖에 퍼진다면 진씨 가문 사람들은 틀림없이 다른 가문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었다.“그 청년 이름이 뭐라고?”진명철은 체면을 되찾기로 결심했다.“제가 알아요. 진서준이라고 합니다. 남주성 사람이에요.”오인혁이 얼른 답했다.그는 진씨 가문이 가만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진명철을 따라 병원으로 왔다.상대방도 진씨라는 말에 진명철은 미간을 찌푸렸다.“남주성? 설마...”예전에 중부 삼성의 소년 진 마스터에 대해 진명철도 들은 적이 있었다.그래서 진명처은 자기 아들을 때린 사람이 진 마스터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그 사람이라면 봉호전에서 볼 수 있겠지.”진명철은 봉호전에서 체면을 찾을 생각이었다.그때면 대한민국의 천교가 거의 다 모일 것이다.마침 체면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였다.유지수는 내내 진서준에게 들러붙으며 진서준 일행을 따라 임씨 가문에서 제공해 준 숙소로 향했다.“와, 어전 별장이라니... 진서준아, 진서준. 정말 부자구나?”유지수가 별장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유지수가 별장의 이름을 바로 부르자, 진서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진서준은 갑자기 유지수에게 다가가 그녀를 죽일 듯이 주시했다.깜짝 놀란 유지수가
자주 가던 식당은 시간이 아무리 오래 지났더라도 기억에 남는 법이었다.설마 정말 유지수가 아니란 말인가?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그녀는 또 누구일 것인가.“잊었어? 그럼 네 목뒤에 있던 그 모반은? 수술해서 지운 거야?”진서준이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잠시 침묵을 지킨 유지수가 이내 싱글벙글 웃으며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언제 내가 가짜라는 걸 안 거야?”유지수가 바로 인정하자 허사연 일행도 넋이 나갔다.“정말 유지수가 아니라고? 그럼 왜 똑같이 생긴 거야?”“친동생이니까.”유지수가 웃으며 답했다.“진서준,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언제부터 내가 유지수가 아니라고 의심한 거야?”그녀는 자신이 시종일관 유지수를 잘 연기해 왔다고 생각했다.유지수를 완벽하게 따라 하기 위해 그녀는 많은 공을 들였다.“고양시에서 만나 네가 세 가지 임무를 주겠다고 했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비록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유지수 특유의 분위기와는 아직 거리가 먼 것 같네. 유지수는 평범한 사람이었어. 이지성에게 시집갔다 해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 하지만 너는 일거수일투족에 상류층 사람이 풍길 법한 분위기를 풍겼지. 이건 오랜 세월 동안 겪어야만 가질 수 있는 분위기야.”진서준이 유지수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대학 시절 유지수와 3년을 함께 했는데 그녀의 습성은 내가 너보다 더 잘 알아. 정말 유씨 가문 가주의 딸이라고 해도, 한순간 백조로 탈바꿈할 수는 없어. 하지만 너는? 사연이랑 김연아랑도 조금의 불편함도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렸지. 그리고 별장의 이름을 바로 말할 때는 더 이상했어.”진서준의 설명을 들은 유지수가 어깨를 으쓱했다.“하... 역시 완벽한 복제는 불가능하네.”진서준이 캐물었다.“유지수는? 어디 갔어?”진서준은 유지수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유씨 가문에서 또 어떤 망신스러운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눈앞에 있는 이 유지수는 틈만 나면 진서준을 꼬셨다.만에 하나라도 진서준이 참
유연비는 유지수보다 더 대담했다.유지수는 지난 시간 동안 진서준과 재결합하고 싶어도 이렇게까지 대담한 말은 한 적이 없었다.“역시 친자매네. 하나같이 낯이 두꺼워.”허윤진이 진서준을 자기 뒤로 끌어당기며 유연비가 닿지 못하도록 막았다.“그래? 대체 누가 뻔뻔하단 거야? 너랑 허사연은 친자매 아니야? 하지만 같은 남자를 좋아하고 심지어 그 사람을 함께 섬길 계획을 하고 있지 않아?”유연비는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 말에 서지은도 깜짝 놀랐다.‘허윤진도 진서준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진서준과 허사연이 커플인데... 허윤진은 허사연의 친동생이고... 이게...’보수적인 사상을 지닌 서지은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무슨 헛소리야!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면 네 입을 갈기갈기 찢을 거야.”화가 난 허윤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이를 갈았다.이런 일은 모두가 마음속으로 알고만 있으면 되었다.직접 말하기에는 조금 수치스러웠다.“내가 헛소리하는 건지 아닌지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잘 알겠지.”유연비가 웃으며 답했다.“됐어. 너희랑 싸우기도 싫네. 간다.”“잠깐만. 이번 달 약 줘야지!”진서준이 얼른 유연비를 불러 세웠다.곧 월말인데 유연비는 아직 진서라의 약을 주지 않았다.“약을 원해? 그럼 애원해 봐.”유연비가 고개를 돌려 장난스럽게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안 줄 거면 오늘 여기서 나갈 생각하지 마.”허윤진이 바로 협박을 가했다.그녀는 유연비에게 인내심이 없었다.‘저 여자... 정말 가증스럽네.’“좋네. 어차피 죽는 것도 두렵지 않고, 가는 길에 진서라 같은 미인도 있으니 나야 좋지 뭐.”유연비가 생글생글 웃으며 받아쳤다.주먹을 불끈 쥔 진서준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솟구쳤다.한 여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느낌은 너무 괴로웠다.“정말 나쁜 년이네.”“칭찬 고마워.”유연비의 낯은 여간 두꺼운 게 아니었다.그녀는 허윤진의 욕설에 면역되었다시피 있었다.“내가 진서준 대신 빌게. 서라 약 좀
진서준이 허사연의 손을 잡으며 단호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서준 씨랑 서라만 괜찮다면 된 거죠.”이때, 허윤진은 그녀와 허사연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그녀가 진서준에 대한 사랑은 이기적인 감정이었다.하지만 허사연이 진서준에 대한 사랑은 사심 없고 보답을 바라지 않는 것이었다.진서준이 기쁘면 허사연도 기쁜 것이었다.이 차이는 허윤진이 오랜 시간을 거쳐서야 메울 수 있을 것이었다.늦은 밤, 허사연은 진서준에게 오랜 시간 시달렸다.허사연이 용서를 빌 때에야 진서준은 멈췄다.“오늘 웬일이에요? 약 먹은 것 같은데요? 저녁에 있었던 일 때문에 그래요? 마음에 두지 마요. 서준 씨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거예요.”허사연이 진서준의 품에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사연아, 너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진서준이 허사연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저도요.”봉호전 시작 하루 전이 되자 경성으로 입성하는 사람은 갈수록 많아졌고 모든 특급 호텔은 이미 꽉 차 있었다.일부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기차역 근처 작은 모텔에서 묵어야 했다.국안부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30명의 호국사를 파견했다.심지어 명주를 지키고 있던 현천진군마저 달려왔다.특급 식당 안, 식당은 사람들로 붐볐다.“정란아, 함부로 보지 마.”식탁에 정란이 한 젊은이와 한 노인과 앉아 있었다.지난번 정란 가족이 진서준 가족과 밥을 먹었을 때 그녀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그 후 정란은 그녀의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진서준보다 더 강한 사람을 찾아 진서준에게 타격을 줘야겠다고 다짐했다.한 번의 타격을 겪은 후, 정란은 현재의 남자 친구를 만났다.이 남자 친구가 정란에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줬고 그녀에게 이 세상에 무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평지 씨, 이 사람들은 전부 무인이에요?”정란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보며 호기심에 겨워 물었다.“맞아. 모두 강한 실력을 지닌 무인들이야.”임평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평소에는 무인을 보기
“진서준이 왜 여기 있지.”정란은 원래 구정이 지나면 임평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진서준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돈 많은 여자 친구 찾은 게 뭔 대수인가? 무인인 평지 씨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할 거면서. 서울시에서 내놓으라 하는 사람들도 우리 평지 씨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데.’임평지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왜? 아는 사람이야?”“네. 사촌 오빠인데 옥살이하고 나와서 돈 많은 아줌마 만나고 나서는 우리 가문을 무시하기 시작하더라고요.”정란이 차갑게 웃었다.“돈 때문에 자존심까지 내려놓는 남자라면 옥살이해도 싸지.”임평지도 한마디 거들었다. 임평지는 진서준이 돈 때문에 뚱뚱하고 못생긴 아줌마와 붙어먹었고 그런 사람은 남자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사지가 멀쩡한데 왜 스스로 노력할 생각은 않고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내가 가서 데려올게요.”정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문 쪽으로 걸어갔다.진서준은 허사연, 그리고 다른 일행과 자리를 뜨려고 하던 참이었다. 밥 먹으러 왔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진서준.”진서준이 몸을 돌려 나가려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정란이었다.진짜 신분을 알게 된 후로 진서준은 정란 일가가 그와 친척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해 진서준의 어머니 임수련이 서울시로 도망 왔을 때 우연히 진짜 조희선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때 조희선은 거의 얼어 죽기 일보 직전이었고 임수련은 조희선이 자기와 외모가 퍽 닮은 걸 보고 조희선으로 위장했다.그때는 주민등록증이 생기기 전이었고 제대로 된 사진조차 없었다. 게다가 정란 일가는 조희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에 임수련이 조희선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이다.친척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지금 진서준도 더는 정란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아부밖에 모르는 친척은 둘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경성에는 왜 올라온 거야?”정란이 거들먹거리며 진서준을 쳐다봤다. 진서준이 못 올 데라도 온 것처럼 말이다.진서준도 정란의 말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