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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1화

“진서준이 왜 여기 있지.”

정란은 원래 구정이 지나면 임평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진서준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돈 많은 여자 친구 찾은 게 뭔 대수인가? 무인인 평지 씨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할 거면서. 서울시에서 내놓으라 하는 사람들도 우리 평지 씨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데.’

임평지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 아는 사람이야?”

“네. 사촌 오빠인데 옥살이하고 나와서 돈 많은 아줌마 만나고 나서는 우리 가문을 무시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정란이 차갑게 웃었다.

“돈 때문에 자존심까지 내려놓는 남자라면 옥살이해도 싸지.”

임평지도 한마디 거들었다. 임평지는 진서준이 돈 때문에 뚱뚱하고 못생긴 아줌마와 붙어먹었고 그런 사람은 남자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사지가 멀쩡한데 왜 스스로 노력할 생각은 않고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가서 데려올게요.”

정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문 쪽으로 걸어갔다.

진서준은 허사연, 그리고 다른 일행과 자리를 뜨려고 하던 참이었다. 밥 먹으러 왔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진서준.”

진서준이 몸을 돌려 나가려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정란이었다.

진짜 신분을 알게 된 후로 진서준은 정란 일가가 그와 친척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해 진서준의 어머니 임수련이 서울시로 도망 왔을 때 우연히 진짜 조희선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때 조희선은 거의 얼어 죽기 일보 직전이었고 임수련은 조희선이 자기와 외모가 퍽 닮은 걸 보고 조희선으로 위장했다.

그때는 주민등록증이 생기기 전이었고 제대로 된 사진조차 없었다. 게다가 정란 일가는 조희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에 임수련이 조희선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친척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지금 진서준도 더는 정란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아부밖에 모르는 친척은 둘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경성에는 왜 올라온 거야?”

정란이 거들먹거리며 진서준을 쳐다봤다. 진서준이 못 올 데라도 온 것처럼 말이다.

진서준도 정란의 말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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