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두 재벌 집 도련님은 지금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다 한 사람 때문이었다.그 사람은 바로 진서준이었다. 진서준이 두 사람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진서준의 인생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진서준과 유지수가 이지성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진서준은 다른 일로 감옥에 들어갔을 것이다.“사부님, 저는 이 친구와 잠깐 얘기 좀 나누고 올게요. 오래 안 걸려요.”이지성이 곽기린에게 말했다.“그래. 사고만 치지 마. 경성에는 보는 눈이 많아.”곽기린이 당부했다. 사급 대종사인 그도 어떤 사람은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네, 새겨들을게요.”이지성은 강성준과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해 룸을 잡고 옛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다 무인이었고 똑같은 종사 단계였다.하지만 한 사람은 무도 종사였고 한 사람은 횡련 종사였다.강성준은 이지성이 조금 부러웠다.“이지성 씨,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반년 사이에 횡련 종사가 된 거예요?”“다 진서준 덕분이죠. 진서준이 우리 가족을 몰살하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노력할 일도 없었을 거예요.”진서준 얘기만 나오면 이지성은 온몸으로 살기를 뿜어냈다. 봉호전만 끝나면 남주성으로 건너가 진서준을 죽이고 그 앞에서 허사연과 허윤진을 더럽힐 생각이었다. 진서준이 자기 가족에게 손댄 걸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주고 싶었다.“저도 같아요. 때가 되면 같이 복수해요.”강성준의 눈빛도 살기로 가득했다.반년간 강성준도 혈운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대종사를 따라 수련했고 수련의 강도는 예전보다 수십 배는 더 강했다. 불굴의 의지가 없었다면 아마 수련하는 도중에 죽었을지도 모른다.“그래요. 같이 복수하고 허사연과 허윤진 자매를 사이좋게 나눠서 갖고 노는 걸로 하죠.”이지성이 이렇게 말하더니 술을 한 모금 크게 들이마셨다.“아참, 손승호 씨는 어디 갔어요? 허윤진에게 관심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이지성이 물었다.“그건 저도 모르겠어요.”강성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입구에는 대종사 레벨의 호국사 네 명과 실탄을 장전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여기가 원래 경성의 군사기지였나 봐요.”“봉호전이 시작되면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산에서 내보냈대요.”임준의 설명에 진서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신분을 증명할 서류를 보여주고 진서준은 일행과 함께 산 중턱으로 향했다.산 중턱의 공터는 진서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고 축구장 3개 정도는 될 것 같았다.셀 수 없이 많은 불빛이 공터를 환하게 비춰줬다. 이 공터에는 합금으로 이루어진 링이 13개 세워져 있었고 링 하나당 10만 킬로그램의 힘을 이겨낼 수 있었다.대종사 6단계라고 해도 링을 부수기엔 무리일 것 같았다.“봉호전은 3일간 열릴 거예요. 오늘 바로 시작할 생각이에요?”임준이 진서준에게 물었다.“네. 빨리 시작해서 빨리 끝내고 얼른 돌아가서 더 수련해야죠.”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옆을 스쳐 지나가는 무인들을 관찰했다.종사만 백 명이 넘었고 대종사는 서른 이상인 것 같았다. 그 외 진서준은 두 갈래의 강력한 기운을 느꼈다.그 기운은 접때 강남에서 마주쳤던 왕안석보다 훨씬 섬뜩했다.“어르신, 호국 장군도 오신 거 아니에요?”진서준이 물었다.“맞아요. 봉호전이 열릴 때마다 호국 장군 한 분은 꼭 참석하곤 했죠.”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번에는 한 분 더 오신 것 같네요.”임준이 낮은 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진씨 가문 사람인 걸로 알고 있어요.”진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진씨 가문에 호국 장군이 있을 줄은 몰랐다.“진서훈 씨. 촌수로 따지면 아마 진서준 씨의 작은 증조할아버지일 거예요.”임준이 설명했다.진서훈은 진혁의 작은 아버지였고 100세 고령이 다 된 나이었다. 한국의 크고 작은 전쟁에도 다 참여한 적이 있었다.“제 신분은 알고 있나요?”진서준이 물었다.“서준 씨 사진을 본다면 무조건 알아볼 거예요.”임준이 말했다.나이가 든 사람들은 진서준을 보면 거의 진요한으로 생각했다. 진광이 진서준을 알아보지 못한 건
‘저 사람이 진 마스터님이라고?’임평지는 넋을 잃고 말았다.어제 레스토랑에서 진서준에게 진 마스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떠들어댔던 게 떠올라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허사연에게 진 것보다 오히려 더 쪽팔렸다.“임평지 씨, 왜 그러세요?”스태프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임평지를 보고 툭 건드렸다.“괜찮아요... 전 괜찮아요...”임평지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이젠 진서준을 쳐다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봉호전 불참해도 되나요?”임평지가 씁쓸한 표정으로 물었다.진서준이 진 마스터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 허사연을 희롱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사부님도 진 마스터의 상대가 못 되는데 고작 내공경 무인인 그는 어림도 없을 게 뻔했다.“임평지 씨, 신청서에 이름을 적었으니 반드시 참여해야 합니다.”스태프가 말했다.진서준은 그런 임평지를 경멸햇다.“나를 때려죽이겠다던 기세는 어디 가고 이제 와서 깨갱거리는 거예요?”“링에서는 사람을 죽여도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요.”이 말에 임평지는 더 큰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진서준은 분명 그를 죽일 생각으로 신청서를 작성했을 것이다.옆에 선 호국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진 마스터님, 이 사람은 누구예요? 설마 이 사람도 어린 나이에 대종사의 경지까지 달성한 거예요?”대종사만큼의 실력도 없이 진서준에게 덤빈 거라면 자살 행위에 불과했기에 호국사도 임평지의 신분과 실력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진 마스터님, 제가 주제도 모르고 함부로 나댔습니다. 한 번만 살려주세요.”임평지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울먹였다.“어제 분명 기회를 줬는데 걷어찼잖아요.”진서준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표정에서는 그 어떤 연민도 보이지 않았다. 이 모든 건 다 임평지가 자초한 일이었다.“사부님, 사부님. 살려주세요.”임평지가 얼른 임진우 뒤로 달려갔다.임진우는 남자가 돼서 울먹거리는 임평지를 보고 차가운 표정으로 훈계했다.“남자가 어찌 눈물을 함부로 보여? 부끄럽지도 않아?”임평지
“저 젊은이는 누구지? 죽고 싶어서 환장하지 않은 이상 어떻게 임진우와 붙을 생각을 해?”“저 노인네가 임진우야? 나도 이름은 들어봤어. 실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대종사가 내공경 무인을 괴롭히는 건데 볼 필요도 없겠네.”구경꾼들이 진서준에게 야유의 눈길을 보냈다.방금 그들을 안내하던 호국사가 웃음을 터트렸다.“지금 링 위에서 선 분이 누군지 알기나 해요?”“누군데요?”“남주성의 진 마스터님이에요.”이 말에 진서준을 비웃던 사람들의 웃음이 그대로 굳어버렸다.남주성에서 진 마스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젊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저... 저 사람이 진 마스터님이라고? 호국사가 농담한 거 아니야?”“아니야. 진 마스터님이 저렇게 젊을 리가 없잖아.”“정말 진 마스터님인 것 같은데? 전에 무도 커뮤니티에서 진 마스터님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저 사람과 아주 닮은 것 같아.”호국사가 웃으며 말했다.“농담이 아니에요. 곧 알게 될 거예요.”그 시각, 링.임진우는 정신이 온통 진서준에게 쏠려 있어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임진우도 진서준이 진 마스터라는 걸 알았다면 아마 임평지처럼 바로 사과했을 것이다.“진서준 씨, 혹시 뭐 유언 같은 거 남길 거 없어요?”임진우가 차갑게 물었다.“내가 시간이 별로 없어서 후딱 끝내죠?”진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연속으로 13승을 거두려면 시간이 부족하긴 했다.눈에 뵈는 게 없는 진서준의 태도에 임진우가 불같이 화를 내더니 총알처럼 진서준을 향해 질주했다.대종사의 실력은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임진우의 발이 닿을 때마다 마치 누군가 큰 쇠망치로 링 바닥을 크게 두드리는 것처럼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기가 임진우 앞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칼처럼 앞에 있는 공기를 사정없이 휘저었다.구경꾼들은 진서준이 어떻게 맞서나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호국사가 비록 진서준이 진 마스터라고는 했지만 사람들은 아직 잘 믿지 못했다.진서준은 말이 안 될 정도
“당... 당신이 진 마스터님이라고요?”임진우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눈을 부릅뜬 채 진서준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그게 중요한가요? 어찌 됐든 당신은 내 상대가 못 돼요.”진서준은 임진우를 힐끔 쳐다보더니 더는 상대하지 않고 아까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을 돌아봤다.구경꾼의 시선도 따라서 그쪽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머리가 하얗게 센 늙은이가 하얀 도포를 입고 서 있었는데 아우라가 남달랐다.그러다 한 중년 남자가 얼굴 근육을 파르르 떨며 감탄을 내뱉었다.“원현성 마스터님이잖아.”젊은이들은 원현성이 누군지 모르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60대 이상의 늙은이들은 일제히 황송한 표정으로 한걸음 물러섰다.“저 사람이 도대체 누군데요?”누군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원현성은 인의방 일 순위에 오른 사람이야. 지의방의 수호자기도 하지. 지의방에 들어가려면 일단 원현성과 두수 이상은 겨뤄보고 원현성이 오케이 해야 지의방에 들어갈 수 있어.”“하지만 원현성은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장소에 잘 나타나지 않지.”칠십은 넘어 보이는 백발의 늙은이가 이렇게 설명했다.“아까 진 마스터님을 부르지 않았나요? 진 마스터 님을 데리로 온 것 같은데요?”“아마 진 마스터에게 복수하려고 일부러 찾아온 것 같은데?”“그러면 진 마스터님 위험한 거 아니에요? 인의방 일 순위를 어떻게 이겨요?”아래에서 지켜보던 구경꾼들이 연신 감탄을 뱉어냈다.비록 원현성은 인의방 일 순위였지만 실력으로 따지면 지의방 톱 팔십 안에는 무조건 들 수 있었다.진서준은 최근에 소문이 자자하긴 했지만 아직 너무 어렸다. 승패는 이미 정해진 것 같았다.링 가장자리로 걸어간 원현성은 고작 20대인 진서준을 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진 마스터님, 드디어 뵙네요.”진서준은 전에 원현성 아들의 단전을 망가트려 반병신으로 만들어 놓았다. 원현성은 어떻게든 이 원수를 갚고 싶었다.진서준은 링 밖에 서 있는 호국사를 보며 이렇게 물었다.“첫 번째 라운드는 승패가 이미 갈린 것 아닌가요? 선포
“저... 저분 현천 진군인 것 같은데?”누군가의 감탄에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그쪽으로 쏠렸다.백발이지만 동안인 늙은이가 천천히 안으로 입장하자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세상에.”진서훈 뒤로 또 한 명의 늙은이가 보였는데 그 늙은이는 호국 장군이자 청연 진군인 최현우였다.두 호국 장군의 등장에 사람들이 숙연한 표정으로 존경심을 드러냈다.이 두 사람은 천의방에 오른 거물이었다. 25년 전 무도의 난을 겪은 사람들이기도 했다.두 사람은 지금도 여전히 한국이 외세의 침략을 받지 않게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봉호전은 예전부터 호국 장군이 관리하고 있었지만 현장에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늘 한꺼번에 두 명이나 참석한 것도 모자라 같이 등장하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걸음도 참 빠르시네요. 저 좀 기다려주세요.”이 목소리에 구경꾼들이 다시 넋을 잃고 말았다. 아우라가 남다른 늙은이가 잰걸음으로 두 호국 장군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대박. 천자 진군까지 오셨어... 오늘 도대체 무슨 날이야? 한꺼번에 세 명의 호국 장군이 한자리에 모인 거 아니야...”현장에 있는 여러 대종사, 그리고 원현성까지도 표정이 어두워졌다.‘설마 진서준 때문인가?’진서준이 국안부 상경인 건 원현성도 알고 있었다.이렇게 젊은 사람이 국안부의 상경이 되었다는 건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소리였다.국안부는 지금 한국의 자랑이면서 보물이기도 했다.만약 이 세 사람이 진서준을 지키려 한다면 원현성은 복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진서준의 시선도 세 명의 호국 장군에게 향해 있었다.세 사람 다 기운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래도 진서준은 그들 체내에 있는 무서운 힘을 느낄 수 있었다.만 년 전에 있었던 천고 괴물처럼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했다.마침 고개를 든 진서훈은 진서준과 시선이 마주치자 가볍게 웃어 보였다. 진서훈이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진서준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봉호를 따내면 얘기 좀 하자.”진서훈은 선천의 힘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고 있었다
링.진서준은 위협적인 원현성 앞에서도 꽤 덤덤했다. 파란 진기가 진서준을 에워싸고 원현성의 공격을 막아주고 있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대치하고 있다가 그 자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젊은 무인들은 두 사람의 그림자만 얼핏 보였고 이따금 들리는 굉음은 누군가 귓가에 폭탄을 던진 것처럼 컸다.나이가 든 종사들은 두 사람의 움직임 정도는 보아냈지만 어떤 무술을 쓴 건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4급 이상의 대종사만이 그 무술을 어렴풋이 헤아릴 수 있었다.“대박. 저건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야.”“속도와 힘으로만 봐도 진 마스터님은 이미 대종사의 경지에 오른 것 같은데?”“더 소름인 게 뭔지 알아? 원 마스터님은 원래 술법을 쓰는 영선이지 무도를 전문적으로 수련한 사람이 아니야.”이 말에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술법 영선이 이렇게나 빠른 속도와 힘을 가지고 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무도 실력이 1급 대종사밖에 안 되는 원현성이 이런 실력을 뽐낼 수 있었던 건 진기를 발바닥과 손바닥에 집중시켰기 때문이었다.원현성은 매번 움직일 때마다 몸이 바람처럼 가벼웠고 진서준에게 주먹을 날릴 때도 강기가 아닌 진기를 사용했다.경기 시작 3분 만에 두 사람은 이미 백번 남짓하게 겨뤘고 그때마다 생겨난 여파는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송경식의 선천의 힘으로 보호하지 않았다면 젊은 무인들이 많이 다쳤을지도 모른다.“언니, 서준 오빠 링으로 올라갔어요?”유정이 서산객을 데리고 현장에 도착했다.“응. 상대는 원현성이야. 들어보니 실력이 무시무시하다던데.”허사연이 걱정스레 말했다.“네? 원현성이요? 너무한데?”유정이 화들짝 놀랐다.예전에 서남에 있을 때 유기명이 말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인의방에서만 일 순위지만 실력은 무섭기 그지없다고 했다.“어르신, 진서준이 원현성에게 진다면 구해주실 수 있나요?”유정이 서산객에게 물었다.“아가씨, 링에 오르고 나서는 생사를 운명에 맡겨야 해요.”“게다가 호국 장군도 세 명이나 계시니
진서준은 원현성이 진기로 만들어낸 용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내가 이번에 신청한 봉호가 뭔지 아직 모르죠?”진서준이 앞으로 한걸음 성큼 다가섰다.순간 검의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검도를 수련하는 무인들의 등과 허리춤에 찬 장검이 전율했다.“세상에 용이 많다 한들 나를 보면 머리를 조아려야 합니다.”“제가 신청한 봉호는 용존입니다.”정말 오만하기 그지없는 말이었다.용에게 머리를 조아리라고 한 건 진서준이 처음이었다.관전하던 세 명의 호국 장군들도 진서준의 호탕한 기세에 놀라고 말았다.“진 장군님, 진서준 씨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요.”송경식이 웃으며 말했다.“아버지만 봐도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죠.”진서훈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진서준의 재능이 아직 아버지 진요한을 따라잡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만한 건 똑같았다.그런 진서준을 바라보는 허사연의 눈빛은 흠모와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여자라면 누구든 자기 남자가 능력 좋고 대단한 사람이길 바랄 것이다.“이번 경기의 승자는 나에요.”짧은 한마디였지만 예리한 검과도 같이 위협적이었다. 진서준은 이 말과 함께 다시 자취를 감췄다.종사들의 눈에는 서슬 퍼런 진서준의 검밖에 보이지 않았다. 진서준이 언제 검을 휘둘렀는지 알아채기도 굉음이 들렸다.금속으로 만든 링은 수십만 킬로그램이 넘는 물건으로 부순 것처럼 절반이 날아간 상태였다.원현성이 만든 용은 두 발로 진서준의 검을 꽉 잡고 있었다.검은 가벼워 보였지만 힘이 무시무시했다. 원현성의 용은 마치 등에 집채같은 산이라도 업은 것처럼 힘들어 보였고 원현성의 얼굴도 점점 빨갛게 달아올랐다.원현성이 두 손으로 주문을 읊자 용의 몸집이 점점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진서준은 원현성을 힐끔 쳐다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한방에 용을 없애줄게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진서준은 다시 자취를 감췄다.다시 사람들 앞에 나타났을 때 진서준의 빛은 은하수처럼 눈 부신 빛을 내며 하늘에서 떨어졌다.허공에서 반짝이는 진서준의 검을 보고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