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진서준을 붙잡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진서준과 허사연의 관계는 이미 확정된 사실이었다! 김연아는 진서준과 허사연의 관계를 일부러 깨뜨릴 수는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었고 진서준이 원할 때면 언제든 그를 만족시켜 줄 수 있었다! “알겠어요, 지유 언니.” 김연아는 대충 대답했다. “그래, 너희 아버지는 요즘 너한테 잘 대해 주니?” 한지유가 갑자기 물었다. 김연아의 아버지가 김형섭이라는 사실은 이미 서울시의 모든 권력자들이 알고 있었다! “그냥 그래요.” 김연아는 전에 강남에서 있었던 일을 한지유에게 말하지 못했다. 한지유가 진서준이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의 결혼을 망쳤다는 걸 알면 아마 기절할 것이다! “괜찮아, 김씨 가문에서 지내기 힘들면 언제든 언니를 찾아와.” 한지유는 김연아의 손을 잡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한지유의 눈에는 김연아가 마치 자신의 여동생과 같았다! 네 사람은 잠시 담소를 나누었고 곧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방 문이 다시 열렸다. 조해영과 오인혁, 그리고 조해영의 두 친구가 들어섰다! “해영이가 왔네.” 조해영이 친구들까지 데려온 걸 보고 조성우는 조금 불편해 보였다. 하지만 조성우는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큰아버지, 큰어머니.” 조해영은 조성우 부부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했다. “소개 안 하니?” 조성우가 오인혁을 보며 물었다. “소개가 필요해요? 이분이 오인혁이잖아요. 한국에 이 사람을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조해영의 한 친구가 거만하게 말했다. “게다가 손님도 오지 않았는데 음식을 먼저 내놓다니, 우리 인혁이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다른 친구도 매우 불만스럽다는 듯이 조성우 그들을 직접 비난했다. 조성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당장이라도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얼굴이었다. 사람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닮는 법이다. 원래 조해영도 자신이
그녀의 두 친구도 속셈이 있었다! 그들은 오인혁을 조해영에게서 빼앗고 싶어 했다. 조해영이 가족들과 식사 자리에서 망신을 당하게 하면 오인혁의 마음속에서 조해영의 위치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조해영과 두 친구가 앉고 나서 오인혁이 여전히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혁아, 왜 안 앉아?” 오인혁은 마음속으로 몹시 답답했다. 그도 앉고 싶었지만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의자에 닿기만 해도 엉덩이가 마치 고추기름에 담근 듯이 화끈거렸다! “나 요즘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서 좀 서 있을게.” 오인혁이 말했다. 진서준은 오인혁이 왜 앉지 않는지 알고 있었기에 웃으며 말했다. “우리 모두 앉아 있는데 너만 서 있으면 좀 이상하지 않아? 앉아라.” 이 악마 같은 놈! “네가 뭔데 우리 인혁이한테 명령이야?” “그래, 얻어먹으러 왔으면 조용히 밥이나 먹지, 괜히 말 걸지 마!” 두 여자는 곧바로 진서준에게 대들었다. 오인혁은 그 순간 이 두 여자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 너희들이 죽고 싶으면 나만 끌어들이지 말라고! “그만해! 너희들 당장 나가!” 한지유가 참지 못했다. 원래 기쁘게 먹으려던 식사 자리를 이 두 얼간이가 망쳐 놓았기 때문이다! “이모, 누구 보고 하는 말이에요? 임신했으면 집에서나 잘 쉬지, 뭐 하러 나와서 남자나 꼬시고 있어요?” 한 여자가 비웃으며 말했다. 찰싹! 김연아가 손을 들어 그 여자의 뺨을 세게 때렸다! 방 안이 즉시 조용해졌다. 김연아는 차가운 얼굴로 그 무례한 여자를 노려보았다. “지유 언니에게 사과해!” “너 뭐야? 감히 나를 때려?” 여자는 정신을 차리고 나서 반격하려 했지만 손을 들자마자 진서준이 그 손목을 꽉 잡았다. “뭐 하는 거야? 당장 날 놔!” 여자는 진서준에게 소리쳤다. “지유 언니에게 사과해.” 진서준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는 맞을 짓을 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조성우는 한숨을 쉬며 진서준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진서준 씨, 이런 웃음거리만 보여드려서 정말 미안해요.”“다 우리가 너무 해영이를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이런 모습이 된 거야!” 조성우와 한지유는 계속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은 마치 자신들이 조해영을 망쳤다고 느끼고 있었다! 예전부터 해영이를 조금만 더 엄격하게 키웠더라면 이렇게 버릇없게 자라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언제나 자식에게 과한 사랑은 그 아이를 한 발 한 발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뭐 하시는 거죠? 조해영을 왜 제대로 훈육하지 않은 거죠?” 진서준은 의아했다. 지난번 조해영이 사건에 휘말렸을 때도 조해영의 부모님은 오지 않았고 대신 조해영의 고모와 고모부만 나왔다. 진서준은 심지어 조해영의 부모님이 이곳에 없는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해영이가 어렸을 때 해영이의 엄마는 다른 남자와 도망갔고 아빠는 홧김에 장인장모를 칼로 찔러 중상을 입혔어요. 그래서 30년 형을 선고받았죠.” 조성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해영이의 신세가 이렇게 불쌍하지 않았다면 우리 부부도 그녀를 그렇게까지 오냐오냐하지 않았을 거예요! 며칠 있으면 해영이의 아버지가 출소할 예정이에요. 내가 그를 위해 환영회를 열려고 생각 중이었어요.” 30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조해영의 아버지가 교도소에서 모범수로 행동해 형량이 몇 년 감형된 것이다. 게다가 조성우가 큰 사업을 운영하는 대표님이라서 돈을 써서 많이 해결한 덕분에 곧 조해영의 아버지가 풀려나게 되었다. “됐어요, 더는 그 얘기 하지 말고 우리 먼저 식사나 하죠!” 조성우는 가득 차려진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 먹으면 이 음식들이 다 식겠어요!” 기분이 좋지 않았던 조성우는 술을 많이 마셨다! 진서준도 조성우와 함께 술을 많이 마셨다. 하지만 진서준은 이제 소주를 마셔도 마치 물을 마시는 것처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조성우가 취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진서준은 조성우를 차에
“괜찮아요, 그의 회사 대표님도 이미 알아봤으니까 우리에게 문제될 건 없을 거예요.” 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안심시켰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김연아는 진서준의 말을 완전히 믿고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점심시간에는 공원에 오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특히 공원의 깊은 곳은 주로 커플들이 저녁에만 오는 곳이었다! 그들이 저녁에 오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스릴을 찾아오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쉬어요.” 김연아는 진서준의 손을 끌고 벤치에 앉았다. 앉자마자 김연아는 고개를 진서준의 어깨에 기대었다. 은은한 향기가 진서준의 코로 스며들었다! 그 향기는 향수가 아닌 김연아의 체취였다. 진서준은 전에 김연아의 병을 치료해줄 때도 그 향기를 맡은 적이 있었다! 그때, 김연아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상 받고 싶어요?” 진서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받고 싶어요!” 그는 김연아가 어떤 보상을 줄지 궁금했다! 김연아는 매혹적인 눈빛으로 진서준을 흘겨보았다. “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자신의 밥그릇이 있으면서도 다른 밥그릇을 탐내요!” 진서준은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우리 집으로 돌아가요...” “농담이에요! 당신이 내 그릇만 탐낸다면 난 전혀 화내지 않아요!” 김연아는 상반신을 진서준에게 완전히 밀착시켰다. “처음 결혼식에서 당신을 봤을 때부터 난 이 생에 당신 하나만 따르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당신 곁에 수많은 여자가 있더라도 난 절대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김연아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말했다. 진서준은 김연아를 여러 차례 구해주었다. 옛날이었다면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몸을 바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주변을 좀 봐요, 혹시 누가 오면 바로 알려줘요!” 김연아의 손이 이미 진서준의 허벅지 쪽으로 내려갔다! 진서준은 눈을 크게 뜨고 온몸에 피가 몰렸다! 그는 김연아가 말한 보상이 이
“진서준 씨, 모범수로 조기 석방되었습니다.”높은 담장 밖엔 잡초가 무성하고 쓸쓸한 바람이 불었다.진서준은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먼 곳을 바라봤다. 두 눈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감옥에 있는 3년 동안 엄마랑 서라는 잘 있나 모르겠네.”감옥에 갇힌 3년 동안 엄마와 여동생은 단 한 번도 그를 면회하러 오지 않았다. 이에 진서준은 걱정이 스치기 마련이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진서준은 헝겊을 가득 꿰맨 가방에서 편지 한 통 꺼냈다.편지봉투를 열자 안에는 쪽지와 ‘천기각’이라고 새겨진 옥패 한 개가 들어 있었다.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옥패는 유난히 아름다웠다. 아마 가장 좋은 화씨 옥으로 조각한 듯싶다.진서준은 옥패를 허리춤에 차고 쪽지를 펼쳐보았는데 단 두 문장만 적혀 있었다.「서준아, 넌 앞으로 천기각의 주인이고 이 옥패가 바로 그 증표야.」「내년 3월 꽃 필 무렵에 옥패를 가지고 신농산에 가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다.」이건 진서준이 출소 전에 감방 동기 구창욱 어르신께 받은 편지이다.구창욱 어르신은 종일 신경질적이어서 감방에 아무도 그와 얘기 나누려는 자가 없다. 오직 진서준만 별일 없을 때 어르신을 찾아와 얘기를 나눈다.어르신은 매일 자신이 천기각 주인이라고 허풍을 치셨다. 천문학과 지리학을 꿰뚫고 의술도 뛰어나다고 하셨다.진서준은 애초에 어르신이 자신을 속이는 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어르신을 따라 무술을 연마하고 온갖 기이한 것들을 배우면서 조금씩 어르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3년 동안 진서준은 많은 재능을 습득했다.이젠 그의 두 손으로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감옥에 들어온 이유는 바야흐로 3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3년 전 진서준은 여자 친구 유지수와 함께 갓 졸업하고 같은 회사에 들어갔다.어느 한 비즈니스 미팅에서 이지성이라는 바이어가 유지수를 탐내면서 그녀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고 제안했다.진서준은 한창 젊고 패기가 넘쳐 술병을 번쩍 들더니 이지성의 얼굴에 가차 없이 내리쳤다.결국...
유지수가 이지성에게 시집갔다고?본인은 그녈 위해 감방에서 그 고생을 했는데 정작 유지수는 원수 놈에게 시집갔단 말인가?진서준의 두 손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고 눈가에 살의가 굳었다.조희선은 손으로 가볍게 얼굴의 흉터를 어루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돈을 모으기 위해 그녀는 유지수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그녀는 집에 돈이 없다는 핑계로 일전 한 푼 내놓지 않았고 심지어 조희선에게 고액 연봉의 일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그 당시 조희선은 그녀에게 엄청 고마워하기까지 했다!하지만 정작 유지수가 소개한 직장에 와 보니 그녀를 기다리는 건 배불뚝이가 된 몇몇 중년 남성들이었다.조희선은 일이 점점 더 이상하게 흘러가는 걸 눈치채고 재빨리 도망치려 했지만 상대가 그녀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절망의 끝자락에 다다른 조희선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제 얼굴을 그었다.그녀의 얼굴에 난 험상궂은 긴 흉터에 놈들은 분노가 차올라 그녀의 양쪽 다리를 부러뜨리고 길바닥에 내던졌다.진서라가 퇴근하고 마침 그 길을 지나며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조희선은 일찌감치 죽었을 것이다!“이런 짐승만도 못한 것들. 내가 조만간 아작을 내고 말겠어. 죽지 못해 사는 고통이 뭔지 보여줄게!”진서준은 이마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주먹으로 양철 벽에 구멍을 냈다.조희선은 연신 머리를 내저으며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서준아, 이제 막 나왔는데 또 싸워서 들어가면 어떡해! 일자리 구해서 열심히 일해. 더는 사고 치지 말고.”진서준은 손등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온몸의 뼈마디가 으스러질 것처럼 울화가 치밀었다.“그래도 이건 도저히 못 참겠어요!”이때 거친 목소리가 집 밖에서 들려왔다.“할망구, 돈 갚아야지!”순간 조희선의 수척해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극도로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진서준이 미간을 구기고 나가려 하자 조희선이 재빨리 그를 잡아당겼다.“서준아, 너 여기서 꼼짝 마. 엄마가 알아서 할게.”조희선의 애원하는 눈빛에 진서준은 걸음을 멈췄다.그녀는
진서준은 엄마를 보더니 몸에 스친 살의가 일찌감치 사라졌다.“엄마, 내가 감방에서 아주 대단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분이 내게 무술과 의술을 가르쳐줬어요. 엄마 얼굴에 난 상처랑 부러진 다리까지 전부 치료해 드릴게요.”가슴이 움찔거렸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네가 이런 마음을 지닌 건 고맙지만 엄마는 네가 참 걱정이구나! 절대 두 번 다시 사고 치지 말아. 일자리 찾아서 이씨 일가에 진 빚을 다 갚고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꾸나.”진서준이 엄마를 다독이며 대답했다.“네, 엄마 말 들을게요. 지금 바로 나가서 일자리 찾아볼게요.”“그래, 일찍 돌아오너라. 이따가 서라한테 전화해서 퇴근하고 올 때 너 먹일 영양제 좀 사 오라고 해야겠어.”조희선은 마음속에 어렴풋이 희망이 생겨났다.집을 나선 진서준은 깊은 눈동자 속에 서늘한 한기가 스쳤다.‘지난날의 피맺힌 원한을 오늘 반드시 백 배로 갚게 해 줄 거야!’...“아빠, 조금만 버텨요. 병원 거의 다 왔어요! 언니, 좀 더 빨리 몰아!”창백한 얼굴에 겨우 숨을 몰아쉬는 아빠를 보며 허윤진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울지 마, 윤진아. 아빠 괜찮아.”허성태가 간신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콰당!전력 질주하던 마이바흐가 갑자기 급정거했고 뒤에 앉은 허성태 부녀가 화들짝 놀랐다.허윤진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언니, 왜 갑자기 급정거해?”운전하던 허사연이 안전벨트를 풀고 허둥지둥 차 문을 열었다.“나 사람 쳤어!”“뭐?”허 씨네 세 부녀가 함께 차에서 내렸다.진서준은 안 그래도 화가 나 있었는데 차에 부딪히기까지 하니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운전 어떻게 하는 거야? 똑바로 못 해?!”그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병원 모시고 가서 검사시켜 드릴까요?”허사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의 진심 어린 태도에 진서준은 분노가 많이 가라앉았다.한편 뒤에 서 있는 허윤진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언니, 이딴 사람에게 왜
두 자매가 아무리 의술을 몰라도 아빠의 혈색으로 보아 확실히 병세를 진정시켜 주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로 눈앞의 이 미쳐 날뛴 소년이 구해주었다!허성태가 비스듬히 눈을 떴다. 가슴에 꽉 막혔던 그 기운도 말끔히 사라졌다.“아빠, 괜찮으세요?”허윤진이 감격에 겨워하며 물었다.“괜찮아. 아까보다 몸이 훨씬 개운해진 것 같구나.”허성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꼼꼼한 허사연은 아빠 몸에 꽂은 은침을 아직 빼내지 않았다는 걸 바로 발견했다.그녀가 막 빼내려 할 때 진서준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움직이지 말아요! 지금 잠시 아버님 병세를 진정시켜 드렸을 뿐이에요. 침은 아직 빼면 안 돼요.”일곱 개의 은침은 북두칠성 모양으로 허성태의 몸에 꽂혀 있었다.이것은 청하13침 중의 일곱 번째 침, 이름하여 연명침이다!허성태가 두 딸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감격에 겨운 눈길로 진서준을 쳐다봤다.“살려줘서 고맙네 젊은이!”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따님께서 제 부탁을 들어줘서 아버님을 구해드린 겁니다.”허사연과 허윤진은 진서준이 방금 말한 그 일이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두 사람 중 한 명만 진서준과 결혼하면 그녀들도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뜻밖에도 둘 다 시집가게 생겼으니 차오르는 수치심은 어쩔 수가 없었다.“그래? 무슨 부탁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허성태가 의아한 듯 물었다.그는 방금 혼미 상태에 빠져있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아버님을 구해드리면 제게 20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진서준이 말했다.이건 허윤진이 방금 꺼낸 얘기이다.두 자매가 동시에 그와 결혼하는 건 단지 오만한 허윤진을 처벌하기 위한 진서준의 장난일 뿐이다.설사 결혼한다고 해도 허사연처럼 온화하고 착한 언니와 결혼하겠지.진서준이 두 자매가 동시에 그와 결혼해야 한다는 일을 언급하지 않자 그제야 허사연 자매도 본인들이 놀림을 당했다는 걸 알아챘다.안도의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허윤진은 또다시 울화가 치밀었다.‘우리 두 자매가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