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 다 이건 너무 지나친 것 같아. 네 큰아버지가 겨우 아이를 가졌잖아.” 두 친구가 겉으로만 조해영을 위로하며 말했다. 조해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말이 맞아, 나도 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이렇게 하면 안 돼.” 어? 이렇게 쉽게 설득된 거야? 두 친구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그저 형식적으로 한 말이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들이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갑자기 강한 졸음이 몰려왔다. “무슨 일이야?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나도 어지러워. 이상하네, 난 오후에 졸린 적이 없는데!” 그제야 두 사람은 자신들이 마신 물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해영아, 너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두 친구는 조해영을 바라보며 공포에 휩싸여 물었다. “별거 아니야, 그냥 너희들 편하게 자게 해주려는 거야.” 조해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음 생에는 친구를 잘 골라야 해!” 조해영은 30cm 길이의 칼을 들고 두 친구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을 움직여 저항하고 싶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있었다! “안 돼, 안 돼! 해영아, 우리가 잘못했어, 제발 우리를 살려줘!” “해영아, 우리가 맹세할게. 앞으로 절대 너를 비웃지 않을게!” 차가운 빛을 내뿜는 칼을 보고 두 사람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공포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들의 애원에도 조해영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이 순간, 그녀는 마치 생기 없는 시체 같았고 눈에는 어떤 감정도 없었다! 두 친구를 처리한 후, 조해영은 피 묻은 옷을 벗고 욕실에서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친 뒤, 조해영은 조성우가 그녀의 18번째 생일에 선물한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차를 몰아 조성우의 별장으로 향했다. 조해영이 도착했을 때, 조성우는 아직 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해영아, 너 왜 그래?” 한지유는 조해영이 온 것을 보고 놀라 물었다. “큰 어머니, 오늘 낮에 제가 잘못했어요. 너무 성급했어요!”
“진서준 씨, 진서준 씨!”저녁을 먹기 직전에 조성우는 진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 너머에서 조성우는 가슴이 찢어질 듯이 울고 있었고 한지유의 신음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왔다!“무슨 일이에요? 조성우 형님?”진서준은 깜짝 놀라 서둘러 물었다.“우리 집으로 빨리 와요, 당신 형수한테 큰일이 났어요!”조성우는 울면서 외쳤다.“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갈게요. 10분 내로 도착하겠습니다!”진서준은 상황이 급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더는 묻지 않고 바로 차고로 달려갔다!“어딜 가는 거예요? 이제 곧 저녁 먹잖아요!”허윤진이 그 모습을 보고 즉시 물었다.“먼저 먹어요, 조성우 형님 댁에 무슨 일이 생겼대요. 내가 빨리 가봐야 해요!”진서준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차를 몰고 나갔다!진서준이 이렇게 급히 나가는 것을 보고 허윤진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이 놈, 내가 간만에 직접 요리하는 날인데 그냥 가버리다니!”방금 허윤진도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혼자서 부엌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다!결국 진서라가 나서서 겨우 음식을 완성할 수 있었다.허윤진을 탓할 수는 없다. 그녀는 평소에 부엌에 들어간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허씨 가문에서는 항상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정부가 요리를 했다.이번엔 진서준을 위해 특별히 부엌에 들어간 것이었다!“윤진아, 진서준 어디 갔어?”허사연이 부엌에서 나왔다.“조성우 형님 집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했는데 나도 정확히는 못 들었어.”허사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 곧 돌아올 거야. 그 전에 네가 끓인 닭수프 좀 확인해봐!”허사연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은 조성우 집까지 20키로나 되는 거리를 달려야 했다!가는 길 내내 진서준은 차의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고 빨간불도 무시하고 지나갔다!10분도 채 되지 않아 조성우의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조성우 형님!”진서준은 차를 세우자마자 곧바로 별장으로 뛰어 들어갔다.별장 안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강한 피비린내를 맡았다!진서준은 얼
“어떤 놈이 한 짓이야! 내가 알기만 하면 그 집안 놈들을 다 죽여 버릴 거야!”조성우는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고 그의 눈은 빨갛게 달아올랐다!“은침을 줘요, 지금 형수님 배 속의 아이는 아직 구할 수 있어요!”진서준이 급히 말했다.“알겠어요, 당장 가져올게요!”곧 조성우는 집에 비치된 은침을 진서준에게 가져다주었다.진서준은 영기를 운용해 손끝에 한 줄기 불꽃을 피웠다!조성우는 그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게 대체 무슨 도술인가?진서준은 은침을 소독한 뒤 곧바로 한지유의 배에 은침을 꽂기 시작했다!총 12개의 은침이 한지유의 몸에 모두 꽂혔다.청하13침 중 열두 번째 침법-귀원침!진서준의 실력이 향상되면서 청하13침 중 아직 완벽히 익히지 못한 것은 마지막 한 침뿐이었다.하지만 앞의 12침만으로도 이미 진서준은 대한민국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기에 충분했다!귀원침을 놓은 뒤, 진서준의 영기는 은침을 통해 12갈래로 나뉘어 한지유의 몸속을 순환했다.12갈래의 영기를 동시에 다루는 것은 진서준에게 매우 큰 도전이었다!30초도 되지 않아 진서준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조성우는 그 모습을 보고 더 조급해졌다.그는 진서준이 한지유를 구하려다 또 무리하는 게 아닌가 걱정되었다.3분 후, 진서준은 손바닥을 미세하게 흔들어 은침을 한지유의 몸에서 빼냈고 은침은 곧장 천장에 박혔다!“진서준 씨, 지유는 괜찮은가요?”조성우는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형수님과 아이 둘 다 괜찮습니다. 형수님은 당분간 푹 쉬게 해주세요. 제가 한 약처방을 써드릴 테니 형수님께 하루에 한 번씩 3일간 복용하게 하세요. 그럼 완치될 겁니다.”진서준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정말 고마워요, 진서준 씨!”조성우는 감격스러워하며 진서준의 손을 꽉 잡았다.“고맙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진서준이 말했다. “형수님을 다른 방으로 옮기는 게 좋겠어요. 여기 냄새가 너무 심하네요.”방 안은 온통 피비린내가 진동해 매우 불쾌했다.“맞아요
조성우는 한지유를 독살하려 했던 사람이 조해영이었을 거라는 생각은 죽어도 하지 못했다!CCTV를 확인하기 전까지만 해도 조성우는 한지유에게 독을 먹였을 사람을 하나하나 다 떠올려봤지만 그 사람들 중, 조해영은 없었다.정말 현실판 농부와 뱀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진서준의 분노 역시 극에 달했다. 그는 곧장 강성철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을 보내 도시 곳곳을 수색해 반드시 조해영을 찾아내라 명령했다.“집안이 말세다, 집안이 말세야. 내가 어쩌다가 저딴 배은망덕한 자식을 주워다가 키워서는!”집으로 돌아온 조성우가 분노에 휩싸인 채 가슴을 치며 하소연했다.그는 정말 조해영이 이 정도로 잔인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단순히 낮에 한지유 부부가 몇 마디 했다는 이유만으로 한지유 배 속의 아이까지 죽이려고 들다니!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었다.“형님, 제가 조해영 찾을 사람들 다 풀어놨으니까 곧 찾을 수 있을 겁니다.”진서준이 곁에서 조성우를 위로했다.진서운은 조해영이 그저 제멋대로 사는 방자한 사람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첫인상은 허윤진과 별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인제 보니 속내가 검다 못해 새까만 사람이었다.사람을 푼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성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마스터님, 지금 여기 기차역인데요. 조해영 씨 잡았습니다!”조해영이 잡힌 장소가 기차역이라는 말이 진서준의 분노가 더 끓어올랐다.죄를 저질러놓고 아예 멀리 도망갈 생각까지 했다니, 정말 인간의 도리가 아니었다.“지금 당장 성우 형 집으로 보내세요, 저도 거기서 함께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진서준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형님, 조해영 씨 잡혔답니다. 강성철 씨가 지금 해영 씨 데리고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잘됐네요, 정말 감사합니다.”조성우는 진서준에게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올렸다.진서준은 그런 조성우를 다급하게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형님, 왜 이러세요? 우리 사이에 이럴 필요까지는 없잖아요!”20분 정도 지나자 강성철이 온몸이 결박당한 조해영을 끌고
진서준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더니 손바닥으로 조해영의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퍽!그 손짓 한 번에 조해영의 무릎이 바닥에 곤두박질쳤다.“아악-!”극심한 고통에 조해영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형님, 어떻게 처리할지 말씀한 해주세요!”진서준은 지금 당장이라도 조해영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그녀는 언제까지나 조성우의 조카였다.그러니 어떻게 처분할지도 조성우가 직접 결정해야 했다.“조성우, 죽일 거면 그냥 빨리 죽여!”조해영은 조성우의 이름 석 자까지 부르며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그 모습을 보는 조성우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그는 자신과 조해영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극에 치달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개 한 마리도 20년 동안 길러주면 그 감사함을 알건만.그 순간, 한지유가 떨리는 몸을 이끌고 방에서 걸어 나왔다.한지유는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2층 난간을 겨우 붙잡고 있었다.“성우야... 해영이 그냥 보내줘.”한지유가 밖으로 걸어 나오자 조성우는 재빨리 그녀에게 달려갔다.“지유야, 아직 몸도 성치 않은데. 얼른 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어!”조성우는 혹시나 한지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됐다.“난 괜찮으니까 성우야, 해영이 그냥 보내줘. 다시는 쟤 보고 싶지 않아.”한지유는 조성우를 바라보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지난 20년 동안 한지유는 조해영을 친딸처럼 대하며 키워왔다.하지만 조해영이 오늘 저지른 일은 한지유의 마음을 아프게 파고들었다.그렇다고 조해영을 죽여야 하나?그건 한지오의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조해영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애초에 그녀를 키웠던 기억도 지우고 싶었다.“그래, 알겠어. 네 말대로 할게. 저 자식 당장 서울에서 추방해!”조성우는 다급하게 한지유의 부탁을 들어주고는 그녀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딴 위선은 필요 없으니까, 죽일 거면 당장 죽여. 왜 인제 와서 착한 척이야!”하지만 조해영은 여전히 객기를 부리고 있었다.짝!참다못한 진서준이 그녀의 뺨을
전화가 끊기자 진서준은 마침내 자신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바로 며칠 전, 진서준과 맞붙었던 박만년이었다.“이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감히 사연이를 인질로 잡아!”진서준의 몸에서는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차 안이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진서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진서준의 차는 스포츠카라도 된 듯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갔다....진서준의 집.허사연을 포함한 네 명의 여자들은 손발이 결박된 채 거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아리따운 여자 네 명을 보는 박만년의 눈빛이 음침했다.올해 80이 넘은 나이였지만 오랜 세월 동안 무도를 연마해온 덕에 겉모습은 60대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진서준 그 녀석 참 대단하구먼. 이렇게 예쁜 여자를 넷이나 숨겨두고 있었다니!”“어쩐지, 그날에 나랑 마주쳤을 때 바로 꽁무니를 빼더라니. 여기서 나랑 맞붙기 싫었던 거구나.”박만년의 눈빛이 음침하게 변하더니 희롱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박만년의 역겨운 눈빛에 허사연은 온몸이 소름이 돋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저 나이를 먹고도 아직 그런 더러운 생각이나 하다니!정말 사람 새끼도 아니네!“네 남자 오기 전까지 재밌는 거나 좀 해볼까?”박만년이 손을 비비며 허사연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이 늙어빠진 영감탱이가 진짜! 가까이 오지 마!”허윤진은 망설임 없이 욕설을 내뱉으며 박만년을 매섭게 쳐다보았다.“감히 나한테 그딴 소릴 해? 그렇다면 너로 정해야겠구나!”박만년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허윤진의 몸을 감고 있던 밧줄을 거칠게 잡아끌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이 미친놈이. 너 뭐 하는 거야? 당장 놓지 못해!”허윤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뭐하냐고? 재밌는 거 하려고 그러지!”박만년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허사연을 포함한 네 명 모두 박만년이 자신들을 상대로 그딴 더러운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저 나이에, 아직도 성욕이란 게 있단 말이야?“당
“그래, 어디 한 번 계속 그렇게 욕 해봐. 어차피 조금만 기다리면 말할 기력도 사라질 테니까!”박만년이 허사연을 조롱했다.그가 허사연에게 먹인 약은 본인이 직접 조제한 약이었다.그리고 그 약효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약보다 훨씬 강렬했다.아무리 정조를 지키는 여인이라고 해도 이 알약 한 알이면 3분도 채 되지 않아 발정 난 암퇘지처럼 변해버린다.박만년은 소파에 앉아 허사연이 제 발로 걸어와 자신에게 매달릴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허사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온몸이 불타는 것처럼 열이 올랐고 방 안이 후텁지근하게 느껴졌다.허사연은 재빨리 자리에 앉아 진서준이 가르쳐주었던 아이스 권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일전, 허사연이 은영과를 먹었을 때, 진서준은 허사연의 몸이 얼음에 특화되어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가르쳐 줬다.얼음에 특화된 몸이라면 장점은 꽤 많았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그리고 아이스계의 선법은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수월하게 연마할 수 있었다.그렇게 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아이스 권법을 가르쳐 주게 되었다.아이스 권법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자 허사연의 몸속을 파고들던 뜨거운 열기가 가까스로 억눌렸다.박만년은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이미 3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발정이 안 나는 거지?“참을성 하나는 대단하네!”“됐어, 내가 직접 움직이지. 굳이 네가 매달려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천천히 몸을 일으킨 박만년이 천천히 허사연에게 다가갔다.허사연도 다급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가까이 오지 마!”허사연이 큰소리로 외쳤다.“난 원하던 여자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거든. 그러니까 인제 그만 포기하고 즐기는 게 좋을 거야!”박만년은 순식간에 허사연의 앞으로 다가갔다.짝-!곧이어 박만년은 허사연의 겉옷을 단숨에 찢어버렸다.허사연은 겉옷과 반팔 티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는 상태였다.
박만년이 오늘 밤 작전을 실행한 이유는 바로 그가 자신의 지원군을 데리고 등장했기 때문이었다.지난번, 진서준과의 대결에서 그는 적잖은 수모를 당했다.만약 다시 진서준과 정면 대결을 하게 된다면 분명 이길 수 없을 것이다.복수를 위해 박만년은 체면도 버리고 남조에서 세 명의 대종사를 더 불러오기까지 이르렀다.비록 세 사람 다 1급이었지만 어찌 됐든 대종사로서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4대 1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질 수 없을 것이다.진서준은 갑자기 나타난 세 명의 대종사를 보고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사실 진서준은 박만년이 자신의 지원군을 데리고 등장했을 거라는 사실을 예상하고 있었다.“다 같이 덤벼. 저 자식 무조건 죽이는 거야!”박만년이 소리를 지르며 제일 먼저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다른 세 사람도 조금의 주저 없이 진서준에게 곧장 달려들었다.박만년이 조금 전에 했던 말 때문이었다. 그들은 진서준만 죽이면 남은 세 여자와 한 명씩 잘 수 있다는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조금 전, 밖에서 염탐 중이던 세 사람은 허사연 일행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만약 박만년의 실력만 아니었다면 세 사람도 진작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다.지금, 세 사람은 빨리 진서준을 해치우고 예쁜 여자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네 명의 공격에도 진서준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열기와 혈해를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진서준은 자신의 앞에 보이는 1급 대종사를 겨냥해 우선적으로 공격했다.우선 가장 약한 자부터 해치우는 것이 진서준의 전략이었다.우선 가장 약한 세 명부터 해치우고 마지막으로 박만년을 죽일 생각이었다.검의 날은 빛에 반사되어 섬뜩한 빛을 내뿜었고, 그의 움직임은 나비처럼 얇으면서도 압도적인 힘과 속도를 품고 있었다.“조심해. 절대 정면으로 맞서선 안 돼! 이 녀석 실력은 나랑 비등비등한 수준이란 말이야!”박만년이 다급하게 큰 소리로 경고했다.하지만 그 1급 대종사는 박만년의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20대 초반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